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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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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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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054

작성
22.03.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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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DUMMY

“예? 돌아갔다고요?”

“응. 아무한테도 보이기 싫은지 이곳에서 그냥 가던데. 역시 그 녀석은 마법사였던 거였어.”

고개를 끄덕이는 여인을 보면서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조금 앞으로 내밀었다.

“아이구, 남자친구가 버리고 혼자 가서 서운하신가?”

“아줌마도 참.”

분명 오는 길에 맞은 차가운 바람으로 얼굴의 뜨거움을 식혔었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다시 뜨거움이 느껴졌고 그녀는 양손으로 자신의 볼을 가린 채 뛰어서 집을 나갔다.

“결혼식 좀 빨리 하라고.”

여인의 장난기 섞인 말에 그녀는 대꾸도 없이 그저 빠르게 달렸다.


홀로 오두막에 돌아온 그녀는 바로 그를 찾았다. 하다만 의자 만드는 일을 계속 하는 것인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소리가 들렸기에 그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저만 두고 혼자 돌아오시다니 너무······.”

약간의 투정섞인 말. 그 말을 하다가 그녀는 그대로 멈추어버렸다.

연푸른색의 머리. 조금은 남색이라고 볼 정도의 약간 어두운 머리. 그와 어울리는 조금은 탄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갈색의 피부. 뚜렷한 이목구비와 녹색의 눈동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 그의 모습은 멋있었다. 잘생겼다가 아니었다. 분명 그의 모습은 멋있었다.

“돌아오지 못할 건 아니니까.”

단 한마디를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하던 일을 마저 하는 그를 보면서 그녀는 잠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더 할 말 있습니까?”

“아, 아니요.”

어색하게 돌아선 그녀는 다시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방쪽의 작은 창으로 그의 모습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단풍놀이를 일주일 남두고 의자와 테이블은 다 완성 되었다.

어느새 단풍놀이의 주최자에서 책임자가 된 것 같은 새런은 그런 테이블과 의자를 둘러보았다. 색이 입혀지지 않은 나무 본연의 무늬가 살아있는 의자는 깔끔했다.

마을 사람들의 수와 연령에 따라 크기를 달리한 의자들을 오두막 앞에 있는 마당에 놓자 그 모습은 꽤나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저 자신의 옷에 묻은 작업의 흔적들을 털어낼 뿐이었다.

“잘 되었네요.”

“이제는 가구도 볼 줄 아는 건가?”

그의 그 한마디가 그녀의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좋은 것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 무엇에서도.’

기억속 깊이 있는 말. 무뚝뚝한 남자의 말을 듣고 있는 어린 소녀는 그저 허리와 고개를 숙어 인사를 할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기계적이라고 느껴지는 대답. 머릿속 깊은 곳에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그녀의 회상을 깨운 것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였다.

“어디가 아픈 거냐?”

자신의 눈앞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있는 그의 모습에 놀라며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팔로 그를 밀어버렸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그는 뒤로 두어걸음 뒷걸음질을 치고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찌으며 넘어졌다.

“아, 아닙니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왜인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일어난 그는 그런 그녀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오두막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참.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마당에 있는 적당히 자란 풀들이 걸음걸음마다 지르던 비명가 들리지 않았기에 그가 멈추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여전히 뒤를 돌아서 있는 그녀는 얼굴을 마주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술들은 많습니까?”

“무슨 술을 말하는 거지?”

“당신이 직접 담근 술 말입니다.”

“적지는 않게 있다.”

“그럼 단풍놀이 마지막에는 같이 술을 마시죠.”

“그 정도의 양은 되지 않을 텐데.”

“그럼 담궈야죠.”

“말은 쉽게 하는군.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

“당신에게는 쉬운 일 아닌가요?”

무언가 말을 하려다 그는 그대로 숨을 삼켜버렸다.

“알았다.”

그 세마디가 전부였다.

어느새 붉게 물들기 시작한 나무들의 모습이 어찌보면 아름답고 어찌보면 괴기스러운 날이었다.


마을에 있는 처음의 축제. 그저 마을 사람들 끼리의 모임 같은 것이었지만 이런 것이 처음이었기에 사람들은 기대감과 준비하는 동안의 행복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많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었기에 대부분이 다 알고 지내지만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은 샹그리아도 참가하는 만큼 사람들은 무언가 더 기대하고 있었다.

“그게 다 너때문이야.”

이제는 마을 사람들과 말을 놓고 지내는 새런은 마을 공동작업장에서 다과를 먹으면서 꺼낸 한 여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이세요?”

“너 아니면 그 음침한 녀석이 이런 행사를 동의했겠어?”

“음침하다니요. 아니예요.”

“어이구. 자기 사람한테 나쁘게 말하는 건 싫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반 농담이 섞인 말에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으면서 받아쳤다. 처음에는 부끄러워도 하고 창피해하기도 했지만 자주 겪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네가 와서 마을이 활기를 띄는 것 같네.”

