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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님의 서재입니다.

족쇄를 벗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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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
작품등록일 :
2018.05.04 23:33
최근연재일 :
2018.08.08 19:0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10,423
추천수 :
74
글자수 :
395,495

작성
18.05.04 23:38
조회
989
추천
9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

.......


빌어먹을. 그 뻔한 게임 속 세상으로 이동이라니.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시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우거진 숲속. 새가 짹짹 지저귀는 소리에 약간 짜증이 났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곤 내 복장을 확인했다.

늘 입던 트레이닝복 겸 잠옷. 게임을 하러 누우면서 입고 있던 옷이었다.

그대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소지품을 확인했다. 탈탈 털어봤지만 나온 건 백 원짜리 동전 몇 개. 혀를 차며 머리도 식힐 겸 일단 걷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실행했던 게임 이름이 뭐였더라? 무슨 장르였지? 분명.......


.......

.......


지금 그런 걸 생각해봤자 답은 안 나오겠지.

어쨌든 게임이라면 초반에 도움이 될만한 임무를 줄 거라 믿으며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였다.

멍하니 걷다가 문득 게임이라면 당연히 존재해야 할 상태 창을 떠올렸다. 그래, 게임이라면 당연히 있어야지.


“상태창! 뭐야? 왜 안 나와? 스텟창! 스테이터스! 인벤토리! 시스템! 설정! .......시발.”


게임과 연관된 모든 단어를 외쳐봤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무슨 게임인진 기억이 안 나지만 분명 망겜인 게 틀림없다. 욕을 내뱉으며 걷고 있자니 새들이 한껏 비웃고 있었다.

괜히 심술이나 손에 쥐고 있던 백 원을 새 쪽으로 집어던졌지만 맞을 턱이 없다. 애꿎은 백 원만 날렸다. 구시렁대며 다시 걸었다.


“꺄아아아악!”


한참을 걷고 있자니 어디선가 비명이 들려왔다.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해주세요!]


그와 동시에 눈앞에 뜬 홀로그램 창. 분명 퀘스트겠지. 가야 하나? 무슨 위험이 있을 줄 알고?

하지만 다시금 비명이 들리자 나는 결국 고민 끝에 뛰기 시작했다. 그래, 상황만 보는 거야. 상황만.

숨이 벅찰 정도로 달려가는 동안에도 비명은 그칠 줄을 몰랐다. 이미 늦은 게 아닐까? 불안한 느낌이 가득 차오를 때쯤에 비명이 흘러나온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 있던 건 소녀와 괴물이었다.

검붉은 피부에 자그마한 몸집.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괴물은 소녀를 겁탈하려고 하는지 잔뜩 흥분한 채 소녀에게 달려들었고, 소녀는 그런 괴물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살, 살려주세요!”


잠시 멍해있던 나와 눈이 마주친 소녀가 소리쳤다. 그래. 해볼 만하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주변에 있던 뾰족한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며 괴물에게 뛰어갔다.


“캬아악!”


발소리에 뒤를 돌아본 괴물이 나에게 덤벼들었다. 달리는 속도 그대로 나에게 부딪혀오는 괴물. 나는 살짝 옆으로 피하며 그대로 괴물의 머리에 돌을 내리찍었다.


-퍼억


돌을 타고 전해지는 기분 나쁜 감각. 그 혐오감에 잠시 멈칫 서 있던 나에게 괴물이 팔을 휘둘렀다.


“억!”


작은 몸집인데도 주먹이 매웠다. 빌어먹을. 그래, 해보자.

주먹이 맵다고 해도 나에겐 체중과 리치가 있다. 내 몸무게를 이용해 휘청이던 괴물을 깔아뭉갰다. 마운트 자세를 잡으며 용케 놓치지 않은 돌로 사정없이 머리를 찍었다.

퍽. 퍽. 찍을 때마다 손에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으깨지는 기분. 그와 함께 흘러나오는 핏방울. 그런 더러운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괴물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찍어버렸다.


“헉. 헉.”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는 뇌가 으깨진 괴물의 시체가 있었다. 피 또한 붉은색이었으며, 피부색이 약간 다르다는 점만 빼면 영락없는 꼬마처럼 보였다. 그걸 인지한 순간 욕지기가 올라왔다.


“욱, 우웨엑. 우웨에엑.”


몸 안에 가득한 더러운 기분이 빠져나가길 바라며 참지 않고 토해냈다. 하지만 그 기분은 가시질 않았다.

그래도 한참을 게워내고 나니 그나마 정신이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봐 소녀를 찾았다. 소녀는 멀리 가지도 못한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괜찮아요?”

“히, 히이이익!”


나름 친절하게 말을 건넸는데, 돌아온 건 격렬한 거부였다.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약간 다가갔지만 어떻게든 도망치려는 듯 뒷걸음질 칠 뿐이었다.

이내 나도 왜 그런지 깨달았다. 내 몸이 온통 피범벅이었다. 특히 가슴이랑 손 쪽은 지금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긴, 나도 토할 정도였으니 그녀는 더 심하리라.

접근할 마음을 접고 주저앉았다. 어찌 됐건 무사해 보이니 다행이었다.

그때, 내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떴다.


[임무를 완수하여 임의의 보상을 받습니다.]

[보상 : 소녀의 호감.]

[소녀는 위기의 상황에서 멋지게 나타나 자신을 구해준 당신에게 큰 호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뭐? 호감은 무슨. 피칠갑한 모습에 다가오지도 못하는데.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내 예상을 뒤엎으며 눈앞으로 소녀가 다가왔다. 밝은 갈색의 단발머리, 그리고 옅은 주근깨. 전체적으로 귀여움이 묻어나는 인상이었다.


“아닙니다. 그것보다 몸은 괜찮나요?”

“네. 덕분에요.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약초를 캐러 왔다가 하필 라트라를 만나는 바람에....... 모험가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뻔했어요.”


라트라는 괴물의 이름 같았다. 그건 그렇고, 조금 전까지 비명을 질러대던 사람이 이렇게 명랑하게 다가오자 참 난감했다.


“모험가요?”

“네, 모험가님이시죠?”

“아닙니다.”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모험가님이시죠?”

“아니에요.”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모험가님이시죠?”

“아니라니까요?”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모험가님이시죠?”


같은 말만 반복하자 짜증이나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처음으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머리색과 같은 밝은 갈색의 눈동자. 하지만 그 눈동자는 날 쳐다보고 있지 않다. 동공 자체가 초점이 풀려있었다.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모험가님이시죠?”


그제야 수상한 점을 깨달았다. 그녀의 입가는 빙긋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공허만을 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조종을 받는듯한 모습. 그 부조화가 소름 끼쳐서 무심코 고개를 돌려버렸다.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모험가님이시죠?”


빌어먹을. 등 뒤로 소름이 끼쳤다. 너무나 현실적이기에 무심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이곳은 게임이었음을.


“네? 그럴 리가 없어요. 모험가님이시죠?”


그리고 이 게임은 개 같은 게임임이 틀림없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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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세상의 끝(2) 18.06.30 72 1 13쪽
52 세상의 끝 18.06.29 76 0 13쪽
51 준비 18.06.28 72 0 13쪽
50 이야기의 시작(2) 18.06.27 84 0 13쪽
49 이야기의 시작 18.06.24 8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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