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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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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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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32,054

작성
24.04.0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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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2)-

DUMMY

바람조차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이곳의 시간만이 멈춘 것인지 이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춘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둘 사이에 이어지던 대화가 끈기고 침묵 후에 다시 말을 한 것은 그라지아였다.

[로니와의 대결은 필요 없을 것 같군요. 당신의 마음이 견고하니까요?]

애써 밝아 보이려는 말투. 변한 그녀의 말투에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농담으로 받아쳤다.

[그렇지. 하지만 몇 년뒤에는 모르지.]

[어머나. 그런 분이셨나요?]

[몇 년뒤면 넌 조금씩 나이가 들 수도 있고 로니는 성숙해 있을 테니까]

[너무하군요. 그래봐야 5살차이인데.]

[그런가? 로니의 성숙한 모습도 보고싶군.]

[역시 당신도······.]

[너의 늙은 모습도 보고 싶고.]

[······.]

아무런 말도 없던 그라지아는 이내 다시 말을 꺼냈다.

[테일러와의 술대결은 자신이 없군요. 애초에 그녀는 사교계에서 이미 술에 익숙해져 있으니. 사교계와는 거리가 먼 제가 이길 자신은 없는데.]

[그럼 내가 주량을 키워주지.]

[어떻게 말입니까?]

[같이 마셔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다고 주량이 늘어날지는 모르겠군요.]

[그럼 다른 수를 써야지.]

[무슨 수를 말입니까?]

[네가 취하지 않고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들어줄게.]

또다시 끈어진 대화 그라지아는 다시 화제를 바꾸었다.

[제론은 제자로 받아주어도 되지 않습니까? 당신을 많이 따르는데.]

[나에게 누군가를 가르칠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있지 않습니까? 왠만한 몬스터나 기사단장들은 당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텐데요.]

[그것이 내 노력에 의한 것이라면 가르칠 자격이 있겠지.]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되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에 당신은 무엇이든 빠르게 배울 것 같은데.]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배워보지.]

다시 이어진 침묵. 둘은 굳이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상대를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하지만 이 시간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누군가는 말을 해야 했다.

[이제 그만 하기로 하죠.]

[무엇을?]

모르겠다는 듯 시치미를 떼는 그의 말에 그녀는 마음속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을에서는 말이 없고 언제나 믿음직하던 그의 모습이 왜인지 철없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맞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나이가 같은 소년이기에.

[이대로 모르는 척 영원히 이렇게 있을 것입니까?]

[네가 돌아가지 않겠다면 난 그것이 가장 좋기는 한데.]

[아시지 않습니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아니. 네가 마음만 먹는 다면 할 수 있다.]

순간 다짐이 흔들렸다. 그의 말은 너무나도 확신에 차 있었고 정말로 자신이 바란다면 그것을 이루어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마을을 나서는 순간 다짐했다. 더 이상 지아나 같은 전쟁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로. 제론같은 아이가 꿈을 마음껏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기로. 로니가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로.

비록 그것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이라고 해도.

[제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전쟁을 끝낼 싸움을 하자는 것이냐?]

[예.]

[이길 자신이 있느냐?]

[아니요. 질 자신이 있습니다.]

[그것을 알면서 전쟁을 끝내겠다는 것이냐?]

[예.]

다시 끈긴 대화.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냐?”

모든 것이 멈춘 이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두 존재 중 하나. 언제나처럼 어두운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비컨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럼 이야기한데로 제대로 하거라.”

그의 명령은 그의 뒤에 있는 하얀 날개를 가진 그라지아가 소환한 존재였다.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내가 원하는 결과니 따르기는 하겠다.”

“마치 너에게 거부권이 있는 듯이 말하는군.”

비웃음을 치며 어느새 샹그리아의 옆에 간 비컨은 간단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와 동시에 존재는 그라지아의 뒤편에 빛을 드러냈다.

“으아아악!”

그와 동시에 샹그리아가 머리를 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비컨의 모습이 천천히 사라졌다. 비컨의 모습이 다 사라지고 나서 고개를 든 샹그리아의 눈이 이상했다. 핏빛처럼 붉게 물든 눈으로 잠깐 그라지아와 그 옆에 있는 신성왕국의 사람들을 보는 그의 옆으로 그의 뒤에 있던 가신이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그것이 끝이었다. 언제 일어난것인지 모르지만 그의 머리는 더 이상 몸과 붙어있지 못했고 사람들은 뒤 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뒤를 돌아선 샹그리아는 자신을 따라온 공화국의 귀족들을 바라보고 검을 들고 있었다.

“폐하. 어째서?”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것 같은 그들을 보며 샹그리아는 대답 대신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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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3)- 24.04.14 1 0 7쪽
»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2)- 24.04.08 4 0 5쪽
31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1)- 24.04.01 6 0 7쪽
30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3)- 23.10.23 7 0 8쪽
29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2)- 23.08.29 20 0 8쪽
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5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7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6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7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6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3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4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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