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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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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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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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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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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녀와 매독

DUMMY





당진철은 딱히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그의 흥미를 끈 건, 양매창이라는 단어와, 추영에게 인연의 끈이 닿았다는 것.


그리고 진통제의 사용처를 알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존재하는 양매창 환자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것이 몇 있었다.


‘양매창, 아니 매독은 성병으로서 굉장히 유명했었지.’


매독의 역사는 곧 성병의 역사였다.


온갖 문란한 생활을 한 유럽의 귀족들부터 시작된, 범국가적으로 퍼진 최악의 성병.


물론 그 피해가 가장 큰 것은 역사적으로 화류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이었다.


‘아무래도 성관계가 많은 곳이니까. 매독의 피해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지.’


아마도 이 시대의 기녀들 또한 매독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리라.


‘만약 그렇다면······.’


기녀들을 매독의 위험에서 해방시켜 준다면 반겨주지 않을까?


당진철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비록 문둥병을 치료하기 위해, 페니실린을 제조하는 것을 가르쳐 주긴 했다만, 매독의 치료에도 무척이나 효과적이었다.


‘매독균 또한 항생제에게 취약한건 마찬가지니까.’


그렇다면 마을에서 만들고 있는 항생제를 기녀들에게 유통시킨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자본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아영의 싸늘한 시선이 당진철에게 향한다.


“양매창을 고친다니, 우리가 너무 밑바닥 인생이라 몇 푼 더 뜯으려고 아무 소리나 막하시는 모양인데, 우리 기녀들을 욕보이실 생각이라면 이만 나가주세요.”


이제 막 묘령(妙齡)을 지날법한 어린 계집이 계속해서 당진철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붙였다.


마치 잘못 건드린 고양이 같은 그녀의 태도에 당진철의 표정이 굳었다.


‘일단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부터로군.’


당진철은 짐짓 타이르듯 엄하게 말했다.


“생전 처음 보는 사이에 예의가 없군. 화월루의 기녀들은 다 그대와 같소?”


“그럼, 당신같이 독만 잘 쓰는 사기꾼에게 예의라도 차려드릴까?”


표독스럽게 쏘아대는, 아영의 말에 난감해진다.


“아무리 내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기녀라고 해도, 양매창이 불치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갑작스레 나타나, 양매창을 고칠 수 있다는 사람의 말을 쉬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영의 눈가에 맺힌 눈물.


그녀의 말에는 한이 맺혀 있었다.


당진철은 몰랐지만, 아영은 어릴때부터 화월루에 팔려와 이런저런 일들을 보고 자라왔다.


만취한 폭력적인 남자부터, 매일 밤, 억지로 웃으며 밤시중을 해야 했던 기녀 언니들.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양매창에 걸린 기녀들이었다.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라 할지라도, 매독 앞에선 모두가 공평해진다.


그냥 죽어가는 것도 모자라, 외모를 전부 몰수당하고, 가장 고통스럽고, 외롭고, 가장 비참하게 죽어가게 만드는 양매창.


어린 아영은 이 모든 것을 전부 보면서 자라왔다.


어쩌면 사천의 그 어떤 사람들보다 양매창에 대해 공포와, 증오를 갖고 있는 이가 바로 어린 기녀인 아영일지도 몰랐다.


‘생각보다, 완고한걸?’


아무리 당진철이 설득을 한다해도, 양매창은 불치병이라는 이 시대의 고정관념이 설득을 방해하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당진철이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먼저 나선 사람이 있었다.


“그 분에게 그 이상 무례를 범하지 말거라.”


그것은 다름 아닌 추영이었다.


“추, 추노인?”


추영은 아영에게 자신의 오른팔을 보여주었다.


“어? 팔이······.”


“깨끗하지? 아직은 조금 저릿하지만 조금 있으면 다시 대장간을 열 수 있을게다.”


“어, 어떻게······.”


아영은 자신의 입을 가리며, 놀란 표정으로 추영의 팔을 보았다.


분명 사천의 어느 의원도 고치지 못한다며, 하루 종일 약만 팔고, 술만 마시고 있지 않았던가.


추영은 씨익 웃으며 당진철을 보았다.


