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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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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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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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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의회(2)

DUMMY

알베르트의 말에 모두 입을 다물었고, 그렇게 조용해진 귀족들을 살펴보던 하인츠 대주교는 알베르트가 말을 모두 마치자 입을 열었다.


"의결을 다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은 보류하고 다시 의논하도록 하지요. 괜찮겠습니까, 라인하르트 백작?"

"그러하시지요, 의장."


하인츠 대주교는 최초 발안자인 황제를 돌아보았다. 괜찮겠냐는 의미었다. 하지만 황제는 이 의제에 더 의견을 표출할 생각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저희 안건이군요. 최근 갑작스레 늘어난 세이렌 해적들에 관한 것입니다."

"해적이라....."


세이렌 족은 바다와 그 근처에서 사는 종족으로 주로 대륙 근처 섬에 많이 거주한다. 바다 밑에 해저도시를 짓고 사는 경우도 있다는데, 그러한 도시는 노출이 되지 않아 발견된 적이 없다. 아무튼 그렇게 바다에서 생활을 많이 하는 종족이라 해적질을 가장 많이 하는 종족이기도 했다. 바다 생활에 능숙한만큼 해적질에 있어서도 누구보다도 능숙한 종족이라 토벌할 때마다 심각하게 귀찮은, 그러한 해적들이 바로 세이렌 해적이었다.


"아이히슈테트 근처의 세이렌 해적이면, 그 해적 왕국을 칭하는 놈들이군요."

"듣기로는 왕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원래는 해적 동맹이었습니다. 세이렌 해적들 중 유명 선장들이 모여 만든 그런 곳이었지요. 점점 그 규모가 커지더니 어느새 해상 왕국을 칭하고 있더군요."


나탈리에는 그렇게 설명하며 자신의 안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최근 이 세이렌 해적들의 활동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 대응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단 아이히슈테트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의 귀족들께서도 협력해서요."

"흐음......."


현실적으로 해군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없었다. 막강한 해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힐트부르크 가문, 제국 제일의 힘을 가진 가문으로 해군 역시 상당수 보유한 레트비히 가문, 영지 북쪽에 바다가 있어 방어용으로 일정량의 해군을 보유한 프리스란트 가문 등이 있으나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해군을 보유하지 않고 있거나, 보유하지 못한 곳에서는 약간의 지원물자만이라도 협력을 받고 싶습니다."

"저희 힐트부르크는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겠지만, 레트비히나 다른 곳에선 지원을 오기 힘들 수 있을텐데, 어찌하실 것입니까?"


할버슈타트 선제후, 힐트부르크아우센 변경백작인 요나스 마르쿠스 힐트부르크가 그렇게 물었다. 아이히슈테트 지방은 그가 선제후로 있는 할버슈타트 지방과 그리 멀지 않아 해군을 지원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었다.


"세이렌 해적들의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고, 방어를 위한 해군 병력만을 가진 우리 프리스란트로서는 완전히 뿌리뽑기 힘듭니다. 폐하, 그 부분을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


어차피 황제는 그것에 대해 막강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더 압력을 넣는 정도였다. 하지만 황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해적들이 아무리 위협적이라 하더라도 제국 전체에서 나설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결국 해적들일 뿐이지 않습니까."


루크레시아에선 이번에도 반대의 뜻을 표했다. 물론 완전한 반대가 아니고, 제국이 전체적으로 나설 사항이 아니라는 뜻만 밝혔을 뿐이지만 나탈리에는 그것이 거슬렸는지 약간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백작께서는 지금 이 사안이 별 일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국 전체가 해적 토벌을 위해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들의 위협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할 것입니다."

"호오, 그럼 백작 스스로 프리스란트의 힘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그리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뭐라구요?"


약간 도발적인 말투에 나탈리에가 욱했는지 로렌초를 향해 매서운 기세를 피워올렸다. 그에 두 지방의 귀족들이 서로 대립하듯이 노려보았고, 하인츠 대주교가 그것을 제지했다.


"그만, 신성한 의회에서 싸움은 허가하지 않겠습니다."

"이런이런, 죄송합니다."


로렌초는 살짝 웃어 보이며 나탈리에를 향해 심심한 사과를 건넸으나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외면했다.


"그럼 이 부분에 대해선, 일시적으로 기각하겠습니다.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논하도록 하지요."


여기서 말하는 다른 곳이란 제후의회 이후 일정이 있는 선제후의회 등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탈리에는 일단 수긍하기로 하였다.


"좋습니다."

"그럼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 뒤에도 여러 안건이 올라왔지만 제대로 결정난 사항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소득이 없는 제후의회 첫날이 지나갔다.


