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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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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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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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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3.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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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DUMMY

그의 일상은 조금 지루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마을을 대표하는 촌장이었지만 그것은 그저 마을 사람들이 대표로서 자격을 쥐어준 것이지 어느 나라의 왕에게 권한을 받은 귀족이 준 지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사람의 출입이라고는 가끔씩 오는 상인뿐이었기에 딱히 마을 운영에 대해 신경 쓸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서류작업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서류작업이 자신의 위에 있는 상관에게 보고하기 위한 것인데 이 마을에 관심을 가지는 상관은 없었다.

이제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더 이상 물욕도 권력욕도 없었다. 그랬기에 그의 일상은 대부분 마을을 산책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근 삼일사이에 회관에서 나가지 않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안 나가십니까?”

“아. 일이 있네.”

그의 비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여인의 말에도 그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녀가 본 것이 맞는다면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식사도 자신이 나가서 먹고 가져 오는 것으로 먹을 뿐이었다. 어째서 그렇게 있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지만 신경은 쓰였다.

지금까지 보아온 그는 언제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인자한 할아버지였다. 가끔 산에 사는 샹그리아에게는 싫은 소리도 했지만 그것은 그들 사이에서는 농담 같은 것이었다.

그런 그가 삼일사이에 지어보이는 것은 억지미소였다. 긴 시간은 아니지만 5년 동안 보아온 그녀의 감은 그러했다.

그의 억지미소에 그녀가 자리에 돌아가서 앉으려는 순간, 그가 일어섰다. 앉아있던 의자가 바닥에 밀리는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렸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조금은 놀란 것 같기도 하고 긴장한 것 같기도 한 얼굴로 그는 아주 잠깐 서 있었다. 그녀가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빠르게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그녀는 어리둥절해 하며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무서웠다. 분명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가 보아온 마법은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괜찮은 것도 있었지만 이것은 그것과 분명 기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릴 그 여인에 대한 미안함에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샹그리아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분명 목걸이의 보석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눈을 감은 채 주문 한마디면 된다고 했었다.

“후”

깊은 한숨을 내쉬고 보석을 잡은 양손에 더 힘을 꽉 쥐었다. 마치 그것이 생명의 동아줄이라도 되는 듯이.

“라쉬드 스프라이드.”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뜻을 물어보았지만 알 필요 없다는 핀잔 섞인 그의 말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손안의 보석이 빛을 내었다. 그리고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어둠. 그 속을 지나는 것 같았다. 다시 빛이 들어온 순간, 그녀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조금 전까지 있던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높은 곳이었다. 건물의 3층 정도 되는 높이였다. 멀리 보이는 것들은 다 나무가 빼곡한 산들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내리자 그제야 그곳이 보였다. 몇몇의 집과 사람들. 단 한번뿐이었지만 그녀가 왔던 그 곳이 맞았다.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녀는 자신의 귀에 들린 소리는 무언가 부서지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였다.

‘쾅.’

놀라며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있는 옥상이라 생각되는 곳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곳에는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조금은 마른 체형의 노인이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고개를 숙이며 어색한 인사를 하는 그녀를 노인은 바라볼 뿐이었다. 조금 들썩이는 그의 어깨를 보아 아마도 차오른 숨을 고르고 있는 것 같았다.

“가르베님. 맞으시죠?”

샹그리아에게 들은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 마을의 촌장지위를 맡고 있는 사람.

그녀의 미소에도 그는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과 태도에 조금 주눅이 든 그녀가 어깨를 움츠리며 상반신을 뒤로 젖히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그의 시선에도 그녀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정말 그 프레이야가 맞는 것인가?’

머릿속 생각에 혼란을 느끼는 그의 표정은 자연스레 찡그려졌고 그 표정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제가 뭐 잘못한 것이라도.”

그제야 자신의 표정을 깨달은 그는 뒤 늦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닙니다. 그저 새로운 주민을 보고 조금 심사를 할 뿐이었지요.”

“심사요?”

“예. 아무래도 이곳이 평범한 곳은 아니다 보니 마을에 피해를 끼칠 위험인물인지 판단을 해야 하기에.”

