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00
추천수 :
0
글자수 :
132,054

작성
22.01.22 21:13
조회
42
추천
0
글자
9쪽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1)

DUMMY

아침이 밝아오고 햇살은 자그마한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창과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놓인 침대에 누워 있던 소녀는 그 따사로움에 기분이 좋았다가 자신의 눈을 향해 들어오는 그 눈부신 빛에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침대에서 뜬 눈으로 본 천장은 어색했다. 본래 낯익은 것이 아니었다. 아주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난 소녀는 천으로 만들어진 가름막을 살짝 걷고 밖을 보았다. 오두막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하던 그녀의 귀에 소리가 들렸다. 일정한 소리였다. 무언가 부서지는 것 같은 소리에 소녀는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에서 덥수룩한 수염의 사내가 도끼를 휘두르고 있었다.

더워서인지 걸리적거려서 인지 웃옷을 벗고 휘두르는 그 도끼에 따라 사내의 팔과 온몸의 근육이 움직이고 있었다.

잘 단련된 것은 아닌 근육이었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 소녀는 멍하니 문을 잡은 채로 바라볼 뿐이었다.

아마도 장작이라 생각되는 것을 자르고 있는 사내는 그런 소녀를 모르는 것인지 그저 그 일에 집중할 뿐이었다.

“여. 일어났어?”

그때 머리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소녀는 고개를 돌리는 사내의 눈과 마주침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지붕을 올려다보았다.

지붕위에는 자그마한 공간이 있었다. 방이 아닌 두어 명의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그 공간에는 줄들이 늘어져 있었고 그곳에는 붉은 색의 실들이 늘어져 있었다.

“읏차.”

그 공간에서 점프를 해 바닥에 내려온 비컨은 아무렇지 않게 장작을 계속 패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거 여자 앞인데 옷 좀 입지.”

“여기는 엄연히 내 집이다.”

고개도 돌리지 않는 그의 말에 비컨은 고개를 저었다.

“잠은 잘 잤어?”

“예.”그녀의 대답에 비컨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꽤 오랜 시간 주무셨네요.”

그의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소녀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미 높이 솟아 오른 태양이 꽤나 강한 빛을 내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늦게 잔 적이 언제인지 의문이 들었다.

보통 자신이 일어났을 때 하늘을 이렇게 밝지 않았다. 푸르스름하던가 아니면 조금 어둡던가 둘 중에 하나였다.

언제나 검을 휘두르던 그 중에 태양은 떠올랐었다. 이렇게 높이 솟아올라 있는 태양과 함께 잠을 깬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홀로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를 향해 비컨은 크게 소리쳤다.

“이만 점심먹자.”

그의 말에 장작을 패던 손을 멈춘 사내는 다시 오두막을 향했다. 그의 발걸음에 소녀는 바로 옆으로 비켜주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사내의 모습에 미소를 보이던 비컨은 닫히기 직전의 문을 잡고 허리를 숙이고 다른 한손을 배꼽에 대었다.

“들어가시지요. 레이디.”

그의 말에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바지의 양끝을 잡고 살짝 안으며 예의를 취하고 문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에 있는 테이블에 앉은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오두막의 주인이라는 사내 때문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식사를 하는 그의 모습이 워낙에 차가웠기에 소녀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비컨은 그저 배가 고픈 것인지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어제와 달리 고기가 아닌 식사였다. 채소로 끓인 스프와 계란 후라이가 주인 식사. 그리 배부를 수 없는 식사였지만 비컨은 그것으로 배를 채우겠다는 듯이 엄청 먹었다.

“왜요? 속이 안 좋아요?”

음식을 입에 넣고 말하는 비컨의 말에 소녀는 조금 빠르게 숟가락을 움직였다.

“아, 아니요.”

그렇게 겨우 자신의 앞에 있는 것들을 다 먹었다. 동시에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어있는 그릇들을 익숙하게 가져가는 그의 손길에도 비컨은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그럴 수 없었다.

“제가 할게요.”

“사고 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너무나도 차갑고 퉁명스러운 사내의 말. 그 말에 소녀는 괜히 화가 났다.

“제가 설거지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해보기는 했고?”

약간의 비웃음. 분명히 느꼈다. 그것이 소녀의 머릿속에서 무언가를 끊어버리는 스위치가 되어 버렸다.

“비키세요.”

단호한 말과 함께 팔을 걷어 부치고 다가오는 그녀의 너무나도 차갑고 무서운 기운에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싱크대 앞에 선 그녀는 그리 많지 않은 설거지거리를 보면서 익숙한 듯이 수세미를 들고 닦기 시작했다.