-


황성의 황제 개인 집무실. 황제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세실 자작과 황제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켄드릭 남작이 다가왔다.


"폐하."

"오, 세실 자작, 그리고 켄드릭 남작도. 무슨 일인가?"

"이것을....."


별칭으로 황제의 눈이라고도 불리는 켄드릭 남작은 황제의 직속 기사단인 흑십자 기사단을 이끄는 세실 자작과 함께 황제의 최측근이었다. 그는 첩보 조직을 이끌고 있었는데, 이는 공공연한 비밀에 가까워서 더 은밀성을 추구하는 일에는 흑십자 기사단 내 그림자 부대를 이용하기도 했다. 저번 반란 때는 그래서 아무도 존재를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흑십자 기사단 내 그림자 부대원들을 이용한 것이었지만, 사실 전체적인 정보 수집 능력은 켄드릭 남작이 이끄는 조직이 더 좋았다.


"그들이 뭔가 얻은 것이라도 있나?"

"그렇게 눈에 띄는 소득은 없었습니다. 히게아는 완전히 다시 숨어버렸고, 그것을 쫓던 정보원들 다수가 사망하였습니다."

"그건 전에 보고를 받아 알고 있었네만.... 손해가 심한가?"

"관련하여 계속 추적을 하던 이들은 대부분 사망하였다 보시면 됩니다. 개중 연락이 끊기고 실종된 이들도 있지만, 시체만 못찾았을 뿐 사망이라 보는게 맞을겁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쫓으시는 겁니까?"


엄밀히 말해 황제가 계속 이들을 쫓을 이유는 제로에 가까웠다. 이들은 제국 전체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루크레시아를 상대로 일을 벌였으며 아무리 지금 제국 전체의 반역도로 낙인 찍혔다고하나 황제가 이렇듯 몸소 나설 이유는 없었다.


"좋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말이야. 히게아 놈들은 아무래도 이 제국의 귀족들이나 엘프 연방에 깊게 침투한 듯한 느낌이 들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동안 너무 조용했던 것. 루크레시아가 그들을 쫓아내긴 했다지만 그 잔존 세력이 분명 있었는데 그들이 그렇게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리는 것도 그렇고 이렇듯 오랜 세월을 그저 가만히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된다 생각하나?"


팔켄슈타인의 여러 반란 사건은 분명 이들이 조종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레티엔 자작의 반란 때 그 꼬리를 드러내어 잡는가 싶었는데, 그들은 너무나도 빠르게 꼬리를 자르고 다시 숨어버렸다.


"결국, 그들에 대해 알아낸 건 이번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 그 사실 하나뿐이야. 하지만 그것도 실패로 돌아갔으니, 다시 음지로 숨어들겠지. 꼬리라도 잡아서 어떻게든 몸통을 추적하려 했건만...."

"이번 제후의회에서 추가로 알아내려 하시는 것이 그겁니까?"


사실 황제는 해당 안건이 통과되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러한 안건을 올리고 히게아의 존재를 알려 모든 귀족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내부 협력자들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용도였다.


"이 제국은 오랜 세월동안 유지되어왔네. 내부에 불만 세력은 당연히 있을테지. 그런 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히게아가 숨어들어가 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해."

"내부 협력자...입니까."

"구 히게아 지지세력이야 당연하고, 현재의 제국에 불만을 품고 있는 세력들에 침투해 있을 가능성이 크지. 엘프 연방과 제국은 오랜 적대관계인만큼 이들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해놓았을 가능성도 있어. 그러니.... 조심히 계속 추적을 계속해나가게."

"하지만 저희 단독으로는 힘듭니다. 이번 피해로 주요 인력 중 일부가 타격을 입었구요. 그리고 이번에 안건을 올리신것.... 그것 때문에 그들은 더욱 숨기려 들 수도 있습니다."


켄드릭 남작은 황제가 너무 성급히 행동했음을 지적했다. 그들을 수면 위로 끌어내 잡으려면 최대한 그들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활동 자체를 억누르고 숨어있게끔만 해도 충분해. 이번 반란에 그 모습을 살짝이라도 드러낸 것은 분명 그 준비가 상당히 진행 중이었다는 뜻이야. 안 그래도 이런 저런 상황이 복잡한데 그들이 나서 더욱 혼란을 가중한다면 좋지 않겠지. 이럴땐 아예 그들의 활동이 중단되도록 압박 넣는 것도 방법일세."

"그들이 제국 전체를 전복시키려 할 것 같습니까? 그들의 주된 목표는 루크레시아의 몰락, 그리고 구 히게아의 부활 아닙니까?"

