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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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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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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1.22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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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2)

DUMMY

“기억상실이라. 하. 참.”

달과 별이 뜬 조금은 어두운 밤. 두 사내는 숲속에 있었다. 자그마한 모닥불을 피워놓고 앉아있는 그들의 옆에는 자그마한 항아리가 있었다. 각자의 손에 들고 있는 컵으로 그 항아리에서 무언가를 떠서 둘은 조금씩 마시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야?”

비컨의 물음에 샹브리아는 어떠한 말도 없이 자신의 손에 있는 컵을 들어 입에 가져갈 뿐이었다. 조금은 달달하면서 조금은 씁쓸하며 조금은 알싸한 액체. 오늘따라 너무나도 맛있게 느껴졌다.

“뭘 원하는 건데.”

그의 말에 비컨은 양손을 땅에 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뭐. 이것도 인연이 아닐까? 둘이 비슷한 처지니까. 그냥 모른 척하고 같이 있어주지.”

“영원히 이곳에서 숨어 지내는 것을 그녀도 바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글쎄. 모르지. 최소한 지금은 세상에 나가고 싶지 않은 거니까.”

‘우워워.’

숲과 밤공기를 울리는 너무나도 거대한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에 비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곳에서 지내게 할 거지?”

“본인이 원한다면 내쫓을 생각은 없어.”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둘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비컨은 울음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샹브리아는 그 반대쪽 오두막이 있는 방향으로.

두 사람이 없는 오두막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아무도 없어야 할 곳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이 조금 이상했지만 이내 그 불빛에 비추는 그림자에 그는 다가가 오두막 문이 열었다.

“안자나?”

“아. 제가 할 만한 것이 뭐가 있나 해서.”

“기억상실이라며 할 줄 아는 것은 있나.”

그의 말에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잠시 멈추어 있었다.

“밤이 늦었다. 자라.”

그녀의 변화를 못 본 것이지 샹브리아는 자신의 침대에 몸을 누웠다.

“저 비컨님은?”

“그 녀석은 아직 일이 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그녀가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천으로 만든 가름막을 가리는 소리를 듣고 샹브리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소녀는 자신의 공간에 있는 스위치를 끄며 오두막을 어둠속에 잠들게 만들었다.


어스름한 불빛. 어둡지도 않지만 밝지도 않은 푸르스름한 특유의 색깔을 빛내고 있는 하늘. 차갑기도 시원하기도한 공기가 가득한 공간. 그곳으로 샹브리아는 몸을 움직였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때문이었는지 습관때문이었는지 그가 나가는 것과 동시에 소녀도 몸을 일으켰다.

가름막을 걷자 아무도 없었다.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인지 햇빛인지 모를 빛만이 오두막 안을 밝혀주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평소라면 일어나자 마자 몸을 풀고 자신의 검을 들고 나갔을 터이지만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 자신은 갑옷이 아닌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인지 검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미 잠은 깼지만 무언가를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주방이었다. 자신이 잠자는 곳을 가리는 가름막을 제외하고는 주방과 침실이 연결된 하나뿐인 방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주방이 잘 되어있는 것 같았다.

비록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그때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내었다. 양 소매를 걷고 그녀는 당당하게 걸어 주방으로 향했다.


서서히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 어딘가에서 모습을 드러낸 샹브리아는 익숙하게 오두막으로 향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 길에 비컨이 앉아 오두막을 보고 있는 모습만 아니라면 말이다.

“귀엽네.”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샹브리아의 눈에 창문너머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인이 보였다. 정확하게 그녀가 움직이는 것은 주방이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얼굴을 구기며 오두막을 향하려는 샹브리아의 팔을 비컨이 잡았다.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달랐다. 언제나처럼 미소를 짓고 있는 비컨과 달리 샹브리아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오랜만에 다른 사람이 한 밥 좀 먹자.”

“저 여자가 제대로 요리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거야?”

“설거지도 깔끔하게 잘 하는 거 보면 모르는 일이잖아.”

