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09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7.28 19:00
조회
52
추천
0
글자
12쪽

2부-딱 맞는 인재

DUMMY

장내에 크게 소리가 울리자 그들이 기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만 맨 앞의 여성만은 우리를 경계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음, 더 마음에 들어.


“무슨 말이냐.”

“저랑 같이 일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뭐?”


여성은 당최 무슨 소린지를 알아먹지 못해 눈살만 째릿 찌푸릴 뿐이었다. 그에 추가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우린 당신들 같은 노예들을 풀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 노예는 맞으시죠?”

“...뭐?”

“혹시 현 상태에 불만은 없으신가요? 있으시겠죠. 그러니까 탈출을 감행한 거고요.”

“그걸 말이라고...”

“아, 탈출하고 나서 갈 곳은 있으신가요? 우린 당신 같은 사람들을 위해 아늑한 피난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따라 오시겠습니까?”

“...”

“당연히 공짜는 아니고, 대신 약간의 일만 해주시면 됩니다.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는 거죠.”


근데 종은 다를 겁니다. 끌끌.

그 외에도 신나게 떠들어 댔다. 노예 체제를 뒤엎어보지 않겠나, 옆 나라 데쿠스처럼 최소한 노예라도 없어야 하지 않겠냐. 뭐 그런 소리였는데, 말할수록 여성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왜지? 뭐가 문제지? 아주 달콤한 소리만 가득 던졌는데.


“언제쯤 직접 말을 할 생각이지? 날 놀리는 건가?”


아하. 그게 문제였어? 진작 말을 하지.

에밀의 곁에서 벗어나 여성의 코앞까지 이동하자 그녀가 한쪽에 든 족쇄를 마치 돌멩이처럼 쳐들었다.

그것이 닿지 않을 거리까지 접근해 본신으로 변하며 손을 내밀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직접 말한 게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한습니다.”

“?!”


* * *


“그러니까 우리가 뭘 하냐면요...”

“으악!”

“우리가 넬다 당신한테 원하는 것은...”

“크악!”

“물론 언어가 좀 문제긴 합니다만...”

“크헉...”

“잠, 잠시만!”

“네?”

“이곳에서 벗어나거나 설명을 하거나 둘 중 하나만 해줘...주세요.”


처음의 반항적인 그녀의 얼굴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창백히 질린 채 넬다가 애원했다. 음, 대강 이쯤이구만.

일부러 노예의 탈출을 막는 적들을 피가 잔뜩 튀기도록 죽이며 넬다에게 설명하기를 삼십 분. 끝내 그녀가 흰 티를 집어던졌다.

당연히 괴롭힌 건 아니고, 나름의 시험이었다. 일의 사정상 피로 레드카펫을 쭉 늘어놓을 수 있을 정도라 반드시 익숙해져야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넬다는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뒤쪽에서 구토를 하며 쫓아오는 이들에 비하면야 훨씬 좋았다.


“그럼 일단 벗어나죠.”


스트라스군이나 기사가 찾아오기 전에 노예들을 모조리 빼내어 탈출했다. 그리고 드디어 수도에서도 거대한 검은 새가 출몰했다.

수도답게 많은 인원이 묵직하게 내 등을 눌렀다. 뿌듯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앞으로 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줄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귓가로 넬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에밀 씨..?”

“왜.”

“당신은 괜찮나?”

“아니.”

“역시 그렇지? 도와준 건 고맙지만... 그 방식이 좀 많이 거칠어.”

“피곤해. 식사시간, 수면시간, 휴식시간은 제대로 챙겨준다고 약속했는데.”

“응?”


엇갈리는 서로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약간 재밌었다. 넬다의 바람과는 달리, 에밀은 원래 성격도 그럴뿐더러 부작용까지 앓아 무덤덤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에밀 왈, 너무 많은 기억과 감정이 한꺼번에 쓸고 지나가 지금은 무심한 상태라나? 다행히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여 마음이 덜 찔렸다.

그들 외에도 많은 종류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텐션이 바닥을 뚫고 들어간 수준이었다. 뭐, 넬다가 특이한 거지 원래 노예는 이 정도였다.

일부러 경로를 조금씩 틀며 목적지를 모르도록 한 뒤 피난처로 돌아왔다. 그러자 밤중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손님에도 조제핀은 살갑게 맞이해주었다.


-무사하니, 에밀?

-멀쩡해.

-아, 어서 오세요, 한스 씨.


이번에도 딸의 안부부터 찾은 그녀는 내 뒤에 탄 사람들을 보더니 억지웃음을 지었다. 약간 싸해지는 기분이 들어 깃털이 곤두섰다.


-저, 한스 씨?

-넵?

-좀 많네요?

-열심히 했죠.

-후.


조제핀은 몇 번 머리를 넘기며 감정을 추스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문제가 좀 생겼어요. 일단 일부터 정리하고, 내일 얘기하죠.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조제핀은 간단히 빵을 입에 물며 내게 문서를 건넸다. 마기를 이용해 그것을 넘기자 그녀가 왜 심각한 표정을 지었는지를 이해했다. 다만 그것을 약간 믿기 힘들었을 뿐이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그래요.

