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최면1
16화 역행최면1
정보사령부가 운영하는 안전가옥은 서울 후암동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여상준 대령이 F-15 전투기와 함께 13시간 30분 동안 사라졌던 김세환 중령의 최면심문을 위해 안전가옥을 사용하기로 한 것 이다.
심문을 집도할 법 최면 검사관 요청으로 심문실은 일반적인 테이블이 아닌 어두운 조명에 누워서 심문을 받을 수 있는 침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사복차림의 김세환 중령이 누워있고 정장차림의 최면검사관이 옆에 앉아 있다. 이 광경을 녹음기와 카메라가 연결된 옆방에서 여상준 대령과 박병훈이 지켜보고 있다.
“가장 편안한 몸의 자세를 취합니다.
그리고 마음도 편안하게 합니다.
이제 숨이 내쉬며 눈을 감습니다. “
조금 두려워하는 표정의 김세환의 두 눈이 감긴다.
“이미 감고 있는 두 눈의 눈꺼풀이 점점 더 무거워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을 반복하세요.
점점 더 무거워 집니다. ”
최면 검사관의 차분한 목소리는 조금 허스키한 저음이었다.
옆방에서 이 소리를 듣고 있던 박병훈이 자신이 마치 최면심리를 받는 것처럼 두 눈을 감아 버리고 호흡을 내쉬고 있다. 이를 본 여상준이 박병훈의 어깨를 뚝 친다. 놀래서 깬 박병훈에게 여상준은 집중하라는 듯 손가락을 모니터 쪽을 가리킨다.
모니터 속의 김세환은 누워서 미동하지 않는다.
“두 눈꺼풀이 더 무거워 진다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만큼 최면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니까요.
온몸 전체에서 마치 좋은 전기, 기운이 통하는 듯한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최면은 잠자는 상태가 아닙니다.
당신은 제 목소리를 희미하게 들으면서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계속해서 나른하고 몽롱한 상태를 유지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무엇인가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궁금했던 것, 당신이 잊고 있던 것의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
최면검사관은 흐트러짐 없이 최면 유도문을 흚고 있다.
“당신은 이제 당신이 궁금해 하는 5월 11일 밤으로 돌아갑니다.
자 이제 문이 열립니다. ”
누워 있는 김세환의 목젖이 살짝 움직인다. 침을 삼키는 것 같다.
“문이 열리고 당신은 5월 11일 밤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은 무얼 하고 있었나요?”
“고도 15,000피트 상공을 비행하고 있습니다. ”
-“당신은 어떤 상태 였나요?”
“연습 긴급 출동 명령이었지만 일상적인 명령이라 그렇게 긴장한 상태도 아닙니다.
구름도 적고 별빛들이 또렷하게 보이는 상태이고 기체상태도 적절해서 나름 편안합니다.”
-“거기서 어떤 일이 생겼나요?”
“ 울진을 향해 가고 있는데 불빛이 저를, 제가 탄 전투기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저를 정말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갑니다. ”
“그 불빛은 어떻게 보입니까?”
“정말 빠르게 스쳐갑니다. 가장 가까웠을 때 파란색 타원형 불빛이 .. 순간 그럴 리가 없는데 온몸이 화끈거립니다. 체온이 순간적으로 올라갑니다. ”
“당신은 긴장한 상태 입니까?”
“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이건 또 어떤 훈련인가? 아니면 적기의 출연인가 조정간을 잡은 제 손에서 땀이 납니다. ”
김세환의 눈이 약간 찡그려진다. 그는 5월 11일 발견한 불빛에 대해 푸른색을 띤 발광체 이후 포항상공쯤에서는 보라색 빛을 띤 발광체로 바뀌어 있었다고 진술한다.
“상승하는 그 불빛을 향해 저도 최대 출력으로 쫓아서 비행합니다.
순간 10초 정도 그 비행체가 멈춰있는 게 보입니다. 3,3000피트상공에 멈춰있는 그 발광체가 저를 순간 놀라게 했습니다. 이건 훈련 상황도 아닙니다.
자세히 보니 납작하고 둥그런 모양인데 아래쪽으로 빛을 또 쏘아내는 것 같아요.
저는 나선형으로 비행하고 있습니다. ”
-“그 비행체를 쫓아가서 당신은 어떤 조치를 취하려고 했습니까?”
“긴급한 상황이어서 일단 양양기지 관제탑에 무전을 시도합니다.. 세 네 번 반복했지만 아무 응답이 없습니다. ”
-“어떤 내용을 전달하려고 했습니까?”
“확인불가의 발광 비행체 추격 중, 확인 바란다. 여기는 케이나인에프십오케이나인 , 와이와이 일레븐 캠프 응답 바란다!”
여상준 대령은 지난번 자신과의 심문에서는 말하지 않았던 내용이 김세환 에게 나오자 귀를 쫑긋하며 더 집중한다.
“무전 연락이 끊겨있는 상태에서 그 불빛이 더 가까워져 보입니다. 그 불빛 가운데에서 희미하게 회색 동그란 구체가 보입니다. 어어~~ 가까워집니다. ”
김세환이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을 한다.
“ 암람 미사일을 쏴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요격기능 스위치를 켜는 순간 어~~ 어!”
김세환이 침대위에서 경련을 일으킨다.
-“안심하세요! 당신은 안전합니다. ”
최면검사관이 떨고 있는 김세환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는다.
-“미사일을 쐈습니까?”
“아닙니다. 미사일은 발사하지 못했습니다. 순간 블랙아웃입니다.
제 눈이 감기지 않았는데 온통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변했습니다.
경련을 일으키며 흥분상태였던 김세환이 침대에 온몸이 쳐진 상태로 입을 벌린 채로 있다. 그가 잠든 것처럼 보인다.
모니터를 보고 있던 여상준이 최면검사관에게 무전을 보낸다.
“ 잠든 겁니까?”
헤드셋으로 여상준의 질문에 최면검사관은 김세환의 침상에서 떨어져 조용히 대답한다.
“ 잠든 게 아닙니다. 당시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세요.”
여상준 옆에서 최면심문을 모니터와 헤드셋을 통해 보고 듣고 있던 박병훈이 헤드셋을 머리에서 풀러헤친다.
-“실시간이라뇨? 무슨 말일까요?”
“블랙 아웃된 상태를 지금 최면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인지한다는 거 아닐까? 저 상태로 얼마나 지속되는 시간도 체크해줘. ”
10여분이 지났다. 아무 반응 없이 김세환은 조용히 잠들어 있는 것 같다. 여상준이 무전을 통해 최면검사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계속 입니까?”
최면 검사관은 심문실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 김세환이 다시 반응을 하는 것 같다. 마치 물을 마시듯 꿀꺽꿀꺽 소리를 낸다.
“목이 너무 말랐어요. 그랬더니 물이 어디선가 입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아주 시원한 물이었어요. ”
-“눈을 떴습니까?”
“예 눈을 떴더니 아주 하얀 방안에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얀 방이었어요. ”
-“잘 보세요. 그 방에 무엇이 보였습니까?”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어떤 의자에 앉아있듯이 편하게 있습니다. 그런데 움직일 수는 없었어요.
이어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들리는 게 아니라 목소리가 생각나듯이 가슴속에서 맴돌다. 이상하게 제 머릿속에 들어오는 거예요. “
-뭐라고 하던가요?
“왜 우리를 공격하려고 했습니까?”
김세환의 최면진술을 듣고 있던 여상준과 박병훈이 뚱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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