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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stein의 서재입니다.

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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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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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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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알베르트, 제후의회는 일정에 변동없이 개회한다는데, 갈 거예요?"


알베르트가 집무실에서 바쁘게 업무처리를 하고 있는데, 율리아가 어느새 들어와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물었다. 알베르트는 그 팔에 작게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갈 겁니다. 적어도 나는요."

"그러기엔 너무 바쁘지 않아요?"

"그래서 최대한 빠르게 토벌을 하기 위해 서둘렀던 거예요. 지금 출발해도 조금 늦을 것 같네요. 너무 시간을 많이 끌어버렸어요."


제후의회에 아무런 이유없이 불참할 수는 없다. 황제에게서 대리인단을 보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으나, 선제후 간의 알력이란 그렇게 쉽게 넘길 수 없는 것이었다. 다른 선제후들이 멀쩡히 참여하는데, 자신만이 대리인단을 보낼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선제후들은 오랫동안 은거를 하던 비텔스바흐 가문을 제외하고는 전부 직접 참여해왔다. 중간중간 선제후가 바뀌는 일이 있었긴 했지만, 선제후로 선정된 이들은 빠짐없이 참여해왔는데 이번에 그러한 관례를 깰 수는 없었다.


"원래라면 어머니께 대신 부탁하고 갈 예정이었지만....."


힘든 일을 많이 겪은 백작부인에게 다시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이상은 그녀에게 큰 부담이었기에.


"제게 맡겨요, 알베르트."

"약혼자에게 맡기면 그건 그것대로......"


영주 대행은 공식적으로 영주의 아내나 아들이 맡는다. 대부분은 아내가 맡으며, 그 다음이 아들이다. 이렇게 영주 대행은 직계 가족으로 한정되거나 아니면 황제가 직접 파견한 관리인이 영주 대행으로써 영지를 맡는 경우도 있었는데, 율리아는 둘 다 아닌 상태였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되겠죠.....?"


애초 맡길 사람도 없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예비 장인어른이기도 하고 그런 수고를 시키고 싶지는 않았고, 그는 그의 영지가 따로 있기에 부탁하기가 좀 그랬다. 그리고 현재 알베르트의 모친인 카트린 백작부인은 심적고생이 심한 상태라 거기에 노고를 더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율리아가 맡아줘요. 이렇게 부탁하니 미안하지만요. 이전에도 그랬는데....."

"나는 괜찮아요. 하지만 알베르트, 정말로 그래도 되겠어요?"

"지금 제후의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팔켄슈타인 지방이 힘들다는 것을 알리는 꼴에 지나지 않아요. 다른 귀족들이 많이 자리를 비워도 그 대표격인 내가 참여하면 귀족들의 수군거림도 잦아들겠죠. 그래서 가야만 하는 거예요."


정말로, 정치라는 것은 복잡한 법이었다. 알베르트는 걱정하는 율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안심시킨 후에 그녀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집사장을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그래,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그건 집사장으로써 입니까?"


집사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알베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첩보부대장으로써의 자네에게 부탁할 것일세."

"예."


알베르트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가를 조사하게."


-


그 시각,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자신의 저택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이대로면, 정말로 위험한가....."


그의 손엔 귀족들의 이름이 적힌 목록이 들려있었다. 세실 자작이 백작부인에게 건넨 목록과 똑같은 목록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백작님?"

"오, 그래."


그는 그 목록을 자신이 부른, 비밀리에 찾아온 손님에게 건네었다. 그 손님은 그것을 확인한 후에 밝게 웃어보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걸로 우리쪽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겠군요."


그는 그렇게 웃어보이고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에게 감사를 표한다음 사라졌다. 그걸 보며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조용히 읖조렸다.


"미안하네..... 미안해....."


그의 뜻모를 사과가 소름끼치게 조용한 저택에 울렸다.


-


"제후의회, 우리들의 오랜 전통인가."


황제가 조용히 감상에 빠졌다. 그의 반대편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아리엔 공작이 입을 열었다.


