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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님의 서재입니다.

환생한 헌터는 농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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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보칼수없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5
최근연재일 :
2023.07.20 22:45
연재수 :
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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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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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4
글자수 :
457,252

작성
23.06.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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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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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
12쪽

31화. 두더지 사냥

DUMMY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밭 한가운데 뚫려 있는 커다란 검은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촤아아악!


가파른 비탈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다 드디어 경사가 완만해지는 곳에 다다랐다. 위를 올려다보니 저멀리 아주 작은 구멍으로부터 하얀 빛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여기서부턴 한 걸음만 내딛여도 완벽한 어둠속이다. 조명이 필요해.’


나는 주머니에서 포자 주머니를 꺼내 주변에 뿌린 뒤 스킬을 시전했다.


“포자 발아. 급속 성장. 대상 야광 이끼.”


[야광이끼: 북쪽 숲 동굴 속에서 자생하는 이끼로 스스로 빛을 낸다]


야광이끼가 한 번 피어나기 시작하자 곧 바람을 따라 퍼져나간 포자들이 순식간에 동굴 곳곳으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이끼의 푸른 빛이 동굴의 어두움을 밀어내었다. 굴의 크기는 성인 남성이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컸다.


“한결 낫군.”


저벅 저벅.


내가 걸을 때마다 발 밑의 포자들이 날려 동굴 안은 한층 더 밝아지고 있었다.


문득 지하 던전을 돌던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땅속에 사는 몬스터들은 대개 시력이 나쁜대신 청력이 뛰어났었지. 어쩌면 내가 굴에 들어왔을 때부터 눈치 챘을 수도 있다.’


저벅 저벅.


두더지 마수가 파놓은 굴은 한 동안 곧장 북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역시 북쪽 숲에서부터 여기까지 굴이 이어졌나보군.’


만약에 본진에서 영지 안쪽까지 굴이 뚫린게 맞다면 녀석들은 언제든 다시 찾아와 농작물들을 먹어치울 수 있다는 얘기였다. 더 피해가 커지기 전에 뿌리를 뽑을 필요가 있었다.


‘내게 피해를 준 놈이 있다면 사람이든 마수든 곧바로 쳐죽여야지.’


오마 마을에서 자라며 어른들에게 배운 삶의 방식이 어느새 내 몸에도 자연스레 배어 있었다.


저벅 저벅.


그렇게 나는 한 참을 걷고 또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주변의 토질이 바뀌고 군데 군데 굵은 뿌리들이 굴의 천정을 뚫고 내려오는 곳에 다다랐다.


‘드디어 숲이다.’


숲은 놈들의 본거지. 이제부터는 긴장을 할 필요가 있었다.


스릉.


나는 한 손으로 레이피어를 뽑아들고 다른 한 손은 씨앗 주머니에 집어 넣어 씨앗을 뒤적였다.


‘추적용 식물이 뭐가 있더라··· 아! 그게 있었지!’


숲을 조사하면서 발견한 식물 중에는 마수를 추적하는데 유용한 게 몇 가지 있었다. 나는 그 중 하나인 시체꽃의 씨앗을 꺼내어 발밑에 심고 스킬을 썼다.


“식물 발아. 급속 성장. 대상 시체꽃.”


시체꽃은 금새 싹을 틔워 자라더니 검은 꽃을 개화했다. 잠시후 꽃이 지고 맺힌 씨방에서 부유하는 씨앗들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공중에 떠오른 씨앗들이 앞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시체꽃의 씨앗들은 이름 그대로 동물의 사체나 분변에 이끌리는 성질이 있었다. 그러한 성질을 이용하면 복잡한 미로 같은 두더지굴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마수의 위치를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벅 저벅.


씨앗을 따라가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잠시후 씨앗들 중 일부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두더지 마수의 똥을 뒤덮었다.


“찾았다!”


그것은 방금싼듯 온기가 남아 있는 두더지 마수의 똥이었다.