그녀의 폭풍 설거지를 두 사내는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빠른 시간에 모든 설거지를 끝낸 그녀는 주변의 물기까지 닦고 행주를 빠는 것을 끝으로 올렸던 팔을 다시 내리며 돌아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당하면서도 거만한 표정이 가득했다.

“이정도면 됐나요?”

그런 그녀를 두 사람은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둘 중 먼저 움직인 것은 비컨이었다.

“하하 하하하하.”

큰소리로 웃으면서 그는 자신의 옆에 있는 사내의 어깨를 치고 있었고 사내는 수염 때문에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못마땅한 얼굴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웃음을 겨우 멈춘 비컨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 사내에게 힘겹게 말했다.

“하. 차나 마시자.”

그의 말에 그녀도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의 행동이 더 빨랐다.

“레이디는 그만 쉬시고요.”

자신의 어깨를 잡아 테이블로 이끄는 그를 따라 그녀는 테이블에 얌전히 앉았다.

그녀의 맞은편 쪽으로 비컨이 앉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사내가 물을 끓이며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레이디는 무슨 차를 드시겠습니까?”

“아무거나.”

다시 차분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비컨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무거나’ 라는 차는 없는데요.”

“그럼 쟈스민으로.”

“마담. 레이디는 쟈스민으로. 나는 언제나 먹던 걸로.”

웃음기 가득한 그의 말에도 사내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손을 움직일 뿐이었다. 찬장에서 찻잎과 잔을 꺼낸 그는 물이 끊자 세 개의 잔에 무언가를 넣고 물을 부었다.

잔 받침까지 있는 찻잔이 자신의 앞에 놓이자 소녀는 그 잔을 바라보았다. 몇 개의 잎이 내뿜는 색이 투명한 색의 물에 점점 퍼져가면서 그 특유의 향이 코에 전해졌다. 그 향에 소녀는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뜨자 잔에는 더 이상 투명한 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천히 한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한손으로는 잔의 아래를 받쳐 들고 입가에 가져다 대고 공기와 함께 차를 빨아들였다.

‘호록.’

작은 소리와 함께 입에 들어온 차는 비록 세 개뿐인 자그마한 잎이었지만 그 향이 너무나도 좋았다.

“차 맛은 어떠신가요? 레이디.”

비컨의 말에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던 소녀는 정신을 차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멍하게 있는 그녀를 마주보면서 비컨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 중 소녀가 먼저 정신을 차렸다. 비록 손에 들고 있는 찻잔의 뜨거움 때문이었지만 그녀는 빠르게 찻잔을 내려좋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참 진하고 맛있네요.”

“그렇습니까?”

“차를 만든 건 난데. 왜 네가 생색을 내지?”

“네가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보지 못한 것 같아서 내가 대신 해주는 거 아니야.”

소녀는 자신의 앞에 있는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온통 검은 색의 갑옷과 푸른색의 아름다운 장발을 휘날리는 사내와 덥수룩한 턱과 콧수염에 긴 장발을 뒤로 묶고 있는 사내. 단 둘이 살고 있는 이 오두막. 모든 것이 궁금했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떤 분이신가요?”

소녀의 말에 비컨이 고개를 돌리며 다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아름답고 빛나던 그 미소가 소녀의 눈에 다르게 보였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는데 먼저 꺼내줘서 고맙네. 그럼 서로 통성명이나 할까? 내 이름은 비컨. 이 녀석의 이름은······.”

양손으로 옆의 사내를 가리키던 비컨은 날카로운 사내의 눈에 잠시 주춤하더니 말을 이었다.

“······샹브리아라고 해. 레이디의 이름은?”

비컨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숙여 찻잔을 바라보았다. 두 손은 애꿎은 찻잔을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그런 소녀의 행동에도 두 사람은 어떠한 재촉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가끔 자신의 앞에 있는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실 뿐이었다.

그렇게 10분정도가 지났을까. 무언가 결심을 한 듯이 소녀는 찻잔을 들어 다시 한 모금을 마시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제 이름은 무엇일까요?”

엉뚱한 그녀의 대답에 두 사람은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대에 서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3)- 24.04.14 2 0 7쪽
32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2)- 24.04.08 4 0 5쪽
31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1)- 24.04.01 7 0 7쪽
30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3)- 23.10.23 8 0 8쪽
29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2)- 23.08.29 21 0 8쪽
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6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3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3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3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2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