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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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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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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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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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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395,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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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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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부-습격

DUMMY

“다들 준비됐나?”

“예!”


어우. 시끄러.

약속한 기한이 지나자 인형들은 모두 미치광이로 변모했다. 목이 잘려도 파닥거리는 몸으로 무기를 찔러 넣는 놈들이니 미쳤다고 표현함이 적합하리라.

그들의 광기를 보던 에밀이 질린 듯 말을 내뱉었다.


-괜찮은 거야?

-아닐걸.


분명 약간 도움을 주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몰랐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통에 대한 공포가 있기 마련이고, 독종인 넬다 말고는 그것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훈련을 그만두게 시키려는 순간, 그들 중 한 명이 나지막이 한탄을 했다.


“난 이런 것조차 못 하는 거야?”


그 목소리가 너무도 절망에 가득 차있어, 나도 모르게 회복과 함께 진통제 겸 이것저것을 섞어줬더니 지금 상황이 되어버렸다.

혹시 마약이었던가? 에이, 설마.


“한스, 우린 준비 됐다.”

“알겠습니다.”


누가 보면 전쟁이라도 치루는 줄 알겠네. 기껏해야 도둑질하러 가는 건데.

그렇게 그들을 데리고 출발하려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신속하고 은밀한 침투 작전을 설명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스?”

“축하드립니다. 예상보다 빨리 증명을 할 수 있겠네요.”

“무슨 소리지?”

“적이 왔다는 소립니다. 준비하세요.”


* * *


하여간 겁쟁이는 겁쟁이였다. 그렇게 풀풀 풍기고 다녔는데 이제야 손을 쓰다니.

나름의 체계를 갖춘 마을은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꽤나 빨리 채비를 갖추었다. 미리 구비해뒀던 무기를 착용한 이들은 인간이 최외각, 나머지가 울타리 근처인 이중 포위를 취하고 있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인간이 성의를 보여야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것을 보다 입을 열었다.


-울타리만 무너지지 않게 잘 지켜라. 나머지는 인간이 할 테니까. 죽진 않으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네, 한스님!

-그놈의 님자 빼주면 안 되냐?

-그럼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독수리님? 마법사님? 해결사님?


이런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송곳니를 빛내는 리페르의 머리에 딱밤을 먹이며 답변을 주었다.


-그냥 한스로 불러.

-...넵!

-저도 그렇게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래.


옆에서 치고 들어온 훅을 가볍게 응대해주며 넬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하도 많이 죽어서 긴장의 기색이 없는 그녀는 참으로 위풍당당해 보였다.


“멀쩡해 보이네요.”

“왜 나는 존댓말이지?”

“아직 안 친해서요?”


농담 한마디 던졌을 뿐인데, 뒤에서 바람을 부르는 둘의 꼬리짓이 느껴졌다. 덤으로 넬다의 따가운 시선도 함께 나를 파고들었다.


“나도 반말이니 같이 말을 놓지. 그게 좋겠어.”

“알겠습니다.”

“...”


끌끌. 중독될 것 같구먼.


“알았다. 넬다.”

“으흠.”

“자, 이제 손님을 맞이해주자.”


애초부터 없던 긴장을 해소시킨 뒤, 여기까지 찾아와준 잘난 얼굴들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긍정적인 점 하나, 복면을 쓰고 있음. 둘, 프렉스의 노골적인 흔적이 묻어있는 자를 바로 발견함.

이유는 몰라도 왕국의 공식적인 방문은 아닌듯해 마음이 놓였다. 적들은 포진중인 상당한 수의 사람들을 보고 조용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조용히 대치하고 있던 적은 지형상 활 대신 마법을 택했다. 울타리를 향해 날아오는 마법을 알아서 먹어치우고 넬다에게 신호를 주자 그녀를 비롯한 인간들이 모두 각자에게 맞는 무기를 쥐고 달리기 시작했다.

뜬금없는 돌격에 적들은 그저 마법만을 더 쏘아냈다. 인체에 효과적인 불이 넬다를 비롯한 주위 인간들에게 날아들고, 번개를 맞았는지 한 남성이 땅에서 경련을 일으켰으며, 그 옆으론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 인간들을 상당히 집어삼켰다.

힘겨워 보여 손짓을 한번 가하자 그들이 오뚝이처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생전에 듣도 보도 못한 광경에 적들이 당황할 무렵, 다시 광란의 질주가 시작됐다.

두 번이나 마법을 난사한 적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 화살을 쏘아냈다. 그에 인간들은 덩치가 큰 인간을 붙잡아 방패로 만들어버렸다.

아군조차 희생하는 그 비정함에 적들이 혀를 내두른 순간, 다른 이들이 덩치들에게서 화살을 뽑아내자 그들이 몸을 한번 털고는 멀쩡히 다리를 움직였다.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인간들 때문에 포위망의 인원 중 절반 정도가 그들에게 향했다. 포위를 해봤자, 그 능력의 끝을 모를 마법사가 마법이고 화살이고 다 날려버리니 의미 없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자신들을 감싸는 적들에게 순순히 포위당한 뒤, 넬다가 담담하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공격.”