"그들을 최종적으로 반란세력으로 규정해 몰아낸 것은 제국 전체일세. 히게아 가문의 제국에 대한 공헌도는 상당한 수준이었고, 그래서 루크레시아를 용인한 것이지만 그들은 그리 생각치 않지. 루크레시아란 '이단'을 용서하고 히게아를 핍박해 쫓아낸 것으로 생각할 거야. 그렇다면 그들이 제국에 우호적일리가 없지 않나?"


루크레시아와 히게아-케레스 간의 파벌 싸움 양상일땐 가문 내부 분쟁이었을 뿐에다가 제국 중앙정부와 각 귀족들 또한 대부분 중립적인 태도였기에 그들은 적대적이지 않았지만, 이후 당시 황제를 비롯해 각 귀족들, 선제후 등이 루크레시아를 인정하고 히게아-케레스를 반동 세력으로 간주해 쫓아냈으니 그에 대한 적개심은 상당할 터였다. 엘프 연방과 연계해 제국을 무너뜨리려 한다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지금은 아직 소득이 없지만, 이 의회가 휴회될 때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도록 하게. 반드시."


황제는 그렇게 당부했고, 세실 자작과 켄드릭 남작은 조용히 고개를 숙여 명령을 받들었다.


"이 모든 것은 제국을 위해서네."


-


"각하, 첫 날은 어떠셨습니까?"


비텔스바흐 후작이 여관으로 돌아오자 집사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여관이라고 하지만, 귀족 전용으로 화려하고 크게 지은 것이라 방도 상당히 컸으며 비텔스바흐 후작이 통 크게 층 전체를 빌려 이용하고 있어서 거의 영지에 있는 저택에서와 다를 것이 없었다. 비텔스바흐 후작은 집사장의 물음에 별거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뭐 이런 곳이 항상 그렇듯이 뭐가 있겠나. 참사회의 상황이 그대로 규모만 키웠다고 보면 되지."


첫날인만큼 그다지 합의가 된 사항은 없다보면 됐다. 엘프 연방에 대한 사절 파견은 애초 황제의 독단으로도 할 수 있는 사항이고 별 의미 없었기에 합의가 난 걸로 치지도 않았다.


"이후 연회가 있으니 그곳에 한번 더 가봐야지."


이미 연회는 진행중이긴 했지만 대부분의 귀족들은 잠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다음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딱히 연회에 비중을 두지 않는 귀족들도 있었고, 그냥 얼굴만 비추는 이들도 많았다. 어차피 오랫동안 진행되는 제후의회 특성상 따로 얼굴을 익혀두지 않아도 서로 얼굴 볼 일이 많기 때문이며 중앙 정치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는 것도 한 몫했다. 하지만, 첫날 열리는 연회에서 한가지 불문율이 있었다.


"선제후들은 반드시 모여야하니까."


바로 선제후들만은 반드시 첫날에 참석하라라는 불문율이었다. 언제부터, 왜 그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항상 선제후들은 첫날에는 반드시 연회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직접 참석을 하지 않고 영지 경영에 몰두하던 비텔스바흐 가문에서 70년 만에 처음 나가는 그런 연회였다.


"그 부분은 여전하군요."

"뭐, 듣기로는 지크프리트 대제 때부터 지속되어온 관습이라니까."


실제로 그러할 리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지크프리트 대제 때는 선제후라는 개념도 없었으니까. 물론 당시 여러 세력들의 수장들이 모였다는 기록은 있기에 그것이 세월이 내려오며 변한 것이라는 추측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이번 의회에서 다들 어떤 속내일지."


70년 만에 다시 의회에 얼굴을 내민 비텔스바흐 가문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나름의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황제 폐하의 수완을 볼 때이지."


그렇게 말하며 들이키는 와인은 꽤 특별한 맛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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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후의회 20.04.07 45 3 13쪽
37 추적의 결과 20.04.05 48 3 12쪽
36 재판(2) +2 20.02.08 72 5 13쪽
35 재판(1) +2 20.02.06 7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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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반란의 끝(2) 20.02.02 79 5 14쪽
32 반란의 끝(1) +3 20.02.01 98 5 14쪽
31 마지막 속죄 +2 20.01.30 111 8 12쪽
30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합류 +2 20.01.28 117 6 13쪽
29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하이터스하임 수도기사단 +2 20.01.25 147 8 14쪽
28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4 20.01.23 157 6 11쪽
27 백작부인(2) 20.01.21 124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2 4 13쪽
25 추적대(3) 20.01.14 118 7 12쪽
24 추적대(2) 20.01.11 123 6 12쪽
23 추적대 20.01.07 12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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