-파벌이 생겼고, 폭행이 벌어졌단 말이죠... 정말입니까?

-진짜예요.


진지하게 긍정의 뜻을 보낸 조제핀이 손가락으로 손등을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만약 각 종족만 있었다면 상관없었을 거예요.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는 일족에 관해선 한도 끝도 없는 신뢰를 보내니까요. 그건 다른 종족도 매한가지고요. 인간은 차치하고서라도.

-여러 종족이 섞여서 문제가 크다는 말입니까?

-그렇죠. 게다가 노예였던 인간에 대한 박해가 많이 심해요. 이유는 아시죠?

-...네. 사망자는 있습니까?

-다행히 아직은 없어요. 말려도 보고, 하지 말라고 경고도 했지만, 수가 너무 많아서 제가 차마 다 지켜보기 힘들어요.

-으음.


조제핀이 적은 문서를 자세히 살펴보자 문제점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선 파벌끼리 대립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라치아, 델리키아족은 자신들끼리도 싸우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원망으로 인한 괴롭힘은 말할 것도 없으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얘기까지 적혀있었다.


-너무 소홀했군요.

-네. 하지만 아직 바로잡을 수 있어요.

-방법이 있습니까?

-지금부터 고민해야죠. ‘같이’요.

-하, 하하.


조제핀의 말대로 함께 머리를 싸맸다. 다만 하면 할수록 나의 사회적 평가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본보기로 괴롭히는 사람들을 싹 조져놓을까요?

-미쳤어요?


아니, 어쩔 수 없잖아. 살육과 파괴만을 일삼은 지 어언 몇십 년. 이제는 뇌가 그런 쪽으로 자꾸 움직였다. 실제로 효율적인 면이 있기도 했고.


-한스 씨, 당신은 너무 극단적이에요. 좀 더 평화로운 방법은 없나요?

-으윽.


조제핀의 한숨을 들으니 내 친구들이 그리웠다. 사니스, 셰일. 좀 와서 도와줘라.

진짜로 그들을 초빙할까 고민까지 했으나 이내 부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각자 책임질 사람이 있을 테니 이곳까지 데려올 수가 없었다.

멍하니 탁자에다 부리를 쪼는 동안 그것을 쳐다보며 생각을 하던 조제핀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아니 전생에, 으음. 과거에, ...어쨌건 그때 각 종족이 모여 동맹을 이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죠.

-그들의 방식을 따라 하면 되지 않을까요?


오, 멋진 생각입니다, 조제핀.

그녀의 말에 따라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도대체 옛날엔 어떻게 동맹을 유지했을까? 물론 고향을 잃어버린 자들이 동일한 목적을 위해 뭉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탁자가 가득 패일쯤이 되자 드디어 명답이 떠올랐다. 바로 대답을 하려다 조제핀의 눈살에 탁자를 원상태로 복구하고 부리를 열었다.


-생각났습니다.

-진짜요?

-당연히 동맹이 있을 때도 자잘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사니스와 셰일을 비롯한 족장들은 문제를 억압하기보단 드러내놓았습니다.

-어떻게요?

-주로 문제는 야성이 남아있는 그라치아, 델리키아족에게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싸움을 붙였죠.

-...네?

-어차피 본능적인 문제였거든요. 피 좀 튀겨주면 끝나더라고요. 당연히 옆에 치료해줄 마법사는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 안 될 것 같죠? 은근히 효과가 좋답니다.


-그게 끝인가요..?

-물론 아니죠. 그것 말고도 바로 옆 도시 타토르처럼 족장끼리 모여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었습니다. 본능 이외의 문제는 그걸로 해결됐습니다.

-역시 그렇죠? 그렇게까지 무식하진 않았던 거죠?


제가 무식하단 소리로 들립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각 종족에서 대표자를 뽑아서 회의를 엽시다. 사실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 했네요. 그 많은 인원을 혼자서 관리하다니, 말이 안 됩니다.

-...그걸 시킨 사람이 누구였나요?

-접니다, 죄송합니다...


조제핀이 쌓인 게 은근했는지 그녀는 내게 조금 더 압박을 가한 뒤에야 겨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주었다.


-그런데 인간 종족 대표자는 어떡할까요? 워낙 핍박을 받다 보니 다들 자신감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이끌어줄 사람이 없더라고요.

-걱정 마세요. 마침 어제 딱 맞는 인재가 들어왔습니다.


* * *


그렇게 각 종족의 대표자가 모였다. 파피리오족은 조제핀에게 그 자리를 넘겼으며, 그라치아족은 화끈해 보이는 호랑이 수인인 리페르가, 델리키아족은 비관적으로 보이는 고양이 수인 펠레가, 그리고 인간족은 대망의 넬다가 대표자로 선정되었다.