“우와아아아!”

“이아아아압!”

“이히, 이히히!”


중간중간 이상한 소리가 섞인 것 같았는데, 기분 탓인가. 내 잘못이 아니라고 되뇌며 전황을 다시 살폈다.

단단한 방패까지 챙겨온 적들과 인간들의 첫 격돌은 예상대로 처참한 패배였다. 탄탄한 방패와 기다란 창의 조합에 인간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갔다.

그것이 바뀐 것은 대략 열 번의 죽음 후. 목에 창을 수납한 넬다가 한곳의 방패를 빼앗으며 시작되었다.

약간의 틈새가 보이자 개미떼처럼 달려든 인간들을 물리치려 적들이 최대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머리통을 뚫어도 창을 꼭 붙잡는 그들로 인해 오히려 무기를 빼앗겨버렸다.

그렇게 한 명씩, 빈틈을 먼저 보인 자부터 먹혀들어갔다. 우악스러운 힘도, 노련한 기술도 없었지만, 그 광기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이를 죽일 수 있었다.

수십의 죽음과 적 하나의 목숨이었던 교환비가 십 수의 죽음으로 바뀌고, 마침내 하나의 죽음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적들이 감춰두었던 공포가 분출되었다.


“퇴, 퇴각! 퇴각하라!”


원래부터 뒤쪽에 있던 대장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재빠르게 몸을 빼려는 그들의 앞에 거대한 벽이 생겨났다.


“부숴!”


사방을 둘러보고 퇴로가 없는 것을 깨달은 대장이 서둘러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윽고 마나를 회복한 마법사들이 피를 토해내며 마법을 발사했으나, 벽은 마치 그들의 뒤를 노리는 인간들처럼 금세 수복되어버렸다.

그러는 사이에도 인간들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괴기하게 칠해진 피는 자신의 것인지 적의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고, 그럼에도 상처하나 없는 전신이 더욱 기괴했다.

결국 낭떠러지로 내몰린 적들이 결사의 의지를 다졌으나, 이미 상대방은 구천을 내딛고 넘어온 괴물들이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으아아아악!”

“오지 마, 오지 말라고!”


인간들은 이제 무기마저 던져버리고 손으로 적들을 찢어발겼다. 당연히 제대로 될 리가 없어 고통만이 극대화되었으며, 그것을 음미하듯 인간들의 표정에 은은한 미소가 맺혔다.

...설마 그거 나 따라한 건 아니지?


* * *


전쟁이 끝나고 그 뒷정리마저 끝나자 마을은 언제 더러웠다는 양 깔끔해졌다. 다만 아직 프렉스와의 계산이 끝나지 않아 대장만은 목이 붙어있는 상태였다.


“흐, 흐으윽.”


어허, 돋친 머리 좀 정리해줬을 뿐인데 왜 그러시나?


“소속.”

“...”


덜덜 떨면서도 입을 꾹 다문 대장이 괘씸한지 리페르가 냉큼 칼을 허벅지에 박아넣었다. 그러고선 날 보며 귀를 쫑긋거리는 게 자기가 잘 한줄 아는 모양이었다.

굳이 고문할 필요는 없었는데...


“으읍!”

-리페르, 펠레. 모두를 데리고 조금 물러나라. 둘이서 대화 좀 해보게.

-네!


넬다를 비롯한 자들도 멀리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대장의 손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크으읍!”


내 딴엔 부드럽게 한 건데. 뭐, 어찌됐건, 이런 조무래기나 보려고 원래 몸으로 돌아온 게 아니니까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으읍. 크으읍!”


손을 통해 들어간 기운이 프렉스가 남겨놓은 흔적을 자극했다. 그에 몸을 힘껏 비틀대던 대장에게서 갑자기 새하얀 손톱이 튀어나왔다.

손톱과 이어진 손은 핏빛으로 물든 비늘이었고, 두 개의 손이 대장을 가르자 더욱 커다란 용가리 하나가 튀어나왔다.

한 번 몸을 털어 본래의 흰색을 되찾은 용, 프렉스가 주둥이를 벌렸다. 그 속에서 파란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옷처럼 감싸던 마기가 요격시켰다.

지난번에 당했다고 말도 안 할 생각인가 보네. 당연히 본체는 아닐 터인데 그가 뿜어내는 기세가 상당히 강했다.

다음으로 쏟아지는 것은 몸을 느리게 하는 얼음폭풍. 그 사이로 번개가 촘촘히 섞이자 온몸이 제맘대로 움직였다.

다행히도 마을까지는 닿지 않는 폭풍의 사거리에 감사하며 본격적으로 싸움을 시작했다.

