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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alist : 제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Calstein
작품등록일 :
2019.09.1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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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8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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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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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속죄

DUMMY

반란군은 남은 군을 이끌고 카르테 성으로 퇴각했다. 갑작스런 습격에 많은 반란군 병사들이 흩어졌으며 레겐스부르크 남작을 따르던 군대는 레겐스부르크 남작을 잃고 완전히 와해, 반란군에 저항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반란군이 온전히 수습할 수 있는 병력은 절반 정도가 전부였다.


"단탈리안, 당신은 레겐스부르크 남작이 배신할 걸 알고 있었소?"


레티엔 자작이 날카롭게 따졌다.


"알고 있진 않았지. 난 그저 그를 믿질 않았을 뿐이오."

"그렇다면.....!"


레티엔 자작은 화를 내려다 참고서 폰 바이마어 남작을 바라보았다.


"우리 병력의 절반 정도를 잃었소. 전부 흩어져 다시 모으기도 힘들거요."

"......그렇겠군요."


어차피 밖엔 행동을 시작한 토벌군이 있었다. 그들은 카르테 평야에 있던 요새까지 무너뜨리고 완전히 다시 평야를 장악하고 있었다. 얼마 전, 알베르트가 이끌던 토벌군이 그리했던 것처럼. 지금은 더 희망이 없었다. 토벌군은 더 큰 병력으로 왔지만, 반란군은 그때와 같은 숫자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레겐스부르크 남작이 그럴 줄은......"

"원래 유약한 남자였지. 결국, 그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오."

"단순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레겐스부르크 남작의 배신으로 그의 병력이 전부 흩어졌을 뿐만아니라 남은 병사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쩌자는게요?"


단탈리안이 냉정히 말했다.


"이 반란으로 우리는 성과를 거두어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당신들을 이리 지원해주고 했던 겁니다. 이렇게 대책없이 무너지라고 지원한게 아니라는 겁니다!"

"애초 우리는 당신들과 그 뒤에 있는 세력을 믿고 일으킨거요! 이 넓은 팔켄슈타인 지방에서 귀족 3명이서 반란을 일으킨다해서 크게 오래갈 줄 알았소? 당신들이 좀 더 확실한 지원을 해주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소!"

"그래서 지금 우리 탓이라는 겁니까?"

"레아테인의 암살 부대. 그들에 대한 후방 지원을 왜 안 한 것이오? 알베르트만 확보했더라도 더 유리한 국면을 점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 말에 단탈리안의 얼굴이 분노와 수치 등으로 물들여졌다. 그것은 명백한 실책이었기 때문인데, 그 실책이 다름아닌 반란군 지도자들의 무능함 때문에 결과적으로 벌어진 것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 사실을 단탈리안이 입에 담으려 할 때 폰 바이마어 남작이 나서서 중재했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때입니까? 카르테 성으로 퇴각하긴 했지만 토벌군이 공성을 곧 시도할 것입니다. 우리끼리 내분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저번보다도 확실히 병력의 차이가 나는 상태니 토벌군은 바로 공성을 시도할 것이었다. 거기에 지금은 슈바이벤 남작만 토벌군에 합류한 상태니 후속으로 도착할 그뤼펜하겐 자작과 아렌부르크 백작, 베텐라우어 백작의 군대까지 합하면 반란군에겐 완전히 희망이 없는 정도였다.


"폰 바이마어 남작, 당신도!"

"레티엔 자작."


폰 바이마어 남작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끊임없이 남탓만 하지 마세요. 당신은 라인하르트 백작에게만 집착하는 바람에 주변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에도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레티엔 자작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분명 그의 실책도 있었기에.


"우리 모두 잘못된 선택을 한 끝에 이러한 위기까지 몰린 겁니다. 그걸 탓만하지 말고 위기를 넘길 생각을 하세요. 단탈리안, 당신도. 우리와 당신네들의 계약은 아직 유효하니까."

"......알겠습니다."


단탈리안은 분노에 찬 표정을 거두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


"레아테인 부족에게 다시 한 번 도움을 요청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도움을 줄 만한 세력을 알아보도록 하지요."

"레아테인 부족이 그럴 의리가 있소? 우린 여기까지 실패했는데."

