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84
추천수 :
0
글자수 :
132,054

작성
22.03.13 15:52
조회
26
추천
0
글자
11쪽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DUMMY

저녁을 먹자마자 그녀의 재촉에 비컨은 오두막을 나섰다. 마을에서 챙겨온 여분의 옷과 세면도구를 챙겨든 그녀는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오두막을 나와 숲으로 가는 길목에서 비컨은 뒤를 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어리둥절해하는 그녀에게 그는 다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말씀드린 곳이 그리 가까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걸어가는 것은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곳에 마차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지요. 그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제가 레이디를 들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약간의 시간차. 비컨의 말을 알아들은 그녀는 조금 얼굴을 붉히면 주저하는 느낌이었다.

“음. 그것이 싫으시다면 마법으로 가야하는데 그럼 오늘은 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 비컨은 양손으로 그녀를 앉았다.

“그럼. 레이디. 제 목을 꽉 잡으십시오.”

갑옷의 차가움. 그와 상반되는 그의 따뜻한 목소리. 그리고 빠르고 날카로운 바람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그의 몸에 기댄 채로 가만히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기에 이렇게 바람이 빠르고 날카로운 것일까?

눈을 떠보려 했지만 바람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주 조금 실눈을 잠시 뜨기는 했지만 뿌연 시야로는 속도를 알 수 없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 바람을 느낀 것은. 다시 고요해진 공기에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도착했습니다.”

살포시 자신을 내려주는 비컨의 말을 들이며 인사를 하려던 그녀였지만 주변의 풍경에 감사인사는 하지 못했다.

분명 어두운 밤이었다. 빛이라고는 하늘에 떠있는 달 뿐. 그런데 이곳은 밝았다.

하늘에 떠있는 달빛을 반사시키는 깨끗한 물. 그리고 그 반사된 빛은 주변의 나무들이 다시 반사시켜 주변을 밝게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그 나무들에 천천히 다가갔다. 마치 거울이나 유리로 만든 것처럼 반짝이는 나뭇잎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그녀의 손을 비컨이 막았다.

“이곳에 있는 것들은 보기에는 아름다우나 위험한 것입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손을 뒤로 뺐다.

“그럼 전 이 근처에 있겠습니다. 다 씻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그가 사라지고 나서 그녀는 가만히 있었다. 주저하며 그녀는 꽤나 넒은 온천수가 가득 담긴 공간에 손을 넣었다.

따스했다. 뜨겁지도 않고 따스했다. 그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일까 무언가를 주저하던 그녀는 결심을 한 듯이 주변을 살펴보다가 옷을 벗고 그 안에 들어갔다.

좋았다. 너무나도 좋았다. 주변의 아름다움과 달빛. 이 따스한 물. 눈을 감자 그대로 잠이 들어도 될 것 같았다.

‘부스럭’

그때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분명 동물 같은 것이 나무를 건드리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에 경계를 하던 그녀는 그리 크지 않은 소리로 비컨을 불렀다.

“비컨님. 거기 계신 거죠?”

조금은 경계와 불안이 섞인 그녀의 목소리와 달리 비컨의 대답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예. 벌써 다 씻으신 것입니까?”

“아니요. 설마 저 훔쳐보시는 건 아니죠?”

“전 기사입니다. 그런 매너 없는 짓은 하지 않죠.”

“그렇겠지요.”

다시 몸을 돌려 편하게 눈을 감는 그녀는 몰랐다. 자신의 말에 대답하는 비컨의 앞에 있는 존재들을.

찰랑이는 검은 머리와 검은 색의 피부.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묘한 생김새를 가진 존재. 그의 품안에 소년 같은 모습의 아이가 잡혀 있었다.

「무슨일이냐?」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비컨의 목소리에도 그는 놀라지 않은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이 아이가 궁금하다며 멋대로 나와서」

「그런가?」

비컨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 공포가 들어있었다. 불안도 섞인 그 눈빛에 비컨은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괜찮다. 하지만 허락없이 그 구역을 나오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

「죄송합니다.」

「그만 돌아가거라.」

비컨의 말에 존재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비컨님.”

“예.”

“이렇게 있으니 술 한잔만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달빛도 밝고 몸도 나른하고 술기운도 잘 올라올 것 같으니 말입니다.”

“술을 좋아하시나 보군요.”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용병생활을 하면서 조금 마셔본 것 뿐이지요.”

“좋으셨나보군요. 생각이 나시는 것을 보니.”

“예. 잡생각을 지워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비컨님은 안 드십니까?”

“아니요. 저도 좋아합니다.”

“언제 같이 한잔 해야겠군요.”

“제가 영광이죠.”

잠시 끈긴 대화. 그 대화를 다시 이은 것은 새런이었다.

“제 갑옷을 벗기고 옷을 갈아입힌 것인 비컨님이라고 들었습니다.”

“예. 맞습니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십시오. 결코 이상한 생각은 하지 않았고 그런 행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것입니까?”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것일까?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농담을 건넸다.

“음. 전 단순한 남녀관계로 정리할 존재가 아니라서요.”

“남녀관계로 정리할 존재가 아니라고요?”

“예.”

그의 말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이내 한가지 결론에 닿았다.

“아. 그럼 샹그리아님과 두분이 함께 사는 게···.”

