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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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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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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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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과거로 부터 온 서신

DUMMY





-그그그긍.


당진철은 천천히 닫히는 철문을 보며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견문호가 제자를 자칭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무척이나 일이 무척 복잡할 뻔했다.


‘적 상단주님가 얼굴 붉힐일이 없어서 다행이군.’


아픈 딸 때문에라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닐진데, 괜히 이런 일로 신경쓰이게 만들고 싶진 않았다.


‘일단 빨리 찾고 나가자.’


당진철은 기억을 더듬어 지하로 내려가는 위치를 찾아냈다.


아무리 폐관수련장으로 개조하면서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기본적인 골자는 그대로 였다.


아무리 서자라고는 하나, 당진철 또한 당문의 직계였던 인물.


곧 당진철은 지하로 내려가는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철판으로 다 발라놔야만 속이 시원했냐!”


다행이도 지하로 내려가는 문 또한 기관으로 막아놨었기에, 당진철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갈 수 있었다.


“으음······.”


지하로 내려가자마자 당진철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저 검의 흔적만 남아 있던 폐관수련장과는 다르게 지하는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곡괭이나, 삽 등등이 널부러져 있었고, 주변 벽은 마구 파헤쳐져 흙과 자갈등이 드러나 있었다.


“설마 화약이라도 들고와 터트린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이, 이런식으로 파괴되어 있을리 없었다.


하지만 정면을 본, 당진철은 피식하고 웃고 말았다.


“근데 헛고생만 잔뜩 했었구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당진철은 한 쪽 벽면을 노려보았다.


엉망진창이 된 장소와는 다르게, 티끌 하나 파괴되지 않고, 고고하게 서 있는 묵빛의 벽하나.


화려한 문양들로 이루어진 조각들과.


-독종당가(毒種唐家)


유려한 필체로 새겨진 문자만이 고고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독종은 개뿔이······”


아무리 천년만년 독종이랍시고 버티고 서 있으면 뭘하나.


이미 당문은 멸문하여 잊혀진지 오래였고, 당문이 가꾸던 땅은, 다른 승냥이들이 유린해버린지 오래인데.


-당가는 독종이다. 너희들이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느냐?


당가타 사람들에게 잘난 듯이 연설했던 말.


당진철은 쓰게 웃었다.


아무리 당진철이 거부하고, 도망쳐도 당문의 정신인 독종만은 끊임없이 따라온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뿌리 깊게 박혀버린 독종당가는, 당문을 멸하려던 당시까지도, 당진철의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지금은 다른 생각은 하지말자. 일단 당소혜를 고치는 것만 생각하는거야.’


당진철은 땅에 침을 탁 뱉고는, 문을 스캔했다.


여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너무나 오랜시간이 지나버려 잊은지 꽤 오래됐긴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쉬운 방법을 선택해서 그랬을까?


“어?”


Z.O.R이 아무리 스캔을 시도해도 문 뒤로 내부 투시는 물론이거니와, 문의 기관장치가 어떻게 생긴지 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빌어먹을.”


몇 번을 시도했으나, 달라질 건 없었다.


되돌아온 전자파는 문 뒤에 거대한 공동이 있다는 것만 확인 할 뿐, 통짜 쇳덩어리가 있는 것마냥 내부 확인이 불가능했다.


당진철은 문을 이리 두드리고, 저리 두드리고, 마지막에 Z.O.R에게 성분 검사를 한 결과, 어째서 투사가 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놈들이, 이 방 자체를 전부 만년한철로 만들어버리다니······.”


얼음으로 뒤덮힌 땅 북해에서 만년동안 음기와 한기를 받아 만들어진다는 만년한철.


갑옷으로 만들면, 그 어떤 칼과 창도 뚫지못하고, 병기로 만들면 절세의 보검이 된다고 일컬어지는 전설급 금속이 방 전체로 도배되어 있었다.


‘분자구조 자체가 결속력이 너무 강력해서, 음파나, 전자파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다니.’


이 방을 만든 당문인들도 의도한건 아니겠지만, 그들의 신경질적인 철저함이 지금 당진철의 침입을 막아내고 있었다.


“하여튼 이 당문새끼들은 내 인생에 도움이 안돼. 도움이.”


당진철 문을 걷어차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나기엔 당진철의 고집이 허락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문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통짜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이 문을 어떻게 연단 말인가.