"염려되시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재상께서도 아시겠지만, 언제 제후의회가 무사히 끝난적이 있습니까."


제국의 오랜 역사 중에서도 그런 적은 없었다. 항시 무슨 문제가 생겼었다. 선제후 의회땐 그나마 서로 오래된 가문끼리고 체면이라는 것이 있어 대놓고 반목하는 일은 적었지만, 이 제후의회때는 그렇지 않다. 중요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가 귀족간의 감정싸움일 때도 존재했다. 물론 그것을 조정하는 것이 황제와 의장의 역할이지만, 그런다고해서 해결되면 이렇게 고민조차 안했을것이다.


"그런 적은 물론 없지요. 하지만 이 의회는 중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반목이 있는 만큼요."


제국제후의회는 그만큼 중요한 의회다. 제국 전체의 유력 귀족들이 모인 의회니까. 한 표 한 표가 소중하고,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이 있으면 제대로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다. 시간을 두어 충분히 협의하여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알고 있습니다. 이건 제국의 통합과도 관련있는 문제니까요."


모든 것이, 최초에 지크프리트 대제가 세운 이후 정립되어 온 원칙들이었다.


"관례를 따르실 겁니까?"

"뭐가요?"


아리엔 공작의 질문에 황제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지만 아리엔 공작은 그가 일부러 그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시지 않습니까."

".....연회말입니까?"


황제는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연회라는 건, 말 그대로의 연회라기보단 보이지 않는 전쟁터였기에 더욱 그랬다.


"어차피 해야할겁니다. 알아볼 것들도 있구요."

"히게아 말입니까?"

"예. 적어도 선제후들 중엔 그들과 접촉한 이들은 없을테니까요."


전에 세실 자작이 가져다 준 목록에 봐도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11선제후 모두 그들과 접촉한 흔적이 없었다.


"모르는 일 아닙니까."


아리엔 공작에 말에 황제는 헛웃음을 삼켰다.


"재상께서 그렇게 말하십니까?"


아리엔 공작가는 과거 독립전쟁 당시 4명의 영웅 중 하나인 '현자' 아이레나의 직계 후손가문이다. 지크프리트 대제와 제국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가문으로 유명했으며, 그 능력도 출중하여 재상이라는 직책을 대대로 맡아왔다.


"히게아-케레스의 파벌은 오랫동안 이 나라를 괴롭혀왔습니다. 그들의 영향력을 얕보면 안됩니다."

"얕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이제 힘이 없는 역도들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 힘이 없는 역도들에게 루크레시아는 100년 넘게 시달렸어요."


루크레시아는 최근에서야 가세를 겨우 회복하였다. 히게아가 입힌 피해가 막대했기에. 그들의 가세가 회복될 때까지 바이센부르크 지방은 오랫동안 혼란스러운 정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때문에 당시 황제들이 여러 문제를 겪은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에,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사를 할 것입니다. 모든 유력 귀족들이 모이는 이 제후의회에서 말이예요."

"그걸 드러낼 생각이십니까?"

"그들을 억누르려면, 그것이 좋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사를 하려면 비밀리에 하는 것이 좋다. 아리엔 공작은 그 점을 지적했다.


"드러내놓으면 이쪽의 패를 내놓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이미 패를 내보였으나 성과가 없었지요. 이렇게하면 함부로 행동 못하고 숨을 겁니다."

"숨기를 노리는 것인가요?"

"그래요, 그들이 숨어들기를 원합니다."


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숨어들다가, 자그마한 희망을 보게되면 다시 나오려하겠지요. 그때, 잡을겁니다."


-


"결국은 이렇게 되었는가...."


계속해서 흐르는 피를 막기 위해 팔을 부여잡으며, 단탈리안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의 앞에는 전신에 검은 옷을 입은 딱 봐도 수상해보이는 남성이 칼을 든 채로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여기까지 찾아내다니, 생각보다 대단하군."


단탈리안은 피를 많이 흘려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도 여유로운 척 비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남성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딱딱하게 말했다.


"너가 그 '히게아'로군."

"하, '그'? 그건 무슨 의미지?"


