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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stein의 서재입니다.

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최근연재일 :
2020.04.28 01:5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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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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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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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여기인가."


알리테어는 폐허 속에 숨어있는 마을을 보며 감탄했다. 언뜻 보면 그냥 폐허로만 보였는데, 사람들이 그 속에서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안들었기 때문이었다. 꽤나 잘 위장해놓은 마을이었다.


"이런 곳에 마을이 있군요. 사람들이 사는."

"원래 마을이었던 폐허들을 이용해 자신들을 적절히 위장했군. 과연 도망자들의 마을다워."


상인들에게조차 몇몇 행상인들 사이에서만 소문으로써 그 위치가 돌아다니는 곳이었다. 얼마 전 상인 한 명을 납치해 심문하여 위치를 알아냈음에도 그 상인은 자주 왔다갔다하는 상인이 아니라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아 조금 고생했었다.


"조용한 곳이군."


과연 그 흔하디 흔한 산적들조차 없는 곳 다웠다. 짐승들 소리도 많이 없어 적막한, 그리 높지 않은 산은 정말로 도망자들이 숨기에 최적인 상태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조용한 곳에 자신들과 같은 이들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리테어의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후......."


잠시 한숨을 내쉰 그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가서 라인하르트 백작을 사로잡는다. 살아만있으면 돼. 나머지 주민들은......."


알리테어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최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쪽으로 가지. 백작을 넘겨받았다해도 우리가 온 것을 다른 누가 알면 안되니 말야. 모두 죽이도록."

"예!"


-


"응?"


도망자 마을의 경비를 맡은, 델빈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곁에 두고 있던 활을 재빨리 손에 쥐었다. 사냥으로만 터득한 궁술은 아직 미숙해 사람을 상대로 활용하기엔 부족했지만 마을 외곽의 경비를 서는 일은 마을 사람들 전부가 돌아가면서 맡는 일이었고, 오늘은 그의 차례였다.


'.....평소에 보이던 상인들이 아니군.'


무기를 잔뜩 몸에 지니고 망토를 두른 이들, 그들은 결코 상인이 아니었다. 잘해봐야 용병 집단정도로 보였다. 델빈은 긴장을 잔뜩 한 채로 앞에서 걸어오는 사내를 보고 외쳤다.


"누구요?"

"아아, 이런 곳에 사람이 있었군요."


정말 다행이라는 듯이 말하는 사내를 보며 델빈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누군지 말하시오. 여기 앞으론 갈 수 없소."


그가 활을 강하게 쥔 채로 있는 것을 본 사내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런이런, 왜 이렇게 공격적이시지요? 혼자서 우리들을 막기라도 할 생각입니까?"

"다른 사람들이 도망칠 시간정도는 벌 수 있소."

"호오"


사내는 당당한 그의 대답에 흥미롭다는 듯이 보고는 두 손을 들어올려보이며 말했다.


"저흰 그저 평범한 용병단입니다. 미숙하지만 제가 이끌고 있지요. 잠시 길을 잘못 들었는데, 지금 물과 식량이 바닥을 보이는 상태라 얻어갈 수 있겠습니까?"

".....여긴 사냥꾼들의 임시 거점이오. 우리도 그리 많이 가지고 있진 않소."


델빈은 항시 하던 말을 했다. 사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라 자주 할 일은 없었지만, 이렇게 아는 사람이 아닌 자들이 오면 사냥꾼의 거점이라고 둘러대어 돌려보내곤 했었다.


"그래도 어찌 안되겠습니까?"


용병단의 단장이라 자신을 밝힌 사내는 계속해서 델빈에게 식량과 물을 나누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델빈은 수상해보이는 용병단이 마을을 행여나 발견하기라도 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일단은 계속해서 거절을 했다.


"우린 그저 이 근방을 떠돌며 사냥하는 사람들이오. 이곳도 임시거처에 지나지 않소."

"사냥한 물품이라도 팔면 되지 않습니까?"

"우리는 하루 잡은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오. 팔만한 것은 없소이다."