당진철은 문을 보며 고민하다, 묘하게 시선을 끄는 조각으로 향했다.


그것은 한송이의 꽃 조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께선 꽃을 무척 좋아하셨지.’


그것도 특히 국화를 너무나 좋아하셨다.


그래서인지, 어머니가 조각하던 장식품에는 주로 국화와 관계된 것이 많았다.


화월루에서 존재하던, 꽃 장식들도, 사실은 당진철의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국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역작이었다,


‘그 모습 그대로여서 어찌나 반갑던지.’


마침 그때 본 꽃의 모양도, 지금 보고 있는 꽃 모양과 너무 흡사······.


“어?”


순간 당진철의 입에서 바보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거 국화잖아?”


꽃잎이 일정하고, 화려하게 피어나는 특색을 지닌 꽃, 국화.


당진철은 멍하니, 조각을 보다가 저도 모르게 조각을 쓰다듬었다.


‘어머니께선 이곳에서도 작업 하셨구나.’


헌데 어머니의 작품이라기엔 무언가 조금 이상했다.


어설프게 조각한 것은 둘째 치고라도,


‘어머니는 분명 국화를 조각 하실 때, 한송이만이 아닌, 여러송이를 같이 조각하실텐데?’


화려함과 지조의 상징인 국화는 한송이 보단, 여러 송이가 같이 있는 편이 더 보기 좋은 편이었다.


어머니 또한 여러 가지 국화꽃 여러 송이가,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소묘를 하더라도, 반드시 여러 송이를 함께 조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 철문에 있는 국화는 오로지 위 아래로 한송이씩 총 두 송이 밖에 없었다.


‘게다가 작아.’


당진철처럼 자세히 확인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국화 조각은 무척이나 작고 볼품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 일까.


당진철은 저도 모르게 아래에 있는 국화 조각을 건드려보았다.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그 옆에 조그마한 구멍이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설마 열쇠 구멍인가?’


당진철이 위에 국화 조각을 만져보았다.


그러자.


-스윽.


생각보다 쉽께 딸려나오는 국화 조각.


뽑아 놓고 보니, 그냥 국화 조각이 아니었다.


마치 실제 꽃처럼 잎과 줄기까지 모조리 똑같이 만들어졌다.


‘설마······.’


당진철은 번개처럼 스쳐간 생각 하나.


당진철은 뽑은 국화 조각을 그대로 아래에 존재하는 국화 조각 바로 옆에다가 꽂아 보았다.


그 순간


-쿠르르릉.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좌우로 천천히 열리는 것이 아닌가.


‘아씨 그러니까, 좀 니스칠 좀 처발라라니깐!!’


낮지만 진중한 진동에, 당진철의 가슴이 방망이질 친다.


당진철은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곧바로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드러난건.


“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수많은 서적들과 자기병들이었다.


“그래 여기에 다 있었구나.”


당문의 전신.


당문의 유산.


그 모든 것들이 이곳에 다 담겨져 있었다.


당진철은 홀린 듯, 서적과 자기병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건, 일곱 걸음안에 내장이 녹아 없어진다는, 칠보단혼사.”


“폭강침의 설계도가 여기에 있었군.”


“이건 암기술? 호접을 제대로 날리는 방법이군.”


중원에 나타나는 순간, 피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당문의 유산들이 당진철의 손아귀에서 하나, 둘 넘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당진철의 목표는 아니었다.


“만화독심공, 만화독심공······.”


당진철의 손에 몇 십개의 당문의 보물이 지나칠 무렵.


그의 손에 드디어 만화독심공이 들어왔다.


그런데,


“뭐야 이건.”


그 안에 무언가 더 끼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주석(注釋)같은 건가?”


당진철은 아무 생각없이, 끼워진 종이를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잘 말린 국화꽃이 붙여진 서신을 보자 당진철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이게 왜······.”


어머니의 상징인 국화 꽃.


그런데 그 상징이 왜, 이곳에 있으며, 어째서 서신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걸까.


게다가 서신은 하나가 아니었다.


만화독심공의 서적 사이 사이에 마치 누비듯, 서신들이 곳곳에 끼워져 있었다.


서신들의 겉에는 하나 같이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사모하고 그리워 하는 정인에게.


힘찬 글씨체로 쓰여진 서신의 제목.


누가봐도 여성의 글씨체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쓴 것일까.


당진철은 떨리는 손으로 마른 국화가 꽂혀 있던 서신을 집어들었다.


