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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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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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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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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WPW증후군

DUMMY




당진철은 적화령의 기도 이물을 제거하며, 그녀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이하게 마른 신체.


매번 빠른 호흡을 강행하는 폐의 움직임.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묘하게 일정 하지않는 심장박동 수.


그 때문에 당진철은 그녀의 몸 전체를 스캔했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건 부정맥이군.’


불규칙한 심장박동으로 인해 일상 생활을 거의 할 수 없게 만드는 병.


심장의 상태로 보았을 때, 태어나면서부터 나타난 부정맥, 즉 WPW(Wolff-Parkinson-White)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릴 때부터 고생이 많았겠군.’


갑작스런 심전도의 이상으로 인해,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켜서, 실신하거나,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였을 것이다.


당진철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몸을 보하거나, 설삼 같은 영약 들을, 어릴 때부터 많이 먹이신 모양이군요.”


“아, 아니 그걸 어떻게······.”


적도형이, 중후해 보였던 아까와는 다르게 화들짝 놀란다.


‘보면 당연히 알 수 밖에 없지.’


지금 현재 적화령의 몸 안에는 채 소화되지 못한, 영약의 파편들이 여기저기 불순물이 되어, 여기 저기에 그득 그득 쌓여 있었다.


다행이도, 심장이 영약의 에너지를 무리없이 받아들여 지금까지 살아난 모양이지만, WPW증후군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다.


심장에 좋은 영약만 쏟아 붓는다고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약해진 심장 때문에 걸린 합병증이겠군.’


지금 적화령이 앓고 있는 병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WPW증후군에 의해 약해진 몸으로 파고든 폐렴.


그것이 현 적화령의 몸을 끊임없이 갉아먹고 있었다.


“세상에, 괜히 화월루의 주인이 고용한 의원이 아니었구려.”


적도형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당진철을 바라보자, 당진철은 고개를 가벼이 숙였다.


“그렇다면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이에 적도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타깝지만, 두 번째 부탁은 들어주지 못할 것 같소.”


이에 당진철의 고개가 갸웃거린다.


이런 그의 모습을 알아봤던 걸까?


적도형은 괜스레 손사레치며 입을 열었다.


“아, 괜한 오해는 하지 마시구려. 당의원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오. 다만······.”


적도형의 시선이 누워있는 적화령에게 향했다.


“어떤 치료인지는 모르나, 아무래도 우리 화령이가 많이 힘들어 할거 같아 그렇소.”


“으음.”


당진철은 적도형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다른 기관도 아닌, 무려 심장이다.


그렇게 의료기술이 발달한 저쪽 세계에서도 심장을 수술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일진데, 하물며 의료기술이 낙후화 되어 거의 없는 이 곳에서, 심장을 치료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울 게 뻔했다.


“게다가, 나는 견문주에게 이미 딸의 심장에 대한 약을 계속해서 받고 있소. 당의원의 마음만은 고맙게 잘 받겠소.”


“약을··· 말씀이십니까?”


그에 당진철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 떠올랐다.


‘약이라니? WPW증후군에 괜찮은 약이 따로 있었던가?’


확실히 저쪽 세계에서는 WPW증후군에 대한 약물치료가 있긴 했다.


별 미비한 효과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보통은 수술을 택하지만.


‘그런데 이런 곳에서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고?’


“죄송하지만, 제가 그 약을 잠시 봐도 되겠습니까?”


“아, 잠시만 기다리게.”


적도형을 품을 뒤적이더니, 곧 고풍스러워 보이는 금갑하나를 꺼냈다.


“이거일세.”


“그럼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당진철은 금갑을 받아들고는, 뚜껑을 열어보았다.


“이건······?”


안에는 두 개의 환단이 들어 있었다.


검은 색과 은색의 환단.


마치 태극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진철은 그 중 하나, 검은 색으로 이루어진 환단이 무척 익숙했다.


‘이건 앵속으로 만든 진통제잖아.’


추영에게 들은 바로는 분명, 앵속으로 만든 진통제는 당가타에서 유통되는 것 밖에 없다고 하였는데,


‘그래서 추영에게서 진통제의 유통권을 빼앗으려 했던 것인가?’


