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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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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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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534

작성
24.05.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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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당소혜

DUMMY




“이, 이게 대체······.”


당소령이 떨리는 눈으로 추영의 손을 바라보았다.


기진맥진해, 누워 있던 추영도 당소령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는지, 곧바로 오른 팔을 올려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허어억!!”


기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는 추영.


이에 당진철은 그런 추영을 제지 했다.


“무리 하지 마십시오. 겨우 뼈를 끼워맞췄을 뿐입니다.”


“내 손이, 내 손이······.”


추영은 자신의 오른 손을 보면서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댔다.


아직도 고통스러운지, 인상을 약간식 찡그려대긴 했지만,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움과 감격스러움이 추영의 표정에서부터 절절이 흘러넘쳤다.


“이만하면 증명이 되었습니까?”


“아니, 사천의 수많은 의원들도, 고치는 건 불가능 하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그렇다면 사천의 의원들은 전부 돌팔이겠군요.”


오직 당진철만이 할 수 있는 오만한 말.


“기적이오. 이건 기적이오! 어흐흐흑.”


추영의 주름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이를 토끼 눈처럼 보고 있던, 당소령이 다시금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의원님!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그 신의에 버금가는 의술로 저희 할머니 좀 살려주세요!”


이젠 절박함을 넘어 비장함까지 느껴지는 그녀의 자세.


당진철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곧 친절하게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이제 괜찮다. 더는 그리 할 필요가 없단다.”


“···그럼 구해주시는 건가요? 저의 할머니를?”


당소령의 두 눈에 물기가 가득 어렸다.


그 모습을 보며, 당진철은 씨익 웃었다.


“그럼 물론이지.”


당진철이 증오했던 사천당문은 이제 없다.


남은 건, 고통속에서 살아가던 자신의 고향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당가타 인들뿐.


“아아, 감사합니다. 의원님! 감사합니다!”


당소령이 포권을 취하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이를 본 추영이 눈물을 닦고, 당 소령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행이구나, 정말 다행이야. 소혜 어르신을 구할 수 있다니, 이로서 너도 한시름 놓겠구나.”


그 순간 당진철의 눈빛이 변했다.


“바,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예?”


추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당진철을 바라보았지만, 당진철의 표정은 단호했다.


“그러니까, 이 아이의 조모님 이름이 어떻게 되신다구요?”


이에 당소령이 당황한 추영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저의 할머니의 존함이라면, 당자 소자 혜자 되십니다.”



------------



당소혜.


현재 당가타를 이끌고 있는, 당가의 큰 어른.


당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무조건 적으로 존경을 표할 정도로 당씨 마을 내의 서의 위상은 무척이나 높았었다.


“할머니는 당씨 마을에서 문둥병에 걸리지 않는 유일한 분이셨어요.”


다른 당가 사람들은 문둥병에 걸려 유명을 달리 했음에도, 당소혜만은 오직 문둥병에 걸리지 않은 채, 당씨 마을을 돌봤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가 쓰러지기 전의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앓아 눕기 시작하더니,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될 때가 많아졌다.


“가끔 주변인들을 알아보지 못하신다던가, 그런게 많았는데······.”


당소령의 표정이 급하게 우울해졌다.


‘전형적인 치매현상이군.’


아무래도 세포가 낡아버려 생기는 노화의 한 종류인 것 같았다.


‘소혜야······.’


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오빠, 오빠거리며 졸졸 따라다니던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커서 사람들이 의지하는 큰 어른으로 컸을까.


당진철의 기억속에 있는, 당소혜는 오직 8~9살 정도의 꼬맹이일 뿐이었다.


‘소혜야, 조금만 기다려라. 이 오라비가 간다.’


“도착했습니다.”


추영이 어둠을 헤치며, 가리킨 손가락 끝에는 칠흑같은 어둠마저도 다 가릴 수 없는 거대한 마을이 드러났다.


집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나무와 낡은 천으로 이루어진 건물들.


