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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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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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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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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글자수 :
395,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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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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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3)

DUMMY

요새와 함께 최강의 전력인 초인 둘을 잃어버린 스트라스군은 데쿠스군에 의해 끊임없이 밀려났다.

내 활약으로 동료들 또한 안정적인 후방으로 밀려났다. 정리가 끝난 후 오귀스트와 대화하며 결정한 내용이었다.

대신 치료에 능한 이들이 의무병과 함께 부상자를 돌보고, 내가 전방에 나선다는 조건이었지만, 그쯤이야 뭐.

그리고 괜찮은 일도 생겼다. 마냥 두려워만 하던 병사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내가 구해주자 경외의 시선을 보내온 것이다.

그렇게 병사들 사이에서 나에 대한 소문이 흡사 어떤 나라 건국 시에 있던 전설급으로 퍼져가는 가운데, 드디어 해안까지 전선을 밀어냈다.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적들의 얼굴에 서린 공포를 보며 오귀스트가 명령을 내렸다.


“출격!”


병사들의 군화 소리가 땅을 울렸다. 그에 맞춰 적당히 발을 놀려 따라갔다. 떨어지는 화살비와 마법을 같이 막아주며 전진하다가 목표를 발견하고 힘차게 땅을 박차고 날았다.

나를 보고는 억지로 팔에 힘을 줘 창을 찌르는 병사들을 위에서 찍어누르고, 간간이 쏘아지는 마법을 병사들을 방패막 삼아 피해를 입했다.

여태 치른 전쟁의 교훈을 얻어 마나 유저 옆에 서 있는 오러 유저의 검을 맞아주고 입으로 목을 물어뜯었다.


“크헉.”


서둘러 도망치려는 마나 유저의 발목을 잡아 적들의 무기에 맞춰주어 알아서 처리한 후, 다음으로 마법을 쏘는 자에게 접근했다.

그렇게 난전이 되어 야금야금 병력을 갉아먹는 동안 데쿠스군이 도착해 제대로 된 전쟁을 벌였다.

이미 대부분의 마나 유저와 오러 유저를 잃어버린 스트라스군은 데쿠스군의 마법에 유린당했고, 그럴수록 병사들의 표정에 암운이 가득해졌다.

이번도 늘 치른 전쟁처럼 똑같이 끝난다고 생각할 때, 스트라스 진영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철컥. 철컥.


투박한 기계음과 함께 알마가 썼던 마도구와 비슷한 갑옷을 장비한 병사들이 나타났다.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이제 와서?

차라리 엘자, 데미안이랑 같이 싸우는 게 훨씬 승산이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에 그들을 자세히 보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정교한 뼈대와는 달리 급하게 마무리한 부분이 눈에 띄어 자신이 미완성품임을 뽐내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기술이 알마한테서 얻은 건지, 아니면 알마한테서 훔친 건지가 궁금한데. 나중에 물어봐야지.

마기 발판을 밟으며 마법 갑옷, 마갑의 사각지대로 들어가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자 마갑에서 마나가 튀어나와 마기에 조금 저항하려다가, 이내 스스로 부서져 버렸다.

졸작이네.


-쾅.


언젠가 알마가 쓰던 폭발이 일어났지만, 그의 마갑보다도 약한 출력은 내 마기를 뚫지 못했다.

손톱을 일으켜 마갑의 가슴 부위를 갈라 병사의 목을 자른 뒤 마갑을 들어 던지려고 한 순간, 팔에서 힘이 빠졌다.

씁, 이것도 무기 취급인가.

발로 마갑을 밟아 동력 부분을 깨자 마갑이 커다란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 공중에서 마기를 이용해 몸을 뒤집고 다음 마갑으로 향했다.

여러 마갑을 상대해보니 마갑의 약점을 깨달았다. 시야적인 문제로 사각지대가 있다는 점, 큰 덩치 때문에 행동이 약간 느릿하다는 점. 방어막만 뚫으면 안에 있는 탑승자를 죽일 틈이 은근히 많다는 점.

오러 유저나 마나 유저를 상대할 때는 방어막을 이용해 충분히 승산이 있겠지만, 초인을 상대로는 쥐약이었다.

하긴, 일반 병사로 그런 유저들과 대치하는 것만 해도 경이로운 건가.

데쿠스에서 가져갈 수 없도록 일부러 동력을 부숴 일일이 마갑을 터트리고, 잔해를 부쉈다. 대략 서른 기 있던 마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무렵, 전쟁도 끝을 보였다.

부상자를 치유하고 사상자의 신원을 찾고, 적은 포로를 인수하는 과정이 잠시 동안 이어졌다.

