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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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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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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2.2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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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DUMMY

점심을 먹고 세 사람은 같이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밖에 없던 테이블이 어느새 생겨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숲으로 들어간 비컨이 그곳에서 만든 것인지 테이블을 들고 나왔고 오두막 안에 있는 의자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햇살 아래 세 사람은 각자 찻잔을 가지고 있었다.

“안 추우세요?”

“괜찮은데.”

햇살이 따뜻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더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컨은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늘 차가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디서 난 것인지 산속의 오두막속에서 얼음이 언제나 존재했다.

이곳에서 얼음은 꽤나 귀한 물건이었다. 마법에 의해 보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 마법의 유지에 필요한 거대한 비용을 충당하기에 이곳은 말도 안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매끼 후식으로 차가운 음료를 먹는 비컨과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내주는 샹브리아의 태도가 의아한 소녀였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조금은 쌀쌀한 바람에도 매끼 차가운 음료를 먹는 비컨이 더 신기했다.

그녀의 질문에도 비컨은 연신 웃을 뿐이었다.

“내가 본래 열이 많아서.”

그런 비컨에게서 눈을 돌리자 너무나도 대조되는 모습의 샹브리아가 보였다.

검은 색의 풀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는 비컨과 달리 여기저기 찢어진 셔츠와 반바지만을 입고 있는 샹브리아의 모습에 그녀는 말을 꺼내고 싶었지만 무표정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차만을 마시는 그의 모습에 왠지 그럴 수 없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각자의 앞에 있는 차를 마시던 세 사람 중 입을 연 것은 역시나 비컨이었다.

“자 그럼. 우리 레이디는 진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인가요?”

그의 말에 소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찻잔을 만지작 거릴 뿐이었다. 소녀의 행동에 두 사내는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조금 긴 잔디를 쓸고 지나갔다. 멀리 보이는 거대한 나무의 가지도 흔들고 있었다.

툭. 툭. 오두막의 위쪽에 설치된 공간에 널려져 말려지고 있는 고기가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도 들렸다.

“조금 쌀쌀하다. 들어가자.”

자신의 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샹브리아를 멈춘 것은 자그마한 소녀의 목소리였다.

“새런.”

단 한마디. 그 한마디에 샹브리아는 다시 자리에 앉았고 소녀는 자신의 잔을 다시 한번 꽉 잡고 고개를 들었다.

“제 이름은 새런이고 나이는 18살입니다.”

“새런. 어울리는 이름이네요. 그럼 샹브리아랑 동갑이네.”

비컨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는 새런을 마주보면서 비컨은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있었다.

“동갑일 줄은 몰랐나봐요. 하기는 당연하겠지만 뭐 30대 쯤으로 봤나?”

무의식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을 두 사내는 놓치지 않았다.

아니, 자신의 행동을 느낀 그녀가 급하게 손을 흔들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 하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너무나도 다부진 몸이라던가. 으, 음식을 잘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자신을 바라보던 샹브리아가 자신의 잔을 들고 오두막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그녀는 비컨을 바라보면서 눈을 크게 떴지만 비컨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섰다.

“괜찮아요. 그렇다고 쫒아내지는 않을 테니까.”

어이없어 하는 새런을 지나 오두막을 향하는 비컨과 엇갈려 오두막을 나온 샹브리아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어디 가세······.”

그녀가 말을 주춤한 것은 샹브리아의 눈빛 때문이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말 없이 숲으로 향하고 나서야 그녀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홀로 오두막에 남은 그녀는 오두막 밖에 걸려 있는, 자신이 입고 있던 갑옷을 보았다.

여기 저기 흠집 나고 찌그러진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손으로 그 갑옷을 쓰다듬던 그녀는 갑옷의 옆에 놓여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롱소드로 보이는 검이었다. 그 검을 손에 든 그녀는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내 그녀의 손길은 갑옷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꺼낸 것은 자그마한 상자였다. 꽤나 낡아 보이는 상자를 한 동안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손이 상자로 향했다.

