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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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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1.2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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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화 프롤로그

DUMMY

“아우. 뭐야?”

수염으로 얼굴이 뒤덥힌 것 같은 사내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며 일어났다. 언제나처럼 자신이 먹을 나물을 캐고 있는데 머리위로 무언가가 떨어졌고 그 충격은 꽤나 컸다.

“뭐야?”

자신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시선을 돌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옅은 갈색의 어깨를 조금 넘는 긴 생머리를 가진 소녀는 용병이나 입을 가벼운 갑옷과 허리에 단검을 차고 있었다. 자신보다 조금 작은 키를 가진 것 같은 소녀는 자신과의 충돌때문인지 높고 높은 절벽에서 떨어진 충격때문인지 기절을 한 것 같았다.

“야.”

그런 소녀를 손가락으로 찔러본 사내는 소녀가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더벅머리를 양손으로 헝크러트렸다.

“젠장. 귀찮게.”

자리에서 일어난 사내는 한쪽 팔로 소녀의 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질 질 질’

소녀를 끌기 시작했다.


“젠장할. 내려가라! 내려가서 찾아라!”

아래가 보이지 않는 언덕에서 수십을 넘는 수백의 사내들을 두고 한 사내가 외치고 있었다.

“죽었을 것입니다.”

사내의 말에 옆에 있던 다른 사내가 용기를 내 대답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행동이었다.

‘푹’

“윽”

그렇게 사내가 쓰러지고 나서 피가 흐르는 검을 든 사내는 다른 사내들을 향해 외쳤다.

“시체라도 좋다! 찾아라! 반드시 찾아야 한다!”

사내의 말이 떨어지자 다른 사내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독한년.”

모든 사내들이 사라지고 나자 사내는 절벽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탁 탁 탁’

일정한 리듬의 소리.

‘보글 보글’

무언가가 끓는 소리.

그 소리를 진행하는 주인공이 남자고 침대에 자고 있는 것이 여자라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낭만적이라고 할 것이지만 그 남자가 수염으로 얼굴을 덮고 너저분한 옷을 입고 여자는 흙투성이의 갑옷을 입고 있다는 것은 이상한 사실이었다.

무언가를 썰고 있던 칼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사내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소녀를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음. 무슨 냄새지?’

잠결에서 깨어나면서 가장 먼저 제 역할을 찾은 감각은 후각이었고 그 후각에 오두막을 채우고 있는 맛있는 냄새가 느껴졌다.

‘슥’

상반신을 일으킨 소녀는 자신의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 있는 처음 보는 사람 때문에 반사적으로 자신의 허리에 손을 댔지만 허전함을 느꼈다.

‘젠장.’

이제 겨우 스무살쯤으로 보이는 소녀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내를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작은 오두막이었다. 자신의 기억으로 떨어진 절벽아래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았으며 어떻게 이곳까지 옮겨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내의 모습은 경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커봐야 170이 조금 넘는 키에 머리는 산발.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숲속에 숨어사는 식인종 같은 느낌이었다. 그 때문에 소녀는 천천히 틈을 노리고 있었다.

“잡아먹지 않으니까 그렇게 경계할 필요없어.”

그 순간 들린 목소리에 소녀는 다시 놀랐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읽은 것 같은 사내의 말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행동을 꿰뚫고 있는 사내의 말때문도 아니었다. 소녀를 놀라게 한 것은 사내의 목소리였다.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목소리는 아름다웠다. 정말 그 말밖에는 표현되지 않는 목소리였다.

“갈길 있으면 가라.”

그 뒤에 이어진 사내의 말에 소녀는 잠시 멍해 있었다.

“갈 곳 없어?”

사내의 말에 소녀는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갈곳은 없었다. 그것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말해준 적은 없지만 그것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갈 곳이 없어도 가. 여긴 나만으로 충분해.”

사내의 말에 소녀는 가만히 있다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이런 깊은 곳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무언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사람의 옆에 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맘에 들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 자신의 상황에선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끼익’

그렇게 문에 다가가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밖에서 먼저 문을 열었다. 180이 조금 넘는 키의 사내와 소녀는 서로를 마주보고 멈추어 있었다. 사내의 어깨에는 거대한 사슴이 메어져 있었고 마치 기사나 입는 풀 플레이트 갑옷을 입고 있었다.

“어라? 누구신가요?”

사내의 말에 소녀는 눈만을 껌벅이며 말을 더듬였다.

“그, 그게.”

“주워왔어.”

그런 소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요리를 하던 것 같은 사내의 대답이 들려왔다. 소녀와 사내의 눈이 돌아섰고 둘의 시선에도 사내는 묵묵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가져 온거나 내놔.”

아무래도 180의 사내는 사냥, 160의 사내는 요리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아. 하하. 오늘은 대박이다.”

‘쿵’

어깨에 매고 있는 사슴을 땅에 내려놓는 소리에 오두막이 울렸다.

“그런 것 같군.”

그런 사슴을 향해 칼을 들고 다가온 사내는 익숙한 듯이 손질을 시작했다.

“넌 안가고 뭐해.”

자신을 보지도 않고 말하는 사내의 말에 소녀는 다시 상황을 깨닫고는 문을 향했다.

‘꼬르륵.’

그 순간 오두막을 울리는 소리가 소녀의 배에서 났고 모두의 시선은 소녀를 향해 있었다. 붉을 대로 붉어진 얼굴로 소녀는 그런 둘을 곁눈으로 바라보다 밖으로 다시 걸음을 빠르게 옮기려 했다. 자신의 앞을 가로 막는 사내만 아니라면 말이다. 검은 색의 갑옷이 햇빛을 등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는 자신을 보며 사내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사람인데 조금 있다가 보내자. 어차피 우리끼리 다 먹을 수도 없으니까 밥이나 같이 먹자고.”