그들을 보니 조제핀의 고난이 눈에 훤해서 살짝 눈을 돌렸다.


“저기, 갑자기 불러서 오긴 했는데 무슨 일이지...입니까?”

-무슨 일입니까?

-빨리 용건을 말해주세요.


서로 다른 언어가 섞인 것도 모자라 각자의 눈으로 오가는 신경전이 장난 아니었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데 잘도 싸우는구나.

긴말 않고 그들에게 언어와 관련된 권한을 심어주었다. 약간 따끔한 기분에 움찔한 그들은 이내 머릿속에 심어진 언어에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곧 리페르가 날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역시 한스님이세요!


리페르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펠레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사실 이것 때문에 그들이 싸우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었다. 워낙 내게 잘 대하다 보니 다들 이렇게 지내는 줄 알았지.


-이제 다 알아들으니 얘기하겠습니다. 최근 당신들 사이에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약간 추궁하듯이 물어보자 리페르의 얼굴에서 미소가 슬그머니 들어갔다. 이윽고 그녀가 하나씩 변명을 꺼냈다.


-원래 우리들이 좀 치고받고 싸우며 지내요. 그렇지, 펠레?

-물론입니다.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얼씨구? 탁자 밑에서 손짓이 오가네?


-그럼 인간을 괴롭힌 건은?

-그건...


내 말에 리페르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자 틈새로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났다.


-우린 한스님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 누가 안 그렇겠어요? 잡혀있던 우리를 구해주시고, 보금자리까지 마련해주셨잖아요. 게다가 동료의 증표도 가지고 계시고, 뭐든지 잘하시니 존경까지 할 정도예요.


그녀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인간 그 새끼들은 용서할 수 없어요. 그 시발년들은요.

-이곳에 있는 자들은 너희와 같던 노예였었는데도?

-이성적으론 그렇죠. 하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겠어요?

-흠, 그렇지.

-한스님이 그러라고 하시면 우린 인간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할 거예요. 하지만 반발이 심할 거예요. 많이요.

-그걸 줄이려면?

-성의를 보여야겠죠. 이들이 우리의 동료가 될 만한 증거를 보여줘야 해요.


한때 내가 그랬듯이, 같은 인간을 죽임으로써 우린 너희의 동료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걸까.

가능할까? 살해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심하게 좀먹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감정이 마모되거나 미쳐버렸다.

다행인 점은 그 대상이 노예 사냥꾼이라는 것. 복수의 대상에게는 그나마 칼을 잘 치켜들 수 있겠지.


“들으셨죠?”

“성의, 말이지.”


물끄러미 리페르와 펠레를 쳐다본 넬다가 묵묵히 입을 열었다.


“나 혼자서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닐 거 아닌가?”

-당연하죠. 모두가 해야 해요.

“흠.”


뭔가를 산수하듯이 머리를 굴리던 넬다가 잠시 후 손가락을 네 개 펼치며 말했다.


“4주. 그 정도만 다오. 그럼 성의를 보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족쇄를 벗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입니다. 죄송합니다. 18.08.10 51 0 -
공지 알티 외전 오류 수정 18.07.16 68 0 -
공지 1부 완결 18.07.03 59 0 -
공지 6/2 일 휴재 공지 18.06.02 104 0 -
공지 연재 시간 안내입니다 18.05.21 143 0 -
70 2부-티타임(2) 18.08.08 34 0 12쪽
69 2부-티타임 18.08.04 37 0 13쪽
68 2부-반갑다, 짜식아 18.08.02 44 0 13쪽
67 2부-습격 18.08.01 46 0 13쪽
66 2부-딱 맞는 인재(2) 18.07.29 47 0 13쪽
» 2부-딱 맞는 인재 18.07.28 53 0 12쪽
64 2부-수도 산타스에서 18.07.27 44 0 13쪽
63 2부-재회(2) 18.07.26 44 0 16쪽
62 2부-재회 18.07.25 47 0 15쪽
61 외전-형님(3) 18.07.15 50 0 14쪽
60 외전-형님(2) 18.07.14 87 0 15쪽
59 외전-형님 18.07.13 58 0 12쪽
58 외전-나탈리(3) 18.07.12 114 0 16쪽
57 외전-나탈리(2) 18.07.09 55 0 13쪽
56 외전-나탈리 18.07.08 57 0 13쪽
55 세상의 끝(4) 18.07.03 80 0 17쪽
54 세상의 끝(3) 18.07.01 57 0 14쪽
53 세상의 끝(2) 18.06.30 71 1 13쪽
52 세상의 끝 18.06.29 75 0 13쪽
51 준비 18.06.28 71 0 13쪽
50 이야기의 시작(2) 18.06.27 84 0 13쪽
49 이야기의 시작 18.06.24 87 0 14쪽
48 '나' 18.06.23 114 0 15쪽
47 전쟁(3) 18.06.22 80 0 12쪽
46 전쟁(2) 18.06.21 85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