그리곤, 천천히 펼쳤다.


-미안하오.


첫 글자는 사과로 시작되고 있었다.


-내 욕심 때문에 당신만 힘들게 만들었구려.


-허나 이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구려, 나는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하고, 또 사모했소이다.


힘찬 글씨체와는 다르게, 여성이 썻다고 생각할 정도로, 섬세한 문장.


이런 종류에 문외한인 당진철도, 이 서신을 쓴 저자가, 무척이나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썻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오늘은 날이 무척 춥구려. 당신이 내 옆에 없어서 그런지 한기가 차오르는 것이 무척 견디기 어렵구려. 당신은 그곳에 잘 있소? 그곳은 더는 춥지 않고 따뜻한 봄날이었으면 소원이 없겠소.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국화를 보았소. 샛노란 것이, 노을에 비치니 마치 환하게 웃는 것 같소. 마치 당신이 처음 웃는 날이 생각나는 구려.


-아아, 나는 어찌하면 좋겠소. 아무리 당문을 위한다고는 하나, 나는 할 수 없소. 나는 그리 할 수 없소. 아아, 당신이 너무나도 그립구려.


한 사람의 고백과 고통, 그리고 그리움이 가득한 서신의 내용들.


하지만 당진철은 그 글을 읽으며, 떨리는 몸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진철의 발밑에는 다 읽은 서신들이 마치 눈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분명 죽으면 지옥에 갈게 뻔하오. 아무리 가문을 위한다고는 하나, 당신의 아이를, 아니 내 아들을 이렇게 희생시켜버리다니······. 내 당신을 볼 면목이 없구려. 정말로 미안하오. 내가 지키지 못했소. 미안하오. 미안하오. 미안하오. 미안하오······.


서신을 잡고 있던 손아귀의 힘이 더해진다.


사정없이 구겨지는 서신.


당진철이 입술을 으깨듯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게···당신이 할말이야?”


당진철의 기억속에는 항시 냉막한 얼굴을 한체, 자신을 바라보던 한 남자의 얼굴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항시 전통을 숭상했고, 법도를 지켰으며, 당문을 위해 인간다움을 포기한 사람.


당진철의 기억하던 그 남자의 모습은 그런 모습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신속의 존재하는 남자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이번엔 절대 실수 하지 않겠소. 소혜에게는 절대로 실수 하지 않겠소. 꼭 지켜봐주시오.


-아아, 소혜가 성공했소. 이제 더 이상 저들은 소혜를 괴롭힐 수 없소! 소혜는 이제 정식으로 내 딸을 입적할 수 있게 되었소이다. 아아, 나에게 이런 기쁜일이 생기다니······. 당신도, 진철이도 이 자리에 있었으면 참으로 좋았을 것을······.


그 뒤로는 소혜의 이야기만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소혜가 처음으로 그 남자를 아버지라고 불렀던 날.


소혜가 자신을 보고 쉬이 웃지 않아 서운하다는 이야기.


소혜에게 좋아하던 놈이 생겨서 질투가 난다는 이야기.


온통 소혜의 대한 걱정과 기쁨이 교차되는 이야기였다.


어느 사이엔가 당진철의 손엔 마지막 서신이 잡혀 있었다.


잠깐을 바라보다가, 당진철은 마지막 서신을 뜯었다.


-미안하오.


당신에게도 미안하고, 아들인 진철에게도 미안하고, 저 잔혹한 전장에 보내야만 하는 소혜에게도 미안하오.


그리고······.


······


······


······


······


설련 사랑하오.


소혜야 꼭 건강해야 한다.


그리고,


진철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무나 보고 싶구나.



당진철의 눈에서 한 줄기에 눈물이 쌓여진 서신위로 한 방울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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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로 부터 온 서신 +4 24.05.22 916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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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대호처럼 보이는 의원 +2 24.05.18 948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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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화위복 +2 24.05.16 1,059 17 12쪽
14 만독심공으로 치료를 행하다. +2 24.05.15 1,099 17 12쪽
13 어머니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 +2 24.05.14 1,084 20 13쪽
12 저분을 하오문 총단에게는 알리지 마라. +4 24.05.13 1,079 22 12쪽
11 기녀와 매독 +2 24.05.12 1,109 22 12쪽
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8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1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80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6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6 26 11쪽
4 당소혜 +2 24.05.09 1,564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5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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