불빛 전혀 나오지 않아, 얼핏 보면 거대한 공동묘지처럼 보일 것만 같았다.


‘여기가 당가타라고?’


어릴 때도, 가난에 허덕이며 살았지만, 이 정도 까진 아니었다.


이건 마치,


‘이건 폐허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무리 사천당문의 노예처럼 생활했다지만은, 그럼에도 당가타는 적어도 사람다운 생활은 가능했었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폐허로 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쪽으로······.”


추영이 성큼성큼 걸어가자, 그 뒤를 당소령이 졸졸 따라간다.


당진철은 그들의 뒤를 말없이 뒤따라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기척이 느껴져서 인지, 부스럭 거리며, 집 같지도 않은 나무 사이로 시선들이 느껴진다.


어둠속에서 몰래 보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


‘나 같은 사람이 오는 건 처음인가 보군.’


그리 큰 마을은 아닌지, 몇 분 지나지 않아, 곧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입니다.”


다 쓰러져가는 낡은 가옥.


그나마 다른 곳보다는 다르게, 집이라고 표현 할 수 있을 만큼 완성되어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추영은 일단 외부사람이었기에, 소령의 안내로 안으로 들어갔다.


-삐걱, 삐걱.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들려오는 낡은 마룻바닥의 비명소리.


어두운데다 불빛도 없어서 무서울 것 같다만, 당소령은 아무렇지도 않게 성큼성큼 걸어서 당진철을 안내했다.


‘이런 곳에서 지냈구나······.’


“할머니 저 소령이 왔어요.”


몇 번 걷지도 않았는데, 당도한 방 하나.


장지문도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런지, 낡은 거적떼기로 수선한 낡은 문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


한참 귀를 기울여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얕고 낮은 목소리.


당소령은 침을 꿀꺽 삼킨채, 문을 열었다.


아니 열려고 했다.


당진철이 제지를 하지 않았다면······.


“의원님 왜 그러세요?”


당진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거적떼기로 뒤덮인 방문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너는 여기에 있는게 좋겠구나.”


“예?”


영문을 모르겠다는 당소령의 얼굴을 뒤로 한 채, 당진철은 한발자국, 한발자국씩 조심스레 안방문으로 다가갔다.


-촤르르륵. 촤륵.


위험을 감지한 흰 가운 Z.O.R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이건 독기다.’


방 밖으로 흘러나오는 무색 무취의 공기.


하지만 당진철은 알 수 있었다.


이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는 이 공기가 사실은 어마어마한 독성을 띄고 있다는 것을.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다행이도 이 독기는 Z.O.R덕분에 당진철에게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당진철은 당소령을 돌려보낸 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끼기긱.


낡은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리는 문.


그 순간,


-화아아악!


안에 고여 있던 독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이런······.”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양의 독기.


그와 동시에 당진철이 인식하기도 전에 Z.O.R이 먼저 반응했다.


-촤르르르륵.


용의 비늘처럼 일제히 일어나는 겉 면들.


그리고, 열린 흰가운 안쪽에서 하얀 가스가 독기들을 향해 분사되었다.


-치이이익.


묘한 소리와 함께, 공기중에 녹아 있던 독기가 순식간에 중화되기 시작했다.


“휴우 큰일 날 뻔 했군.”


오로지 사천당가의 독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해둔 중화제.


비록 해독제처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독성이 담긴 물질, 특히 동물성 독을 중화시켜 어느 정도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게 만들 수는 있었다.


“미리 챙기길 잘했군.”


당시 당가의 가진 맹독들은 대부분 동물성 독이 많았다.


식물성 독보다는 직접적인데다가, 즉효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독공을 익히고 있는 당가의 무인들을 무력화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것인데, 이렇게 사용하게 되다니.


만약 중화제를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바깥에 흩어지는 대량의 독기들로 인해, 이 마을에 대참사가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진철은 계속해서 중화제를 뿌리는 Z.O.R을 뒤로 한 채, 방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누, 누구······?”


