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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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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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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3.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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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DUMMY

낮의 일을 떠올린 샹그리아는 멍하니 자신의 손에 들린 잔을 바라보았다. 맑은 색의 잔에 담긴 액체 위로 커다란 달이 비춰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상했다. 하얀색의 빛을 내는 달이 아니었다. 보라색의 그 달은 마치 주변의 별들의 빛을 흡수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드는 그를 따라 비컨도 고개를 들었고 그 달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벌써 그렇게 되었나?”

“마력은?”

“충분해. 네가 워낙에 미움을 받고 있어야지.”

말과 다르게 비컨은 웃어보였고 그를 보면서 샹그리아는 들고 있는 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어떻게 할 거야?”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데.”

“그건 네가 결정해야하는 일이지. 나에게는 그럴 권한이 없는 걸.”

“권한. 누가 그런 것을 정했지?”

“음. 글쎄. 신이라고 해야 하겠지.”

“그럼 나와 그녀가 이렇게 태어난 것도 신의 뜻일까?”

“글쎄. 그건 알 수 없지.”

말을 마치고 숲을 나가려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비컨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아는 샹그리아라는 사람은 누군가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 다는 것이지.”

뒤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비컨은 사라지고 없었다. 샹그리아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에 세 사람은 이제는 정해진 일과를 하고 있었다. 숲속에서 고기를 구해오는 비컨과 장작을 패는 샹그리아. 그런 두 사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난 새런이 하는 것은 청소였다.

누군가가 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싶었지만 저번에 해본 결과 요리는 아니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었다. 구석구석 닦는 그녀의 눈에 양손에 동물의 사체를 들고 오는 비컨의 모습이 창밖으로 보였다.

재빨리 문을 열고 그것을 받아들었다.

“오늘은 그렇게 많지 않네요.”

“저장해 놓은 게 많으니 걱정 없습니다. 아니면 드시고 싶은 고기가 있으신 것입니까? 레이디?”

약간 허리를 숙이며 마치 기사 같은 모습을 보이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고기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따라 비컨이 들어가고 그 뒤로 샹그리아도 들어왔다. 문이 닫히고 익숙한 듯이 그녀는 싱크대에 고기를 놓았다.

샹그리아는 그런 그녀를 잠시 보고는 요리를 시작했다. 어느새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 앞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다는 말을 연신 하는 그녀의 모습에 비컨이 요리재료를 설명하며 얼마나 힘겹게 잡았는지 자신을 칭찬하는 말들이 오고갔다. 샹그리아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계속 그랬다. 하지만 그것에 지치지 않고 매일 매일 새런은 그에게 요리방법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너에게는 힘들다는 말 뿐이었다.

요리법에 대한 대답 대신 샹그리아는 그녀의 앞에 목걸이 하나를 내 놓았다. 검은색의 진주 같은 것이 밝혀 있는 무언가가 붉은 색의 줄에 메어져 있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의 말에 그녀는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그것을 보던 그의 입가에 피식거리는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비컨은 볼 수 있었다.


오두막 앞에서 혼자 앉아 있는 새런은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연신 만지작거렸다. 검은색의 진주는 그렇게 아름다울 리 없는데 그녀는 어째서인지 그것을 보면서 계속 미소를 지었다.

‘사용은 내일부터 가능하다.’

그 말을 남기고 목걸이 사용을 위해서라며 두 사람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오랜만의 혼자인 시간.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부신 아침 해가 최고에 올라있는 시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자신을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고 먼 곳에서 들리는 동물들의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어디에선가 가져온 향을 맡으면서 그녀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천천히 눈을 뜬 그녀는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또 자신의 목에 있는 목걸이를 향했다.


마을로 내려온 샹그리아는 망설임 없이 한 곳을 향해 걸었다. 마을의 중앙 부근에 위치한 삼층의 건물. 그곳에 걸린 현판에는 이곳이 이 마을의 대표자의 집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건물로 다가가는 그의 눈에 이미 앞에 나와 있는 노년의 사내가 보였다.

“나와 계셨군요.”

“그대가 이렇게 들어오는 경우는 없으니까.”

사람 좋은 미소와 웃음을 짓는 사내는 하얀 수염과 듬성듬성한 백발인 머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나이에 당연할 것 같은 지팡이도 들지 않고 꼿꼿한 허리로 서 있었다.

“그래. 무슨 일로 이곳에 왔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탁? 희한한 일이군. 그대가 나에게 부탁이라니.”

“······.”

“······.”

잠시간의 침묵. 두 사람은 서로를 보고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침묵을 깬 것은 먼 곳에서 다가오는 비컨의 모습이었다.

“오랜만입니다.”

샹그리아와 달리 그에게는 존대를 하는 노년의 사내였지만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오랜만에 보는군요.”

“누차 말씀드리지만 존대는 하지 말아주십시오.”

“먼저 그러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내의 시선은 비컨이 들고 온 돌로 향했다.

