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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stein의 서재입니다.

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최근연재일 :
2020.04.28 01:5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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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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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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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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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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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혹시나 반란군의 첩자나 그 우드엘프 놈들이 쫓아올 수도 있으니 오래 머물 수는 없다.'


알베르트는 자신에게 임시로 주어진 거처에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유효한 이동수단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지금 시점에서 당장 이동하긴 힘들었으나, 되도록 빠르게 이동해야만 했다.


'라웬부르크엔 내 실종 소식이 전해졌겠지......'


외딴 곳에 있는 숨겨진 마을이다보니 그 어떤 소식도 전해져오지 않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반란군으로부터 몸을 숨기기에는 나름 괜찮았지만, 얼른 돌아가서 영지와 가신들을 챙겨야하는 알베르트의 입장에선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똑똑


"아직 안주무시죠?"


알베르트가 생각에 잠겨있을때 낮에 마을을 안내해주던 여자, 한나가 문을 두드렸다.


"변변치 않지만 식사가 다 되어서......"

"밖이 꽤 소란스럽던데?"

"오늘은 축제 날이거든요."

"....축제?"


알베르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 시기에 무슨 축제란 말인가.


"축제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요리를 나누어 먹는 정도지만요."

"그게 축제인가?"

"우리한테는 이 정도면 충분히 축제죠. 평소에 부족한 것이 많다보니, 이 때만큼은 서로 아끼는 것 없이 나누어 먹죠."

"흠....."


그러고보니 알베르트가 다스리는 영지에 있는 성 밖에 있는 마을에서도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어느샌가 생긴 개척 마을 몇 개도 그렇게 마을사람들끼리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낸다고 한다. 어찌보면 많은 것이 부족한 이 시대에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모여 나누어먹으며 지내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겨우내 먹으려고 준비한 식량도 있으니, 남은 신선한 음식들을 이 시기에 다 나누어 먹으면서 보내는거죠."

"그런건가?"

"귀족 나으리의 입맛엔 맞지 않을수도 있지만, 잠들어 계시는 동안에도 아무것도 안 드셨으니 배가 고프실테죠. 부족하겠지만 드시러 오세요."


약간 새침하게 말하는 한나를 보며 알베르트가 헛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고맙게 먹도록 하지."


-


폐허 속에 숨어사는 이들이지만 나름 먹을 것은 자급자족을 통해 꽤 확보한 모양인지 축제에 나온 음식들은 꽤나 신선했고, 다양했다. 본격적인 겨울이 닥쳐오고 있는 지금이지만 마을사람들은 마치 봄처럼 활기차보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다들 희망을 품고 사는 건가.'


부족한 것이 많은 환경임에도 그들의 얼굴엔 절망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삶에 만족하며 더욱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듯 했다. 영주의 관리를 받지 않는 이곳이 그들에게 있어 더욱 큰 행복인 것일까.


"자, 여기. 별로 들어간 건 없지만."


알베르트는 한나가 건네는 수프 그릇을 받아들고 한 입 떠서 먹어보았다.


"맛있군."


재료로 약간의 고기와 야채가 들어간, 간도 약간 심심한 평소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그런 수프였지만 지금의 알베르트에겐 꽤나 맛있게 느껴졌다.


"정말요?"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이나?"


한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기사님들은 이런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거든요."

"나같은 떠돌이들은 이런 음식도 익숙한 법이야."


이미 거짓말인게 들통났음에도, 알베르트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편력기사라는 설정을 밀어붙이기로 결정한 듯 했다.


"편력기사님들은 뭔가 다른가봐요?"

"뭐... 적어도 여기 음식이 내가 직접한 것보단 낫군."


그건 사실이었다. 알베르트도 어렸을적부터 아버지인 선대 라인하르트 백작을 따라 여러차례 원정을 다녔는데, 군량이라는게 항상 풍족한게 아닌지라 몇 번은 직접 식재료를 주변에서 구해와 조리를 해야만 했다. 인원별로 나뉘어서 조리를 하다보니 돌아가면서 조리를 하는데, 귀족자제들로 이루어진 그의 조의 요리는 그다지 맛이 좋지 못했었다.