“그래서 전 괜찮은 것입니까?”

“모르지요.”

“예?”

“하지만 샹그리아와 비컨님이 보증하니까 괜찮겠지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그는 그대로 뒤를 돌아섰다. 그렇게 문을 향해 걸어간 그는 문의 손잡이를 잡고 뒤를 돌아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안 내려가실 겁니까?”

그제야 그녀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그와 함께 건물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갔군.”

오두막에서 조금 떨어진 숲 속. 그곳에서 오두막에 있던 그녀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다시 오두막으로 나왔다.

“큰 거부반응은 없었나 보군.”

“그러니까.”

비컨의 말에 샹그리아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인가?”

“그렇지.”

“음. 어떻게? 분명 그녀는 여기를 벗어날 때 거부반응을 보였는데.”

“그건 장기간 노출로 인한 무의식적인 반응이겠지. 보통의 인간이 조금씩 희박해지는 공기에 괴로워하듯이.”

“그것과 다르다는 것인가?”

“그녀는 자신의 힘을 깨닫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으니까.”

“어떻게 알지?”

“당연하지 않나 그녀가 힘을 깨닫고 있다면 너를 보는 순간 정체를 알아야 하지.”

“아. 그렇군.”

샹그라아의 말에 비컨은 오른손 바닥에 왼손 주먹을 치면서 무언가를 깨달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진짜 몰랐던 것이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뭐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비컨을 보다가 샹그리아는 고개를 돌렸다.

“됐다.”

그런 샹그리아를 두고 비컨은 몸을 돌렸다.

“그럼 난 나갔다 올게.”

“그 아이들에게 가는 거야?”

“응.”

“알았어.”

그렇게 샹그리아는 홀로 남았다. 마을의 촌장이 한 마지막 말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너희둘이 만난 것은 신의 뜻이겠지.’


“하”

땅이 꺼져라 짓는 한숨. 통통한 체격의 여인은 재봉틀 앞에 앉아 두 손에는 옷감을 든 채 그렇게 한숨만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남편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었다.

우연히 만난 소녀의 이야기로 언제나 웃음꽃을 피웠었다. 분명 자주 찾아오겠다고 돌아간 그녀가 시간이 자나도 오지 않으면서 그 미소는 점점 사라졌고 한숨이 되어 버렸다.

그런 아내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 한심스러웠다.

‘똑똑’

그렇게 어색한 공기가 가득한 두 사람의 집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오기에 너무나도 오랜만의 노크에 남편은 문을 보면서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똑똑’

다시 울리는 노크 소리에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누구세요?”

“저. 새런인데요.”

자그마하지만 아름답고 차분한 목소리. 분명 마을 사람 같지는 않았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기에 모두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지만 남편의 머릿속에 있는 누구와도 맞지 않는 목소리였다.

외부인 이라는 생각에 표정을 굳히며 움직이려던 손은 미소를 지으며 빠르게 문을 여는 아내로 인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끼익’

문이 열리고 문 앞에는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의 등 뒤에 있는 해 때문인지 후광을 내뿜는 그녀의 모습에 사내는 그저 멍할 뿐이었다.

“왔군요.”

그녀의 양손을 잡으면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내를 마주보면서 그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좀 늦었죠. 죄송합니다.”

그녀의 말에 아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아내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 눈물에 그녀는 놀랐지만 아내는 이내 한 손으로 그 눈물을 닦았다.

“아이고. 나이 들고 주책이네.”

아내를 그녀는 말없이 안아주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자주 올게요.”

아내도 양팔을 벌려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두 사람의 행동을 남편은 그저 멍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어서 들어와.”

한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던 아내는 멈칫하는 그녀의 몸짓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녀의 시선이 자신의 남편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 내 정신 좀 봐. 여보, 내가 말했었지. 나에게 옷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로 한 새런. 이쪽은 내 남편이라는 인간.”

“안녕하세요.”

그녀의 인사에 사내는 주춤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아. 예.”

“자자. 어서 올라가 있어.”

아내의 재촉에 사내는 문을 나가 이층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지는 여인의 이야기에 새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를 하며 웃어 주었다.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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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3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5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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