청푸른 색의 단발머리는 빛을 받아 반짝이고 그것에 어울리듯이 사내의 미소 또한 아름다웠다. 그런 사내의 말에 160의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사내를 노려보았다.


“음, 맛있다.”

결국 셋이 같은 식탁에 앉아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요리는 간단했다. 사내가 끓이고 있는 국물에 사슴고기를 살짝 데치고 그 위에 소스를 뿌린 것이 전부였다. 사내가 요리를 하는 사이에 180의 사내는 자신의 이름이 비컨이라 소개했고 그것이 대화의 전부였다. 그리고 이렇게 같은 식탁에 앉으니 어색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상황일 것이다.

“뭐해? 안 먹어? 보이는 건 이상할지 몰라도 맛있다고.”

계속해서 웃으면서 먹어대는 비컨과 달리 사내는 무언가 못마땅한 얼굴로 천천히 먹고 있었고 그 시선 때문에 소녀는 무언가 위축이 되어 있었다.

“야야. 너도 웃으면서 먹어라. 숙녀앞에서 눈치를 줘서 되겠냐?”

비컨의 말에도 사내는 변화가 없었다.

“신경쓰지 말아요. 저녀석이 원래 낯을 가려서.”

무언가 위로인 것 같은 말이었지만 소녀는 여전히 위축이 되어 있었다.

‘꼬르륵~’

그때 오두막을 울리는 소리에 두 사내의 시선은 한곳을 향했다. 두 사내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소녀는 자신의 배를 양손으로 움켜쥐고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먹어. 먹어.”

비컨의 말에 소녀는 조심스레 포크를 들어 음식을 입에 넣었다.

‘음?’

순간 소녀의 눈은 커졌다. 입에 녹는 것 같은 고기와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시큼함이 고기의 노린내를 잡아주고 있었다. 그 맛에 자연스레 시선이 사내에게 향했지만 사내는 신경도 쓰지 않고 천천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크크. 맛있지? 보기엔 이상할지 몰라도 저 녀석이 꽤 요리를 잘해.”

비컨의 말에 소녀는 음식을 계속 먹고 있었다. 그런 소녀를 향해 사내는 말없이 남은 음식을 밀어주었다.

어느새 모든 음식을 먹은 소녀는 자신이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먹고 난 접시를 닦으려고 했지만 비컨에 의해 그럴 수 없었다.

“어허. 숙녀는 그냥 쉬세요.”

하지만 접시를 옮기고 닦는 것은 사내였다.

“그건 그렇고 이런 곳에 왔다는 것은 무언가 사정이 있다는 거겠지?”

소녀는 비컨의 말에 말없이 고개만을 끄덕일 뿐이었다.

“그럼 갈 곳은 있는 거야?”

“······.”

비컨의 말에 소녀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짝’

그런 소녀의 행동을 놀라게 한 것은 비컨의 박수소리였다.

“그럼 이곳에서 지내면 되겠네.”

“······!”

“······.”

비컨의 말에 소녀는 놀랐고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뭐. 예상은 하겠지만 저 녀석하고 나도 사연이 있어서 이런 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살고 있거든. 그러니까 서로 사연들 있으니 그냥 같이 지내자고. 과거는 묻지 말고.”

“하, 하지만······.”

“아, 당장은 결정하지 말고 한 삼일만 우리랑 같이 지내보고 결정해. 어차피 너도 갈 곳은 없잖아.”

비컨의 말에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그것이 무언의 동의 인 것처럼 비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그럼 일단 편하게 갈아입어야 겠지. 근데 여기는 여자옷이 없는데.”

자신의 동의는 필요가 없는 것인지 비컨은 오두막 구석을 뒤지고 있었다.

“뭐 그나마 입을 만한 것은 이것 뿐인가?”

그렇게 그가 꺼낸 것은 붉은 색의 티와 푸른색의 바지였다.

“갈아입으세요.”

비컨은 어느새 이불을 벽과 천장에 고정시켜 간이 탈의실을 만들었다. 그렇게 일단 삼일간의 동거가 결정되었다.


조용하다. 너무도 고요한 방에 단 하나뿐인 침대엔 소녀가 잠들어 있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소녀는 남은 고기까지 모두 먹고 배가 불러서인지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 소녀를 두고 어느새 어두워진 밖으로 나온 두 사내는 말이 없이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거냐? 저애가 갈 곳이 없다는 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갈 곳이 없는 건 아니지.”

“그렇지. 그런데 너도 알잖아. 그 곳이 어떤 곳인지.”

“······.”

사내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비컨은 그런 사내는 보지도 않고 달을 바라보며 크게 숨을 쉬었다.

“그냥 지내 보자고. 너도 저애를 그냥 보내기는 싫을 거 아니야.”

“같이 지낸다고 해도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언젠가 발견 될거고.”

“누가 무언가 해주자고 했냐? 발견되면 그때 가서 생각하고. 일단은 같이 지내자고. 지금 저 애를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은 너일테니까.”

“흥. 내가 이해를 한다고. 인간을?”

“뭐. 아니면 말고.”

사내의 말에 비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난 숲에 들어갔다가 아침에 나올게.”

“그러던지.”

그렇게 혼자 남은 사내는 달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거대한 보름달이 된 달을 보며 사내는 혼잣말을 했다.

“이해 하기는 하지.”

사내의 눈은 자신의 손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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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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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6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7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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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29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8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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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3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4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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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2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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