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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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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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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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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DUMMY




사천의 밤은 화려하다.


불이 꺼지지 않는 등롱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객잔은 남심을 설레게 만든다.


기녀들의 웃음소리와, 주정꾼들의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밤이 깊을 대로 깊어진다고 해도, 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아침은 무척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아침부터 좌판을 여는 장사치들이 몇 명 보이기도 했지만, 화려한 밤과는 대조될 정도로 아침은 무척이나 조용하고, 적막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쪽으로”


아영이 다급하지만, 다소곳한 걸음으로 종종 걸어나간다.


그 뒤를 추영이 멋쩍은 듯이 걷고, 당진철은 마치 촌놈처럼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이 거리.’


메마른 사천의 아침 거리에, 전생의 기억이 소록소록 피어오른다.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연신 주변을 거닐던 기억.


당진철의 어머니는 특유의 세공실력 때문에, 굳이 당문의 일이 아니더라도, 사천에서 장식용 의뢰를 받는 날도 많았었다.


물론 어린 진철과 소혜를 놔두고 갈 순 없었기에, 몇 번은 의뢰를 해결하러 둘을 데리고 다녔었다.


마침 야시장이 열리던 날은, 어머니는 몇 안되는 동전으로 아이들에게 꿀경단을 간식으로 사주곤 했었다.


‘정말 즐거웠었지.’


그렇게 추억을 되새기며 이곳저곳을 구경할 무렵, 어느사이엔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화월루(花月樓)


꽃과 달의 화원이라는 이름답게, 가게는 무척이나 높고 화려했다.


벽 마다, 화려한 꽃 장식들이 가득했고, 지붕 끝 부분과 석벽, 심지어 문고리에 까지 이름 모를 꽃들의 문양이 소묘로 조각되어 있었다.


문제는,


“야! 너 뭐냐. 저리 안가?”


“뒤질래? 눈 깔아라.”


마치 파락호처럼 생긴 인간들이 화월루의 입구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었다.


“허, 헉. 저, 저들은 흑독문?”


추영이 재빨리 알아보고, 급히 몸을 숨긴다.


아영 또한 표정이 새하얗게 변하며, 추영과 같이 근처 담벼락으로 몸을 숨겼다.


당진철만 영문도 모르고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흑독문?”


“의, 의원님 거기서 뭐하십니까. 얼른 이리로 오십시오!”


추영이 낮게 소리지르며 당진철을 끌어당겼다.


결국 당진철 또한 이들 셋과 같이 근처 담벼락에 숨는 꼴이 되었다.


‘흑독문이라면, 그때 만났던 사천흑독문이라 하던 작자들 말인가?’


당진철은 무례한 문지기 둘을 기억에서 끄집어냈다.


“그런데 그쪽이 의원이셨어요?”


아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그것을 대신해 입을 연 것은 추노인이었다.


“맞네. 이 분이 떠돌이 의원, 즉 독의(獨醫)이시네.”


“독의··· 저 처음 봤어요. 그렇담 추노인께서 파시는 약은 전부 저 독의께서 만드신건가요?”


“숨길게, 뭐 있으랴. 맞네, 이분께서 직접 만드시고, 내가 이 분을 대신해서 팔아드리고 있었지.”


“아아, 그랬었군요.”


추영에게 신뢰의 시선을 보내던, 아영의 눈빛이 당진철을 향한다.


하지만 당진철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예? 아니 그게 무슨······.”


아니, 되도 안하는 거짓말이라니, 하지만 당진철이 무어라 말하려 하자, 추영이 재빠르게 당진철의 옷자락을 잡아 당기며 입을 연다.


“대단하지? 이 의원님께서는 독의 이시기 때문에 또 다른 곳으로 가야 하거든, 그래서 사천에 오실 때마다 내가 대신 물건을 받아 팔고 있단다.”


흔들리는 추영의 눈동자를 보아 하니, 추영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당씨 마을에서 만드는 약이라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문둥이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박하다못해 아예 살아있는 돌림병 취급이다.


“험험······.”


결국 당진철은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사천에 진통제를 퍼트리는 약사가 되고 말았다.


당진철은 민망함을 뒤로 한체, 아까부터 걸리는 것을 물어보려 입을 열었다.


“그런데 추노인은 어째서 숨는 겁니까?”