“그것은?”

연보라색 같기도 하고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연초록색 같기도 한 돌은 딱 한 주먹에 들어차는 정도의 크기였다. 더할 나위 없는 구의 모습을 가진 그 돌을 보고 사내는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부탁이라는 것이 그것과 관련 있는 것입니까?”

“아시겠지만 저희와 함께 사는 동거인이 하나 늘었습니다.”

“들었습니다.”

“그녀가 약간의 사고를 저질렀습니다.”

“사고요?”

“마을 입구 쪽에 살고 있는 옷가게를 하는 여성분과 교류를 약속했다고 하더군요.”

두 사람의 대화에 샹그리아가 끼어들었고 비컨은 한 발 물러났다. 자신의 손에 있는 돌을 건네주고.

“교류?”

“예.”

“음. 하지만 그곳에서 어떻게 이곳으로 교류를 한다는 말이지? 그대가 계속 데리고 올수도 없을 텐데.”

“맞습니다. 그래서 이 건물 옥상에 송신진을 설치했으면 합니다.”

“음. 그렇군. 그럼 그 돌은 그 송신진의 마커로 쓸 것인가?”

“예.”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별 수 없이 그 여성분께 사실을 이야기해야겠지요.”

“자네 그거 협박인가?”

“어째서 그렇게 들리는지를 모르겠군요.”

다시 시작된 침묵. 둘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서 있었고 비컨은 그런 둘과 한걸음 떨어진 곳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뭐. 별수 없지. 보나마나 그녀가 먼저 요청한 것일 테니.”

“잘 아시는 군요.”

“그래도 이곳의 촌장이니까.”

“그럼 설치하러 가겠습니다.”

세 사람은 옥상으로 향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허리정도의 벽만이 테두리를 이루고 있을 뿐이었다. 왼손을 들어 아공간을 연 샹그리아가 무언가를 꺼내었다.

갈색의 그리 크지 않은 주머니에서 그가 손을 넣어 꺼낸 것은 칠흑의 가루였다. 어둡다거나 검은색이라는 말은 부족한 느낌이었다. 가루를 들고 그는 움직였다. 사람 두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원을 가루로 그린 그는 비컨이 건네준 돌을 그 중앙에 놓았다.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인지 돌은 빛은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퍼지기 시작했고 그 문자들은 가루로 만든 원에 닿자 멈추었다. 8개의 문자로 된 끈이 원에 연결된 느낌이었다.

샹그리아는 양손을 옆으로 천천히 폈다. 그리고 강하게 두 손을 모아 박수를 쳤다. 그러자 원과 문자들의 끈은 그대로 바닥에 스며들었다. 모든 것을 마친 것인지 그는 원 밖으로 나와 사내의 앞에 섰다.

“앞으로 이곳으로 그녀가 올 것입니다.”

“드디어 나도 그녀를 보는 것인가?”

그리 많은 사람이 살지도 않는 곳이었기에 늘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것은 큰 관심사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것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무언가 기대하는 미소를 짓던 그는 가만히 있던 샹그리아를 보고 이내 미소를 거두었다.

“왜? 내가 보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없습니다. 대신 보면 알 것이니 미리 말씀 드려야 하겠지요.”

“음? 무슨 말이지?”

“그녀는 저와 동갑의 소녀입니다.”

“오. 더욱 놀랍군. 네가 그런 소녀와 함께 있다니. 연애 감정이라도 생긴 것이냐?”

웃음기 섞인 농담에도 샹그리아는 그저 무표정이었다. 그 표정에 사내도 미소를 거두었다.

“무슨 이야기이기에 그러는 것이지?”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새런이라고 했습니다.”

“새런. 흔한 이름이군.”

“그리고 기억상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억상실? 가엽군. 그래서 나에게 그녀를 치료해달라고 하기라도 할 것인가?”

“치료는 필요 없습니다. 그녀의 기억상실은 진짜가 아니니까요.”

“음? 진짜가 아니라고? 그럼 기억상실인 척 하는 것인가? 그럼 내가 더욱 보아야겠네. 그녀가 이 마을에 피해가 가는 존재라면 망설이지 않고 없애야 하겠네.”

사납게 변한 그의 기운에도 둘은 그대로 있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막지도 않는 것인가?”

“당신이 그녀를 죽일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녀가 죽음을 택하지 않는다면.”

“뭐 때문에 그리 자신만만해하는 것이지?”

“그녀의 진짜 이름은 ‘그라지아 도론 프레이야’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그, 그라지아. 프, 프레이야라고? 지, 진짜인가?”

샹그리아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자네 뭐하는 것인가? 그녀와 자네가 함께 있다니. 아니, 그것보다 정말 그녀라면 마을에 피해가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들이 그녀를 찾아 해맬 것인데.”

“괜찮습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 않나?”

흥분하는 사내를 향해 두 사람은 그저 차분했다. 마치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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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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