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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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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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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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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의회(4)

DUMMY

연회가 끝난 후, 황제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자그마한 탁상 앞에 앉았다. 오늘 있었던 선제후들의 모임에 대한 일에 대해 회상해보았다. 제국의 건국 이래 계속해서 있어왔던 선제후간의 갈등은 현재에 이르러 거의 최고조라 보아도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풀어진 분위기로 진행되는 어제의 회합에서조차도 서로 견제하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물론 그 갈등 때문에 일을 망칠 정도로 멍청한 인물은 없지만.....'


현 제국 재상인 아리엔 공작을 비롯해 현 선제후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잘 할줄아는 이들이기에 서로에게 쌓인 감정이나 알력 때문에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터였다. 혹시나 싶어 선제후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여러 정보원들을 돌려봤지만 수상한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선제후들 중에 뒤가 구린 이는 없는건가...'


물론 닳고 닳은 귀족들이 있는만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제후의회.... 아무 탈 없이 마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역사상 그런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황제에게 있어선 가장 큰 불안한 요소였다.


-


시간이 흘러, 의회도 많이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그 동안 처리된 안건은 많았고, 이제 세부사항만 합의를 보면 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몇몇 안건은 끝내 처리되지 않고 계속해서 토론이 이어졌는데, 점차 귀족들간의 충돌이 심해지고 있었다.


"우리가 그리 해야할 이유가 없지 않소?"

"그게 무슨 의미요?"

"쓸데없이 인력만 나가고, 효력은 그다지 없을 것 같소만."

"말도 안되는 소리. 어찌 그걸 확신하오?"


이런 식으로 계속 언쟁이 벌어지는 일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의장인 하인츠 대주교가 중재를 하며 토론을 이끌어나갔지만 그래도 의견차는 좀처럼 좁혀지질 않았다. 토론 안건을 정하는 정도의 권한 밖에 없는 황제는 계속 지켜보고 되도록 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점점 지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토론에 있어서 선제후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들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어차피 여기서 몇마디를 하더라도 이후 선제후 의회에서 또다시 토론하고 결정해야했기에 굳이 제후의회 때 선제후들은 발언하지 않았다. 경솔히 발언했다가 닥쳐올 후폭풍도 걱정되기도 했으니, 선제후들은 거의 의결권만 행사하는 식이었다. 이렇다보니 선제후들에게 있어서 제후의회가 가면 갈수록 지루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연합왕국의 정세가 요즘 좋지 못하다더군요."

"최근 카르카소와 콘웰의 충돌때문이겠지요. 최근 콘웰의 행보에 머시아나 아키텐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인 제후의회지만, 많은 귀족들이 모이는 자리인만큼 그게 제대로 지켜질리는 없었다. 서로 간의 이익이 충돌할 수 있는 안건도 나올 수 있는만큼 격렬한 토의가 오고가곤 했기에. 황제는 옆에 자리하고 있는 아리엔 공작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재상인 그녀는 국내외 정세에 매우 밝았기에 이런 대화를 나누기 딱 좋은 상대였다.


"카르카소라.... 연합왕국 내에서 북부 국경을 거의 대부분 담당하고 있는 그들이 중앙과 충돌하고 있다면 좋지는 않은 상황이군요."

"그렇지요."

"카르카소 측을 과거 우리 제국 쪽에서 지원한 적 있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요. 연합왕국의 체제가 아직 다 잡히지 않은 시절에 말입니다. 카르카소의 귀족 우두머리였던 자가 당시 콘웰 왕에게 반기를 들었었으니까요. 그 때문에 카르카소의 귀족들이 대부분 죽고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지만 말이예요."

"콘웰도 참 모순적인 놈들입니다. 제국의 체제에 반발했던 놈들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엔 그렇게 힘을 쏟으니....."


연합왕국은 현재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콘웰 왕에 의한 전제정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본래 최고의결기관으로 콘웰, 머시아, 아키텐, 카르카소의 귀족들을 통솔하는 대표자들이 모여 의논하는 곳이 있었지만 콘웰 왕이 머시아 왕, 아키텐 공작, 카르카소 공작의 작위를 세습하며 동군연합 체제로 가게 된 이후엔 점차 콘웰 왕국의 힘이 늘어나 거의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콘웰의 루마렌 왕가..... 그들의 권력욕은 아직도 여전하군요."

"아키텐 공국에선 최근 아키텐 공작가문을 다시 부활시키고 아키텐 공작 위를 다시 넘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던데, 그로 인해 독립을 요구하는 세력도 생기는 등 굉장히 안좋은 상황입니다."

