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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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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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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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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의회(3)

DUMMY

제후의회 첫날이 끝난 이후 열리는 연회. 때에 따라선 모인 귀족들의 피로를 풀고자 먼저 연회를 열고 의회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이번엔 의회의 진행을 먼저하고 그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의 연회를 여는 식이었다. 첫날엔 불참하는 귀족들도 꽤 있었는데, 첫날의 피로를 이유로 불참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도 대다수가 참여했으며, 대부분 자신의 인맥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어차피 황궁엔 잘 오지도 않으면서 뭐하러 그러는지.....'


비텔스바흐 후작은 속으로 그런 이들을 비웃었다. 제국의 중앙정치는 황제가 일종의 참사회처럼 가신들을 구성해 이끌어나간다. 관료들을 뽑아 여러 기능을 담당하게 하는데, 이것이 평소의 황성의 정치를 이끌어간다. 물론 공식적으로 제국제후의회와 선제후 의회, 제국시 위원단이 소집되어 전체적인 정치를 이끌어나간다. 문제는 이러한 경우가 매우 적다는 것에 있었다.


'뭐... 그래도 나쁘건 아니니.....'


어찌보면 비텔스바흐 가문이 상당히 특이한 거였다. 비텔스바흐 가문은 몇대 전에 은거를 선언하고 그 어떤 제국 내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다. 선제후라는 직위를 가지고, 후작이라는 제국에 흔치않은 높은 작위를 지닌 비텔스바흐가문이 은거를 선언한 이유는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


그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비텔스바흐 후작을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응?"


비텔스바흐 후작이 고개를 돌려보니 늘씬한 검은 머리 미녀가 보였다. 나탈리에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시원한 하늘을 보는듯한 하늘색 눈동자였는데, 검은머리와 대비를 이루어 더욱 아름다워보였다. 그녀를 본 비텔스바흐 후작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거, 프리스란트 백작. 이야기는 자주 들었습니다. 칠흑의 전희, 였던가요?"


비텔스바흐 후작이 그녀의 별명을 언급하자 나탈리에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에게 있어 그 별명은 부끄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부끄럽군요. 투신의 후예 앞에서 내세울만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이런, 선조이신 에드가님께서 투신이라는 칭호를 받으셨지만, 우리 비텔스바흐 가문이 그 이름을 자칭하지는 않는답니다."


이젠 그 투신의 후예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분쟁을 싫어하는 비텔스바흐 가문이었다. 과거 레트비히와 라인하르트의 전쟁을 막은 것도 제국에 큰 분쟁이 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래도 그 별명은.... 그렇게 불리는 것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칠흑의 전희라는 별명은 그녀가 선제후가 되기 전, 한 전투에서 최전방에서 전투를 벌이다 투구가 벗겨졌는데, 그것에 신경 쓸 겨를 없이 전투를 속행해 주변 다수의 적을 몰살시킨 것에서 얻은 별명이었다. 당시 프리스란트 가문 특유의 검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그 모습에 수많은 이들이 시선을 빼앗겨 목숨이 달아나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허허, 그래도 칠흑의 전희하면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존재아닙니까."


그 때의 일로 나탈리에는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여기사의 이미지가 되었고, 수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존재가 되었다. 딱히 본인의 부끄러운 면이 강조된 것이 아님에도 나탈리에는 자신의 별명을 되게 부끄러워했는데, 이걸 들은 친척들과 그녀의 부모가 박장대소하며 놀려댔기 때문이었다.


"오, 이거 비텔스바흐 후작이시군요."

"폐하."


둘이 그렇게 담소를 나누고 있을때, 황제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70년만이었던가요, 비텔스바흐 가문에서 이곳에 온게?"

"그랬지요. 선선대 황제이신 카를 4세 때 이후니까요."

"4년 전엔 후작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 그저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후, 비텔스바흐 후작이 황제에게 물었다.


"연회는 시작한지 꽤 되었습니다. 이미 했습니다."

"이런, 제가 늦은건가요?"

"그리 늦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후작이 오신 이유는 다른 이유지 않습니까?"


지크프리트 대제 때부터 계속되고 있다는 그 관습, 선제후들은 그걸 지키기 위해 모인 것 뿐이었다. 나탈리에도 선제후의 자격으로 이곳에 와서 달라붙는 귀찮은 귀족들을 적당히 떨쳐낸 후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것이었다.


