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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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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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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54

작성
22.03.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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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DUMMY

평화로운 나날. 딱 그 말이 맞는 상황이었다. 햇살은 밝았고 바람은 시원했으며 새들의 지저귐이 좋았다.

가을이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맑은 계절. 그 가을을 맞이해 오두막 주변의 숲들은 붉은 색의 옷으로 서서히 갈아입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그녀의 마음은 조금 이상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이곳에서 생활하기 시작한지도 꽤 오래 되었다. 분명 아직 겨울의 끝자락쯤에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이곳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고도 웃기는 상황이었다.

겨울의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쌀쌀한 날씨였는데 그는 웃옷을 벗고 장작을 패고 있었다. 자신의 옷도 그리 두껍지 않은 원피스였다.

그때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둘러댈 핑계를 생각하느라 몰랐는데 보통의 상황이라면 그 따뜻했던 날씨가 이상한 것이 정상이었다.

정확하게는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포근한 날씨였다.

처음에는 지형적 특성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자신이 한번도 온적이 없는 크리네아 산맥이고 아직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니 가능할 수도 있다 생각했지만 마을을 가보고 알았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마을은 보통의 지역과 비슷했다. 조금 따뜻하기는 했지만 아주 조금이었다. 이곳은 특별했다. 아마도 그가 무언가 마법을 쓴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물어본다는 생각은 그만 두었다.

무언의 약속이었다. 그들과 자신의 사이에. 서로가 밝히기 싫은 것은 물어보지 않기로.

그는 자신이 마법사임을 밝히지도 않았다. 자신이 근거를 들어 말했을때도 그렇다고는 하지 않았다.

거의 1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자신도 요리를 하겠다고 몇 번 해 보았지만 이내 포기했다. 분명 마을의 아주머니들이 알려준 대로 만들었다. 그때 만들어 먹은 것은 맛있었지만 자신이 오두막으로 돌아와 혼자 만들어본 음식은 인간이 먹을 수준이 아니었다.

자신이 먹어도 그랬기에 몇 번을 하고 포기해버렸다.

그저 계속 설거지를 하기로 한 그녀였지만 그래도 무언가는 하고 싶었기에 차내리는 법과 커피 내리는 법을 배웠다. 의외로 요리와 상관없는 것인지 그것은 잘했다.

그래서 식후 차는 자신이 책임지기로 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물론 그는 맛있다는 칭찬은 없었다. 하지만 나쁘다는 말도 없으니 맛있다는 말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에 어느정도 그에 대해 알아버린 것 같다.

‘평번한 소녀의, 여인의 삷을 살아 보지 못하겟구나. 미안하구나.’

기억 속 선명한 목소리. 자신에게 옷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공주님에 대한 동화만을 읽어주던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자신에게 미안해했던 여인. 기억속에서 깊게 묻어두었다고 생각했던 그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것이 평번한 소녀의, 여인의 삶일까요?’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그 여인을 떠올리면 그녀는 생각했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손에는 커피 한잔이 들려 있었다.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오두막 앞에 있는 그가 만들어준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마을에 옷을 받으러 상인이 오는 날이었다. 이런 날에는 그저 오두막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 그녀에게 좋은 일이엇다.

이 마을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지만 바깥의 사람이라면 자신을 알아볼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 전 대륙에 자신을 찾는 종이가 퍼져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만약 그 장사꾼이 자신을 알아본다면 마을 사람들에게도 피해였다.

그랬기에 홀로 남아 커피 한잔을 하는 그녀의 머릿속에 이런 저런 생각이 든 것이다.

“홀로 심심하지 않으십니까?”

언제 나타난 것인지 자신의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다시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그냥 생각하던 중입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익숙하게 자신의 옆에 앉는 그의 앞에 잔을 놓고 커피를 따라 주었다.

풀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사내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감사의 뜻을 전하고 커피잔을 들었다.

“이렇게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는 계절에는 모두 자신만의 생각에 잠기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그는 그녀가 바라보는 주변을 같이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때 단풍놀이라면서 놀러가지 않습니까? 그럼 그것은 혼자만의 외로움을 잊기 위함인가 보군요.”

말을 마치고 다시 커피잔을 들려고 했던 비컨은 잔을 든 자신의 손을 잡는 그녀의 손 때문에 커피를 흘릴 뻔했다.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겨우 그것을 막았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녀는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겁니다.”

알 수 없는 그녀의 말에 그는 그저 어리둥정할 뿐이었다.


“그래서 무엇을 하자고?”

어디를 갔던 것인지 어스름한 저녁에야 돌아온 샹그리아는 저녁을 먹고 갑자기 이야기 좀 하자는 그녀의 앞에 앉았지만 그녀의 첫마디에 황당할 뿐이었다.

“단풍놀이 축제요.”

“축제?”

“예.”

“단풍놀이를 가고 싶다면 마을 사람들과 같이 갔다가 와. 아니면 비컨하고 가던가.”

“이곳에서 같이 하자니까요.”

“왜 이곳에서 해야 하지?”

분명 그의 무뚝뚝하고 단호한 말투에 주눅이 들던 그녀였지만 그런 때가 있었나 싶을 만큼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이곳이 따뜻하니까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활기차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마도 당신이 이곳에 무언가 마법을 걸었겠죠. 그러니 이곳은 사계절 내내 똑같은 날씨가 유지되는 것이겠지요. 눈이나 비 같은 현상은 막지 못하지만 이곳은 계절의 변화에 상관없이 비슷한 온도가 유지되지요.”

“그래서?”