‘멀리 못갔나?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 있겠군. 이제부턴 그녀석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는데···.’


나는 오른 팔목의 나무 팔찌에 대고 떡갈나무 정령의 이름을 불렀다.


“이루릴.”


그러자 붉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눈부시게 아름다운 정령이 눈 앞에 나타났다.


“이루릴, 오랜만이야!”


내가 이루릴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불평을 늘어놨다.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난 너가 돌아간 날부터 매일 기다렸는데!”


“농사짓느라 바빴어. 나 영주에게 고용되어 영지의 농사를 전반적으로 관리하게 되었거든.”


“흥! 자주 오겠다고 했으면서!”


나는 팔짱을 낀 채 얼굴을 돌린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얼굴을 마주 봤다. 떡갈나무 정령의 붉은 눈동자에 내 얼굴이 비쳐보였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눈을 내리깔았다.


“미안. 오늘도 사실 일 때문에 온 거야. 두더지 마수들이 내가 관리하던 감자밭을 망쳐놨거든.”


내 말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두더지 마수를 쫓고 있었어?”


“응.”


내 말에 그녀는 두 눈을 빛내며 내 손을 잡았다.


“흐응··· 날 만나러 온게 아니었구나? 뭐 어차피 잘됐어. 안그래도 두더지 마수가 최근에는 나무 뿌리들를 죄다 갉아놔서 숲이 많이 파괴되고 있어서 잡고 싶었거든.


배고파서 먹는 거라면 어쩔 수 없는 거라 여기고 참았을텐데 걔넨 그냥 재미로 나무들을 고사시키고 있는 거야. 반드시 잡아야해.”


그녀는 작은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며 말했다.


“두더지 마수 잡는 걸 도와줄게. 길 안내는 맡겨줘.”


역시 이루릴을 불러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 숲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 중 가장 오래된 나무.


숲이 처음 생길 때부터 있던 터줏대감인지라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흘러들어오는 정보가 많았다.


그녀는 잠시 정신을 집중하듯 눈을 감더니 번쩍 뜨고서 말했다.


“방금 산새들과 다람쥐들이 얘기해줬어. 이쪽이야.”



***



이루릴이 안내해준 길을 따라 한참을 더 간 끝에 나는 두더지 마수의 은신처에 도착했다.


그곳은 커다란 지하 공간이었다. 부드러운 마른풀로 바닥을 깐 곳에서 집채만한 두더지 두 마리가 일어나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째서 인간이 여기에 있는 거냐?]


기분나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나는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눈채 말했다.


“내 감자 먹은 게 너희냐?”


그러자 두더지 마수들은 온몸으로 살기를 뿜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감자? 아아··· 먹었다. 꽤나 맛있더군. 힘들게 키웠을텐데 잘 먹었다. 그나저나 여긴 왜 온거냐? 우린 인간도 먹는데···]


그들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며 내게 적의를 내뿜었다.


‘어마어마한 살기! 과연 상급 마수다.’


그 때 이루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내가 준 떡갈나무 팔찌를 만지며 형상을 떠올리고 입으로 소리내어 말해봐. 네가 원하는 모양으로 변할 거야]


‘형상? 나무로된 무기라면···!’


“떡갈나무 창.”


그러자 나무 팔찌가 곧고 긴 나무 창으로 변했다. 나는 떡갈나무 창을 마수에게 겨눈채 스킬을 사용했다.


“나무 거대화.”


퍼억!


순식간에 길어진 나무 창이 두더지 마수의 몸을 파고들었다.


[으악!]


“나무 가시 무한 증식.”


몸에 박힌 나무로부터 사방으로 뻗어나간 가시가 온몸을 꿰뚫고 나왔다.


캬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마수. 하지만 가시에 또다른 가시가 나오고 또 그 가시로부터 새로운 가시가 무한히 증식하며 놈의 몸 속에 계속해서 새로운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뿌직! 뿌지직!


