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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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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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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3.2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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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DUMMY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지만 꽤나 오래된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잠겨 한동안 말이 없던 두 사람사이에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렸다.

“와. 이렇게 두분이 매일 밤을 있으셨나보군요.”

귀에 익숙한 목소리. 절대 이곳에 올 리가 없다 생각한 그 목소리에 두 사람은 마시던 액체를 삼키다 목에 걸려 켁켁 거렸다.

“그건 뭐예요?”

익숙하게 샹그리아의 옆에 앉아 항아리에 잡고 그 안을 들여다 보는 그녀의 행동에 급하게 그는 항아리를 빼앗았다.

“이곳에는 어떻게 온 것입니까?”

“왜요? 깊히 잠들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이렇게 나온 것이 놀라운 것입니까?”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입니까?”

당황하는 샹그리아의 행동에도 그녀는 자신의 품에서 챙겨온 잔을 꺼내서 남은 항아리에 있는 액체를 뜨려고 했지만 그 항아리 마저 가로챈 샹그리아로 인해 그럴 수 없었다.

“대답하십시오.”

“처음부터 이상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처음에는 긴장된 생활을 하던 제가 이런 곳에서 편안한 마음에 저녁을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든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런데 항상 저녁을 먹고 바로 잠에 빠져드는 것이 이상했죠. 처음에는 당신이 마법이라도 쓴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서요. 그래서 진네스씨에게 부탁했지요.”

“진네스?”

“예. 약초와 약물에 관해 잘 아시는 분이거든요. 혹시 당신이 제 저녁에 수면제를 넣는 것이라면 해독을 하는 것을 먹으면 괜찮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한가지씩 먹었죠. 그래서 좀 걸렸어요. 당신이 쓰는 수면제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라서. 그런데 오늘 맞았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를 보던 샹그리아는 비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저 어깨만을 으쓱 거릴 뿐이었다.

“이건 뭐예요?”

급하게 항아리를 챙기느라 땅에 떨군 샹그리아의 잔을 든 새런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두사람의 반응은 상관없이 그녀는 그 잔에 든 액체를 손가락으로 찍어 혀에 대보았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맛. 분명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먹기 싫은 맛이었지만 이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샹그리아는 그 잔마저 빼앗었다. 그의 오른쪽에 두 항아리와 잔마저 있었다.

“이거 술이죠? 아닌가?”

“맞습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샹그리아 대신에 비컨이 입을 열었다. 그런 그를 보는 샹그리아의 날카로운 눈에도 그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데 술같지 않은데요. 아니, 정확하게는 맛있는데요.”

“그렇죠. 이것도 저 녀석이 담근 거예요.”

비컨의 손가락은 샹그리아를 향했다.

샹그리아를 바라보는 새런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와 이런거를 두분만 드시고 있던 거예요? 저도 주세요.”

자신이 가지고 온 잔을 양손으로 잡고 샹그리아의 앞으로 내미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주춤하면서 멈추어 섰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의 손에 든 항아리를 내밀어 자신과 그녀의 사이에 놓았다.

그 항아리에 든 술을 푼 그녀는 조심스레 한모금 마셨다. 역시나 맛있었다. 술 특유의 알콜맛이 좀 나기는 했지만 부드러웠다. 목이 타는 것 같던 그런 술만을 먹어왔던 그녀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와. 역시 맛있다.”

그런 그녀의 행동은 자연스레 그녀의 과음을 만들었다.


“음.”

세사람의 모습은 다 달랐다. 꼿꼿하게 굳은 채로 가만히 있는 샹그리아. 그의 무릎을 베고 누운 채로 잠이 든 것 같은 새런.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웃음을 겨우 참는 비컨. 어느새 두 항아리는 다 비어 있었다.

“음.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워 붉어진 얼굴로 잠이 든 새런의 모습에 그는 어찌할줄을 모르고 있었다.

도와달라는 뜻이 가득한 눈으로 비컨을 바라보았지만 그가 도울 수는 없었다.

“크와야.”

어딘가에서 울리는 울부짖음. 그 소리에 비컨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사라졌다. 단 둘이 남은 상황에서 샹그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추운 것인지 몸을 움츠리는 그녀의 행동에 그는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아우. 머리야.”

