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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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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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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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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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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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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의절하다.

DUMMY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그와 동시에 새벽녘이 찾아온다.


새벽녘의 붉은 노을을 받은 폐관수련장의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긍.


그러자 바깥에 문앞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던, 견문호가 재빨리 다가와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고자 하신 일은 끝나셨습니까, 스승님.”


“응? 아, 아. 그래. 끄, 끝났지.”


잠깐이나마, 견문호의 존재를 잊고 있어서 그런지, 당진철의 반응이 조금 느렸다.


견문호는 이를 눈치 채곤 번개같이 당진철에게 다가와 허리를 깊게 숙여, 예를 표했다.


“그리 어려워 하지 마십시오, 스승님! 흑독문의 일공자 견문호는 없습니다. 그저 스승님의 제 일 제자 견문호만이 있을 뿐입니다.”


“아, 알고 있다. 네가 그리 강조 안해도, 내 너와 한 약조는 지킬 것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진철의 얼굴은 쉬이 풀리지 않았다.


고민하는 것 같기도, 분노하는 것 같기도, 또는 회한 서린 것 같기도한 복잡한 표정.


‘안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나?’


하지만, 견문호는 더는 묻지 않았다.


이 안에서 무얼 가지고 나오시던, 어떠한 일이 있던, 견문호에게는 그리 신경쓸만한 일이 아니었다.


‘스승님이라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


언젠가는 서로 가까워지는 날이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이 젊은 스승님에게서 암기술의 끝을 볼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그 날이 올 때 까지 성심성의껏 모시자.’


견문호는 그리 다짐을 하고 있을 때, 당진철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 필체는 분명, 그 남자의 것이다.’


용두사미와 같은 힘찬 필체를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당문의 가주이자, 독혈무심(獨孑無心)이라 불렸던, 사천당문의 철혈의 군주 당청호.


당진철이 기억속의 존재하는 당청호는, 오로지 가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려 버리는 그런 남자였다.


‘어머니도 그의 노리개로, 버려졌었었는데······.’


그런데 감히 연서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사랑? 당신이 감히 사랑을 논할 자격이나 있었소?’


가치가 없으면, 그대로 내쳐버리고, 아무리 직계라도 능력이 없으면, 곧바로 유배로 보내버린다.


마치 사자와도 같은 그 행태에, 진철과 소혜는 얼마나 두려움에 떨며 살았던가.


‘그런데 이따위 서신으로, 용서받길 원하시오?!’


하지만 당진철의 소매속에는 당청호가 남긴 연서들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차마 버리지 못하고, 만화독심공과 함께 들고 나온, 서신들.


다른 물건들은 문을 그대로 닫아 봉해놓았지만, 서신만은 어째선지 들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왜, 이걸 가지고 나왔던 걸까. 굳이 필요도 없는데 왜······.’


당진철의 고민이 깊어진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스승님. 이 제자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마침 견문호가 곧바로 말을 걸지 않았다면, 당진철은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서서 누군가가 찾아올 때까지 곱씹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럼 손님들이 머무는 별채로 안내해다오.”


“스승님의 명 받들겠습니다.”


견문호는 그렇게 격식을 차린뒤, 곧장 성큼성큼 앞장서서 갔다.


그런 시원시원한 모습에, 당진철이 마음을 다잡았다.


‘일단 해야할 일부터 하자.’


그제야 무거워졌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당진철은 회한과 고민을 뒤로 한체, 견문호의 뒤를 쫓아갔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본래라면 자신을 의심스럽게 바라봤을 경비무사나, 하인들이 견문호의 얼굴만 보고도, 예의바르게 고개만 숙이고 지나갈 뿐이었다.


덕분에 당진철은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했었던, 길들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프리 패스구나.’


제자 하나 잘 만난 덕에, 아무런 부딪침 없이 당진철은 빠르게 별채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별채에는 아무도 없었다.


“적 상단주님께서는 해가 뜨자마자 곧바로 떠나셨습니다.”