가시가 뻗어나가며 몸 속을 헤집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마수는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힌 채 끊임없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끄아악! 그만! 그만해! 너무 고통스럽다!]


그렇게 몸부림치는 것도 잠시. 얼마 후 놈의 움직임이 멈췄다. 온몸에 뚫린 수만개의 구멍에선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회수.”


내 말에 무한히 뻗어나간 가시들이 다시 되돌아가며 어느새 내 손엔 평범한 나무창이 들려 있게 되었다.


“상급 마수라 해서 긴장했더니··· 너네 별거 아니었구나!”


내가 나무창에 묻은 피를 털며 나머지 놈을 노려보니 그것은 바닥에 엎드려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살려줘!]


그것은 뜻밖의 반응이었다. 영물인 마수가 인간에게 목숨을 구걸한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내가 반문했다.


“살려달라고? 내가 왜? 예전에 만난 영물은 비록 마수라 해도 긍지가 높았었는데 널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구나.”


[긍지?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냐? 나에겐 무엇보다 살아남는 일이 중요하다.


나무를 다루는 인간! 네가 강한 건 충분히 알았다. 앞으론 네가 키우는 식물은 절대 먹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그러니 제발 목숨만은···]


“싫어.”


[뭣?!]


“싫다고. 그냥 여기서 죽어.”


나는 가만히 녀석의 심장을 겨누며 스킬을 시전했다.


“나무 거대화.”


[잠깐! 네게 복종을 맹세하겠다!]


뻗어나간 나무창이 녀석의 심장을 꿰뚫기 직전. 나는 가까스로 창끝을 멈추고선 놈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그 말 대로다. 나 두더지의 영물 바쿠. 그대에게 복종을 맹세하겠다고!]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나를 향해 녀석이 말했다.


[너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설마 피의 계약이 뭔지 모르는 거냐?]


그 때 이루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영물과 피의 계약을 맺으면 대상을 소환수로 삼을 수 있어. 한 번 계약한 소환수는 주인을 거역하거나 주인에게 해를 끼칠 수 없고 피에 귀속돼.]


그녀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나는 두더지 마수가 하는 얘길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네놈은 내 소환수가 되면서까지 구차하게 살아남고 싶다는 거야?”


[물론이지! 여태까지 살아남은 게 아까워서라도 악착같이 살거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나와 계약하자. 분명 후회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상위 마수를 소환수로 삼는 건 분명 나에게도 이득이 될만한 일. 하지만 마법이 금지된 나라에서 대놓고 소환술을 시전해도 되는 걸까?


뭐··· 땅속으로만 다니게 하면 들킬 일은 없으려나?’


이내 결심을 굳힌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좋아. 하겠어. 그 피의 계약이란 거.”


[잘 결심해줬다! 그럼 계약을 하기 위해 먼저 그대의 이름을 알려줘.]


“내 이름은 윌리엄 애커만이다.”


내 이름을 들은 놈은 날카로운 이빨로 앞발을 물어뜯어 피를 냈다. 곧 흘러나온 피가 허공에 뭉치더니 알 수 없는 문자를 그리기 시작했다.


[피의 계약에는 주인이될 자의 피도 조금 필요하다. 약간이면 되니 피를 내줘.]


나는 들고 있던 레이피어로 팔뚝을 그었다.


뚝뚝.


잠시 후. 내 팔뚝에서 흘러나온 선혈이 붉은 빛을 내며 허공에 문자를 그리더니 두 문자가 하나로 합쳐졌다.


번쩍!


오른쪽 팔뚝이 빛나며 뜨거운 느낌이 든다 싶더니 어느새 붉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같은 문양이 두더지 마수의 이마에도 새겨져 있었다.


[나 바쿠는 이 몸에 피가 흐르는 날까지 윌리엄 애커만에게 충성을 바칠 것을 맹세한다.]


피의 맹세가 끝나자 두더지의 마수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끝난 거야?”


내가 묻자 이루릴이 말했다.