"....모르지만, 그래도 요청해봐야지요. 그들이 우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단탈리안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을 나섰다. 그의 등 뒤를 보며, 폰 바이마어 남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제국을 다시 세우기엔 부족했나보군. 조금이나마 계기가 되어주기를 바랬건만, 끝내 끝은 이렇게 되는건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걸 바라기엔 너무 상대가 강대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걸 계기로 제국 내 황제와 선제후들의 통치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를 바랬다. 그것도 너무 큰 바램이었을까. 결국 그것조차 실패할 줄은 몰랐다.


'지크프리트 대제시여, 아직 이 나라를 다시 세울 때가 아니란 말입니까.'


그런 그의 한탄이 바람에 실려 덧없이 사라져갔다.


-


토벌군의 진영이 앞당겨져서 다시 세워졌다. 진지를 구성하는 사이 그뤼펜하겐 자작과 아렌부르크 제국백작이 도착했고, 토벌군의 군세는 더욱 커져 당장이라도 공성을 시작할 수 있을 듯이 커졌다.


"날이 밝는대로 공격을 감행하도록 하지요."

"각하를 기다리시진 않으시는겁니까?"


알베르트가 이미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백작부인은 그를 기다리고 있다간 무언가 다른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어딘가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빨리해서 나쁠건 없지 않겠습니까."

"백작부인께선 아직 공성의 경험이...."

"괜찮아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 당신이 전체적인 지휘를 맡으세요. 나머지 분들은 각자의 공격방향에서 지휘를 하되,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의 지시를 따르면 됩니다."


백작부인의 지시에 다른 귀족들은 아무런 군말없이 따랐지만 슈타이어마르크 백작만은 달랐다.


"전 그럴만한 권한이 없습니다."

"선제후 대리인 제가 임명하는 겁니다. 알베르트가 오면 그때는 총 지휘권이 알베르트에게 넘어가겠지요. 그때까지만이라도 지휘를 맡아주시면 됩니다."

"전 일개 방백작입니다. 변경백작도, 무엇도 아닙니다. 제 권한으로는 그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완고했다. 비록 라인하르트 가문과 친분 관계가 두터워 계속 보좌하듯이 지내긴 했지만 실상 그런 권한이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는 그런 권한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딸이 선제후의 약혼자라는 것과 과거의 친분을 바탕으로 다른 귀족들보다 약간 위에 선 채로 전장에서 보좌관과 같은 역할을 맡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도 계속되면 불만이 나오기 마련이다. 심지어 눈앞의 귀족들은 전부 황제를 따르는 황제 직속의 귀족들이었다.


물론 현 황제가 직접 임명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은 대대로 황제에게만 충성해온 이들이다. 선제후도 아닌 자신에게 지휘를 받는 것에 불만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래서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한사코 거절했다.


"마르커스!"


백작부인이 답답함에 그를 이름으로 불렀지만 그의 뜻은 변함이 없었다. 그 때, 마침 도착한 알베르트가 막사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만하세요, 두 분 다. 제가 지휘권을 받도록 하지요."

"알베르트!"

"각하!"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알베르트를 보고 놀란 백작부인과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이 외쳤다. 알베르트는 진짜로 전장에 나선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죄책감이 들었다. 굳이 이런 일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 분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이제 라웬부르크로 돌아가서 쉬시지요."

"그럴 수는 없어요. 이 반란엔 나도 연관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레티엔 자작가 출신인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솔직히 이렇게 백작부인의 지위를 유지하며 선제후 대리를 맡아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원래라면 그녀도 혐의가 풀릴 때까진 감금되어 있을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머니, 어머니께선 라인하르트 가문의 안주인이십니다. 어머니와 반란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십니다."

"저기있는 레티엔 자작이 이 어미의 오라비예요. 백작의 삼촌이라구요. 나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이번엔 백작부인이 고집을 피웠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서 떠날 수없다며 버텼다. 평소 어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알베르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에게 말했다.


"고생했습니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 영지를 돌보지도 않고 이렇게까지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각하."

"두 분은 무리를 하셨으니 이곳에서 쉬세요. 공격은 나와 여기 있는 귀족들이 하겠습니다."

"각하....."

"백작."


