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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님의 서재입니다.

반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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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ran
작품등록일 :
2022.01.22 21:09
최근연재일 :
2024.04.14 19:03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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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32,054

작성
22.03.2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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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DUMMY

“와. 오늘은 무슨 술이예요?”

어제를 시작으로 아무래도 그녀도 매일 이 술을 먹는 자리에 함께할 생각인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는 두 사람을 따라 그녀가 나섰다.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를 다시 재우기는 힘들고 아무런 말도 없이 둘이 나서려는 그때 그녀가 따라왔다. 둘은 딱히 그녀를 제지할 수 없었다.

숲속의 자그마한 공간. 일부러 만든 듯이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의 중앙에 나무들을 모으고 불을 피웠다.

두 남자가 한 개씩 매고 온 항아리를 내려놓고 정해진 각자의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샹그리아를 밀어내고 새런이 항아리 옆에 앉았다.

손에 든 잔을 꽉 쥐고 항아리 옆에 앉은 그녀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냄새를 맡는 것이었다.

“와. 과일 향같네요.”

그녀의 행동에 샹그리아는 황당해 하고 있는데 비컨은 그렇지 않았다.

“맞습니다. 과실주지요. 물론 샹그리아가 직접 담근 것이고요.”

그의 말에 샹그리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지만 비컨은 어깨를 으쓱 할 뿐이었다.

“이건 어떤 맛일까?”

분명 어제 술을 꽤나 먹었을 것인데 또 술을 찾는 모습에 샹그리아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막 술을 푸려는 그녀의 잔을 그가 막았다.

“어제 처음 술을 드신 것 같던데 조금 조심해서 드시죠.”

“처음 아니예요.”

“그런데 그렇게 취하신 것입니까?”

“이렇게 맛있는 술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 취해본 적이 없어 주량을 몰라서 그래요.”

그녀의 말에 복잡다잡한 표정을 짓는 그는 보지도 않고 그녀는 항아리에서 술을 퍼보았다. 약간 초록색의 색깔. 향긋한 향. 어둠을 밝히는 달빛이 너무나도 좋았다.

“음. 향긋하다.”

잔에 든 술을 삼분의 일쯤 마시고 그녀는 눈을 감고 그 향을 즐겼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있는 샹그리아를 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잠깐 그녀를 마주보다가 그는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것을 맞은편에서 바라보던 비컨은 두 사람은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인지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나 두 번째 먹는 술에 주량을 알고 조절한다는 것은 힘들었다.

오늘도 샹그리아의 어깨를 베고 누운 새런의 고개를 조심스레 들어 가져온 베게를 베어주고 샹그리아는 의자로 쓰는 통나무에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어느새 다 비고 딱 남은 두잔을 각자의 손에 들고 샹그리아와 비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불만을 바라보는 샹그리아를 보면서 비컨이 먼저 말을 꺼냈다.

“잘 어울리는 구나.”

“무슨 말이야?”

바로 앞의 불때문인지 붉어진 얼굴로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역시나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거대한 울음소리에 멈추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까?”

자리에서 일어서며 자신의 손에 있는 술을 다 마신 비컨은 보지 않고 샹그리아는 말을 꺼냈다.

“그들과 문제가 있었나?”

“음? 무슨 말이지?”

“새런이 단풍놀이를 제안하고 확정되고 나서 그 말을 전하러 네가 갔던 그날 어둠의 마력이 꽤나 많이 소모 되었더군.”

“아. 뭐 문제라기 보다는 약간의 의견 충돌이지.”

“너희들은 의견충돌에 그정도의 힘을 쓰나 보군.”

“싸우기 싫으니까.”

“정말로 넌 특이해. 싸우기 싫어하는데 넌 ······.”

“거기까지. 내가 원해서 그렇게 태어난 것은 아니니까.”

조금은 슬퍼보이기도 하는 미소를 남기고 비컨이 사라지고 나서 샹그리아는 옆에 잠든 새런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같이 마을에 가죠.”

“같이?”

“예.”

이상했다.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그가 유독 놀라는 것 같았다. 분명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숲속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같이 술을 마신 것은 기억나지만 어떻게 돌아왔는지부터 그녀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제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무렇지 않은 그녀의 질문에 놀란 것 같이 그는 내리치던 망치를 못을 잡고 있던 손가락으로 향했다.

“욱.”

참기는 했지만 워낙에 아프기에 그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 나왔고 그녀는 그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그의 손을 잡으려는 그녀의 손을 피해 그가 손을 돌렸다.

“괜찮다.”

이상했다. 평소에도 그는 접촉에 대해서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조심하는 정도였다. 이렇게 대놓고 피하지는 않았었다.

분명 자신이 기억나지 않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해 주지 않았다.

“거의 다 되었으니 마을에 가죠.”

“왜 가야하지?”

“저와 한 두 번째 조건 잊으신 것입니까?”

단풍놀이를 준비하면서 그에게 그녀가 내건 조건. 그중 두 번째 사항에 해당하는 것이 있었다.

이 오두막도 한 집이기에 음식을 내야 했다. 당연히 요리사는 그였지만 그녀는 그것을 걱정했다.

