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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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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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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3.10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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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DUMMY

안으로 들어온 공간은 밖에서 본 것과 같이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벽면에 몇 개의 옷들이 걸려 있었다. 특이하다면 특이할 것은 다 어린아이들의 옷이라는 것이었다.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아이들의 옷이 다였다.

얼핏 보아도 10세 초반까지의 옷밖에는 없는 공간에서 새런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인이 다시 들어왔다.

“잘 어울리네.”

여인은 새런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 감사합니다.”

“아니야. 급하게 만드느라 제대로 된 것도 아닌데 뭐.”

“그런데 아이들 옷밖에는 없네요.”

“아이들 옷밖에는 안 만드니까.”

여인의 말은 무언가 쓸쓸함이 느껴졌다. 천천히 벽에 걸린 옷을 쓰다듬는 그녀의 모습에 새런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에 여인은 다시 새런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진짜 무슨 일인지?”

“아. 저 죄송하지만 제가 입을 만한 속옷이 없을까요?”

“속옷이요?”

“예. 제가 사정이 있어 입을 옷이 없어서.”

“음. 어쩌죠. 속옷은 없는데. 그리고 제가 그런 기술까지는 없어서.”

새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에서 제일 먼 쪽의 벽. 그곳에 재봉틀이 있었다. 식탁으로 생각되는 곳에 놓인 재봉틀과 그 뒤에 있는 갖가지 천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제가 급해서 그런데 저 재봉틀과 천들을 조금 써도 될까요?”

“직접 만드시게?”

“예. 사용료와 재료비는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비컨이 준 주머니를 꺼내는 그녀의 행동에 여인은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인의 이끎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향한 곳은 재봉틀이 있는 곳이었다.

자연스레 자신을 재봉틀에 앉혀주는 여인의 행동에 잠시 멍하게 있던 그녀는 여인의 손짓에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고 뒤를 돌아 천을 살펴보았다.

고급의 천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천연염색으로 물들인 천들이었다. 자연의 재료 그대로 만든 천들.

“재료가 나쁘지.”

여인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그것을 만지는 그녀의 눈은 조금은 촉촉했다.

머나먼 기억. 그곳에 있던 그 느낌이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를 깨워준 것은 여인이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음. 미안하지만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아서.”

여인의 말에 그제야 그녀는 천을 고르고 칼로 자르고 재봉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음. 많이 늦네.”

마을 입구에 서있는 두 사람은 마을 안을 계속 바라보았다. 약속한 시간이 이미 지났음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어린애도 아니고 잘 찾아오겠지.”

차분한 샹브리아의 말에 비컨은 다시 시선을 돌려 마을 밖을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거긴 별 다른 일 없지. 너 보고 싶다고 하는 녀석들 때문에 조금 귀찮을 뿐이지.”

“나랑 친해져서 뭐 좋을 게 있다고.”

“뭐. 그래도 이곳에서 그 녀석들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너 뿐이니까.”

“나 그렇게 착한 놈 아니야.”

“누가 착하다고 했냐?”

알 수 없는 둘의 이야기는 멀리서 다가오는 새런으로 인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저물어가는 붉은 색의 노을을 받으면서 달려오는 그녀의 옷은 다른 것이었다. 연푸른색의 옷은 무릎정도까지 오는 원피스였다.

“하. 하. 미안해요.”

차오르는 숨에도 그녀는 사과를 하고 있었다.

“와. 잘 어울리네. 그렇지 않냐?”

비컨의 말에 샹브리아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몸을 돌렸다.

“가자. 늦겠다.”

그런 그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 새런의 옆으로 비컨이 다가와 그녀가 들고 있는 보따리를 들었다.

“아. 괜찮은데.”

“저도 괜찮습니다.”

조금은 빛나고 아름다워 보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비컨의 손짓을 따라 그녀는 샹브리아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벗어나 숲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샹브리아의 마법으로 세 사람은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이미 해가 져서 조금은 어두운 시간. 그들은 오두막으로 향했다.

“음. 저녁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있는 걸로 먹지.”

“음. 그럴까?”

그렇게 걷기 시작한 세 사람은 제일 뒤에서 걸어오던 새런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다.

“저,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

자신을 돌아보는 두 사람을 보면서 그녀는 잠시 주춤거렸다. 그런 그녀의 말을 두 사람은 계속 기다렸다.

“죄송한데 혹시 저 혼자 가끔 마을을 왔다 갔다 할 수 없을까요?”

“왜 그러지?”

“그게 약속 한 게 있어서.”