당진철은 그제야 어째서 흑독문이 추영의 진통제를 노린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다른 것은?’


나머지 하나는 은색으로 이루어진, 환단.


빛에 의해 반짝거리는 것이 묘하게 기분이 나쁘다.


당진철은 은색 환단을 집어들었다.


‘뭐지? 꼭 금속같은······.’


순간, 당진철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싶더니.


“이런 우라질!”


욕설을 내뱉으며, 은색 환단을 던져버렸다.


“아, 아니 이 귀한 것을······.”


적도형이 엎드려서 굴러다니는 은색 환단을 찾으러 다닌다.


하지만 당진철은 경멸의 눈으로 굴러다니는 은색 환단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씨발 이거 수은이잖아!’


수은(水銀)


상온에서 유일하게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은백색의 금속.


녹는 점이 무척이나 낮기에, 여러 금속과의 합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특이한 금속이었다.


‘그런데 이딴 걸 약이라고 먹이러 들어?’


아무리 액체가 될 정도로 약하다지만, 이 또한 엄연한 금속.


사람 몸 속에 들어가는 순간, 체외로 배출되지 않기 때문에, 곧장 중금속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당진철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수은환단을 발로 밟아, 그대로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아, 아니 당의원 이게 무슨 짓인가!”


적도형이 일어나며 화를 냈다.


“적 상단주! 저건 약이 아닙니다!”


“뭐? 저게 약이 아니라니, 수은이 약이 아니고 대체 무엇인가.”


“···수은이 약이라구요?”


“아니, 자네 의원이 아닌가? 의원이라면 무릇, 귀한 수은을 보고 엎드려 절해야 할 판도 모자랄 판에, 그것을 부숴버리다니······.”


적도형이 분노와 당혹이 섞인 눈빛으로 당진철을 바라보았다.


그 말에 당진철은 아차 하며,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상에 이곳에서는 수은이 아직도 치료제라고 믿고 있었구나.’


저쪽 세계에서도 납과 함께, 수은이 독이라는 것을 알아내게 된 것은 생각보다 오랜시간이 흘러서였다.


이곳은 의료기술이 크게 발달되지 않은 미개척지인 곳.


수은을 치료제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걸 어쩐다.’


대대로 뿌리내린 관념을 뽑아내는 것은 아무리 당진철이라 해도 쉬운일이 아니었다.


당진철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적 상단주. 이건 독입니다.”


“독? 독이라니?”


적도형이 반응하기 전에, 당진철이 재빨리 눌러 으스러진, 수은 환단을 들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공법은 잘 모르겠으나, 수은으로 만들어진 환단은 액체처럼 되지 않고, 마치 고체처럼 단단히 응축되어 있었다.


“상단주님께서는, 진짜 수은약을 보신적이 있습니까? 진짜는 이런 화려한 은색이 아니라 은은한 붉은 빛을 띄게 되죠.”


당진철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검지와 엄지를 모아 비비자, 그 의지에 따라 Z.O.R 나노머신들이 순식간에 재조립되며, 마치 작은 공처럼 손가락 사이에서 뭉쳐진다.


당진철은 그것을 꺼내, 적도형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인 진짜 은약(銀藥)이지요.”


“이, 이것이 진짜!!”


적도형이 처음보았다는 듯, 나노머신 뭉치를 이래저래 살펴보았다.


그리곤, 발에 눌러진 흑독문표(?) 수은약을 보았다.


당진철에게 밟혀서 인지, 먼지와 찌그러져 떡이 된 형태가 어쩐지 볼품없어 보였다.


“화, 확실히 차이가 명확해 보이는 군······.”


“···그렇지요? 본디 진짜와 가짜는 보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나는 법입니다.”


실상은 당진철이 보여준 나노뭉치가 가짜였으나, 당진철의 의원으로서 위상과 말빨이 그를 보다 신뢰감 있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괜히 똑똑한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에 걸리는게 아니지.’


아무리 연륜이 높고, 경험이 많다고 한들, 이런 전문가적인 내용이 들어가면 속아넘어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당진철은 그 맹점을 활용한 것이었다.


“그, 그렇다면 나는 흑독문에게 속은것인가!”