"콘웰에서 그것을 이용할 것이라 보십니까, 폐하?"


아리엔 공작은 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그렇게 물어만 보았다. 재상의 임무는 황제의 의견을 먼저 물은 후 그에 맞춰 보완책을 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연합왕국의 왕들은 대대로 우리 제국과의 분쟁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특히, 콘웰의 왕들은 특히 더 말입니다."


연합왕국은 머시아 왕국, 콘웰 왕국, 카르카소 공국, 아키텐 공국이라는 4개 국가가 연합하여 이루어진 나라다. 머시아 왕국과 콘웰 왕국은 서로 분쟁이 적은 편이지만 원래부터 독립성이 강했던 편인 아키텐 공국과 카르카소 공국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연합왕국의 중심축인 콘웰 왕국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카르카소 공국과 아키텐 공국은 독립과 작위의 상승을 원했고, 콘웰 왕국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연합왕국은 여러모로 상대하기 귀찮은 적입니다. 그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남부 지방의 귀족들이 제일 잘 알겠지요."


제국과 연합왕국은 오랫동안 싸워온 사이로, 제국 입장에서 제일가는 숙적인 엘프 연방 다음으로 성가신 존재였다. 연합왕국 자체의 전력은 그리 강하다 할 수 없지만, 방어하기 쉬운 곳에 주요 도시, 성 등이 존재해 침략하기 아주 힘들었으며 전통적으로 상업이 발달해 경제 발달이 잘 이루어지고 육군보다는 해군에 더 많이 투자한 상태라 제국 해군과 연합왕국의 해군은 상성에 있어 연합왕국이 더 우위에 있었다.


그리고 콘웰 왕가의 독재에 가까운 상황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의 눈을 돌리고 숙청해내기 위해 제국을 침략하는 등 계속 이용하려고 해 더욱 성가신 상대였다.


"국경을 접하고 있는 힐트부르크 백작에게 주의를 줘야겠군요."

"괜찮겠습니까?"


즉위한지 얼마 안 된 황제인만큼 아직까지 적이 많은 편인데 황제 선거에서 라이벌이었던 라인하르트 가문의 알베르트와 힐트부르크의 요나스가 그런 정적들이었고, 그만큼 사이가 좋지 못했다.


"힐트부르크 백작이 비록 라이벌이었긴 했지만 그 사람은 그 정도로 이런 자리에 집착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리 뭐라하진 않겠지요."

"그런가요."


아리엔 공작은 그리 쉽게 생각되진 않았지만 그냥 아무 말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그것을 조용히 옆에서 바라보던 나탈리에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연합왕국....인가... 힐트부르크 백작이 잘 막아주면 좋긴하겠지만....'


황제에게 적극적으로 반발해 전쟁 직전까지 갔던 라인하르트 가문의 알베르트와 달리 그저 결과를 승복하고 가만히 있는 힐트부르크 가문의 요나스였지만, 요나스를 몇 번 만나본 나탈리에가 보기엔 요나스야말로 알베르트보다 훨씬 위험한 인물이었다.


'.....내가 할 생각은 아니겠지만.'


힐트부르크의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그녀는 힐트부르크를 그다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다만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거기에 안 그래도 프리스란트는 내부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그나마 대척점에 있는 프리스란트-하흐베르크는 말이 안통하는 히게아-케레스와 같은 상대가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다. 분명 주도권을 쥐고 프리스란트 본가의 가주를 맡고 있는 것은 나탈리에가 수장으로 있는 프리스란트-슈트라세부르크이고, 이를 현재 그들도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마지막 안건으로 진행하고 마치도록 하지요."


그렇게 선제후들이 각자의 생각과 대화에 빠져있는 사이, 의회는 점차 진행되어 중간 휴식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율리아."

"어머님."


카트린 백작부인이 율리아를 조용히 불렀다. 제후의회에 참가하기 위해 알베르트가 급하게 떠나고 나서 남은 업무를 정리하느라 바쁜 그녀였지만 예비 시어머니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보였다.


"....또 업무를 하고 있군요. 알베르트도 참.... 이리 일을 계속 떠맡기니..."

"아니예요. 어차피 저도 알아야하는 일인걸요."


율리아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가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라인하르트 가문에 남아 일을 도와주었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그 모습을 보고 허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여기 안주인이 될테니 상관없겠지요. 여기 있게 하는게 좋겠습니다.]


재판이 끝난 후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그리 말을 했고, 어차피 이곳에 와서 백작부인이라는 자리에 있을 것인데 미리 라웬부르크의 상황을 알면 좋을 것이라하며 그렇게 웃고는 가버렸다. 그 웃음에 장성한 딸을 다른 집안에 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이 서려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착실히 큰 딸에 대한 자부심도 엿보였다.


