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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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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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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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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저분을 하오문 총단에게는 알리지 마라.

DUMMY



당진철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매독에 걸린 기녀들을 색출하는 일이었다.


이화영도 이화영이지만, 매독은 생각보다 잠복기간이 꽤 긴편에 속했기에, 화월루의 기녀들을 모두 불러모아 매독에 걸린 기녀를 찾아내야만 했다.


물론 진단하는데는, 혈청검사 밑 항체검사가 필요했지만, 이는 Z.O.R이 모든 걸 다 통괄했다.


그렇게 색출해낸 매독에 걸린 기녀는 도합 스물 정도.


‘큰 기루치고는 의외로 병에 걸린 기녀들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은걸?’


그런 궁금함이 일었지만, 곧 이유가 이화영의 남모를 노력 덕이라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저희는 주마다 한 번 의원을 불려, 기녀들 전부 검진하게 하거나 주정을 뿌려 위생을 확실하게 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작은 병이라도 걸린 기녀들은 미리 격리를 시켜 예방과 치료를 같이 행하지요.”


이 시대의 의원이란 건 생각보다 고급 인력이다.


온갖 것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는 곳이 중원이니 아무리 돌팔이 의원이라 해도 중히 쓰일 수 밖에 없었고, 실력이 높을수록, 명예가 높을수록 가격은 천차만별로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이화영은 그런 수고를 무릅쓰고라도 험한 일을 하는 기녀들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주저 하지 않았다.


‘굉장한 여인이었군.’


당진철은 기녀들에게 매독환자를 어떻게 간호하고 다루어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 주었고, 기녀들은 이화영의 지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매독의 걸린 기녀들을 간호하기 시작했다.


“양매창은 오로지 사람과의 접촉만으로 감염되니, 반드시 가벼운 수투와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가리신 다음에 간호하십시오.”


“네!”


이화영은 침대에 누워, 그런 당진철의 행동을 하나, 둘 관찰했다.


‘특이한 의원이야.’


독의(毒醫)가 아닌, 독의(獨醫)라고 들었기에, 그저 자신의 독술을 시험하려고 떠돌아 다니는 은거기인(隱居奇人)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그는 무척이나 이상했다.


독술 그 이상으로 의술에 대해 해박해 보이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만큼 사람을 다루는 것 또한 능숙해 보였다.


‘대체 저런 사람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마치 소리 소문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그런 느낌.


이화영은 당진철이 돌아보자, 다시금 화월루의 루주의 눈빛으로 돌아갔다.


“아픈데는 없으십니까.”


“괜찮습니다. 의원님께서 잘 치료해준 덕분에, 제 팔이 이렇게 무사한 거겠죠.”


이화영이 팔을 든다.


그곳엔 하얀 붕대가 꼼꼼하게 묶여 매듭지어져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상처가 깊지 않아 그나마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원님 그게 중요한게 아닐텐데요.”


이화영이 짐짓 엄한 목소리로 당진철을 타일렀다.


피륙의 상처 따위는 돌팔이 의원이라 할지라도 낫게 할 순 있다.


하지만 지금 이화영의 몸은 그깟 피륙의 상처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한 독이 몸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0.


당진철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양매창이 걱정되시나 봅니다? 강단있게 팔을 그은것과는 반대로군요.”


“흥, 더럽혀진 제 몸뚱아리 따위는 딱히 신경쓰지 않습니다. 당신이 치료하지 못하는 걸 보고, 절망할 아이들이 걱정이지요.”


“걱정하지 마시지요. 약은 현재 잘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당진철은 한쪽 입꼬리를 씨익 웃으며, 근처에 앉았다.


이화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은 독의께서 만들고 계신게 아닌가요?”


“아아, 제가 만들긴 하지만, 아무래도 혼자만의 힘으로는 양산하기가 힘들어, 기꺼이 저에게 손을 빌려주시는 분들게 부탁했습니다.”


“독의님이 그정도로 신뢰를 주시는 분들이라니, 저도 한번 만나 뵙고 싶군요.”


이화영이 생긋웃으며, 하는 말에 당진철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과연 당가타의 사람들이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하지만, 말은 해야했다.


언제까지나 숨길 수는 없는 법이다.