남성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 대답했다.


"제국의 반역자."

"닥쳐라!"


단탈리안이 분노하며 외쳤다. 그는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국에 있어 우리 히게아가 못한 것이 무엇이지? 과거 우리들의 조상은 인간들을 도와 히에라온 제국을 몰아내고 인간들의 국가가 성립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이후에도 최전방 지역 중 하나를 지키는 입장으로써 수많은 전장에서 활약해왔어! 그런 우리를 버린 것은 제국이다!"


히게아에게 제국은 이제 배신자나 다름 없었다. 루크레시아와 제국은 히게아를 배신하고 그들을 박해한, 배은망덕한 자들이었다. 물론, 그들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구 히게아 본가는 몰락하였고 그 자리를 루크레시아가 대신한 것 뿐이니 제국에게 있어선 딱히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가문 내부의 항쟁에서 패배하고서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피해를 주는 그들이야말로 '히게아'를 자청할 뿐인 역도들이었다.


"반역자는 반역자일뿐."


남성은 그저 무미건조하게 내뱉고 검을 집어넣으며 주변에 똑같은 차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명령했다.


"포박해라. 살아있는 인원들 모두. 죽게 해서는 안된다."


그 말에 검은 옷 차림을 한 이들, 흑십자 기사단 산하 그림자 부대가 움직이려 하자 단탈리안은 더욱 짙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둘 성 싶은가."


그는 모종의 신호를 보냈고, 아직 숨이 붙어있던 히게아의 결사대원들은 그것을 보고 입안에 있던 무언가를 깨물었다.


"독이다! 어서 막아!"


남성은 급히 외쳤고, 정보원들이 움직여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히게아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우리들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복수를 행할 것이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단탈리안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죽었다. 그 모습을 본 남성은 짜증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길, 희생을 감수하면서 여기까지 겨우 추적했건만!"


황제의 명령에 따라 온갖 방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추적을 해서 겨우 은신처를 알아내고 습격까지 했는데, 결과적으로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원 사망했습니다. 독까지 준비해두고 있었던 것을 보면, 단단히 각오했던 모양입니다."

"폐하를 무슨 낯으로 뵌단 말인가....."


레티엔 자작의 반란이 실패한 이후, 그곳에 모습을 잠시 드러냈던 히게아의 흔적을 쫓을 수 있는 마지막 경로였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모습을 숨겨온 그들이라 더이상은 추적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얻을 것도 없구요."


남성은 부하의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귀환한다. 이곳은 불태워버려라.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예."


그 날, 팔켄슈타인 지방 라웬부르크 근처 외딴 마을 하나에 화재가 발생해 전소되었다는 보고가 영주 업무를 대신하고 있던 율리아에게 올라왔지만, 다른 일로 바쁜 나머지 그녀는 안타깝게도 이 사건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


".....끝내 놓쳤군?"

"예. 면목없습니다."


세실 자작이 무뚝뚝하게 보고했다.


"그놈들... 그런 의지까지 갖고 있었군."

"팔켄슈타인 내 히게아 잔당은 모두 전멸했습니다. 더 이상 추적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총단은 없나?"


세실 자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철저한 점조직입니다. 그들의 본부와 관련된 그 어떠한 증거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


황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제 믿을 것은 정말로 의회뿐인가."

"죄송합니다."

"아닐세."


황제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좀 더 재밌어졌어."


작가의말

짜잔 오랜만입니다! 드디어 어찌어찌 작성한 편을 새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2부의 시작입니다. 연재 주기는 최대한 지킬예정입니다.


다들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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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마지막 속죄 +2 20.01.30 112 8 12쪽
30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합류 +2 20.01.28 117 6 13쪽
29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하이터스하임 수도기사단 +2 20.01.25 147 8 14쪽
28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4 20.01.23 158 6 11쪽
27 백작부인(2) 20.01.21 125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3 4 13쪽
25 추적대(3) 20.01.14 118 7 12쪽
24 추적대(2) 20.01.11 124 6 12쪽
23 추적대 20.01.07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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