안쪽에서 들리는 쇳소리 섞인 목소리.


낡고 오래된 목소리에, 당진철은한 마디 했다.


“의원입니다.”


그 말에 어두운 방에 누군가가 몸을 일으켜세운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주시오.”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


당진철은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말을 걸 뻔했다.


‘소혜야!’


마치 목내이와도 같은 마른 자태, 누가봐도 늙고, 병색이 완연한 노인의 모습.


하지만 방 불빛의 비친 그 얼굴만큼은 당진철이 기억하는 여동생의 얼굴과 매우 닮아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는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울컥하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노인, 아니 당소혜는 마치 당진철을 피해 도망가려는 듯, 반대편으로 조금씩, 조금씩 물러난다.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어르신. 그저 어르신의 몸을 고치기 위해 온 떠돌이 의원입니다.”


“···오지마시오. 더는 다가오지 마시오.”


목소리에 공포가 깊게 깔린다.


‘아무래도 치매로 인한 정신착란인 것 같군.’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 또한 한 몫했을 것이었다.


당진철은 누가봐도 당소혜의 입장에서 모르는 사람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당소혜의 다음 말로 인해, 당진철은 이 모든 생각이 자신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면 죽소. 나에게 다가오면 모두 죽소. 그러니 다가오지 마시오. 오지 마시오.”


당진철의 발걸음이 그 순간에 멈췄다.


이 모습을 느꼈던 걸까?


당소혜는 지치지도 않은지, 숨을 몰아쉬며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내 몸속엔 아주 아주 치명적인 독이 숨어 있소. 당신이 어떤 분이던 간에 이 독은 절대로 해독할 수 없으니 얼른 돌아가시오.”


당진철은 그런 소혜의 말에 울컥해지는 걸 느꼈다.


‘아아, 너는 정말······.’


어릴때도 그렇게 착한 아이였는데······.


잠깐이나마 했던 대화속에서 당진철은 당소혜가 어떻게 컸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남을 배려하고, 착했던 당소혜.


그녀는 이렇게 세월을 맞고, 나이를 먹으면서도 그 착했던 마음을 간직한체 살아온 것이었다.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당진철은 가만히 발걸음을 옳겨 당소혜에게 다가간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독에 쉽게 당하지 않습니다.”


“오지말란 소리 못들었소?! 얼른 물러나시오! 어서!”


점점 더 두려움의 목소리가 커진다.


‘소혜야 조금만 참아라. 이 오라비가 꼭 고쳐주겠다.’


그러니 더는 두려움에 떨지말아라.


당소혜와의 거리는 거의 코닿을 만한 거리.


하늘 거리던 작은 불빛이 서로의 얼굴을 비춘다.


공포가득한 늙은 여동생의 얼굴이 당진철의 눈 앞에 드러났다.


“아니되오! 더는 오지마시오! 나는 그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


-덥썩


당진철이 내밀어진 소혜의 손을 마주 잡았다.


“더는 두려워 하지 마시오. 나는 의원이외다. 당신의 손녀가 부탁해서 온 의원이오.”


“아, 아아 안되는데······.”


주름 진 그녀의 얼굴이 격정으로 가득찬다.


절망과 공포가 가득찬 눈빛사이에 당진철을 향한 걱정이 숨어 있었다.


이에 당진철이 입을 열었다.


“당소혜.”


“?!”


당소혜의 주름진 두 눈이 커진다.


“믿어라. 나는 너를 고쳐주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러니 더는 걱정하지 말고 믿고 있어라!”


더는 공포에 떨지말아라.


더는 절망하지 말아라.


더는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전부 거두어주마.


지난 힘들었던 네 세월들을 전부 내가 보상해주마.


‘나는······.’


그 순간,


당소혜의 입에서 한 마디가 나직이 흘러나왔다.


“···진철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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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화위복 +2 24.05.16 1,059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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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머니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 +2 24.05.14 1,084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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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8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1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80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6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7 26 11쪽
» 당소혜 +2 24.05.09 1,565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5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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