포로가 적은 이유는 오귀스트가 일부러 잔뜩 압박해 죽였기 때문이었다. 잔인하긴 했지만 식량 사정을 생각하면 타당한 방안이었다. 적 살리자고 아군을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정리가 끝난 뒤, 오귀스트가 간부를 불러 말을 건넸다.


“수고했다. 드디어 끝이 보이는군. 빨리 집에 가서 우리 아리엘 얼굴이나 봐야겠어.”

“하하하.”


아부의 웃음이 몇 번 오간 뒤, 오귀스트가 상황을 말해주었다.


“이제 남은 건 지그문트가 있는 저 성들 뿐이다. 원래대로라면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겠지만, 뒤에 해류가 심하다고는 해도 지그문트가 도망칠 가능성이 있으니 잠깐만 숨을 돌리고 바로 성을 공략하도록 하겠다.”

“세 개의 성이 있는데,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각하?”

“군대를 셋으로 나누겠다. 하나는 요아힘, 하나는 이네스, 하나는 내가 맡지. 아, 그리고 한스, 너는 요아힘과 함께 가줄 수 있겠나? 물론 아인들도 함께.”


오귀스트의 말에 서로 눈빛으로 의사를 확인하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해산!”


* * *


한동안 동료들과 함께 쉬고 있는 와중에 요아힘이 다가왔다. 적당히 예를 취해주니 요아힘도 눈치 좋게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한스 경.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왕자답지 않은 존댓말. 그러고 보면 요아힘이 반말을 한 적을 보지 못했었다.


“왕자님, 말 편히 하십시오.”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왕도가 아닌 할아버님과 함께 지냈더니 입에 붙었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면 왕자의 권위가 안 서지 않을까?

신기한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요아힘이 살짝 고개를 까닥이며 내게 말했다.


“한스 경, 감사합니다.”

“뭐가 말입니까?”

“결혼을 거부해주신 것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사실 저희 쪽은 왕족과는 거리가 멉니다. 후계자야 형님과 누님이 알아서 하실 문제이고, 게다가 할아버님이 워낙 고집이 세시다 보니 좀 독특한 집안이 되었습니다.”


무에 뛰어나며 호쾌해 보이면서도 능글맞은 할아버지. 그리고 그 밑에서 왕족의 체면은 집어치운 채 자라난 사람들. 독특하네.

거기까지 말한 요아힘은 자신이 휴식을 방해했음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우리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그러면서 그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본인도 휴식을 취했다. 왕자 나름의 시험인가?

그런 그를 보며 사니스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휴식을 취하라면서 왜 안 나가는 거지?

-자기 할아버지 닮아서 능글맞다.

-하하. 확실히 그렇군.


본인의 소망대로 휴식 시간 동안 요아힘을 없는 사람 취급해주자 그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감돌았다.


* * *


다소 짧은 휴식에 병사들의 얼굴이 찡그려질 만도 하건만, 전쟁이 끝난다는 생각이 더 컸는지 다들 표정이 괜찮았다. 아니면 약속받은 포상금 때문일 수도 있고.

지금 이 군대를 이끄는 자는 요아힘이었지만, 그와 함께 왕녀와 클라우스가 따라왔다. 요아힘이 약간 불편해하는 것도 같았지만, 아름다운 왕녀의 행차에 진작된 사기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어쩐지 꺼려지는 요아힘 곁이 아닌 왕녀의 곁에서 걸어갈 수 있었다. 꽤 무거워 보이는 갑옷을 입고 씩씩히 걸어가는 그녀에게 조심히 말을 걸었다.


“왕녀님.”

“왜 그러느냐?”

“가온은 어떻게 하셨습니까?”

“아, 그는 수도에 남겨놓았지.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에 거둬들였다. 그런데...”


왕녀가 말을 내뱉어도 되는지 입을 몇 번 여닫다가, 고민 끝에 내게 질문을 던졌다.


“줄리엣...은 어디 갔느냐?”

“죽었습니다.”

“...정말인 것이냐?”

“예.”


옛날에 친분이 있었다는 시몬의 말이 거짓은 아닌지, 왕녀의 눈에 약간의 동요가 생겨났다. 하지만 역시나 조절에 능한 그녀는 곧 그런 낌새를 지워버렸다.


“그런데 왕녀님, 클라우스 좀 빌려도 되겠습니까?”

“클라우스를?”

“예, 약속을 지킬 때라서요.”


그런 내 말에 클라우스의 머리카락이 약간 들썩였다. 아마 귀가 쫑긋한 게 아닐까.


“대신 제 동료들에게 왕녀님의 호위를 부탁하겠습니다.”

