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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stein의 서재입니다.

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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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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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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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재판(2)

DUMMY

다음 날, 라웬부르크의 영주 성 마당. 포박된 반군 지도자들을 알베르트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레티엔 자작과 폰 바이마어 남작, 그리고 알베르트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다름슈타트 자작. 이렇게 총 3명이 끌려나왔다. 메클렌부르크 반란에 관여된 귀족은 총 5명이었지만, 나머지 둘은 이번 반란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불문에 붙이기로 했다.


"변호라도 할 생각은 있소?"

".....없소이다."


레티엔 자작은 그 한마디 이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각하, 들을 가치가 있겠습니까. 원칙대로 처리하시지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이 알베르트의 옆에서 말했다. 확실히 이 이상은 털어낼 것도, 의지도 없을 것 같았다.


"그럼 주모자인 세 사람에 대해선 사ㅎ...."

"백작."

"....! 어머니."


재판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백작부인이 나타나 그를 불러세웠다. 최종선고만을 앞에 둔 그 순간에. 그녀는 차분한 눈으로 알베르트를 제지한 뒤 레티엔 자작을 바라보았다.


"레티엔 자작."

".....백작부인."


레티엔 자작은 카트린 백작부인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평소 성격에 걸맞지 않게 그는 카트린이라 부르지도 않았고, 말을 함부로 꺼내지도 않았다. 그에 백작부인이 놀란 듯 바라보았지만 레티엔 자작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정말로, 아무런 할 말도 없는 건가요?"

"....그저 죄인일 뿐입니다. 아무것도, 말할 건 없습니다."


레티엔 자작은 형식적인 대답만을 반복했다. 이전에 알베르트에게 했던 것과 같은 대답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 대답에 답답한 듯 백작부인이 외쳤다.


"오라버니! 제게도 정말 이러실건가요?"

"........."

"오라버니!"


백작부인은 잠시 입술을 깨물고 분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쉬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건 어디서, 언제 얻은 것입니까?"

"....그건!"


레티엔 자작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백작부인이 꺼낸 건 한 타다남은 편지들이 있었다. 편지 봉투엔 레티엔 가문의 문장이 들어간 봉인이 있었다. 거기에 히게아의 문장인 흑룡이 그려진 인장이 그려진 것도 보였다.


"이것은 오라버니, 당신의 방에서 나온 것입니다. 없애버릴 예정이었던 것 같은데, 제 손에 들어왔더군요."

"......그것에 대해서도 할 말은 없습니다."

"이곳에서, 히게아와 그것에 결의한 엘프 부족들의 문장이 나왔어요. 그럼에도 할 말이 없다, 이겁니까?"


백작부인이 강하게 추궁했지만 레티엔 자작은 이렇게 답할 뿐이었다.


"이 일은 제가, 제 의지로 행한 일입니다. 그것에 히게아의 지원이 있다고 할지라도, 제 스스로 행한 일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라버니..!!"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알베르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할 말은 더 없소."

"....그렇다면,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소."

"백작!"


백작부인이 간절히 외쳤으나, 알베르트도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냉정히 판결을 선고했다.


"반역의 주모자인 레티엔 자작 외 2명에겐 사형, 그 일족은 귀족 작위를 박탈한다! 본래라면 일족까지 모두 사형에 처해야 마땅하나, 이번엔 선처를 내린다. 그 외 가담자들에겐 영지 추방령을 내린다!"


이것은 마지막 자비였다. 주모자인 당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일족은 살려두되, 귀족 작위를 박탈하고 그들의 영지는 압수하였다. 귀족 작위를 박탈하는 권한은 원칙적으로 황제와 제후의회의 의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이번엔 특례로 미리 황제와 제후의회 의장인 하인츠 대주교, 재상인 아리엔 공작의 동의를 얻어 처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판이 열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그 사이에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는채로.


"오라버니, 그래야하는거예요? 제게도, 당신의 조카에게도 상처만 남기고 떠날 생각인겁니까?"


백작부인이 원망하듯이 바라보았고, 레티엔 자작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며 대답했다.


"미안하구나, 카트린."


백작부인은 참지 못했는지 레티엔 자작의 뺨을 한대 후려치고는 눈물을 훔치며 성 안으로 들어갔다.


"외삼촌, 당신은 이번 일로 당신의 가족 모두를 아프게 한겁니다. 당신만이 아픈 걸로 끝나지 않아요, 이번 반란은."


알베르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셋의 모습을 그저 계속 지켜봤다. 전에 감옥에서 들었던, 그들의 말을 되뇌이면서.


-


"드디어 도착했구만."


한편, 카이덴부르크에선 한 중년인이 웅장한 카이덴부르크의 성문을 올려다보며 힘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상당히 먼 여정을 오느라 힘이 빠졌지만 이렇게 도착하니 나름 뿌듯하기도 했다.