이에 추노인의 표정이 흐려진다.


“놈들이 약을 노리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약을?”


“예. 마음대로 되지 않자, 대장간 식구들을 모조리 쫓아내고, 오른팔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버렸지요.”


씁쓸이 미소짓는 추영의 시선이 자신의 오른팔에 머무른다.


비록 지금은 완전히 나아져 있었지만, 당진철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엉망으로 부서져 있던 팔이었다.


‘범인은 저놈들이었군.’


당진철의 두 눈이 서늘하게 가라 앉는다.


‘흑독문이라······.’


문파명만 들어도 사파냄새가 풀풀 풍긴다.


몰락한 당문을 대신해, 그 자리를 대신 궤찬 사파.


‘그런데 좀 이상하군.’


당진철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추영에게 물었다.


“제가 견식이 짧아서 잘 모르나, 이 사천에는 청성파와 아미파라는 걸출한 문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헌데 어째서 저런 악독한 무리들이 돌아다닌단 말입니까?”


아무리 당문이 몰락했다지만, 이곳은 엄연한 정파의 영역이다.


그것도 구파일방이라 불리는 청성과 아미, 둘이나 존재하는 치안은 확실한 지역.


양민들 등쳐먹는 불한당이나, 파락호는 있을지 몰라도, 거대 사파는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추영은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청성과 아미는 사천의 동쪽 세력에 관심을 끊을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예??”


추영의 말은 이랬다.


80여년전 청성파와 아미파는 당문이 몰락할 때, 같이 피해를 입은 문파였다.


비록 당문이 몰락할 만큼 큰 피해는 입지 않았으나, 마교가 사천에 처들어 오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수많은 제자들을 잃는 바람에 세력이 생각보다 많이 줄어들었었다.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달려든 곳이 바로 외부에 서식하고 있던 사파들이었다.


“그 당시의 사천은 지옥이나 다름 없었지요.”


끊임없는 반목과, 칼부림의 나날들.


아무리 정파가 사파를 막는 다는 명분이 있었으나, 오랜 전쟁의 피해자는 오롯이 사천 양민들의 몫이었다.


결국 민심을 이기지 못한 쪽은 청성과 아미였다.


청성과 아미는 당문의 빈자리를 노리고, 끊임없이 달려드는 사파들을 쳐냈으나, 세력권이 약해진 탓에, 갈수록 민심이 어려워지고, 사천의 경제권 또한 나락으로 추락하고야 말았다.


결국 그들은 정파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사파에게 세력권을 인정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 세력권 인정을 받은 사파가 바로 흑독문이었다.


“흑독문은 주변 사파들을 흡수해서 세력이 더 커져 나갔고, 결국 다른 정파는 감히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 버렸습니다.”


아무리 정파의 정기가 드높은 시대라고는 하나, 사천의 동쪽 세력을 관할하는 흑독문을 감히 건드릴 문파는 없었다.


거기다가 관(官)과의 유착관계까지 있다보니, 사천 양민들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어서 화월루에 가서 언니에게 약을 줘야 하는데······.”


아영이 저쪽을 쳐다보며 발만 동동구른다.


하지만 흑독문이 화월루를 감싸 듯 서 있어서, 저들을 뚫고 가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적어도 추영과 기녀 아영의 눈에는 그랬다.


“추노인, 저기 저들 중에 추노인의 손을 박살낸 놈이 있습니까?”


당진철만 빼고.



------------



‘안 그래도 그때 마음에 안들었는데 잘 되었군.’


세상에 흑독문이라니,


설마 당문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의 흑독문인가?


감히?


‘건방진놈들.’


당진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흑독문을 향해 걸어나갔다.


“의원님! 뭐하시는 거예요! 위험해요!”


아영이 작은 목소리로 애타게 당진철을 불렀으나, 당진철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놈들의 앞에 걸어나갔다.


“응? 뭐야 네놈은.”


“뭐야,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데? 광대인가?”


흑독문들이 하나 둘, 당진철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한다.


하지만 당진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화월루를 향해 걸어나갔다.


“어이, 여기는 출입금지다.”


결국 보다 못한 흑독문도가 당진철을 막아선다.


당진철은 그런 그 모습을 보다가 자연스레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켰다.


-촤르르륵.