아파오는 머리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새런은 눈을 뜰 수 없었다. 울리는 머리를 한손으로 잡고 겨우 일어나 침대에 앉아 있는 그녀의 감긴 눈 위로 빛이 보였다. 찡그리며 겨우 뜬 눈에 보이는 것은 창너머로 보이는 밝은 햇빛이었다.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커튼을 젖히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그 공간에 덩그러니 식탁으로 쓰는 테이블에 음식만이 있을 뿐이었다.

찌개 하나와 몇가지의 반찬. 메모도 없는 그것을 보면서 그녀는 자연스레 의자에 앉았다. 아파오는 머리와 쓰려오는 속에도 향긋한 음식냄새에 그녀는 자연스레 숟가락을 들고 찌개를 한숟갈 떠 먹었다.

“아.”

맛있었다. 쓰려오는 속도 달래주는 것 같은 그 맛에 그녀는 순식간에 그곳에 있는 음식을 다 먹어치웠다.

빈 그릇을 설거지하고 밖으로 나온 그녀의 눈에 그가 보였다. 오두막 안에서 들려온 소리로 알 수 있었지만 그는 밖에서 의자를 만들고 있었다. 분명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 것인데 그는 못들은 것인지 계속 일을 할 뿐이었다.

“어제 어떻게 된 거예요?”

그의 곁으로 다가와 그가 만든 의자를 만지는 그녀의 목소리에도 그는 고개는 돌리지 않고 계속 일을 할 뿐이었다. 못을 박고 있는 그의 앞에 그녀는 무릎을 굽히고 앉아 눈을 마주쳤다.

“제가 실수 한거라도 있는 거예요?”

“아, 아니다.”

급하게 고개를 돌리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 캐묻는 다고 그가 답을 하지는 않는 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꽤나 많은 의자가 완성되어 있었다.


이미 마을에 가기에는 조금 애매한 시간에 새런은 마을에 갈 생각이 없는 듯이 그의 옆에서 그가 의자를 만드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는 계속 작업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가끔 그녀가 가지고 오는 차와 디저트로 함께 휴식시간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평소라면 조금은 투정 거리는 말을 하는 그였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었기에 의아해하던 그녀도 기억나지 않는 어제 자신이 무언가 잘못을 한 것이지 눈치를 보느라 딱히 말은 하지 않았다.

“이 쿠키 맛있군.”

그 침묵을 깬 것은 의외로 그녀가 가지고 온 쿠키였다.

“아. 그래요?”

“네가 만든 것은 아닐거고.”

그의 말에 약간 기분이 상했기에 그녀의 얼굴에는 약간의 서운함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는 그것은 보지 않고 가만히 자신의 손에 있는 쿠키를 살펴볼 뿐이었다.

“예. 당연하죠.”

조금 퉁명스러운 그녀의 말투에 그의 고개가 돌아가 그녀를 바라보았고 둘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그가 빠르게 고개를 돌려서 그녀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 그래서 이, 이거를 만, 만든 사람은 누구지?”

더듬거리는 말투. 돌리지 않는 고개에 그의 뒤통수를 보면서 그녀는 이상함을 느꼈지만 더 물어보아도 그가 말해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그녀는 쿠키를 하나 들었다.

“마을 서쪽 끝에 아주 작은 집이 있어요. 거기에 크레이프라는 언니가 있어요. 5년동안 일하고 기술을 배우면서 공부해서 큰도시에서 가게를 차려서 꽤 잘됐는데 돈 많은 사람이 그 옆에 큰 프랜차이즈를 차리고 싸게 팔아서 빚만 지고 여기로 왔데요.”

“음. 그렇군.”

그의 간단한 대답에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온 차를 들어 한모금 마셨다.

분명 그가 자신에게 이 쿠키에 대해 물어볼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서운한 맘이 드는 것은 별수 없었다.

그가 요리에 대해 왜 관심이 많은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과 같은 동갑이라면 이제 22살일 것인데 그 어린 나이에 굉장한 마법실력을 가지고도 이런 곳에 숨어 사는 것은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만 그가 요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끔씩 시험작으로 못 먹을 것을 만들기는 했지만 그런 그였기에 이 쿠키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분이 좋은 그림을 만들고 있네요.”

어느새 붉어진 노을을 등지고 비컨이 숲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아 이제 오세요.”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녀는 익숙하게 찻잔과 쿠키를 치우려고 했지만 쿠키가 든 접시를 들고 살피면서 맛을 보는 그로 인해 쿠키 든 접시는 치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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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3 0 9쪽
»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3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3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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