하인에게 물어보니, 곧바로 대답이 돌아온다.


아무래도 딸에게 독을 먹인 놈이 기거하는 곳인데,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겠지.


당진철 또한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기에, 떠날 준비했다.


허나, 당진철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어딜 가려는겐가?”


어느사이엔가 나타난 흑독문의 문주.


견마적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당진철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뒤에는, 호위무사로 보이는 이들이 별채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제가 할 일은 다 끝났으니, 이젠 저도 돌아가야지요.”


“할 일?”


견마적이 피식하고 웃더니, 순간 눈썹을 역팔자로 휘며, 사자후를 터트렸다.


“네 이놈! 감히 나를 능멸하고도 무사히 흑독문을 나설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무시무시한 살기가 당진철에게 뻗어나온다.


뒤에 있던 무사들이 살기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네 녀석의 간교한 혀로 어떻게 적도형을 구워 삶았는지 모르나, 너는 혀를 함부로 놀린 죄를 받아야 할 것이야!”


그제야 당진철은 견마적이 어째서 이리 길길이 날뛰는 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상단주와 흑독문주의 파혼이 결정된 것 같군.’


이화영에게 들었던 정보와, 어제의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나올 수 있는 추론은 이거 하나 밖에 없었다.


‘적도형의 입장에선 차라리 잘되었지. 누가 매독에 걸린 놈에게 소중한 딸을 넘겨주려 할까.’


당진철은 가만히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저를 겁박하십니까. 저는 그저 적화령 소저를 치료했을 뿐입니다.”


“네 놈이 어디서 거짓을······.”


그때였다.


“문주님!!”


견마적의 말을 자르며, 당진철과 견마적의 사이를 끼어드는 인물이 있었다.


“무, 문호야? 너, 폐관수련은 마쳤느냐?”


“예, 문주님. 소자 폐관수련을 마치고 수련장에서 나왔습니다.”


견문호는 당진철을 등 진채, 견마적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그런데, 나왔으면 냉큼 네 방으로 들어가 쉴 것이지, 어이하여 여기에 왔느냐.”


“저는 문주님께서 커다란 실수를 범하실까봐 이 앞에 섰습니다.”


견마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실수?”


견문호의 시선이 당진철로 향한다.


“이 분은 제 스승님이신··· 분입니다. 이 분에게 무례를 범하는 것이야 말로, 문주님께서 큰 실수를 하시는 겁니다.”


“스, 스승?”


견마적이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견문호와 당진철을 번갈아본다.


“스승? 갑자기?”


“아니, 큰 공자님께서 무슨 소릴 하시는 거야?”


“설마 의술이라도 새로 익히신다는 건가?”


“에이 설마, 흑독문의 후계자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 없잖아.”


뒤에 있던 호위무사들도 견마적의 심정과 마찬가지였는지, 웅성 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입닥치지 못해!!”


견마적이 고함을 지르자, 시장바닥같던 복도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예. 저는 스승님의 첫 번째 제자로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겁니다. 문주님.”


견문호의 진지하고도, 단호한 대답에 견마적이 저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너, 너 이 자식.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대체 저 의원나부랭이가 무슨 짓을 했길래, 견문호가 저 지랄을 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웃긴건, 당진철 또한, 견마적의 심정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이었다.


‘이 새끼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나?’


지 아비인, 흑독문주와 대치하고 있는 자신.


아무리 스승이라지만, 고작 하루만에 사승의 연을 맺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너는 네 아비의 편을 드는게 맞잖아.’


그런데, 왜 이런 미친 짓을 감행하고 있는 걸까.


이런 당진철의 눈빛을 느꼈던 걸까?


견문호는 당진철을 돌아보며 씨익 웃더니, 한 마디 했다.


“스승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스승님을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아니, 그러니까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당진철의 소리없는 절규가 허공에 의미없이 스러졌다.


“허허, 문호야. 너는 지금 네 위치를 자각하고 있느냐?”