하지만 열지는 않았다. 손바닥 만한 상자를 그대로 다시 갑옷안에 넣고 그녀는 오두막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높이 떠오른 시각.

따사로운 햇살. 곁을 스쳐가는 바람. 멀리 보이는 푸른 숲. 푸른색의 하늘을 유유히 떠가는 구름.

아득했다. 이렇게 이런것들을 보고 있던 것인 언제였을까?

손에 무언가가 스쳤다. 부드러운 느낌. 고개를 내려 바라보자 자신이 입고 있는 원피스가 보였다.

‘남자 둘뿐인 이곳에서 이런 옷이 왜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자신이 입고 있는 원피스를 만져보았다. 고급은 아니었다. 아니, 저급에 가까웠다. 하지만 부드러웠다. 재질은 저급이 아니었다. 다만 만드는 기술이 부족할 뿐이었다.

‘이런 것은 말이다···.’

먼 옛날의 기억. 부드러운 말과 함께 아름다운 여인의 미소. 조금은 어둡고 숨겨진 곳에서 단 둘만이 있는 공간. 그 시간.

눈을 감고 잠시 서 있던 그녀의 상념을 깨운 것은 아름다운 미성이었다.

“바람이 차서 감기 걸립니다. 레이디.”

언제 온 것인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는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담요로 그녀의 어깨를 덮어 주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그의 손짓과 말투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사뿐히 오두막 안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샹브리아도 돌아왔다. 무엇을 하고 왔는지 양손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따로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싱크대에서 손을 씻는 그를 보면서 새넌은 가름막을 걷은 채 자신의 침대에 앉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든 의문이 다시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쩌다가 두 분이 살고 있는 거예요?”

그 질문에 두 사내는 하던일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둘의 반응에 놀라 당황하는 그녀를 향해 비컨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냥 세상이 싫어진 마음 약한 존재일 뿐이지.”

아무렇지 않게 이어진 식사. 그리고 어제처럼 그녀가 잠이 들고 나서 두 사내는 숲속으로 향했다. 한손에 들고 있던 항아리를 내려놓고 익숙하게 모닥불 앞에 두 사내는 각자의 잔으로 항아리에 있는 음료를 떠서 먹기 시작했다.

“세상이 싫어진 마음 약한 존재.”

“왜 맞는 말이잖아.”

무언가 되뇌이는 것 같은 샹브리아의 말에 비컨은 약간의 웃음 섞인 말로 대답했다.

“너도 그런가?”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에 비컨의 입가에 미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글세.”

두 사람은 밤하늘을 밝히는 달빛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달을 지나가는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고 간단한 인사를 하고 어딘가로 사라지는 비컨을 두고 샹브리아는 모닥불을 끄고 오두막으로 향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 아직은 조금 어둡고 쌀쌀하며 공기 중의 수분이 피부를 차갑게 만드는 시간. 문을 연 그녀는 잠시 추운지 몸을 살짝 떨다가 이내 밖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하지만 그 한걸음으로 현실을 알고 다시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어디 가는 거지?”

자신의 귀에 들린 조금은 걸걸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아직 침대에 누운 채 눈도 뜨지 않은 샹브리아가 있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인가 생각하는 그녀의 귀에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산책가기에는 많이 이르지 않나?”

다시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침대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샹브리아가 보였다.

“그냥 잠도 오지 않고 해서 돌아보려고요.”

“돌아본다고.”

“예.”

“같이 가지.”

“괜찮아요. 어린애도 아니고.”

“미안하지만 이곳이 평범한 곳이 아니라서.”

샹브리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검은색의 진주로 보이는 것이 박힌 반지를 찾은 그는 그것을 왼손 검지에 끼웠고 쌀쌀한 날씨에도 상관없는 듯 언제나 입고 다니는 조금은 찢어진 티를 입은 채 앞장서서 문을 나섰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지나쳐 두어 걸음 더 걸은 후 뒤를 돌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 갈 건가?”

그제야 그녀는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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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3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3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3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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