"신분 확인 가능하겠습니까?"

"음?"


잠시 감상에 빠져있으려니 성 정문의 경비병이 신분 확인을 위해 다가왔다. 평소라면 제국의 최고위 귀족인 그에게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제후의회 기간 중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만큼 그 경계도 강화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그들의 문장은 오랜 은거로 인해 사람들에게 잊힌 모양이었으니.


"클레텐베르크 선제후, 비텔스바흐 후작일세."

"출입증이나 초대장 같은게 있으십니까?"

"여기 있네."


정문의 위병은 중년인, 비텔스바흐 후작이 건넨 출입증과 증표, 그리고 그의 수행원들이 들고 있는 깃발을 확인한 후 통과시켜주었다. 원래라면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경비를 강화하였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국 내 세력이 강한 귀족들이 전부 모이는 제후의회 땐 항상 조심해야만 했다. 혹시나 반란분자가 있어 중요 인물들이 암살당하기라도 한다면 큰 혼란이 올 것이기에.


"각하, 머무르던 저택을 다시 사들이시지는 않는 것입니까?"

"굳이 그래야만 하나? 정 안되면 황성에 머무르면 되는일 아닌가?"


비텔스바흐 후작가는 수도인 카이덴부르크에 따로 저택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은거를 하며 자신의 영지에서 오랜 세월 나오지 않아서 처분한 것도 있었고, 수도라해도 자주 오지도 않는데 그는 저택 같은걸 두고 관리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선제후께서 여관 방에 머무르시는 건....."

"모양이 빠진다는건가?"


아무리 그래도 체면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카이덴부르크엔 귀족들이나 부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고급 여관들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따로 저택을 마련해 놓는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아무래도....."

"그런 체면 차려서 어디다 쓰나. 그 돈이면 차라리 영지민에게 더 투자할 수도 있겠어. 최근에 광맥이 발견되었다는데 그곳 시설에 더 투자해 이득을 더 많이 볼 수도 있을걸세."


비텔스바흐 후작은 그렇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제후의회가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제후의회가 시작함과 동시에 카이덴부르크에선 축제가 시작되기에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와서 이미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이렇게 밖에 있으면 축제 분위기도 즐길 수 있고 좋지 않나? 여관 생활도 나쁜 건 아니야.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나."

"저희가 신생 제후도 아니고, 이렇게 계속 하시는 건...."

"어차피 유력 제후들도 많은 수가 이렇게 하지 않나. 애초 자주 올라오지도 않는데 저택같은걸 따로 마련하는 것은 낭비야."


중앙에서 정치를 계속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의 영지에서 따로 통치하는데 황성이 있는 도시에 굳이 그런걸 마련할 이유가 어디있단말인가.


"어차피 이번 자리는 우리 비텔스바흐가 아직 건재함을 보이려고 하는 자리일세. 그 이상의 의미는 없으니 신경쓰지 말게."

"그러기엔 좀... 선제후의 위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거 고작 선거권 있는것 가지고."


비텔스바흐 후작은 투덜댔다. 물론 선제후는 제국 최고의 궁정 지위를 가진 작위이며 비단 황제 선거권뿐만 아니라 자신이 선제후로 있는 지방에선 말 그대로 황제와도 같은 존재가 된다. 하지만 비텔스바흐 후작은 그런 선제후의 권한을 그저 선거권을 가졌을 뿐이라 일축하며 집사장의 말을 듣지 않았다.


"뭐....됐습니다. 헌데 각하, 이번 제후의회... 팔켄슈타인 쪽은 거의 참여를 못한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그쪽이야 그렇겠지. 반란을 진압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후작은 혈기넘치는 청년이었던 알베르트의 모습을 떠올렸다. 너무 혈기가 넘치다 못해 황제와 전쟁까지 불사하는 모습에 재상과 함께 뜯어말리느라 고생 좀 했지만, 그래도 강직하고 나쁘지 않은 청년이었다.


"라인하르트 백작이 작위를 물려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여러 일이 터지는군."

"원래 메클렌부르크 문제는 계속 있어왔던 문제였지 않습니까."

"그렇긴 해도, 시기가 이래서야.... 라인하르트 백작의 평가에 흠이 갈까 무섭구만."


선제후는 원래 세습제가 아니었다. 각 지방 귀족들의 대표자 또는 지도자로써 활동하는 것을 전제로 가장 세력이 큰 귀족이 주변 귀족의 동의를 얻는 방식이었다. 물론 최초 선제후란 권한은 지크프리트 대제가 자신의 사후를 걱정하여 자신을 도와준 인간 국가, 영웅들, 엘프 대공들에게 준 권한이지만 당시엔 선제후란 이름을 쓰지도 않았고, 조금 다른 권한이었다. 현재 선제후들은 대부분 오래된 가문이며 각자 그 사연이 있는 가문들이지만, 이들도 계속해서 선제후를 세습해온 것이 아니며 세습을 한 세월은 무척 오래되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도 제국법상 원칙적으론 세습이 아니니, 언제든지 교체는 일어날 수 있었다.