“저분이 아니었으면, 나는 여전히 불구로 남았을 거란다.”


“그, 그렇다고 해도 매독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을 지우지 못하는 아영이.


추영은 입이 근질거렸지만, 더는 말하지 못했다.


‘저분 문둥병을 고치는 분인데······.’


하지만 그걸 밝히게 된다면, 진통제가 문둥병환자들이 만든 약이라는 말이 돌게 된다.


‘그것만큼은 피해야해.’


추영이 우물쭈물 하고 있을 때였다.


“그 말씀은 제법 흥미롭군요.”


문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붉은 색의 화려한 궁장 차림의 한 여인.


짙지만, 매혹적인 눈빛을 한 여인의 한 쪽 손엔 길다란 곰방대가 잡혀 있다.


그 뒤를 마치 수발하듯 고개숙인 기녀들이 눈에 보인다.


아영은 그 여인을 보며,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루주님을 뵙습니다.”


화월루주는 당진철과 추영을 둘러보더니, 아영에게 다가가, 따뜻한 미소를 띄며, 살포시 머리를 짚었다.


“고생 많았구나. 아영아.”


“루, 루주님.”


아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화월 루주는 그런 아영을 잠시 보다가, 곧 당진철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의원님, 아니 독의께 인사올립니다. 소녀는 이 화월루를 총괄하고 있는 루주 이화영이라고 합니다.”


“당진철입니다.”


간단한 소개에 화월루주의 눈빛에 이채가 스쳐간다.


그러는 것도 잠시,


이화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금 화사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독의, 당신은 정말로 양매창을 고칠 수 있나요?”


“굳이 대답할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만, 그렇습니다. 저라면 고칠 수 있죠.”


그 오만한 자신감에 루주의 한 쪽 눈썹이 꿈틀거린다.


“단 한번도 실패를 맛보지 않은 분인 것 같네요. 소녀는 자신감이 넘치는 분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근거 없는 오만함을 내 비치는 남자는 경멸하지요.”


“신용하지 않으신 모양이군요.”


“그만큼 양매창이 지독하다는 걸 아셨으면 해서요.”


이화영이 눈짓으로 추영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분의 팔을 고치신 것만 해도 명의라는 것은 인정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오래된 불치병인 양매창을 고치신다고 믿기엔, 제가 보아온 날들이 적지 않네요.”


전혀 신용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말.


하지만 당진철은 알 수 있었다.


진짜로 믿지 않았으면, 애초에 이리로 오지않고 곧바로 축객령을 내렸으리라.


‘뭔가 원하는게 있나보군.’


명분일까?


아님 다른 또 무언가일까?


당진철은 그런 그녀의 속내를 고민하며 입을 열었다.


“뭐, 못 믿어도 상관없습니다. 이대로 루주님께서 저를 쫓아낸다 하더라도 저랑은 딱히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거래가 필요한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밑으로 지고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기업의 가치는 대표의 자세에 의해 정해는 법.


당진철은 일부러 차갑게 이화영을 대했다.


이런 당진철의 마음을 눈치 챘는지, 이화영이 옷깃으로 입술을 가리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이런. 소녀가 아무래도 독의님의 심기를 거슬렸나 보군요.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으니 용서해주시길.”


생각보다 더 저자세인 화영의 모습에 오히려 놀란 것은 당진철이었다.


‘의외로 고압적이진 않군. 이렇게 큰 기루의 주인이라 좀 더 오만하게 굴 줄 알았는데.’


분명 자신을 떠돌이 의원으로 소개했음에도, 격이 다른 화월루의 루주가 자신을 이렇게 높게 대해주다니.


‘그만큼 크게 원하는게 있나보군.’


“딱히 기분이 거슬렸던 것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독의.”


그제야 굳어 있던, 그녀의 두 눈에 가득 들었던 긴장감이 풀렸다.


당진철로서는 몰랐지만, 이화영의 반응은 무척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저 가만히 대화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것만으로 흑독문의 사냥개라 불리는 강살부대가 몰살당했다.


아무리 그들이 방심했다고는 하나, 숨 한 번 쉴 수 있는 짧은 순간안에 그들을 몰살 수 있는 사람은 중원 전체를 뒤져 봐도 손에 꼽을 정도다.