마을 사람들이 과연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를 기른 그의 음식을 믿고 먹을 수 있을지를.

그래서 그녀가 내건 조건이 그의 이발과 면도였다.

이곳에 살고 나서 그가 아예 면도와 이발을 하지 않을 것은 아니었다. 주방용 칼이나 가위로 조금 길다 싶을 때 그저 조금 짧게 깍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의 머리와 수염은 다듬어지지만 않았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지저분해 보였다.

“당장 가죠.”

그녀의 당찬 말과 행동에 그는 그녀를 따라 걸었다.


마을에 들어온 그녀의 발걸음은 막힘없이 한곳을 향했다. 한가정집에 멈추어선 그녀가 문을 두드렸다. 조금 지나자 조심스레 문이 열리며 집의 주인이 모습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의 말에 주인은 문을 활짝 열었다.

“어. 왠일이야?”

멋있게 다듬어진 수염과 정돈된 머리가 어울리는 중년의 사내. 사내의 인사에도 그녀는 집안을 향해 고개를 들어 둘러 보았다.

“아주머니는요?”

그녀의 질문에 그는 집안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고 중년의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

“어. 무슨 일이야?”

“이발 좀 부탁드리려고요.”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마도 그녀가 가끔 이발을 하는 곳인 것 같았다. 그렇다는 것은 이 여인은 밖에서 미용사였다는 소리였다.

“저 말고요.”

“그럼 누구?”

몸을 피하는 그녀로 인해 뒤에 서 있던 그가 자연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어색하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그를 보면서 여인과 사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진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부부의 말에도 그녀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그저 오른손을 들고 어색하게 흔들 뿐이었다.


이발을 부탁하고 그녀는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 마을에서 제일 처음 찾았던 곳이며 제일 많이 찾아온 곳이었기에 너무나도 익숙한 길을 지나 문을 열었다.

“오늘은 늦었네.”

이제는 마을의 공동 작업실이 된 집 주인 자물리의 말에 그녀는 한손을 들어 뒷머리를 긁적였다.

“죄송해요.”

“참. 부탁했던 거 왔어.”

자물리의 말에 그녀는 그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렸고 한쪽에 자그마한 박스를 볼 수 있었다. 조심스레 열어본 그곳에는 천이 있었다. 반짝이는 남색의 천. 마치 은하수가 흐르는 밤같은 느낌도 드는 천은 딱 보기에도 고급이었다.

“그런데 시간 괜찮겠어?”

“안되겠죠. 단풍놀이 때는 안되겠고. 좀 지난 다음에 줘야죠.”

“하여간 산적같은 그 놈이 여자친구는 잘 둬었단 말이야.”

“여, 여자친구 아니예요.”

“아니. 그럼 같이 사는 남녀를 어떻게 봐야 하는 거야?”

“그냥 어쩌다 보니까.”

“음. 그래. 그런데 왜 얼굴이 붉어질까?”

장난기 섞인 자물리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술이라도 거나하게 한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오, 오늘은 일이 있어서. 가볼께요.”

“알았습니다.”

자물리의 말에 대답없이 그녀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고 불어오는 바람에 얼굴을 식히는 것 같았다.

“여자친구는 무슨.”

혼잣말을 하는 그녀의 심장은 강하게 뛰고 있었다. 심호흡을 하면서 호흡을 가드듬고 그녀는 차가운 바람에 얼굴을 식힐 생각인지 조금 돌아서 그가 있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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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3)- 23.10.23 8 0 8쪽
29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2)- 23.08.29 21 0 8쪽
28 제 8 화 진실 -보려하지 않고 궁금하지도 않았던(1)- 23.08.28 20 0 7쪽
27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3)- 23.08.28 26 0 6쪽
26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2)- 23.05.30 16 0 8쪽
25 제7화 각성 -원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1)- 23.05.30 16 0 10쪽
24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4)- 23.05.30 18 0 13쪽
23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3)- 22.08.19 27 0 10쪽
22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2)- 22.05.11 28 0 10쪽
21 제6화 균열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한(1)- 22.05.02 24 0 9쪽
20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4)- 22.03.24 25 0 7쪽
19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3)- 22.03.24 26 0 12쪽
18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2)- 22.03.24 23 0 11쪽
» 제5화 물들음 -서서히 아무도 모르게, 슬프게도(1)- 22.03.24 23 0 9쪽
16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4)- 22.03.24 22 0 9쪽
15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3)- 22.03.23 30 0 7쪽
14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2)- 22.03.23 25 0 10쪽
13 제4화 추억 -어쩌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를(1)- 22.03.22 29 0 12쪽
12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4)- 22.03.13 27 0 11쪽
11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3)- 22.03.13 23 0 8쪽
10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2)- 22.03.13 24 0 9쪽
9 제3화 알아감 -안다고 생각했지만 몰랐던 것들(1)- 22.03.13 23 0 10쪽
8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3)- 22.03.10 25 0 10쪽
7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2)- 22.03.10 26 0 10쪽
6 제2화 함께 -알지만 모른 척하며(1)- 22.03.10 3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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