"그리 말해주니 고맙군요. 내가 도울 것은 없나요?"

"어머님께선 쉬고 계셔요. 집사장이 많이 도와줘서 괜찮습니다."


율리아의 옆엔 라인하르트 가문의 집사장이 계속 붙어서 그녀를 도와주고 있었다. 오랫동안 가문을 섬겨온 가신인 그의 도움으로 그녀는 일을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카트린 백작부인은 조용히 미소지어 보이고는 따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율리아의 업무처리를 관찰했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지만.....'


아직 라웬부르크의 사정에 정통하지 않아 옆에서 집사장이 많이 도와주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곧잘 일을 잘 처리하고 있었다. 과연,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의 교육이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마르커스가 자랑할만하네.'


예전부터 유독 딸자랑이 심했던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집사장."


일이 어느정도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백작부인이 집사장을 불렀다.


"예, 큰마님."


그는 백작부인을 큰마님, 율리아를 작은 마님이라 불렀다. 율리아는 작은 마님이라는 호칭을 부담스러워하며 익숙치 않아했지만 그에게 있어선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율리아는 잠시 쉬어요. 시녀장, 율리아에게 간단히 다과를 내와줘요."

"예."


그렇게 시녀장에게 명령한 백작부인은 집사장과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알아보라한 것은 알아보았나요?"

".....예. 이것을."


집사장은 그렇게 대답하며 쪽지를 하나 건넸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 별채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가 그것을 읽어보았다.


"이건......"


밖에선 정원에서 간만의 휴식을 즐기고 있는 율리아가 보였다.


"그런 것이었나요, 오라버니....."


예비 며느리를 바라보며, 카트린 백작부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


"흠....."


엘프 연방의 수도 제도 루세른. 금발의 미형의 엘프 남성이 나무를 깎아만든 듯한 미려한 왕관을 쓰고서는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결국은 실패인가?"

".....예."


그 앞에 부복하고 있는 남자는 송구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장담하더니 실패라니.... 기껏 우드엘프 놈들을 충동질해 가담케한 것도 다 소용이 없어졌지 않나."


금발의 엘프 남성, 엘프 대장로 엘타리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드엘프들은 가뜩이나 요즘 들어 말을 안듣고 멋대로 행동하는데, 자신이 바람을 넣어 참여한 일이 실패로 돌아가고 피해도 크게 입었을테니 더욱 반발할 것이 뻔했다.


"우리, 하이엘프들도 그리 사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네. 애초 우리들 엘프의 배신자의 후예인 자네들을 돕는건 증오스러운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기에 그런 것이야. 그런데 지금 이 결과는 무엇인가?"


그의 추궁에 부복한 복면의 남성은 움찔 몸을 떨었다.


".....역시 혼혈족은 돕는 것이 아니었나."


경멸스러운 눈으로 복면남성을 바라본 엘타리아는 옆에 있는 와인잔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


"그 고지식하고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자들을 나서게한 건 우리와 연관성을 찾아도 적당히 꼬리를 잘라낼 수 있었기 때문이니, 그렇게 탓하지는 않도록 하지."

"......."


라인하르트와 제국에서 온 서한을 조각조각 찢어버리며, 엘타리아는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인간들을 언제 축출할 수 있을지, 정말로 머나먼 나날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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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후의회(4) 20.04.22 26 0 13쪽
40 제후의회(3) 20.04.14 35 1 12쪽
39 제후의회(2) 20.04.10 43 3 13쪽
38 제후의회 20.04.07 46 3 13쪽
37 추적의 결과 20.04.05 48 3 12쪽
36 재판(2) +2 20.02.08 72 5 13쪽
35 재판(1) +2 20.02.06 72 2 13쪽
34 반란의 끝(3) 20.02.04 80 4 12쪽
33 반란의 끝(2) 20.02.02 79 5 14쪽
32 반란의 끝(1) +3 20.02.01 99 5 14쪽
31 마지막 속죄 +2 20.01.30 112 8 12쪽
30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합류 +2 20.01.28 117 6 13쪽
29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하이터스하임 수도기사단 +2 20.01.25 147 8 14쪽
28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4 20.01.23 158 6 11쪽
27 백작부인(2) 20.01.21 125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3 4 13쪽
25 추적대(3) 20.01.14 118 7 12쪽
24 추적대(2) 20.01.11 124 6 12쪽
23 추적대 20.01.07 129 4 12쪽
22 수색(3) 19.12.31 141 4 11쪽
21 수색(2) 19.12.28 14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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