"흐음......"


완고한 델빈의 태도에 사내의 미간이 좁혀졌다. 뒤에 있는 용병들도 각자 무기에 손을 얹고 흉흉한 분위기가 되려는 찰나,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들을 멈추었다.


"델빈, 뭐해?"

".....세나."


델빈과는 달리 전형적인 마을 처녀차림을 한 세나가 얼굴을 내밀자 사내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그는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세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근방에서 길을 잘못 들어 지나가게 된 용병들인데, 잠시 식량과 물 좀 얻어갈 수 있겠습니까?"

".....물과 식량?"


세나는 살짝 미심쩍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을에서 지내면서 용병들은 거의 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들을 경계하는 눈치를 보였다. 델빈은 그런 세나를 보고 어서 마을 안으로 들여보내려 했다.


"세나, 들어가. 여긴 왜 왔어?"

"잠깐 볼 일이 있어서. 전에 왔던 그 귀족...."


세나가 얼마 전부터 머물고 있는 귀족에 대해 언급하려하자 델빈이 황급히 그녀의 입을 막았다. 안 그래도 마을의 위치가 탄로날 판에 정체불명의 귀족까지 머문다는 것을 알려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귀족 나으리께선 어딘가 쫓기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제발 좀 빨리 나가줬으면 했지만, 말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럴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냥 놔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촌장과 마을 내에서 나름 힘이 있는 한나가 그를 두둔하고 나섰기에 마을사람들 모두 입을 다물고 있는 상태.


저 용병들이 말하고 있는대로 그저 지나가는 길이면 괜찮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순진하게만 생각하게끔 두질 않았다. 저 용병들이 그 귀족을 뒤쫓고 있는 이들이라면, 자신들 같은 도망자들은 전부 죽이고 귀족만 데리고 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델빈이 세나의 입을 막으며 눈치를 살짝 봤지만 사내는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그저 아까의 그 미소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아니오."


델빈은 살짝 괴로워하는 세나의 입에서 손을 뗀 다음 대충 얼버무렸다.


"세나, 넌 가서 머서 아저씨랑 마을 내 남자들 좀 데리고 와."


델빈이 낮게 중얼거리자 세나는 잠시 그를 올려다본다음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피잉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세나의 등 뒤를 막아서면서 무언가를 그 무기로 튕겨냈다.




하지만 연속으로 날아오는 것은 미처 막지 못했고, 어깨 깊숙히 박혀 피가 솟구쳤다. 세나는 피를 보고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


갑작스레 울린 비명에 놀란 알베르트가 무기를 쥐었고 다른 이들 중 싸울 수 있는 이들이 각자 무기를 챙기고 비명이 들려온 마을 경계로 뛰어나갔다.


"이건.....!"


알베르트가 본 것은 서로 얽혀 싸우고 있는 용병들이었다. 반란군이 쫓아왔나 싶어 나왔더니 보이는 것은 반란군도, 팔켄슈타인 지방에 있는 귀족들의 군대도 아닌 모르는 용병들이었으니 그로써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이게 무슨일인가?"


마을 사람들 모두 당황하고 있었고, 알베르트는 마을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델빈에게 날카롭게 물었지만 그도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갑자기 어디선가 활이랑 투척무기 등이 날아오더니, 저 용병들이 다른 용병들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용병들은 서로 어지럽게 얽혀서 싸우고 있었다. 대검이나 창, 폴액스 등의 무기가 얽혀 나는 거친 쇳소리가 조용했던 산 속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용병들 모두 비명도 지르지 않고서는 묵묵히 싸웠다.


'.....용병.....?'


그들의 움직임을 보다, 알베르트는 묘하게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용병이라하기엔 양 세력 모두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용병들은 대체로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이라 대규모 전장에 맞는 움직임이 그 몸에 익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양쪽 모두 그런게 아니었다.


'이들의 움직임은 암살자에 가깝다.'