"혹여나 선제후가 교체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선제후의 교체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선제후는 그 일대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귀족이며 그 세력이 약화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뭐 만약의 일이라는 것이 있지 않겠나."

"괜한 걸 걱정하십니다."

"괜한 것이라니. 선제후가 바뀌게 되거나 한다면 정세가 크게 불안해진다는 것을 알지 않나."

"그럴 일은 절대 없을겁니다."


집사장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라인하르트 가문은 최초 선제후로 임명된 후부터 단 한번도 그 자리에서 내려온 적 없는 강력한 귀족 가문이었고 지금도 그 세력은 커졌으면 커졌지 약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인하르트 가문에 대한 지지율 자체가 높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리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만약이라니까. 사람의 일은 모르는 것이라네, 집사. 파더보른의 일을 잊었는가."


과거 13선제후 중에 3개 선제후 가문이 멸문한 적이 있었다. 한 곳은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파도'에 의해 완전히 궤멸당해 해당 영지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고 다른 지방과 합쳐졌다. 당시 선제후의 상징물인 검 또한 사라져 그걸 찾기 위해 아직도 고생 중인 이들도 있었다. 정말 강력한 힘을 자랑하던 가문이라 그렇게 순식간에 멸망할 줄 몰랐고, 지방 하나 자체가 궤멸당한 사건이라 제국 전체가 휘청일 정도였다.


"그건.... 오래전 일 아닙니까."

"그렇게 오래됬는데도 아직 복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지 않나. 그 지방을 넘겨받은 제후들도 관리를 거의 포기한 지방이 되었네. 최근 반란들.... 심상치 않다고 난 생각하네."


메클렌부르크의 경우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나름 명망있는 귀족이던 브릭센 백작이 참여한 점이나, 메클렌부르크 남작으로 임명되었던 라인하르트 일족인 알베르트의 숙부의 죽음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뭐 내가 걱정해봐야 소용이 없겠지만 말이야."


오랫동안 은거를 하며 영지 경영에만 몰두한 비텔스바흐 가문은 그만큼 영향력이 많이 줄어있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도 그만큼 한정적이어서 의심은 해도 다른 무언가를 찾기엔 힘든 상황이었다.


"일단 빠르게 준비를 하고 좀 놀아볼까? 어서 끝내도록 하지."

"예."


그 무렵 황성, 황제는 귀족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번 의회에서 밝혀야 할 것이 많아. 제국 굴지의 귀족들이 한 공간에 섞여있는 제후의회는 말 그대로 음모의 소용돌이지. 수많은 광대들이 웃고있는 체스판 위에서 누가 이길지....... 그대들을 이용을 하더라도, 원망하지는 마시오."


작가의말

저번 편과 이번 편이 1장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1장의 에필로그이자 2장의 

‘제후의회

‘ 에피소드를 시작하는 프롤로그입니다. 


재밌게 봐주셨던 분들에겐 아쉬운 소리겠으나, 저는 잠시 휴재를 하며 2장을 더 재밌게 구성해올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1장에서 아쉬웠던 부분들도 수정을 하여 다시 올릴 예정입니다. 잠시간의 휴재이며, 연중은 아닙니다. 휴재를 하는 중엔 제가 비정기적으로 연재를 할 예정인 신작을 올릴 것입니다.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정비를 해 돌아와 더 재밌는 글을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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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후의회(4) 20.04.22 26 0 13쪽
40 제후의회(3) 20.04.14 36 1 12쪽
39 제후의회(2) 20.04.10 43 3 13쪽
38 제후의회 20.04.07 46 3 13쪽
37 추적의 결과 20.04.05 49 3 12쪽
» 재판(2) +2 20.02.08 73 5 13쪽
35 재판(1) +2 20.02.06 72 2 13쪽
34 반란의 끝(3) 20.02.04 80 4 12쪽
33 반란의 끝(2) 20.02.02 79 5 14쪽
32 반란의 끝(1) +3 20.02.01 99 5 14쪽
31 마지막 속죄 +2 20.01.30 112 8 12쪽
30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합류 +2 20.01.28 117 6 13쪽
29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하이터스하임 수도기사단 +2 20.01.25 147 8 14쪽
28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4 20.01.23 158 6 11쪽
27 백작부인(2) 20.01.21 125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3 4 13쪽
25 추적대(3) 20.01.14 118 7 12쪽
24 추적대(2) 20.01.11 124 6 12쪽
23 추적대 20.01.07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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