"이후에 열릴 연회엔 다들 참가하실 겁니까?"


제후의회가 몇주에 걸쳐서 계속되는만큼 이 황제 주최의 연회도 몇번이고 열린다. 제후의회로 바쁜 각 귀족들과 대리인단, 제국시 위원단 등에게 황제가 연회를 베풀어 노고를 치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사실상 거의 친목다지기에 가까웠다. 지금처럼 한창 진행중일때야 참가자가 많이 없지만 많은 안건들이 가결되고 난 후부터는 수도에 모인 많은 이들이 이 연회에 참가하여 마지막으로 덕담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어울리다 돌아간다.


"오늘도 피곤한데 겨우 몸을 이끌고 온 것인지라."

"프리스란트 백작은 많이 피곤한가보군."

"안건 처리가 상당히 복잡했던지라. 이후 쉬지도 못했답니다."

"해적에 대한 건의가 가결되지 않은것은 매우 유감이었네."

"괜찮습니다. 힐트부르크 측에서 조금 지원해주기로 했으니까요."


힐트부르크 가문은 제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을 가지고 있는 가문으로, 제국 해군 함대 제독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는 가문이기도 했다. 그들의 지원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해적들을 토벌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폐하, 연회의 주최자께서 이렇게 따로 오래 계시면 안되지 않습니까. 인사는 다 받으셨습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3명의 곁에 제국 재상, 아리엔 공작이 다가왔다.


"재상께서는 여전히 정정하시군요."

"오, 비텔스바흐 후작. 오랜만이군요. 4년만인가요?"

"그렇습니다."


비텔스바흐 후작과 아리엔 공작은 제국의 최고 원로 귀족으로써 교류가 몇 차례 있었다. 전체적으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아리엔 공작과 비텔스바흐 후작은 원로 귀족으로 무게감 있게 제국의 귀족들의 중심에 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인사야 그냥 생략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됩니다. 이렇게 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흐음......"

"오늘은 이후의 모임도 있으니, 그냥 생략하는 게 좋지 않습니까, 재상 각하."


금발의 청년이 그들에게 다가오며 그렇게 말했다. 황제는 그를 보고는 살짝 웃어보였다.


"왔나, 프리드리히."

"하하, 그리 말하니 좀 늙은이 같으십니다? 폐하."

"난 황제니까 말야. 자네와는 다르지."

"저도 선제후입니다. 나름 위치가 있다구요?"


금발의 청년, 알레아트 선제후인 프리드리히 디아마트 알렌시아드 백작이 자랑하듯이 가슴을 펴며 말했다. 그 말에 황제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선제후답게 굴게나. 요즘은 할일도 많을텐데?"

"그럼요. 뷔셴부르크의 관리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구요."

"내가 볼 땐 아직도 거기서 거기던데?"

"아니, 언제 오셨다고 그리 말하십니까?"


프리드리히와 황제는 오랜 친우사이였다. 저기에 알베르트와 나탈리에의 친오빠까지 끼면 젊은 후계자들의 모임으로 제국 전체에 이름이 알려졌던 이들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나탈리에의 친오빠가 의문의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알베르트와 황제와의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서 지금 남은 이들 중에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황제와 프리드리히 둘 뿐이었다. 그렇기에, 저렇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주고 받기도 하였다.


"꼭 가야 아나? 들려오는 말이라는 것이 있는데."

"어허, 황제란 분께서 그런 뜬소문따위를 믿다니.... 그러시면 안됩니다."

"자네가 할 소린가?"

"일단 오늘은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다음엔 인사를 제대로 받으셔야합니다. 그래야 제국의 귀족들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재상."


그렇게 대화를 하던 프리드리히는 나탈리에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나탈리에? 오랜만이지?"


비슷한 연배인만큼 나탈리에와 프리드리히 역시 안면이 있었다. 한때 제국대학에서 같이 다녔던 사이기도 한 것이다.


"프리드리히 오라버니는 정말 변함이 없군요. 여긴 지금 제국의 귀족들이 모이는 공적인 자리라구요."

"에이, 그런거 신경쓰지마. 공적이니 뭐니 하지만 어차피 우리끼리 모여서 쑥덕거리는 건데 뭘."

"쑥덕이라니, 좀 더 다른 표현이 있잖아요."