이화영을 시작으로, 당가타를 부흥시켜야 하는데, 이런저런 비밀들이 있어서야 좋을게 없었다.


결국 결심을 한, 당진철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루주님께서는 혹, 당씨마을에 대해서 알고 계시는게 있습니까?”


“당씨 마을요? 당씨 마을이라 함은······.”


이화영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곧 소스라치게 놀라서 소리쳤다.


“설마 그 문둥병 마을의 사람들이 약을 만들고 있는 건가요?!”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마을은 이젠 문둥병 마을이 아닙니다. 제가 이미 고쳤으니까요.”


“예에?!”


이화영의 두 눈이 토끼눈처럼 번쩍 뜨여졌다.


“아니 그걸 어떻게······.”


의심반, 황당함 반이 섞인 그녀의 눈초리.


그때였다.


-똑똑똑.


“의원님. 저 소령이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타이밍 쥑이네.’


당진철은 혹시 이화영의 입에서 다른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얼른 소령을 불렀다.


“어, 어. 어여 들어오너라.”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입가의 수건과 옅은 수투를 낀 소령의 모습이 드러났다.


“추노인께서 저보고 의원님께 약을 가져다 드리라고 하셔서······.”


소령은 은근슬쩍 당진철의 눈치를 말을 더듬 더듬 이어나갔다.


하지만 당진철은 그런 소령이 너무나 반가웠다.


“소령아 잠깐 이리로 오려무나.”


“예? 아, 예.”


다고솟이 다가오는 소령.


당진철은 소령을 가리키며, 이화영을 향해 말했다.


“이 아이가 바로 문둥병 마을에서 온 아이입니다.”


“아니, 진짜······.”


이화영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며, 당소령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당가타에서나 입을 법한 남루한 옷차림이었지만, 당소령의 피부는 무척이나 희고 고왔다.


문둥병에 걸렸다고는 하나, 나종형이라 겉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었기에, 소령의 피부는 아직도 무척 희고 고왔다.


“정말, 너는 문둥병에 걸렸다가 치료된 것이 맞느냐?”


“예. 의원님께서 저희 마을을 돌봐주신 덕에 이렇게 깨끗한 몸으로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소령은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사실이긴 하지만, 좀 더 살을 덧대 당진철이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또 뛰어난 의원인지 열변을 토해냈다.


이화영의 반신반의 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벗겨져 나갔다.


“세상에 진짜로 문둥병이 치료가 가능했다니······ 그렇다면 양매창도 진짜 치료가 가능하겠군요.”


감정을 쉬이 내비치지 않았던, 이화영의 두 눈에 눈물이 맺힌다.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당진철이 툴툴댔지만, 이화영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당소령이 들고 있는 약에 시선이 꽂혀 있을 뿐이었다.


“이건 화월루의 기녀들에게, 아니 사천 기녀들에게 홍복이나 마찬가지옵니다.”


“그럼 일단 시약 검사와 면역반응 검사를 해야하니, 이만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살펴가십시오.”


당진철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자, 이화영은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가령이 있느냐?”


그러자 문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한 기녀가 소리없이 나타났다.


“예, 루주.”


“아무래도 저 분에 대해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 총단에서는 뭐라고 하더냐.”


“독의에 대해서 아무리 찾아봤지만, 그 어떤 정보도 없다고 하옵니다.”


“하지만 저만한 인물이 아무 이유없이 진짜로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진 않았을 터인데······.”


“하오문 비상연락망을 가동하시겠습니까?”


“······.”


이화영이 고민에 빠졌다.


자신의 자리라면,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그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일일게 분명했다.


문제는,


‘그의 무력이 얼마만한지 모른다는 거지.’


잘못하다간, 하오문 사천지부가 초토화되는 비상사태가 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솔직히 거기까지 가고 싶지는 않아.’


며칠 밖에 보지 않았지만, 당진철의 인물 됨됨이는 어느정도 파악이 가능했다.


게다가,


‘양매창을 치료하는 신약을 가지고 있는 자.’


이는 당진철 하나만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인물이라는 것을 뜻했다.


‘문둥병까지 치료가 가능한걸 보면, 어쩌면 다른 불치병도 가능할지도······.’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자, 이화영은 목소리르 낮게 낮춰 입을 열었다.