Z.O.R이 동시에 일어났다. 마치 옷자락이 일렁이는 듯한 특이한 모습에, 흑독문도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주륵.


“어?”


당진철을 막아섰던, 흑독문도의 코에서 갑자기 코피가 흐르는 것이 아닌가.


“야, 너 코피 흘러.”


“뭐냐, 지난밤에 너무 힘쏟은거 아냐?”


주변 흑독문도들이 비웃는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았다.


코에서 쏟는 피의 양이 많아진다 싶더니, 곧 앞으로 꼬구라져버렸다.


그리고,


-털썩.


-털썩.


그와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흑독문도들이 동시에 코에 피를 쏟으면서 바닥에 주저앉는 것이 안닌가.


“뭐, 뭐야. 이건.”


“야, 왜 이래. 정신차려봐, 정신, 컥컥.”


갑자기 쓰러진 동료들을 향해 일으켜 세우려던 놈들 조차 코와 귀에 피를 쏟으며 쓰러진다.


“가까이 가지마! 독이다!”


어느 누가 소리치자, 흑독문도들이 황급히 쓰러진 흑독문도에게서 멀어진다.


이를 보던 당진철은 쯧 하며 혀를 찼다.


‘여기까지인가?’


당진철은 자신의 손을 보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가 쓴 것은 공기중에 퍼져 있는 특정한 세균을 활성화 시켜버리는 영양소를 뿌린 것.


그가 영양소를 뿌리는 순간, 공기중에 숨어 있던 세균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그 범위 일대에 번식을 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이었다.


‘이번에는 출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근처에 있었던 모양이었군.’


당진철은 그렇게 생각하며, 저쪽 시대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저쪽 시대에 있을 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차원문에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쳐들어왔었다.


마침 각성자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아주곤 했지만, 안타깝게도 각성자들의 숫자는 적었고, 몬스터들은 대량으로 발생했었다.


결국 군부에서 이들을 단번에 몰살할 무기를 개발하게 되었고, 그 적임자로 당진철이 지목되었었다.


다행인지, 몬스터들은 병원균에 아주 취약했었기에, 당진철은 그동안 연구해온 세균학을 이용해 일정 범위내에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리해 버리는 기술을 만들어 냈다.


지금 당진철이 행하고 있는 기술은, 그때 개발되었던 것들 중 하나였다.


‘범위는 조금 좁긴 하지만, 그래도 쓸 만은 하지.’


“누구냐! 누구길래 감히 흑독문의 행사를 방해하느냐!”


멀리서 흑독문도중 하나가 당진철을 향해 소리친다.


당진철은 그런 그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궁금해?”


당진철이 그쪽으로 걸음을 옳기자, 흑독문도들이 기겁을 하며, 당진철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애를 쓴다.


사천흑독문의 문도들이 어디서 꽁무니를 빼려 하느냐!”


우두머리인 듯 한 남자가 열창해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독문도들은 감히 당진철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젠장할······.”


분명 독을 쓴건 맞는 것 같은데, 대체 언제 썼던 것일까.


게다가 일 수에 십여명을 쓰러트려버리는 강력함이라니······.


남자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흑독문 또한 이름 그대로 독을 쓰긴 했다.


초대 흑독문이 당문을 먹어버렸기에, 당문의 유산인 독을 그대로 가져다 썼었다.


그랬기에, 흑독문이라는 명성을 가져왔는데,


‘대체 저게 뭐지?’


언제 독을 썼는가는 둘째 치고서라도, 무슨 독인지조차 구분이 가지 않는다.


‘젠장할···고작 한명의 계집을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성은 가만히 고민하다가, 이내 당진철에게 외쳤다.


“나는 흑독문의 강살부대(强煞部隊) 악위진이라 한다. 네놈은 누구길래, 흑독문의 행사를 방해하느냐!”


“나는······.”


당진철은 말을 내뱉다 말고 잠시 고민했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그냥 걸어다니는 제약회사라고 말해버려?’


그런 별칭은 저쪽에나 통할 법한 별칭이다.


그러다 곧 좋은 생각이 났는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어 외쳤다.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홀로 의료를 행하는 자.


당진철의 이름이 화월루 앞에서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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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화위복 +2 24.05.16 1,05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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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6 26 11쪽
4 당소혜 +2 24.05.09 1,564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4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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