“음. 그래. 괜찮겠지.”


왕녀의 허락을 받고 바로 사니스와 셰일에게 그녀를 부탁했다. 둘 다 각각 마나와 오러를 쓰기야 했다만, 아무래도 돌격대장 격인 셰일은 전장에 서야 했으니 사니스가 왕녀를 호위하기로 했다.

일단은 클라우스를 내버려 두고 요아힘에게 향해 그에게 물어보았다.


“왕자님, 저 견고한 성을 어떻게 함락하실 생각입니까?”

“그건...”

“아마 오귀스트 각하께서는 제가 직접 저 성을 함락하기를 바라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역시나. 요아힘 쪽에 제일 단단해 보이는 성을 할당하고, 날 붙여준 이유가 있었구만.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견고할수록 저기에 지그문트가 있을 가능성이 커지니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호오. 감사합니다.”


그에게도 공식적인 승인을 받은 뒤, 클라우스에게 그런 희소식을 알려주고 내가 어떻게 할지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내게 의아한 듯 내게 질문을 던졌다.


“한스, 그런데 정말로 저기에 그 새끼가 있는 건가?”

“아무래도 제일 튼튼하니까 있을 가능성이 높지.”

“흐. 그럼 좋다.”


비릿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잠깐 바라보다가, 점점 다가오는 성을 보며 몸을 풀었다. 그리고 요아힘이 명령을 내릴 때까지 대기했다.

마침내 적절한 거리까지 접근한 데쿠스군에게 요아힘이 명을 내렸다. 그의 진격 명령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나는 마기 발판을 생성해 그것을 밟으며 클라우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뭐가 꺼림칙한지 그녀가 질색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으으.”

“뭐해?”

“그거 기분 나쁘다.”


자꾸 도망치려는 그녀를 기어코 붙잡자 머리카락이 들썩였다. 그래도 가야지, 안 그래?

발판을 박차고 날아 드높은 상공으로 향하자 클라우스의 잘린 꼬리가 희미하게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클라우스, 잠시 거기 있어.”

“무슨... 으아아악!”


허공에 클라우스를 홀로 내버려 둔 채 두 팔을 키워 그대로 성을 내리꽂았다. 그러자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성이 박살 나고, 그와 동시에 처음과는 정말로 대비되는 미약한 마법만이 날아왔다.

적당히 그들을 마기를 휘둘러 썰어버린 뒤 하늘에서 땅으로 쳐박히려는 클라우스를 마기로 푹신하게 받아내었다.

역시나 오러 유저답게 금세 균형을 잡은 클라우스가 나를 째려보았으나, 바로 옆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 때문에 기겁을 하며 그것을 단검으로 쳐내었다.

바삐 몸을 놀리는 그녀의 뒷목을 잡고 마기로 주위를 감싸며 지그문트가 있을 만한 곳을 수색했다.

비싸 보이는 곳, 튼튼해 보이는 곳, 은밀하게 감춰진 곳. 왕이 숨을 만한 곳을 웬만큼 다 뒤졌지만 지그문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대신 걸리적거리는 병사들만이 쓸려나갔다.

정말 온갖 장소를 샅샅이 뒤졌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 됐을 때, 우연히 시야에 굉장히 평범해 보이는 문이 보였다.


“클라우스, 우리가 저길 가봤던가?”

“...안 갔다.”


계속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서 그런지 조금 지친 목소리로 그녀가 대답해주었다. 그녀의 기억을 믿고 문을 조심스럽게 밀자, 안쪽에는 평범한 방이 있었다.

여기도 없었네.

그렇게 다시 나가려고 하는 나를 제지하며 클라우스가 말했다.


“한스, 바람이 느껴진다.”

“어디?”

“저쪽이다.”


전직 암살자인 그녀가 가리킨 벽장을 발로 툭 차서 무너뜨렸다. 그러자 정말로 수상한 지하로 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그녀의 감에 감탄하며 천천히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갈수록 터지는 마법 함정이 우리에게 이곳이 맞다는 확신을 더해주었다.

평소에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아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계단의 끝에 있는 문을 열자,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그리고 클라우스 또한 다시 머리를 들썩였다.


“지그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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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세상의 끝(3) 18.07.01 57 0 14쪽
53 세상의 끝(2) 18.06.30 72 1 13쪽
52 세상의 끝 18.06.29 76 0 13쪽
51 준비 18.06.28 72 0 13쪽
50 이야기의 시작(2) 18.06.27 84 0 13쪽
49 이야기의 시작 18.06.24 88 0 14쪽
48 '나' 18.06.23 11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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