프리드리히의 행동은 자칫하면 무례하게 비칠 수도 있었지만 모여있는 귀족들은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그런 행동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탈리에도 그래서 황제보다 프리드리히를 더 편히 대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자리를 옮기시지요."

"그렇게 하지요. 다들 자리에 앉으실까요?"


선제후들이 모이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연회 첫 날, 황제를 비롯한 12선제후는 연회장에 따로 마련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즐기며 서로 담소를 나누었다. 이 순서와 시간은 항상 정해져 있었고, 이외 다른 귀족들은 자신들끼리 연회를 즐기거나 아니면 돌아가거나 했다. 이것은 지크프리트 대제가 행했던 것의 영향으로 생겨난 전통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혹자는 그 뒤를 이은 아이작 1세가 시작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의회로부터 8개월 정도 지났나요?"

"작년 제후의회로부터는 그렇게 됩니다만, 선제후 의회로부터는 그리 오래 지나진 않았습니다."


제국에서 열리는 의회는 앞서 말했듯이 총 3개가 존재한다. 지금 진행 중인 제국 전체의 자격있는 귀족들을 모아 큰 안건들을 처리하는 제국제후의회, 선제후들끼리 모여 세부사항을 의논하는 선제후 의회, 영주에 속하지 않은 자유시 및 여러 도시주의 위원들이 모이는 제국시 위원단.


"선제후 의회.... 올해는 어찌하실 예정이십니까?"

"글쎄요, 이번 제후의회가 끝나야 그걸 알 수 있겠지요."


선제후 의회의 결정이 최고 권위를 지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하지만, 모든 제후의 뜻이 반영된 제국제후의회의 결정안이 먼저 나온 후 그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할때 주로 소집되었다. 세부적인 사항 모두 모든 귀족들의 뜻이 반영되긴 현실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에 각 지방들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는 선제후들의 의견을 통일시켜 안건을 처리하는 식이었다. 그렇다보니 제국제후의회의 결과에 따라 여부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토너먼트에 하이터스하임 기사단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정말입니까 폐하?"

"그렇습니다. 오랜만에 아주 볼거리가 많겠군요."


황제는 기대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다른 선제후들은 우려를 표했다. 거기엔 선제후이기도 한 카인 단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는 기사이자 수도사들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귀족출신의 기사들보다 전쟁경험은 많아도 신분적인 제약이 있습니다. 거기다 수도사인 우리들이 사소한 공을 쫓을 것이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성직자는 신분이 높은편이나 '수도사'는 조금 달랐다. 수도사가 되기 위한 조건이 매우 쉬웠기 때문이었다. 부사제를 포함한 사제는 신학과 각종 지식에 대해 신성 황국에서 엄격히 교육을 받기 때문에 되기 어렵지만, 수도사는 각지에 존재하는 수도원에 들어가 수행을 하면 되는, 비교적 자격조건이 후했기에 신분적으로는 조금 낮은 취급을 받았다.


"그대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함이오. 가끔은 이렇게 기회를 줘야되지 않겠습니까."

"저희 기사들은 실전위주입니다. 너무 거칠어지지 않을까 걱정이군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어쨌든 제국 전체의 실력자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황제는 잔을 들었다.


"그럼, 오늘도 시작합시다."


그의 행동을 따라, 모든 선제후들이 자신의 잔을 들어올렸다. 의회엔 늦게 도착했으나, 연회엔 늦지 않은 알베르트도 포함해서.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볼 지어."

"성신과 대제께서 살펴주시기를."

"하나된 제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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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후의회 20.04.07 46 3 13쪽
37 추적의 결과 20.04.05 49 3 12쪽
36 재판(2) +2 20.02.08 72 5 13쪽
35 재판(1) +2 20.02.06 7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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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반란의 끝(2) 20.02.02 79 5 14쪽
32 반란의 끝(1) +3 20.02.01 99 5 14쪽
31 마지막 속죄 +2 20.01.30 112 8 12쪽
30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합류 +2 20.01.28 117 6 13쪽
29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하이터스하임 수도기사단 +2 20.01.25 147 8 14쪽
28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4 20.01.23 158 6 11쪽
27 백작부인(2) 20.01.21 125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3 4 13쪽
25 추적대(3) 20.01.14 118 7 12쪽
24 추적대(2) 20.01.11 124 6 12쪽
23 추적대 20.01.07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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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수색(2) 19.12.28 14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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