용병은 몸이 곧 재산이다. 그래서 최대한 전투에 영향이 안가는 편에서 몸을 사린다. 전장에서 죽는 것은 팔자지만, 그래도 불구가 되어 은퇴하는 것보단 몸을 어느정도 사려 일을 지키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들은 상대를 죽이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 자신의 몸은 중요한 부위만 지키고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목표를 죽이는 것을 더 중히 여기는 암살자들처럼.


"저기 라인하르트 백작이 있다! 잡아라!"

"나머지 놈들은 죽여라!"


누군가가 크게 그렇게 명령하자 얽혀 싸우던 용병들 중 일부가 알베르트 쪽을 노리고 달려왔다. 그 앞을 다른 이들이 막아서서 싸웠고, 일부 마을 사람들도 그들에게 맞서 싸웠지만 마을사람들의 전투력은 용병(혹은 암살자)에게 맞서기엔 너무나도 낮았다.


"으악!"

"악!"


용병들의 칼날은 자신들에게 맞선 마을사람들의 목숨을 너무나도 쉽게 빼앗았다. 알베르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용병의 칼날을 재빠르게 막아내었다.


"큿"


하지만 살짝 늦었는지 칼날은 그의 어깨를 스치며 약간의 고통을 주었다. 그걸 본 한나가 놀라 외쳤다.


"나으리!"

"어서 피해! 마을사람들은 이곳에 있어선 안된다!"


알베르트는 자신을 노리는 이들에게 맞서는 용병들을 보며 뒤에 서있는 한나에게 외쳤다. 한나는 자신들의 가족이 목숨을 잃어 이성을 잃으려하는 이들을 제지하며 그들을 뒤로 물렸다.


"이거 비켜, 한나!"

"정신 차리세요! 우리가 맞서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한나는 알베르트를 노리는 이들을 보며 저들은 전문 암살부대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의 과거 덕분이었다.


'그때의 경험이 이렇게......'

"우리 아들이 죽었어! 저놈들이 죽였다고!"

"그래서 모두 죽을 생각이예요? 어서 물러나요!"


전문 암살부대라면 평범한 마을사람들로는 한명도 못 이길 터였다. 물론 모두가 달려드면 한 명 정도는 죽이거나 잡을 수 있을테지만, 너무 희생이 클 것이었다.


"마을 회관으로! 모두 가요!"

"한나!"

"어서요!"

"귀족 나으리는?!"


촌장의 물음에 한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용병들과 같이 암살자들에게 맞서는 알베르트가 보였다. 역시나 라인하르트의 명성에 걸맞게 그도 능숙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사하기를.....'


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빌며 대답했다.


"우리는 우리부터 걱정해야해요! 귀족 나으리는 기사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서 가게, 어서!"


알베르트는 그렇게 재촉하며 옆에서 자신과 같이 싸우던 용병에게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마을 사람들을 지켜주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용병은 따로 묻지도 않고 그렇게 대답하고는 자신 주변의 용병들 몇을 선발해 마을사람들을 호위하며 뒤로 빠졌다.


"하앗!"


알베르트는 자신의 대검으로 덮쳐오는 한 용병의 팔을 베어냈다. 오른팔이 잘려나가 피가 철철 흐르면서도, 그 용병은 비명조차 지르지 않은채 다른 손으로 무기를 꺼내들어 다시 덤벼들었다.


"큿!"


대검이라 휘두르는 속도가 느려 재빠른 대처가 불가능했던 알베르트는 고개를 뒤로 빼 겨우 그 공격을 피해내고 다시 검을 들어 이어지는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놈들... 암살자들인가? 정말로?'


반란군에서 보낸 암살자들인 모양이었다. 역시나 추적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일까.


'끝까지... 나를 잡아 협상이라도 이끌어낼 생각인가.'


이대로면 분명 언젠가 다시 모일 토벌군이나 아니면 황제의 명 아래 집결할 제국군에 의해 토벌될 운명이니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알베르트 자신을 사로잡으려 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로잡힐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분노를 쏟아내며, 알베르트의 검이 찬란한 빛과 함께 암살자들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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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백작부인(2) 20.01.21 124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2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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