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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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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90
추천수 :
0
글자수 :
132,054

작성
22.03.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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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DUMMY

“지금 가는 것인가?”

높이 솟아 새하얀 빛을 내던 태양이 붉은 석양을 내리고 있는 시간. 여인의 집을 나온 새런은 돌아가기 위해 다시 건물의 옥상으로 향했다.

언제 와있던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따라온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촌장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예.”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귀족이었던 것 같군.”

그의 차분한 말과 달리 그 말을 들은 새런의 몸은 순간적으로 멈추어버렸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숙이고 있는 고개가 주춤하는 모습을 본 그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자신을 보는 새런의 눈을 마주보며 그는 확실할 수 있었다. 샹그리아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최소한 기억상실인 척하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자신을 보면서 할 말을 찾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다른 뜻은 없네. 기억상실이라고 들어서 뭐라도 단서가 될까 해서 한 말일세.”

“아. 감사합니다.”

어색한 인사. 하지만 그는 그것을 모른 척했다.

“해가 지기 전에 어서 가게나.”

“예.”

다시 돌아선 그녀는 마법진 앞에 섰고 금세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거의 보이지 않는 태양을 바라보면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 둘의 만남이 진정 당신의 뜻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겠죠. 하지만 당신이 허락한 범위를 벗어난 행동을 한 사람 중 하나로써 당시에게 바랍니다. 저 둘의 앞날에 행복이 없더라도 불행이나 슬픔, 아픔은 없기를 바랍니다. 혹여 그것이 필요하다면 저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이었다. 난생처음으로 저 위에 존재한다는 존재에게 올리는 기도. 한때 저 아래에 존재하는 이를 모시던 사람으로서 말도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제 돌아오는 것인가?”

“예.”

숲으로 돌아와 오두막으로 향하자 그 앞에는 샹그리아 혼자만이 있었다. 나이는 동갑이라고 들었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렇지 않은 모습과 말투, 행동에 그녀는 도저히 그에게 말을 놓을 수 없었다.

“저녁은?”

“아직.”

“밥부터 먹지.”

“저 비컨님은.”

“부르셨습니까? 레이디.”

언제 온 것인지 그녀의 물음에 뒤에 서 있던 비컨이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나들이는 괜찮으셨는지요.”

“예.”

“다행이군요.”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한 말씀을.”

“밥부터 먹지.”

두 사람의 말을 끊으며 샹그리아가 오두막 안으로 모습을 감추자 비컨은 새런의 옆에 서서 손을 들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그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옮기다가 방금 전 들은 말을 떠올렸다.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귀족이었던 것 같군.’

촌장이라는 사람의 말. 단 두 번 본 사람도 추측이 가능한 것을 이 두 사람은 물어보지 않았다. 몰라서일까? 하지만 몰라서라고 하기에 비컨의 행동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마치 자신이 귀족의 예의를 당연히 아는 사람이라는 것처럼.

“문제 있으신가요? 레이디.”

“아, 아닙니다.”

상관없다. 어차피 지금 이 두 사람과 자신은 무언의 계약을 한 것이다. 본인이 밝히기 싫은 이야기는 묻지 않기로.

그렇게 그녀는 생각하기로 했다.


세 사람의 일상은 정해져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나 비컨은 오두막에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없는 것 같으니 아마도 잠은 다른 곳에서 자는 것 같았다. 새런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일어나 있는 샹그리아가 식사를 준비하고 제일 늦게 일어난 세런은 그 밥을 함께 먹고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가 끝난 그녀는 마을로 향했다. 그 동안에 두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옷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는 지아나와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가 질쯤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샹그리아는 장작을 꽤나 많이 준비해 두었고 비컨은 주변의 어딘가에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같이 저녁을 먹었다.

세 사람에게 이야깃거리는 없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상막한 분위기를 깨고 싶어서 인지 그녀는 마을에서의 이야기를 했고 두 사람은 그런 그녀의 이야기를 그저 들어줄 뿐이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그녀는 제일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고 그 후 그녀는 모르는 두 사람만의 대화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항아리에 담긴 액체를 잔에 담아 하늘을 보는 두 사람의 사이에는 자그마한 모닥불이 있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군.”

“그런가?”

“괜찮지 않나?”

“뭐가 말이지.”

“이렇게 지내는 것도.”

“글쎄. 괜찮을까?”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신이라는 존재는 허락해 줄까?”

“음. 그건 나도 모르겠군.”

“그래도 신이라는 존재에 가장 가까운 너도 모르는 건가?”

“어쩌면 난 그 세계에게 자진해서 나온 것이니까.”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비컨의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이렇게 사는 것을 바라셨을 지도 모르지.”

그 미소를 보면서 샹그리아 또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대단하기는 해. 우리보다 마을 사람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다니.”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너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건 알고 있지?”

“무슨 말이지?”

“그냥 네 행동과 말이 맞지 않으니까.”

비컨의 말에 무언가 말을 하려던 샹그리아였지만 어디선가 들리는 알 수 없는 동물의 울음소리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멈추게 만들었다.

“그럼 난 이만.”

간단한 인사를 하고 어딘가로 가는 비컨을 보던 샹그리아는 그대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하늘을 빛내고 있는 달과 그 곁을 지키고 있는 별의 반짝임. 그 너머를 그는 바라보았다.


“누구시죠?”

여느 때처럼 마을로 온 새런의 눈앞에 처음 보는 누군가가 있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은색의 갑옷을 입고 보통의 롱소드를 허리에 찬 그는 샹그리아와 같이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샹그리아는 그저 자라는 대로 두었다면 이 사내의 수염은 일부러 모양을 내면서 다듬어 놓은 것 같았다.

아무런 말도 없이 물끄러미 자신을 보던 그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다가왔다. 반사적으로 상반신을 뒤로 빼던 그녀를 보고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위험한 사람은 아닙니다. 전 이 마을의 보안을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새로우신 분을 보려고 온 것뿐입니다.”

“촌장님의 허락으로 끝난 것 아니었나요?”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 샹그리아가 데려왔다고 해서 말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그에 대해 관심이 많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대부분의 마을 분들이 저에게 처음으로 가진 관심이 그가 데려왔다는 것에서 시작했죠. 신분이 불명확한 저를 그냥 받아 준 것도 그 때문 아닌가요? 그에 대한 믿음이 마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하하하.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이미 아시다시피 이곳이 보통의 마을이 아니니까요.”

“저에 대해 알려 드릴 수는 없습니다.”

경계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대신 당당하게 자신을 보는 새런의 눈에 그는 무언가를 아니, 정확하게는 누군가를 보았다.

“다만 한 가지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이 마을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에 사내는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제가 불쾌함을 드렸다면 사과하죠.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옆으로 비켜주는 그를 지나 새런은 문을 나가 아래로 향했다.

홀로 남은 사내는 한참을 새런이 나간 그 문을 보다가 아래를 바라보았다.

아이들과 익숙하게 인사를 하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몰려들고 있었다.

“어땠나?”

그런 그의 옆으로 촌장이 다가왔다. 갑자기 들린 소리에도 그는 태연하게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이더군.”

“그런가? 난 그분을 보지 못했으니까.”

“그렇겠지. 내가 아는 그분의 모습이 조금 있기는 하군.”

“그래서 자네도 반대는 하지 않는 것인가?”

“당연하지 않나? 그대가 그에게 죄인인 것처럼. 나 또한 저 아이에게 죄인인 것을.”

둘의 알 수 없는 말은 그저 둘만의 대화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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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4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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