알베르트는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일전에 나타난 우드엘프 놈들이 다시 올지도 모릅니다. 그에 대한 경계를 해주세요. 물론 그리 강하게 안해도 됩니다. 우리에게 다른 원군이 생겼으니."

"원군....입니까?"

"그렇습니다."


슈타이어마르크 백작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그 모습에 백작부인이 궁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근엄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런 어머니를 보며 살짝 미소지은 알베르트는 자리에 앉아있는 귀족들을 향해 말했다.


"그동안 다들 심려를 끼쳐 미안하오. 이렇게 난 무사히 돌아왔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각하."


귀족들이 짧게 예를 표했다.


"날이 밝는대로, 공성을 시작할 것이오. 피해가 좀 나오겠지만 그 부분은 조금 감수해주시오."

"괜찮습니다. 저희 병력이 이미 공성병기 몇 개를 확보해두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는 더 적어지겠군. 고맙소."


슈바이벤 남작이 작게 고개를 숙여 감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알베르트는 귀족들을 보며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이제, 반역자들에게 끝을 고할 차례요. 다들, 이 제국을 위해 싸워주시오."

"명령을 받듭니다!"


-


".....여기입니까?"


작전회의가 끝나고, 알베르트는 레겐스부르크 남작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는 아직 숨은 붙어있었지만, 수명이 길게 남은 상태가 아니었다. 주변 교회에서 의료기술을 아는 사제를 불러와 치료를 시도했으나 이미 살아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알베르트가 도착할때까지 연명 치료라도 하고 있었는데, 도통 정신을 못 차리는 덕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레겐스부르크 남작이군요. 정말로."

"추정입니다만, 반란군 막사에서 반란군 지도자들에게 칼을 겨눴던 모양입니다. 내분이 있었던 거겠지요."

"레겐스부르크 남작은 반란군 내 입지도 좁았다지요. 여러 요인이 겹쳐 반란군에게 칼을 겨눴던 것 같은데, 실패한거군요."

"히게아를 자주 언급합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요."

"그들입니까."


히게아, 100년이 넘은 망령들이 아직도 제국을 괴롭히고 있었다. 100년이라는 세월동안 무뎌지지도 않고, 오히려 더 날카로워진 채.


"으으....."


그 때, 레겐스부르크 남작이 신음성을 내뱉었다. 정신이 들려고 하는 것일까. 알베르트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라인...하르트... 변경백... 각하...."

"레겐스부르크 남작. 날 알아보겠소?"

".....어찌 모르겠습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거요?"

"히게아... 그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레겐스부르크 남작이 힘겹게 자신이 겪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히게아 부흥군의 인원들이 자신이 일으킬 배신을 미리 눈치채고 대비해 놓아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던 것. 히게아 측은 이후 전투가 힘들어질 것을 예상해 카르테 성으로 여유가 되는 병력들을 모아 퇴각한 사실 등을 말했고, 알베르트는 그 모든 이야기를 듣고서 말했다.


"고생했소."

"죄송합니다.... 각하.... 전... 당신을... 믿지 못했습니다....."


알베르트는 차갑게,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순간, 그 마음을 돌려서 다행이오. 그 죄, 나는 이제 묻지 않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레겐스부르크 남작은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아마 앞으로 영원히 그 눈을 뜨는 일은 없을 것이다. 조용히 장례를 치루어 줄 것을 명한 알베르트는 걸어나와 밝게 떠있는 달을 보며 그저 한탄했다. 작게, 그저 작게.


작가의말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걱정이군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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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반란의 끝(2) 20.02.02 79 5 14쪽
32 반란의 끝(1) +3 20.02.01 99 5 14쪽
» 마지막 속죄 +2 20.01.30 112 8 12쪽
30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합류 +2 20.01.28 117 6 13쪽
29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 하이터스하임 수도기사단 +2 20.01.25 147 8 14쪽
28 다시 시작된 토벌, 알베르트의 귀환 +4 20.01.23 157 6 11쪽
27 백작부인(2) 20.01.21 124 6 12쪽
26 백작부인 20.01.19 122 4 13쪽
25 추적대(3) 20.01.14 118 7 12쪽
24 추적대(2) 20.01.11 124 6 12쪽
23 추적대 20.01.07 12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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