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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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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98
추천수 :
0
글자수 :
132,054

작성
22.03.24 15:3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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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DUMMY

각자가 가지고 온 요리는 이미 바닥이 나 있었지만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달빛만이 빛을 발하는 어둠속에서 어른들은 각자의 손에 들린 잔에 다른 술을 담아 들고 있었다.

많은 수의 항아리에는 각각 다른 술이 들어 있었다. 굳이 말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술뷔페인 것이다. 각각의 무리를 지어 술을 마시는 그들과 좀 떨어져 샹그리아는 홀로 앉아 있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시나 봐요?”

술을 마셔서 인지 양볼에 약간 홍조를 띄는 테일러는 그의 옆에 앉았다. 약간 옆이 트인 옷일 입은 채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그녀의 다리는 허벅지가 약간 보이는 정도 였다.

쌀쌀할 것 같았지만 그녀는 술기운 때문인지 그런 느낌은 없었다.

“예.”

차갑고 짧은 대답. 보통 이렇게 대하면 여인들은 알아서 멀어졌다. 하지만 테일러는 조금 달랐다.

“고독을 씹다니 멋지시네요.”

테이블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샹그리아와 달리 테일러는 테이블을 등에 대고 앉아 있었다. 약간 몸을 옆으로 틀어 샹그리아의 앞에 있는 테이블에 반쯤 누워 미소를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샹그리아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샹그리아의 뒤에 모습을 보인 새런과 눈이 마주친 테일러는 순간적이기는 했지만 얼굴을 찡그리는 것 같았다.

“같이 어울리셔야지요.”

그녀의 미소에 테일러는 몸을 일으켰다.

“전 이곳에 이분과 함께 있는 것이 좋은 데요.”

“이분께서 싫어하실 텐데요.”

“어머. 어떻게 그쪽이 이분의 마음을 알죠?”

“그럼 직접 물어볼까요?”

두 여인의 눈은 샹그리아를 향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테일러의 모습에 새런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럼 저쪽에서 같이 놀도록 하죠. 그쪽도 이분도 마을사람들과 어울릴 필요가 있으니까요.”

“아니.”

무언가 말을 하려던 샹그리아였지만 자신은 보지도 않고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자신의 팔을 잡고 가는 새런에게 이끌릴 뿐이었다.

어색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정확하게는 여인들. 그 속에서 그는 말 없이 술만을 마실 뿐이었다. 자신의 오른쪽에서 연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테일러와 정면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새런의 모습에 그는 어찌할 줄을 모르며 그저 바닥을 볼 뿐이었다.

주변의 다른 여인들도 두 여인의 모습에 눈치만을 볼 뿐이었다.

“그나저나 음식솜씨가 좋으시네요.”

“예. 감사합니다.”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고 돌린 시선은 새런의 눈과 마주쳤고 어째서인지 그녀는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는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그 뒤로도 테일러는 다른 이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샹그리아에게 말을 걸고 그의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런 둘을 보면서 새런은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샹그리아는 자리에 일어나 그녀의 손에 드린 잔을 잡았다.

“그만하지.”

“당신이 누군데 상관하는 거죠?”

“동거인으로써 귀찮으니까.”

“동거인. 그렇죠. 전 신세를 지는 입장이니까 피해를 끼치면 안되죠.”

날선 그녀의 말에 샹그리아는 어안이 벙벙했다.

“왜 그러는 거지?”

“뭐가요?”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말투인데.”

두 사람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제가요? 설마요? 당신과 무슨 관계이길래요.”그녀의 말에 그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뒤로 테일러가 다가왔다.

“취했는지 머리가 좀 어지러운데 데려다 주실 수 있나요?”

샹그리아의 귓가에서 작게 말하는 그녀의 그 말이 그녀의 무언가를 변화시켰다.

자신의 오른손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확인하고 그녀는 자신의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여자와 남자의 상대적 힘차이로 인해 그녀는 자연스레 일어나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반대쪽 손인 왼손을 뻗어 샹그리아의 뒤통수를 잡았다. 본래 엇비슷한 키지만 조금 작은 그녀는 발 뒤꿈치를 살짝 들었다. 그리고 살짝 틀은 고개.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과 겹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한 그는 동그랗게 눈을 뜬 채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에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천천히 입술을 땐 그녀는 샹그리아의 뒤에 있는 테일러를 뚫어져라 처다 보았다.

“자자. 이제 다들 돌아가실 시간이 된 것 같은데요.”

때마침 돌아온 비컨에 의해 마을 사람들을 다 마을로 돌아갔다.


뒷정리를 하는 세 사람 사이에 어떠한 말도 없었다.

서로를 보지도 못하는 두 사람사이에서 비컨은 흐믓한 느낌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정리를 하고 오두막으로 돌아온 새런은 설거지를 하고 있는 샹그리아를 보고 다가갔다.

“제, 제가 할께요.”

“괜찮습니다.”

“제가 할께요.”

거절을 하는 샹그리아를 밀어내면서 설거지거리가 있는 곳에 손을 넣는 그녀의 힘에 의해 물이 튀었다.

“아. 죄송해요.”

그에게 튄 물에 그녀는 미안하다는 말을 했지만 그는 천천히 수건이 있는 곳으로 가 자신에게 튄 물을 닥아내었다.

“앞으로 술을 마실때는 조심하십시오.”

“예?”

“주정이 심하시군요.”

“주정이요?”

“예.”

남은 뒤 정리를 다 끝내고 오두막으로 들어오기 위해 문을 살짝 열던 비컨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대로 멈추었다.

“제가 무슨 주정이 있다는 것입니까?”

“자신은 모르겠지.”

“그러니까 제가 무슨 주정이 있다는 것입니까?”

“······.”

대답을 하지 못하고 새런을 바라보는 샹그리아를 그녀도 똑바로 바라보았다.

“술을 먹을 때마다 키스를 하는 것을 보니 주정이 아닙니까?”

“제가 술을 먹을 때마다 그런다고요?”

“예.”

“말도 안되는······.”

그의 의견에 반박을 하려던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문득 무언가가 기억났다. 처음 술을 먹던 날. 필름이 끊겨 버렸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샹그리아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그녀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열이 오른 얼굴을 들키기 싫어 그녀는 다시 돌아서서 설거지를 계속 했다.

“그,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면 무엇입니까? 아무하고나 그렇게 키스를 하다가는 큰일 날 것입니다.”

대꾸없이 설거지를 다 끝낸 그녀는 안쪽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커튼을 잡고 가만히 서 있던 그녀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커튼을 쳐 버렸다.

“키스를 한 것은 술에 취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이기 때문이죠.”

멍하니 그녀의 말을 되새기던 그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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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3)- 24.04.14 1 0 7쪽
32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2)- 24.04.08 4 0 5쪽
31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1)- 24.04.01 7 0 7쪽
30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3)- 23.10.23 8 0 8쪽
29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2)- 23.08.29 21 0 8쪽
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6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3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3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3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2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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