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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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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80
추천수 :
0
글자수 :
132,054

작성
22.02.27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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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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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DUMMY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저 앞장서서 걷는 그를 따라 그녀도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양쪽을 둘러보는 그녀의 눈에 그저 초록색만이 들어왔다.

울창한 나무들. 조금은 이상했다. 분명 자신이 기억하기로 지금은 가을이다. 그것도 초가을이 아닌 단풍이 한창일 가을. 하지만 자신이 있는 이곳 주변 나무들은 모두가 푸르렀다.

그에 반해 간간히 지나가는 바람은 차가웠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시간이라 차가운 것도 있었지만 나무들이 말하는 한여름의 바람은 아니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그녀의 눈이 앞으로 향했다. 자신의 앞에서 말없이 걷기만 하는 그의 등이 보였다.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과 그가 동갑이라는 사실은.

덥수룩한 수염과 지저분한 머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너무나도 다부진 어깨와 달련된 근육들. 그 단단한 체구가 아직 10대의 몸이라는 것이 그녀의 생각에는 맞지 않았다. 자신이 보아왔던 10대들의 몸은 하나같이 조금은 마른 몸에 잔근육들이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정확한 역삼각형의 몸매. 그렇다고 우락부락하기만 한 몸이 아닌 균형 잡힌 몸매. 하반신과 상반신의 어울림. 그것은 아주 먼 기억. 그 속에 존재하는 누군가를 생각나게 했다. 하지만 그는 10대가 아니었다.

‘훙.’

갑자기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그녀의 머리가 날렸다. 어딘가에서 같이 날아온 나뭇잎과 약간의 흙 때문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면서 자연스레 약간의 소리를 질렀다.

“윽.”

얼굴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은 그녀는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겨우 진정되고 나서야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에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는 그가 보였다.

뒤로 묶은 머리로 눈은 명확하게 보이는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에 놀란 듯이 그의 눈이 커져 있었다.

“왜 그러세요?”

동갑이라고 알고 있지만 쉽사리 나오지 않는 반말에 그녀의 존댓말이 이어졌지만 그는 그것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음. 음.”

헛기침을 하면서 돌아선 그는 반지를 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그 손앞에서 공간이 열렸다. 겨우 손 하나 들어가는 자그마한 검은색의 공간.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그 공간으로 그는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동안 무언가를 찾는 듯 손을 움직이던 그가 공간에서 꺼낸 것은 망토였다. 정확하게는 로브의 느낌이 드는 붉은 색의 망토였는데 아무리 보아도 겨울옷으로 보였다.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은 보지도 않고 그것을 자신에게 내미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황당하고 의아해 하면서 가만히 있었다.

“입, 입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언제나 당당하고 거침없는 그의 말이 주저하면서 무언가 쑥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변한 그의 행동에 그녀는 얼떨떨해 하면서 자신의 손에 전해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원피스에 닿아있는 그 손은 차가웠다. 공기가 차갑기는 했지만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옷에 닿아있는 손가락부위가 특히 차가웠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니, 정확하게는 설마 하는 생각으로 고개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차가운 공기 중의 수분, 어느새 조금씩 떠오르는 태양으로 인해 그 수분이 이슬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에 당연하게 스며들었다.

그녀의 원피스 주변에 있던 공기. 그리고 아마도 조금 전의 바람에 밀려온 수분이 그녀의 옷에 스며들었다. 재질 자체가 물을 쉽게 빨아들이는 옷이었기에 그녀의 옷이 완전히 젖는 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젖어든 옷은 그 무게로 인해 그녀의 어깨에 달라붙었다. 중력에 따라 그 아랫부분도 당연히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아니, 보였다. 그 원피스 아래에 있는 자신의 속옷이.

열이 오르는 얼굴과 함께 그녀는 재빨리 그가 건네준 망토를 잡아 걸쳤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그렇게 서 있었다. 어느새 떠오르는 태양이 둘을 비추고 있었지만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몸에 걸친 망토를 꽉 잡고 조금 웅크리고 있는 그녀와 그녀는 보지 않고 한손으로 멋쩍게 얼굴을 긁는 그를 향해 비컨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발걸음 소리 하나 없이 그 둘에게 다가온 그의 어깨에는 어떤 동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기가 들려 있었다.

둘의 곁으로 다가왔음에도 이상한 분위기에 그도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기에 그가 입을 열었다.

“둘이 무슨 일 있었어?”

그제야 화들짝 놀란 둘은 비컨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며 돌아 왔던 길을 빠르게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과 그런 그녀를 보며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는 샹브리아의 모습은 비컨에게 이상함을 주기에 충분했다.

“뭐야?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 무슨 일은. 오늘 고기가 아주 좋아 보이네.”자신의 어깨에 있는 고개를 만지는 그의 모습에 비컨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두막으로 돌아온 두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오두막 문 앞에 서 있는 그녀였다.

“왜 안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그녀를 보고 걸음을 멈춘 샹브리아 대신에 비컨이 다가갔다. 어깨에 있던 고개를 건네주었지만 그래도 아직 그에게서 피 비린내가 났다. 하지만 그녀는 상관없는지 고개를 숙인 채 자그마하게 입을 움직였다.

“저······혹시······있나요?”

중간 중간 들리지 않는 그녀의 자그마한 목소리에 비컨은 조금 더 다가갔다.

“잘 들리지 않네요.”

“혹시 가까운 마을이 있나요?”

“왜 그러시지요?”

“······.”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지나쳐 샹브리아가 오두막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침부터 먹지.”

“하지만······.”

무언가 말을 하려던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하고 멈추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비컨과 상관없이 샹브리아는 다시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침을 먹고 같이 가지.”

“그래도······.”

계속해서 주저하는 그녀의 모습과 그녀는 보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려 애쓰는 샹브리아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비컨과 상관없이 그는 오두막 안으로 완전히 들어갔고 닫히는 문 사이로 마지막 말을 남겼다.

“돈도 없지 않나?”

문이 닫히고 그녀를 보는 비컨이었지만 가만히 있던 그녀는 어떠한 말도 없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비컨은 골똘히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

“뭐야? 도대체.”

그런 그의 귀에 오두막 안에 있는 샹브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작 좀 가져와.”

그 소리에 비컨은 궁금함을 품고 장작을 향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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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3)- 24.04.14 1 0 7쪽
32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2)- 24.04.08 3 0 5쪽
31 제 9화 반대에 서서 -서로를 그리며 서로를 꿈꾸다.(1)- 24.04.01 6 0 7쪽
30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3)- 23.10.23 7 0 8쪽
29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2)- 23.08.29 20 0 8쪽
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5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7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6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7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2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29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6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3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4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4) 22.02.27 33 0 7쪽
4 제1화 만남 -어쩌면 만나지 말았어야 할-(3) 22.02.27 3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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