“응. 너도 이제 어엿한 마수의 주인이 됐구나. 가시나무왕도 굴복시키더니 이제는 두더지 마수까지 복종시키다니! 너 어디까지 강해지려는 거야?”


나는 팔뚝에 새겨진 붉은 문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루릴. 네가 계약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다면 분명 녀석을 죽였을 거야. 게다가 여기까지 온 것도 거의 네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 고마워!”


내말에 그녀는 활짝 웃으며 끌어안았다.


“도움이 됐다니 기뻐!”



***



숲의 입구.


나는 죽은 두더지 마수의 사체에서 머리를 잘라내어 등에 짊어졌다. 그 모습을 본 이루릴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무거운데 굳이 그걸 가져가야해?”


“응. 잡았다는 증거는 있어야 하니까. 나머지는 기사들한테 부탁해서 성으로 옮겨야할 거 같아.”


그녀는 서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또 금방 가버리려고?”


“응. 지금쯤 나를 찾으려고 기사들이 고생하고 있을지도 몰라. 어서 가서 내가 무사하다는 걸 보여줘야 안심할 거 같아.”


“치··· 너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구나.”


나는 씨익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지금은 농번기라 바쁜데 수확이 끝나면 진짜 한 번 찾아올게. 그 땐 휴가를 길게 낼 수 있을 거야.”


금새 표정이 밝아지는 이루릴.


“정말?”


“응 그럼 그 때까지 잘있어!”


나는 훗날을 기약하며 늑대성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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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능력 흡수 스킬 23.06.28 3,241 92 13쪽
50 49화. 암살자 23.06.27 3,180 92 14쪽
49 48화. 피 대신 돈 +1 23.06.26 3,250 94 15쪽
48 47화. 튤립 +3 23.06.25 3,316 96 17쪽
47 46화. 왕도 노보스 +3 23.06.24 3,403 104 16쪽
46 45화. 휴민트 풀가동 +2 23.06.23 3,545 96 16쪽
45 44화. 대족장 비요른 +5 23.06.22 3,498 103 13쪽
44 43화. 얼어붙은 땅으로 3 +1 23.06.21 3,561 98 12쪽
43 42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 23.06.20 3,786 93 15쪽
42 41화. 얼어붙은 땅으로 +2 23.06.19 4,101 95 13쪽
41 40화. 관개 공사 2 +4 23.06.18 4,302 113 14쪽
40 39화. 관개 공사 +3 23.06.17 4,421 122 14쪽
39 38화. 반복 +3 23.06.16 4,478 110 14쪽
38 37화. 검의 천재 +2 23.06.15 4,583 114 15쪽
37 36화. 공감 능력 +3 23.06.14 4,684 125 15쪽
36 35화.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다 +11 23.06.13 4,832 130 14쪽
35 34화. 검술 명가의 반푼이 사남 23.06.12 4,847 128 14쪽
34 33화. 기사가 되다 +6 23.06.11 4,990 133 14쪽
33 32화. 무력(武力)을 인정받다 +3 23.06.10 5,097 136 14쪽
» 31화. 두더지 사냥 23.06.09 4,976 131 12쪽
31 30화. 두더지 마수의 습격 +1 23.06.08 5,143 121 17쪽
30 29화. 사업이 궤도에 오르다 +3 23.06.07 5,385 123 14쪽
29 28화. 집사 다니엘 +3 23.06.06 5,476 122 13쪽
28 27화. 증류기를 완성하다 23.06.05 5,529 133 12쪽
27 26화. 야근엔 뜨끈한 수제비? 23.06.04 5,592 149 14쪽
26 25화. 장인 마을 바엘 +4 23.06.03 5,805 142 16쪽
25 24화. 종자 개량 +6 23.06.02 5,805 156 13쪽
24 23화. 닭꼬치는 못참지 +6 23.06.01 5,992 150 13쪽
23 22화. 검술 대련 +3 23.05.31 6,028 149 16쪽
22 21화. 상남자의 술 보드카 +7 23.05.30 6,129 14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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