“처음 만난 사람인데. 참 대단해.”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숲속에 두 사람. 비컨과 샹그리아는 언제나의 밤처럼 옆에 항아리를 두고 모닥불을 피운 채로 밤하늘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태어난 게 뭔데?”

“나와는 반대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이는 샹그리아였지만 그 미소는 어딘지 슬퍼 보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비컨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손에 있는 잔에 있는 액체를 입에 넣을 뿐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그런 비컨을 따라 자신의 잔에 있는 액체를 마시는 샹그리아를 바라보던 비컨은 다시 항아리에서 액체를 뜨면서 말을 건네었다.

“글쎄.”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가만히 있던 샹그리아는 자신의 잔에 있는 액체를 돌려보았다.

“마을로 나가는 길에 지친 그녀의 숨소리. 그건 아마도······.”

“그래. 거부반응이겠지.”

“그렇겠지.”

조금은 슬퍼 보이는 샹그리아의 말과 상관없이 비컨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곳과 마을은 분명 인간계이지만 그 중간의 곳은 너도 알다시피 인간계는 아니니까.”

“그렇지. 그녀와 반대되는 곳이지.”

“그러니까 문제야. 마을의 그 여자와 약속은 했다니까 말이지.”

비컨의 말에 샹그리아는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약속 한 게 있어서.”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오두막에 돌아와 그녀의 이야기를 이어 들었다.

“약속?”

“예. 이 옷을 만들도록 도와준 마을 주민분이 정기적으로 마을에 내려와 옷을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셔서.”

“와. 옷을 잘 만드시나 봅니다.”

“아니요. 그저 조금 할 줄 아는 겁니다.”

비컨의 칭찬에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혔다.

“그래서 마을로 정기적으로 갈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까?”

“예.”

“그런 이유라면 들어줄 수 없다.”언제나 같은 강압적인 말투와 목소리. 샹그리아를 보면서 그녀는 당당하게 맞서서 이야기를 꺼내었다.

“어째서 말입니까?”

“애초에 내게 그런 허락을 구하는 이유가 뭐지? 그냥 비컨과 나 모르게 혼자 가면 될 것인데.”

“······.”

그의 말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문이 막힌 것이 아니었다. 누가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상관하지 말고 말해.”

샹그리아의 허락 아닌 허락을 받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곳이 크리네아 산맥 속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안 것이지?”

“그저 짐작이기는 했지만 그렇군요.”그녀의 말에 주춤하는 샹그리아였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그 모습에 왠지 비컨은 즐거운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제나처럼 새런에게 지어주는 그런 미소가 아닌 미소를.

“이곳이 크리네아 산맥 속이라면 이 주변의 모든 산에는 수천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있을 것이겠지요. 아직 완전한 탐사가 되지 않았기에 그 종류 또한 알 수 없습니다. 그런 위험속을 걸어갈 만큼 전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럼 그런 위험한 곳을 내가 지나가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예.”

너무나도 당당한 그녀의 말에 샹그리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모든 것은 저의 짐작이지만 당신은 아마도 강한 마법사일 것입니다. 한 번에 세 명을 정확한 장소에 텔레포트 시킨다는 것은 웬만한 마법사는 하지 못할 일이지요. 또한, 당신이 끼고 있는 그 반지. 그것은 아티팩트가 아닙니까? 그 반지의 힘으로 아공간을 여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공간을 만들 수 있는 아티팩트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최소한 제가 아는 한 아공간을 여는 마법진은 최소 이 오두막 크기는 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당신은 제가 아는 어느 마법사보다 강하다고 생각되고 그런 당신이라면 저 한 사람 마을에 갈 수 있는 그런 도구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장황한 말이 끝나고 두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비컨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면서 샹그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만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그런 마법사이며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왜 내가 너에게 그런 것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 그래서 부탁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그마해진 그녀의 말투에 샹그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번 생각은 해보지.”

“감사합니다.”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그녀의 행동에 샹그리아는 그대로 문을 나가버렸다. 아니, 나가려고 문을 연채 잠시 가만히 있었다.

“기억상실이라며 많은 것을 아는군.”

그의 말에 말문이 막혀있는 그녀는 상관하지 않고 그는 밖으로 향했다.

“제가 잘 말해 주겠습니다.”

그녀의 어깨를 잡고 미소를 보인 비컨도 문을 나가고 홀로 남은 그녀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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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3)- 23.10.23 7 0 8쪽
29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2)- 23.08.29 20 0 8쪽
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5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5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7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6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7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5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29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8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6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3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4 0 10쪽
»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2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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