“하지만 마을은 조금 쌀쌀합니다. 약간의 이상기온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마을 사람들을 이곳에 초대해서 같이 음식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좋잖아요.”

너무나도 해맑은 그녀의 말에 그는 여전히 무뚝둑하고 단호한 말투였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음. 제가 하고 싶으니까. 그 이유로는 안될까요?”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얼굴을 가르키는 그녀의 눈은 너무나도 초롱초롱했다. 그 모습때문인지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찬성.”

그때 비컨이 끼어들었다.

“어. 2대 1이네요. 다수결로 하는 걸로.”

“이곳의 주인은 나다.”

그의 말에 그녀는 양손의 검지를 가슴 앞에서 맞대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냥 하지.”

그녀를 따라하는 것인지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비컨의 모습에 그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왜 ·········.”

“제가 신세를 갚고 싶습니다.”

단호해진 그녀의 말에 그의 말문이 다시 막혔다. 길지는 않지만 짧지도 않은 시간을 지낸 사이기에 그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가끔 고집을 부린다. 그 고집은 자신이 꺽을 수 없다는 것을.

“후. 마음대로 해.”

“와.”

“대신에 난 다른 곳에 가있을 테니.”

“왜요. 같이 해야죠.”

다시 이어진 그녀의 단호한 표정. 그는 고개를 살며시 가로 저으며 다시 한숨을 쉬었다.

“내가 있어봐야 좋을 것이 없을 텐데.”

“왜요. 그 뛰어난 음식솜씨를 자랑해야죠.”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그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그럼 같이 하는 거죠?”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나하면서 마을에 알리려 가겠다고 그녀가 나가고 나서도 그는 그대로 굳어 있었다.

“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무, 무슨 소리야?”

소리치는 그의 어깨에 비컨은 손을 얻었다.

“힘내야 겠어.”

“뭐를?”

“그녀라면 분명 마을 사라들에게 말할거야. 네가 뛰어난 요리사보다 낫다고 말이지.”

그 말에 그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때 내쫒았어야 하는데.”


그리 크지 않은 마을.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사는 사람도 별로 없는 곳이었기에 특별한 일들은 없었다.

그렇게 고요한 마을에 새런이 전한 소식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다.

사실 마을 사람들 중 누구도 샹그리아의 거처에 가본 사람은 없었다. 그저 숲속의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것만을 알 뿐이었다.

가끔 동물이나 몬스터의 가죽을 팔러 내려올때도 마을의 촌장이나 치안단장 등 몇몇하고만 이야기하는 그였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꽤나 어려운 존재였다.

몇몇 호기심 있는 아이들이나 여인들이 접근은 해보았지만 차갑고 냉정한 말투와 다듬지 않은 머리와 수염. 군데 군데 구멍난 옷등으로 인해 이내 관심을 멈추고는 했다. 그렇다고 호기심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마을사람들에게 단숨에 관심의 집중대상이 되었다.

그녀가 소식을 전하고 한시간쯤 지났을 때. 이제는 마을의 공동 작업장이 된 자물리의 집에 마을 아이들이 몰려와 사실이냐고 묻는 일이 벌어졌고 안되겠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 촌장이 마을 회관에 대자보를 붙엿다.

‘제1회 SSB배 단풍놀이 축제.’

“그게 이것입니다.”

평소와 같은 시각. 오두막으로 돌아온 그녀가 자랑스럽게 펼쳐 보인 것은 대자보였다.

각자의 사정으로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이었고 그 중에는 그림에 재능이 있는 이도 있었다. 딱 보아도 직접 손으로 그린 것 같은 종이를 보는 샹그리아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음에 안드십니까?”

그의 표정은 상관없다는 듯이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해맑았다.

그녀의 표정에 한숨을 내쉰 그는 반쯤은 지친 듯이, 반쯤은 포기한 듯이 입을 열었다.

“이건 어떻게 가져온 것입니까?”

“게브린씨에게 한 장 더 그려달라고 했죠.”

“한장더요?”

“예.”

게브린. 각자의 사정으로 세상을 등지고 이곳을 향한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그 만큼 각자의 사연이 있는 자들. 그 중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게브린은 그 중 화가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1년. 아니 아직 1년이 되지 않은 그 시간동안에 그녀는 그들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들 각자의 사연을 알고 그것을 이해해 주고 마을을 위해 쓰도록 주도해 나갔다.

“이 ‘제1회’라는 것은 매년마다 하겠다는 뜻입니까?”

“예.”

“SSB는 무슨 뜻입니까?”

“샹그리아, 새런, 비컨입니다.”

“제가 제 이름을 써도 된다고 했나요?”

“그래도 장소 제공을 하시는 것이니까 이름을 넣어드린 것인데 마음에 드시지 않으면 빼도록 하죠. 그럼 SB로 고쳐 달라고.”

“아닙니다. 이왕 하는 거 있은 것이 낫겠죠.”

“그렇죠.”

그녀의 웃음에 그는 더 할말이 없었다. 그 뒤에 이어진 그녀의 설명에 그는 그저 고개만을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몇가지였다.

첫째, 날짜는 이주일 뒤. 단풍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마을에 사는 날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의 말이니 맞는 말일 것이다.

둘째, 한 집에서 한가지씩은 음식을 가지고 올 것.

모두가 모여 요리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이 오두막에는 그럴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그렇다고 축제에 먹을 것이 빠질 수는 없으니 그녀의 차선책이 이것이었다.

셋째. 시간은 정오부터 밤 10시까지로 정해졌다.

하루 종일 놀고 싶지만 밤 10시 이후로 추워지는 날씨를 고려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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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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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5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7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6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7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5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29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8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6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3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4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2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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