“저 창문 너머로 보이잖아.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그거야 주방이 익숙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르지.”

“말도 안 되는 소리. 저러다가 괜히 재료만 낭비한다고.”

조금씩 커져가는 목소리때문이었을까. 바삐 움직이던 소녀는 창밖의 두 사람을 보았고 손을 흔들었다. 오두막쪽을 보고 있던 비컨이 마주 손을 흔드는 모습에 샹브리아는 뒤를 돌아보았고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녀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오두막에 있는 유일한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은 정말로 간단하다고 할 수 있는 음식이었다. 고기와 채소를 함께 끓여 양념을 하고 그것을 밥위에 얹은 음식. 딱히 요리 이름은 없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제가 용병으로 떠돌면서 배운 거라.”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의 말에 돌아온 것은 차가운 샹브리아의 말이었다.

“기억상실이라면서 이런 것은 기억하나 보지?”

“아. 그, 그게···.”

당황하는 그녀 대신에 비컨이 입을 열었다.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나 보지. 잘 된 일이잖아.” “아, 예. 그러네요.”

그녀의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샹브리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음식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에 소녀도 같이 긴장을 하고 있었다.

“안 죽어.”

비컨이 먼저 말과 함께 한 숟가락을 떴다. 그리고 두어번 씹고는 살짝 찡그리는 것 같았다. 몸도 조금 움찔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하하하. 참 특색있는 맛이네.”

그의 반응에 소녀도 자신의 앞에 있는 접시에서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놀랐다. 정말로 놀라웠다.

재료는 좋은 것들 이었다. 그런데 그것들이 조합된 것은 왠지 사람이 아닌 생명체가 먹어야 할 것 같은 맛이었다. 아니 그런 향이라고 해야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여튼 한마디로 이 음식을 정리할 수 있었다.

맛. 없. 다.

“죄송해요. 왜 이러지?”

급하게 접시를 치우려는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고 샹브리아도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아니, 저···.”

그녀가 그를 말릴 시간은 없었다. 몇 번 씹고 나서 삼킨 그는 세 접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최대한 밥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시 냄비에 쏟아넣었다.

거칠 것 없이 서랍장이며 찬장에서 무언가를 꺼내 넣고 물을 넣고 무언가를 썰어 넣고 있었다. 불을 다시 키고 가만히 있는 그의 모습에 두사람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와 그를 번갈아 보는 비컨과 달리 소녀는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이내 불을 끄고 다시 맛을 본 샹브리아가 다시 접시에 그것을 붓고 가져왔다.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숟가락을 들어 먹기 시작하는 그를 따라 비컨과 소녀도 숟가락을 움직였다.

“음. 역시 익숙한 것이 좋은 것이야.”

“다른 사람의 음식을 먹어보자고 하지 않았나?”

“에이. 레이디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그건 음식이라고 보기 힘들죠?”

비컨의 확인 사살에 소녀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슬며시 고개를 숙이며 끄덕일 뿐이었다.

“뭐. 성의가 고마운 거죠. 배고플텐데 일단먹죠.”

자신의 앞에 있는 접시에서 한숟가락을 떠 입에 넣은 소녀는 너무나도 놀랐다.

그 알 수 없던 맛과 향은 사라지고 달콤한 맛과 조금은 알싸한 향이 나고 있었다. 그리 강하지 않은 그 향이 오히려 식욕을 돋구고 있었다.

너무나도 놀란 표정으로 샹브리아를 보는 그녀를 향해 그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그런 식의 요리는 먹을 것을 낭비하는 것 뿐이니까 다시는 요리는 하지 말도록.”

어느새 자신의 앞에 있는 음식을 다 먹고 그것을 씽크대에 놓은 그는 다시 문으로 향했다.

“설거지는 하겠지.”

“예.”

당황한 것인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너무나도 큰소리로 대답을 했고 그 목소리에 비컨은 소리내어 웃었다.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놀란 얼굴로 보던 샹브리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다시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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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9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6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7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3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4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8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3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7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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