“일단 여기서 독의에 관한 정보는 더 캐내지 않는다. 대신 인급으로 중요도를 낮추고, 더는 보내지마.”


“예? 그 말씀은······.”


“일단 최대한 사천에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 알겠지? 독의의 관한 정보는 우리가 계속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거야.”


“존명.”


곧 기녀의 기척이 사라지고, 화영은 자리에 가만히 누웠다.


오랜만에 복잡해진 머리가, 이화영의 마음을 헤집는다.


‘이게 과연 나에게 있어서 행운이 될까 아니면 그 반대가 될까.’


자신의 손에 들어온 당진철이라는 패.


이것을 어떻게 써먹느냐에 따라, 하오문에서의 판도가 달라지리라.


‘어쩌면 전 중원에서의 판도가 달라질지도.’


“···아, 화영아······.”


힘없는 목소리.


화영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깼어? 미안 조금 시끄러웠지?”


“···아냐. 좀 쉬더니 나아졌어.”


힘없는 초월의 모습에, 이화영의 표정이 흐려졌다.


“화영아 미안, 나 때문에 괜히 네가 또 다쳤구나.”


“무슨 소리야. 나는 네 친구잖아. 이런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화영이 싱긋 미소를 짓자, 초월이 가만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우리 어릴 때 한 약속 기억나?”


“당연히 기억하지.”


초월의 말에, 이화영은 어린 동기(童妓)때부터 둘이서 한 약속을 떠올렸다.


-나는 이 화월루에서 최고의 기녀가 될거야! 그래서 화서언니처럼 꼭 화려하고 아름답게 살아갈거야!


-그래? 그럼 나는 이 화월루의 주인이 되어야 겠네?


-왜?


-화월루 최고의 기녀가 그냥 되는 줄 아니? 기루 주인의 전폭적인 지원과 뒷바라지가 있어야만 그것도 가능한거야.


-와, 그럼 너 그때까지 나 지켜주려고?


-지켜주긴, 나는 네가 최고의 기녀 자리에 오르면 단물까지 빨아먹어버릴건데?


-와아, 너 성격되게 나쁘다. 그래 좋아. 넌 화월루의 주인이 되라. 나는 최고의 기녀가 될테니까.


-그럼 약속이다. 이거 못 지키면 그냥 접시물에 코박고 죽는거야.


-좋아. 약속이다.


어린 치기였지만, 그날의 약속 하나만큼은 잊지 않고 살아왔었다.


“···나 약속을 못지켜서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화영아. 괜히 내가 한 몫 잡겠다고 욕심부리다가, 이 꼴이 된거잖아.”


초월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침대위로 떨어져 내렸다. 화영은 그런 초월을 바라보며 안쓰럽다는 듯,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그게 어찌 네 탓이겠니. 저 빌어먹을 흑독문이 우리 생각보다 더 악독한 놈들이라 말려든거지.”


“흑, 으흑······.”


화영의 말에 초월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나, 나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어. 흑독문의 이공자의 아기만 가지면 화월루는 흑독문의 비호를 받고, 넌 하오문의 간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미안해 하지마. 나도 눈감아 줬던 일이잖아. 이 일은 나에게도 잘못이 있어.”


“미안해, 화영아. 나 때문에 화월루가······ 정말로 미안해······.”


초월은 그렇게 이화영에게 안겨들었고, 화영은 가만히 그녀를 품에 꼬옥 안아주었다.


“걱정마. 내가 이 빛은 흑독문 녀석들에게 꼭 톡톡히 갚아줄게. 그러니 너는 무조건 치료에 전담해. 내가 다 해줄게.”


이화영의 품속에 작은 불씨가 타올랐다.


분노라는 이름의 불씨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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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화위복 +2 24.05.16 1,05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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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머니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 +2 24.05.14 1,082 20 13쪽
» 저분을 하오문 총단에게는 알리지 마라. +4 24.05.13 1,079 22 12쪽
11 기녀와 매독 +2 24.05.12 1,109 22 12쪽
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8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7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0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79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5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6 26 11쪽
4 당소혜 +2 24.05.09 1,564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4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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