‘대체 어디서 이런 말도 안되는 괴물이 튀어나온거지?’


스스로를 독을 사용하는 의원이라 칭하며 사천에 나타난 남자.


당진철.


이화영은 머릿속에 그 이름을 박아넣었다.


“여튼 아무리 독의님께서 양매창을 고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시나, 저로서는 믿기 힘들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화영은 옆에 서 있던 한 기녀에게 무언가를 받았다.


그것은 한 자루의 단검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하도록 하지요.”


“그게 무슨······.”


그러자 이화영이 번개처럼 단검을 자신의 팔에 휘둘렀다.


-스윽.


가벼운 긋는 소리와 함께, 이화영의 팔에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꺄, 꺄아아악!”


“루주님!!”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녀의 행동.


뒤에 있던 몇몇 기녀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그녀 옆에 있던 기녀들은 그나마 정신이 강했던지, 기절하거나 주저앉는 일은 없었지만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만은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당진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화영이 하는 행동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화영은 그런 당진철을 향해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방금 사용한 단검은 양매창에 걸린 기녀들의 목숨을 거둘 때 쓰던 물건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사용했지요.”


“···루, 루주님······.”


기녀들이 벌벌 떨며, 이화영에게 다가서려 했지만,


“오지마라. 너희도 양매창에 걸린다.”


차갑게 일갈하는 그녀의 말에 결국 다가오지 못하고 그 자세로 굳어버렸다.


이화영은 잠시 한숨을 쉬다가, 당진철을 보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양매창에 걸렸습니다. 이제 희망은 독의밖에 없지요.”


“굳이 이렇게까지 했어야만 했습니까?”


“이건, 시험이에요.”


시험? 당진철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런 당진철의 표정을 보며, 이화영은 풋하고 웃었다.


“감히 독의님께 내리는 시험이 아니니,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이건 저에 대한 시험입니다.”


“······.”


“저는 양매창 때문에 고통받은 수많은 기녀의 죽음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여기 있는 아이들보다 더 많이 봤을 수도 있겠네요.”


그녀의 눈이 기녀들을 향한다.


따스한 그녀의 눈빛에, 기녀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래서 저는 이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부디 기녀들이 양매창에게서 해방될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랐죠.”


이화영이 자신의 팔을 들어보였다.


선홍빛 피가 뚝뚝흐르는 팔이 애처롭게 보였다.


“이건 저의 죗값이자, 희망입니다. 만약 치료가 된다면, 이 아이들은 희망을 얻을 것이고, 이대로 죽는 다면, 죽어간 기녀들 중 하나가 되겠죠.”


“너무 극단적이군요. 굳이 이래야만 했습니까?”


이화영은 당진철을 보았다.


흔들림없는 그 눈빛으로 이화영은 말문을 열었다.


“저는 화월루의 루주 이화영입니다. 제가 솔선수범을 하지 않는 다면 누가 저를 믿고 따르겠습니까.”


“······.”


당진철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화영은 그런 당진철을 보더니, 곧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부디 저희 기녀들의 희망이 되어주십시오. 만약 당신이 양매창을 치료해줄 수 있다면 사천에 존재하는 기녀들은 당신께 가능한한 모든 것을 바칠 것입니다.”


당진철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진짜 우두머리로군.’


그녀의 한마디가 무겁게 다가온다.


이미 당진철의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계산들이 지워진지 오래였다.


당진철은 말없이 이화영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제 이름을 걸고 반드시 양매창이 치료가 가능한 병임을 증명해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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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흑독문의 혼약식. +3 24.05.17 1,007 20 12쪽
15 전화위복 +2 24.05.16 1,059 17 12쪽
14 만독심공으로 치료를 행하다. +2 24.05.15 1,099 17 12쪽
13 어머니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 +2 24.05.14 1,084 20 13쪽
12 저분을 하오문 총단에게는 알리지 마라. +4 24.05.13 1,079 22 12쪽
» 기녀와 매독 +2 24.05.12 1,110 22 12쪽
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8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1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80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6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7 26 11쪽
4 당소혜 +2 24.05.09 1,564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5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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