'의외로 그 녀석이 나름 요리를 했었지.'


지금은 죽은, 이름높은 선제후의 자제였던 녀석. 왜일까 그 녀석의 요리만큼은 꽤 먹을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상하게도 먹는 것을 좋아해 주방에 계속 기어들어가던 특이한 녀석이었다고 한다. 선제후의 장남이다보니 그걸로 크게 혼나기도 했을텐데 멈추지 않아 그 선제후도 손을 놨다고 했던가.


"그런가요."


한나는 불평불만 없이 음식을 해치우는 알베르트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알던 귀족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자신만 귀한줄 알던 놈들이었는데, 알베르트는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좀 더 소탈한, 말로만 듣던 마음씨 좋은 영주와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그런건 전설에서나 존재하는 걸로 생각했는데.


"이것 참, 귀족님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렇게 조용히 말없이 앉아있는 둘에게 마을의 대표로 보이는 노인이 다가왔다. 그는 연신 허리를 굽히며 알베르트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이번엔 나름 돼지가 풍년이라 좀 더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햄이랑 소시지 같은 것도 더 만들 수 있었구요."


많은 마을은 상인들로부터 돼지를 구입한다. 마을 단위로 나서서 구입한 다음 고기를 가공해 햄이나 베이컨, 소시지 등을 만들어 보관한다. 몇개는 아예 염장만 한 상태로 보관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겨울을 나기엔 부족하다보니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돈이나 곡식 등을 모아 고기를 따로 구입하여 더 만들기도 한다. 이런건 어디까지나 개인이나 가족에 따라 다르며, 때에 따라선 영주가 영지에 나누어주기 위해 대량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필요는 없는데."


알베르트는 음식을 건네받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촌장은 그저 따뜻하게 웃어보이며 그에게 마을 축제를 위해 준비한 음식들을 내어주었다. 그것을 보며 몇몇 마을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고, 그래서 알베르트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거지? 이곳은 도망자 마을인만큼 날 경계하거나 쫓아내도 할 말이 없었을텐데."


알베르트가 특히나 당황스러워 하는 이유는, 바로 이곳이 귀족이나 영주들로부터 도망친 자들이 세운 마을이라는 점이라는 것이었다.


"다들 귀족에 대한 원망은 있지만, 나와 촌장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아니까요."


한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 알베르트의 표정이 살짝 굳었지만, 그녀는 그런걸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귀족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모든 귀족들에게 그러는 건 아니예요."


귀족이나 기사들, 영주들에 대한 원망은 상당히 깊은 이들이 바로 이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처음 알베르트가 부상당한 채로 이곳에 와서 기절했을때,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가 귀족인 것 같아보이자 쫓아내거나 죽이자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한나와 마을 촌장은 갑옷에 새겨진 알베르트의 문장을 보고 그럴 수는 없다고 맞섰었다.


'라인하르트의 위명은 항상 듣는바이니까.'


물론 라인하르트라 해서 무조건적으로 비호하는 것은 아니다. 어찌보면 선제후로써 다른 영주들을 제멋대로 굴게끔 내버려두는 그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해서 그들을 해할 수는 없었다. 이 지방이 존속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있기 때문이었으니까.


"라인하르트의 기사님, 라인하르트 가문은 이 곳을 오랫동안 수호한 위대한 가문이죠. 우리같은 도망자들도 그분들을 원망하진 않아요. 또, 백작부인께선 우리 같은 이들도 신경써주시는 고마운 이들인걸요."


촌장과 한나는 백작부인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차피 백작부인은 기억도 못할 테지만, 그들은 그 은혜를 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라인하르트 가문의 문장을 지닌 알베르트를 못본 척 할 수 없었고, 마을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신경써주는 것이었다.


"나의 가문이 한 일이지, 내가 한 일은 아니다."


알베르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한나는 그의 말에 살짝 미소지어보이며 말했다.


"라인하르트의 기사님, 당신은 지금의 선제후이신 분이군요."