“속았는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상단주님의 따님의 병은 이런 걸로는 고칠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요.”


당진철은 나노뭉치를 주머니 안에 넣었다.


적도형은 남은 으스러진 수은환단을 넋나간 것처럼 멍하니 보다니, 곧 눈을 감아버렸다.


파르르 떨리는 눈썹이 그의 분노를 짐작케 했다.


“견마적, 네 이노옴. 감히 네가 나를 속여······?”


나직하지만, 강한 분노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실상은 달랐지만, 당진철로서는 적도형이 더 이상 적화령에게 수은을 먹이지 않았으면 했기에 꽤 만족했다.


“아, 아버지?”


때마침, 적화령이 정신을 차리고, 적도형은 불렀다.


“화령아? 괜찮으냐 화령아?”


적화령이 눈을 뜨자마자, 적도형이 곧바로 적화령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아버지 여긴 어디에요?”


“여긴 흑독문이란다, 갑작스레 네가 쓰러지는 바람에 이곳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구나.”


“아······.”


이에 적화령이 죄책감 섞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죄송해요, 아버지, 괜히 저 때문에······.”


적화령이 눈을 내리깔자, 적도형이 당황한 듯, 언성을 올렸다.


“그게 무슨 소리냐! 왜 네가 미안해해! 화령 네 몸이 안좋은게 어째서 네 탓인게냐. 이··· 이 못난 아비탓이지······.”


적도형의 올라간 언성은 말하면 말할수록 점점 더 낮아졌다.


“아버지······?”


적화령이 당황한 듯, 적도형을 바라보았지만, 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미안하구나, 화령아. 이 아비가 못나서 너에게 고통만 주고 있었어. 정말로 미안하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러지 마세요.”


적도형은 고개를 수그린채, 들어올리지 않았다.


“···네 어미가 병으로 그렇게 간 것 또한 내 탓이고, 네가 몸이 약하게 태어난 것, 또한 이 아비 탓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심장이 약한 채로 태어난 화령.


적도형은 그런 딸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 했지만, 심장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도형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알려진 영약들을 긁어모아, 딸에게 먹여 가느다란 목숨줄을 이어가게 만들었고, 이름난 의원들을 불러, 최대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저에게 수은이 있습니다.’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진 전설의 명약 수은.


견마적이 그 수은약을 자신에게 보급해주었고, 자신은 아무 생각도 없이 그 말을 덜컥 믿고, 적화령에게 수은을 먹였다.


나중에 견마적이 적화령을 며느리로서 달라고 했을 때도, 적도형은 거부조차 하지 않았다.


딸의 혼인 상대인 견문기의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은 듣긴 했으나, 애써 귀를 닫고 살았다.


‘내 딸만 무사하다면,’


오직 막내 딸 적화령을 위해 한 행동들.


하지만 그것들이 당진철에 의해 부정당하고, 파헤쳐지자, 적도형의 강철같이 단단한 믿음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어흐흐흐, 미안하구나, 화령아, 이 아비가 너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어. 어흐흐흐흐.”


“아버지,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너무 약해서 죄송해요······.”


“으허허허허, 화령아, 화령아······.”


사천 상계의 철혈이라 불리던 아버지의 눈물이 쏟아지자, 화령의 눈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적도형이 한참을 그렇게 오열하다가, 당진철을 돌아보았다.


“당의원, 진짜 가능하오? 내 딸을 치료할 수 있소?”


눈물 젖은 아버지의 눈.


당진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서 제가 고치지 못하는 병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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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대호처럼 보이는 의원 +2 24.05.18 948 20 12쪽
16 흑독문의 혼약식. +3 24.05.17 1,006 20 12쪽
15 전화위복 +2 24.05.16 1,059 17 12쪽
14 만독심공으로 치료를 행하다. +2 24.05.15 1,099 17 12쪽
13 어머니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 +2 24.05.14 1,084 20 13쪽
12 저분을 하오문 총단에게는 알리지 마라. +4 24.05.13 1,079 22 12쪽
11 기녀와 매독 +2 24.05.12 1,109 22 12쪽
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8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1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80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6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6 26 11쪽
4 당소혜 +2 24.05.09 1,564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5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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