날카롭게 휘둘러지는 용의 팔에는 거대한 마수의 팔로, 몸에 각종 악영향을 끼치는 마법에는 저항력이 센 용의 비늘로 대응하자 온몸이 마치 키메라처럼 변화했다.

등에서 촉수가 뻗어 나와 용의 사지를 결박하고, 부릅뜬 두 눈을 날카로운 손톱이 베어냈다. 그 반동처럼 마구잡이로 흘러나오는 용의 마법을 쳐내어 마을을 보호하자 어느새 눈앞에는 사지가 살린 도마뱀 한 마리만이 남아있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무슨...?!)


역린인지 뭔지가 있는지는 몰라도 다른 용을 사냥하며 알아낸 것은 매한가지로 심장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곳에 권한이 잘 스며들었다는 것이었다.

억세고 질긴 비늘은 내게 마치 음식물 포장지와도 같았다. 그것이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그 안에 담긴 힘이 큼을 의미해 기대감이 커져갔다.


(어쿠, 안 되지.)


침을 흘리는 사이 용이 잔재주를 부려 공간이 약간 벌어졌으나, 그것을 매듭짓듯이 예쁘게 봉합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크오오오오!)


그때 용이 최후의 발버둥으로 터트린 마법이 내 머리를 잘라내어 시야가 빙글빙글 회전했다. 그럼에도 몸은 사명을 다해 심장을 말끔하게 도려내었다.

곧 재생된 머리로 시야가 이동하였고, 아직도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 심장을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프렉스의 분신체였던 만큼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권한이 내 안으로 흡수되었다. 그래봤자 공격 특화긴 했다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

일련의 과정을 마치고 고개를 들어 올리자 저 멀리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에게서 익숙한 감정이 느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를 목격한 듯한 두려움, 본능적으로 올라오는 거부감, 주변에 짙게 깔린 마기가 뿜어내는 역겨움,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결국 누구도 나를 직시하지 못했다.

뭐, 당연한 일이지. 단지 줄리엣과 알티가 조금 그립기는 했다. 근데 알티는 지금 태어나긴 했으려나?

기지개를 펴며 몸을 확인하자 스펀지처럼 깔끔하게 흡수된 권한이 느껴졌다. 이걸로 프렉스는 나에게 상당수의 권한을 빼앗기게 되었다.

그것은 권한을 흡수하는 존재가 나뿐이어서 프렉스가 방심한 덕이며, 내가 아니었다면 프렉스의 분신을 죽여도 다시 그에게 권한이 돌아갔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프렉스는 힘도 뺏기고, 대응조차 힘든 나에게 더욱 겁을 집어먹게 될 것이고, 그 말은 당분간 우리가 안전해졌음을 의미했다.


-저... 한스님.

-왜.

-아, 아니에요.


아까까지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 벌어진 듯한 느낌. 그래도 축 쳐진 그녀의 꼬리를 보면 뭐라고 한소리도 못하지 싶었다.


-이걸로 인간들을 인정하겠지?

-네? 네. 당연하죠.


리페르 자신도 자꾸만 위축되는 자신이 싫은지 머리를 잔뜩 헤집었다. 약간의 심호흡 뒤로 그녀가 부드럽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물론 그 미친년이랑은 좀 떨어지고 싶지만요.


그것을 받아들여 마주 웃어주며 용의 시체를 정리했다. 질기고 저항력이 좋은 비늘부터 보석 같은 눈동자까지 버릴 데가 없을 것 같은 사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리페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괜찮은 대장장이 좀 아냐?

-어, 저도 건너들은 말이지만 델리키아족이 사는 대륙보다 위쪽에 있는 대륙에 괜찮은 대장장이들이 산다고 들었어요.

-그래? 들어본 적이 없는데?

-워낙 폐쇄적이라서요. 두 종족이 힘을 합쳐 대장장이 일을 한다고 했어요.


오호. 왠지 알 것도 같은데.

슬슬 줄어든 마기는 목걸이가 마저 흡수해 이제는 평소와 같은 상태로 돌아왔다. 그를 눈치챈 모두가 그제서야 조금씩 다가왔다.

다시 차오르는 대화 소리에 공간이 북적거려지고, 모두의 체온이 따스하게 서로를 감싸는 것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술과 음식을 준비해라!


나는 안 먹겠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뒤풀이 겸 축제는 필수적이니까. 그리고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도 좀 듣고 싶었다.

크. 나도 빨리 친구들을 만나서 자리 한번 마련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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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세상의 끝(3) 18.07.01 57 0 14쪽
53 세상의 끝(2) 18.06.30 72 1 13쪽
52 세상의 끝 18.06.29 76 0 13쪽
51 준비 18.06.28 72 0 13쪽
50 이야기의 시작(2) 18.06.27 84 0 13쪽
49 이야기의 시작 18.06.24 88 0 14쪽
48 '나' 18.06.23 11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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