놀란 것 같은 말을 멈추는 그녀의 말을 듣던 비컨은 잠시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두분 사이에 끼어서 괜히 두분의···.”

말을 멈춘 그녀는 자신의 양볼을 양손으로 잡았다. 뜨거운 온천수 때문이지 붉어진 얼굴을 가리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던 비컨은 그 뜻을 알아챌 수 있었다.

“아닙니다. 그런 뜻의 남녀관계로 정리할 존재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정말입니까?”

“예. 그리고 정말 그런 관계라면 오두막을 하나 더 지어 따로 생활하겠지요. 그럴 자원이나 능력이 안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음. 그렇겠군요.”

수긍하는 그녀의 반응에 비컨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밝은 달은 유난히도 크게 보였다.

“두 분이 이렇게 숨어사는 이유는 물어보면 안되는 것이겠지요.”

“그냥 서로 하기 싫은 말이 있지 않습니까? 때가 되면 본인이 말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말이요.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관계인거 아니었나요?”

비컨의 말에 그녀는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랜만에 하는 목욕이여서였을까. 아니면 비컨의 말대로 온천수의 효능이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확실히 몸이 가벼웠다. 이미 어둠이 가득 내려 앉은 공간. 빽빽한 숲 때문에 달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길을 두 사람은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목욕을 하면서 나눈 대화 탓이었을까 새런은 비컨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보통 때의 비컨이라면 이런 때 웃으면서 농담을 했겠지만 그도 왜 인지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저 기분이 상하셨습니까?”

어렵사리 꺼낸 그녀의 말에도 그는 돌아보지 않고 짧은 대답을 할 뿐이었다.

“아니요.”

그의 너무나도 차갑고 짧은 대답에 그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말에 기분이 상한 것이 틀림없었다.

오두막이 보이자 새런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지금은 비컨과 함께 단둘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힘겨웠다.

“휴. 다행히 무사히 왔군요. 레이디.”

숲을 빠져나와 오두막이 보이자 돌아선 비컨의 말투와 행동은 평소와 같았다. 그 모습에 그녀는 살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 있었고 그녀의 반응에 비컨은 그제야 말을 이었다.

“아. 돌아오면서는 주변을 경계하느라 그런 것 뿐 딱히 기분이 상했거나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괜한 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군요.”

그의 말에 그녀는 그제야 조금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다행입니다. 전 또 기분이 언짢으셨나 해서.”

“들어가서 쉬십시오. 전 볼일이 있어서.”

인사를 하고 다시 숲쪽으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그녀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오두막은 밝았다. 불은 켜져 있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잘 갔다가 왔어?” “그럼. 이 몸이 누구인데.”

숲속의 작은 공간. 중앙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샹그리아는 옆에 앉아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항아리 두 개를 옆에 두고 다가오는 비컨을 바라보았다.

그의 능글맞은 대답에 그는 말 없이 웃으면서 한손에 잔을 들어 건네 줄 뿐이었다.

항아리에서 방금 푼 액체가 가득 든 잔을 받아든 비컨은 살짝 들어보였다. 그의 행동에 샹그리아도 자신의 손에 든 잔을 살짝 들어 잔을 부딪히고 둘은 단번에 그것을 삼켜버렸다.

“크아. 잘 됐네.”

“그렇지.”

“실력이 점점 늘고 있어.”

“고맙네.”

서로 마주보고 앉은 두 사람은 말 없이 다시 항아리에서 액체를 퍼서 잔을 채웠다.

“별일은 없었고.”

“별일은 없었는데 내가 피곤하지.”

“어째서?” “지능이 있는 녀석들은 상관없겠지만 조금 지능이 떨어지거나 없는 것들은 그녀의 반대되는 성향에 혹여 달려들까봐 신경쓰느라 말이지.”

“고생했군.”

“아. 그리고 말이지. 녀석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비컨의 웃음이 가득 찬 얼굴에 샹그리아는 굳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녀석들? 설마 본 건가?”

“봐? 아. 그녀를 말이지. 그녀와 마주치지는 않았지.”

“확실한가?” “그럼. 내가 있는데 몰랐겠나?”

“그렇기는 하지.”

어느새 항아리 하나를 다 비워내고 다른 항아리를 열으려 했지만 어딘가에서 들린 소리에 그럴 수 없었다.

“쿠아아아아아.”

동물의 울음소리라고 하기에는 괴이한 소리. 그 소리에 비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쳇. 그건 다음에 맞봐야 겠네.”

뒤를 돌아 다리를 움직이려던 비컨은 무언가가 떠오른 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돌렸다.

“녀석들이 그녀와 마주치지는 않았지만 그녀석들이 그녀를 보았을 수도 있지.”

“무슨 말이지?”

“녀석들과 만난 건 그녀가 탕에 들어간 후이고 녀석들 중에는 비정상적으로 눈이 좋은 녀석도 있으니까.”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그는 사라졌고 샹그리아는 남은 항아리를 챙겼다.

그가 남기고 간 말이 떠오르자 화가 났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대에 서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3)- 24.04.14 1 0 7쪽
32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2)- 24.04.08 4 0 5쪽
31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1)- 24.04.01 7 0 7쪽
30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3)- 23.10.23 7 0 8쪽
29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2)- 23.08.29 20 0 8쪽
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5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7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6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7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3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4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