“예, 그렇습니다. 문주님.”


“알고 있다는 놈이, 지금 내 앞을 가로막고 있어?!”


이에 견문호가 잠시 눈을 감았다.


“저는 지금까지 문주님, 아니 아버지의 뜻대로 살아왔습니다.”


견문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


“독의 제조를 배우라 하면 배우고, 제왕학을 배우라하면 제왕학을 배웠으며, 후계자가 되라 하셔서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제 의지는 없었죠.”


“무, 문호 네 이놈······.”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는지, 견마적이 떠듬떠듬 입을 연다.


하지만 견문호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분을 만나고나서, 저는 진짜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견문호오!!”


분노한 견마적이 사자후를 터트렸으나, 견문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스승님을 해하실려거든, 저부터 넘어야 하실겁니다, 문주님.”


“이, 이놈! 네 이놈이······.”


견마적이 격정으로 인해 몸을 파르르 떤다.


시뻘겋게 물든 그의 얼굴.


“으아아아아악!”


-콰작!


-콰작!


-콰작!


주변에 있는 사물들이, 견마적에 의해 모조리 부숴졌다.


호위무사들은 그런 그를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견마적의 눈치만 보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주변 집기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을 즈음에야, 견마적의 폭력적인 성향이 멈춰졌다.


“후욱, 후욱, 후욱.”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상황은 일단락 되었다.


“무, 문주님.”


그제야 호위 무사 몇 명이 견마적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견마적은 그런 호위 무사의 호의를 거칠게 뿌리쳤다.


“견문호는 듣거라!”


“예, 문주님.”


견문호가 한쪽 무릎을 꿇은 뒤,포권을 취한다.


견마적은 그런 견문호를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결국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나, 견마적은 견문호와 의절하겠다!”


“아, 아버지?”


견문호가 두 눈을 치켜뜬 채로, 견마적을 쳐다보지만, 그는 이미 견문호에게서 등을 돌렸다.


“당장 꺼져라! 얼굴도 보기 싫으니··· 너희들도 이만 물러가라!”


“조, 존명!”


호위무사들이 충격적인 얼굴로 견마적을 바라보았지만, 견마적은 더는 얼굴도 제대로 내 보이지 않은채, 별채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결국 당진철과, 견문호는 쫓기듯이 흑독문을 떠나게 되었다.


당진철은 견문호를 흘깃 쳐다보았다.


견문호 덕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는 있었으나, 견문호는 자신 때문에 아버지인 견마적과 의절하고야 말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여전히 진지한 얼굴이라, 견문호가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잘 파악되지 않는다.


무거운 침묵.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당진철이었다.


“···괜찮은가?”


“예? 아, 괜찮습니다, 스승님. 오히려 제가 못난 모습을 보인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여전히 포권을 취하며, 예의 있게 말하는 견문호.


무언가 위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당진철 또한 부모자식 관계에 그리 좋은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뭐라 위로를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이런 마음을 알았던 걸까?


견문호는 쓰게 웃으며, 당진철에게 위로를 건넸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굳이 스승님이 아니었더라도, 어차피 일어나게 될 일이었습니다. 차라리 지금 이렇게 터져버린 것이 더 잘되었다고 볼 수도 있죠.”


“···그래, 그렇겠군.”


당진철이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그럼 스승님,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갑니까?”


“어디로 가긴, 이제 할 일이 끝났으니 사람을 고치러 가야지.”


“예? 설마, 스승님께서 의술을 익히고 계셨습니까?”


놀란 견문호에게 당진철은 한마디 해주었다.


“몰랐나? 나는 원래 의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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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흑독문의 혼약식. +3 24.05.17 1,007 20 12쪽
15 전화위복 +2 24.05.16 1,059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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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저분을 하오문 총단에게는 알리지 마라. +4 24.05.13 1,079 22 12쪽
11 기녀와 매독 +2 24.05.12 1,110 22 12쪽
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8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1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80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6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7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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