"........"


자신의 몇 마디로 순식간에 자신의 정체까지 알아낸 한나의 능력에 놀란 알베르트였지만 그것을 티내지 않기 위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전 당신을 어릴때 본 기억이 있어요. 그 때랑은 많이 변하셨지만요. 그리고 이런 외딴 마을이라도 선제후가 바뀐건 안답니다. 몇가지 유도심문을 한건 죄송해요. 하지만, 나와 촌장님이 당신을 적대하지 않는건 그런 것이라 알아주셨으면 해서요."

".....마을 사람들에겐 말한 적이 있나?"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마을 사람들은 라인하르트 가문의 사람인지도 모를거예요. 그저 어디서 온지 모를 귀족으로만 알죠. 그래서 저렇게 경계하는 눈치를 보이는 거구요."

"....이곳은 도망자의 마을이니까. 나같은 이들을 죽이겠다고 달려오지 않는 것만해도 감사하지."

"....그래요, 우리는 귀족들을 원망하니까요."


한나는 그렇게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 여러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우리 역시 우리를 지켜주는 귀족들 없이는 살기 힘들어요. 이러한 약자들의 마을은 금새 습격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기 마련이니까요."


하물며 같은 신분인 상인들조차 도망자 마을에 와선 행패를 부리거나 돈이나 상품을 미끼로 괴롭히기 일쑤였다. 귀족은 지켜주는 대가로 많은 것을 요구하지만, 그래도 귀족의 비호라는 것은 있으면 좋은 것 중 하나였다.


"우리같은 이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어렵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오늘 하루, 잘 살았구나 싶어하면서 그저 그렇게요."

"그런걸로 괜찮은건가?"

"선제후께선 이해를 하지 못하시겠나요?"

"....뭐, 그런건 아니지만."


선제후가 된 이후로 알베르트 또한 하루하루가 힘들었다. 아버지의 병사로 인해 자신이 물려받았지만 아직 여러모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벌써 자신의 대에만 반란이 두번이나 일어났고 귀족들이 배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도 자신이 많이 없어진 상태였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복잡한 업무가 생기질 않기를 바라며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


"잠깐, 한나!"

"....왜 그래요, 필립 아저씨?"


대화를 나누던 중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한나에게 급히 달려왔다.


"마을 어귀에 이상한 인간들이 나타났어!"

"이상하다뇨?"

"그......"


마을 사람은 알베르트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말을 이었다.


"무기를 들고 있었어. 누군가를 찾는 거 같았다고!"


꺄아아악


".......!!!!"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에 한나와 알베르트가 급히 뛰쳐나갔다.


작가의말

2019년 한 해 다들 잘 보내시길 바라며!


모두 함께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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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축제의 전야 20.04.28 25 1 12쪽
41 제후의회(4) 20.04.22 26 0 13쪽
40 제후의회(3) 20.04.14 36 1 12쪽
39 제후의회(2) 20.04.10 43 3 13쪽
38 제후의회 20.04.07 46 3 13쪽
37 추적의 결과 20.04.05 49 3 12쪽
36 재판(2) +2 20.02.08 73 5 13쪽
35 재판(1) +2 20.02.06 72 2 13쪽
34 반란의 끝(3) 20.02.04 80 4 12쪽
33 반란의 끝(2) 20.02.02 79 5 14쪽
32 반란의 끝(1) +3 20.02.01 99 5 14쪽
31 마지막 속죄 +2 20.01.30 112 8 12쪽
30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합류 +2 20.01.28 117 6 13쪽
29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하이터스하임 수도기사단 +2 20.01.25 147 8 14쪽
28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4 20.01.23 158 6 11쪽
27 백작부인(2) 20.01.21 125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3 4 13쪽
25 추적대(3) 20.01.14 118 7 12쪽
24 추적대(2) 20.01.11 124 6 12쪽
23 추적대 20.01.07 129 4 12쪽
» 수색(3) 19.12.31 142 4 11쪽
21 수색(2) 19.12.28 14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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