“그러게 말이야.”

“그렇지. 다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진심으로 웃기는 힘들었는데 말이야.”

마음에 상처. 맞는 말이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도망친 사람들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그 말이 끝나자 마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상처는 치료해야하니까요.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니까 사람들에게 치료 받아야죠.”

이제 20대 초반인 여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그녀의 말에 여인들은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이럴때는 정말 애 늙은이 같아.”

“진짜 20대 맞아? 혹시 마법으로 모습을 바꾼 거 아니야?”

“그래. 그런 거 같아.”

다시 그들의 이야기는 밝아져 있었다.


“내일이군.”

아직 해가 밝아져 있는 날임에도 비컨은 오두막에 있었다.

“그러네.”

“기분이 어때?”

“무슨 의미야?”

“그냥.”

“그 아이들은 어때?”

“여전하지 뭐.”

“그렇군.”

아무런 말도 없었다. 둘은 그저 같이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던데.”

“그래. 그녀가 잘하고 있지.”

“너도 잘 협조해주고 있고.”

“그런가?”

“스스로 알텐데. 너도 변했다는 것을.”

변했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무수히 많은 문제들을 만들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그는 그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음식은?”

“준비는 해 놓았고 내일 만들어야지.”

“술은?”

“뭐 간당간당할 정도.”

“그럼 내일부터는 너와 내가 먹을 술이 없겠네.”

“그렇게 되는군.”

하루앞으로 다가온 단풍놀이. 준비는 모두 끝났다. 불어오는 바람이 흔드는 산위에 나무들은 노랑과 붉은색이 섞여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날은 좋았다. 푸르른 하늘. 몇 개 없는 구름은 그 높이를 헤아릴 수 없게 만들었다.

몇 개 없는 구름 탓에 방해 없이 빛을 발하는 태양은 땅을 어루만지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탓인지 그리 뜨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기에 정확한 판단은 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곳 마을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보통이라면 아침을 먹고 각자의 소일거리를 하는 시간에 사람들은 모두 한가지를 하고 있었다. 몇 일을 고민한 자신만의 요리를 시작하고 있었다.

모두의 집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을 공동 작업장도 오늘은 휴무였다.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마을. 각 가정의 굴뚝의 연기를 보면서 마을의 대표인 노인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모습도 좋군.”

“사람이 없는 모습이 좋다니 다른 사람이 들으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걸세.”

마을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중년의 기사가 그의 옆에 섰다.

“자네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나?”

“글세. 내가 아는 축제는 따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고 즐기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었으니 잘 모르겠지만. 이런 풍경도 나쁘지 않군.”

“자네도 참가할 것인가?”

“난 마을을 지켜야지. 자네나 잘 다녀오게.”

“내가 무슨 염치로 가겠나.”

“하기는 자네나 나나 그들을 위한다면 안가는 것이 좋겠지.”

둘의 대화가 끝날 때 쯤 하나둘 문이 열리며 마을 사람들은 회관 입구로 모여들었다.

“안녕하세요.”

두 사람의 뒤로 세런이 모습을 보였다. 간단한 인사만을 하고 기사는 건물 밖으로 향했다.

“정말 안가실 것입니까?”

그녀의 제안엔 대표는 사람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누군가는 마을을 지켜야지요.”

“알겠습니다.”

더 이상의 권유는 없었다.

단풍놀이가 정해지고 일주일간 간간히 말을 해 보았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고 단호했기에 그녀로써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녀가 회관 입구로 향하자 그는 옥상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사내가 있었다. 익숙한 사내의 뒷 모습에 그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도와 주실 것 아니라면 가 주시죠.”

자신은 보지도 않고 조그마한 자루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 샹그리아의 말은 언제나처럼 차가웠다.

“모두를 한번에 데려갈 생각인가?”

“문제 될 것 있습니까?”

“끝나고는 어찌할 생각이지?”

자신의 손에 들린 조그마한 자루에 있는 것들을 다 쓴 그는 천천히 대표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 없이 품에서 똑같은 자루를 꺼내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어리둥절해하던 대표는 커진 눈으로 그와 그의 손에 들린 자루를 바라볼 뿐이었다.

“뭐지?”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럽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의 말에 대표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의 손에서 자루를 받아들었다.

“그녀가 한 말인가?”

“······.”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보기 좋군.”

그의 말과 함께 계단을 울리는 많은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새런이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샹그리아에게 받는 자루를 품에 숨기며 그는 마을 사람들이 올라오도록 한쪽으로 비켜 주었다.

“어머나 대표님 저희 마중해 주시는 거에요?”

“예. 즐겁게 놀다 오십시오.”

그렇게 모든 마을 사람들이 올라오고 그들이 마법진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는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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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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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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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17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2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2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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