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공모전참가작 새글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48,947
추천수 :
999
글자수 :
322,534

작성
24.05.09 15:10
조회
1,536
추천
26
글자
11쪽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DUMMY



당진철은 Z.O.R을 이용해 당소혜의 전신을 스캔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


‘이 당가의 개새끼들이 내 여동생까지 독인의 실험용으로 썼구나.’


당시에 사천당문은 가주와 장로원을 위시로 한, 독인 개발에 한창이었다.


암기술은 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다른 가문보다 무공이 더 낫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아무리 암기를 만드는 기술이 더 발전한다 해도, 과연 다른 가문보다 더 나아질 기미는 존재하는 가 하는 의문이 장로원에서 출발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전설의 독인을 제조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존재했던, 만화독심공(萬和毒深工)의 구결을 뜯어고친 뒤, 그것을 만가지 약물과 독물을 혼합해, 실험체들을 집어넣거나, 먹이거나 하는 것으로 실험을 이어나갔다.


물론 그것은 서자였던 당진철 또한 포함이었다.


직계가 되지 못했고, 어머니가 당가타 출신이니 좋은 직책조차 받지 못했었다.


혈통만 좋은 지렁이(唐血土龍)가 그때 당진철의 별명이었다.


‘당가의 발전을 위해 거름이 되거라.’


그때 들었던 아버지 였던 가주의 한마디.


그 말을 끝으로 당진철은 실험체의 하나로 들어가게 되었고, 끝내는 죽고 말았다.


‘그런데 내 여동생까지 건드렸다니······.’


화가나 부들 부들 떨었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


그 심경과는 다르게, 당소혜의 몸을 만지는 그의 손은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나, 아무래도 당소혜는 당시의 독인 개발로서 거의 성공작이나 다름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안 그러면 지금까지 살아 있진 못했을 테니까.’


문제는 그때 당소혜를 독인으로 만들어 주었던, 독들이 지금 당장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진철은 일단 중화제로 날뛰는 독기를 중화시키는 한편, Z.O.R을 이용해 당소혜의 몸안에 있는 독이 어떤 독인지 해석했다.


‘일단 동물성 독은 맞는 것 같은데, 여러 가지 식물성 약을 섞어서 겨우 균형을 맞춘건가?’


당진철이 존재 했던 대한민국과는 달리, 이 시대의 복합적 독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오로지 감각과 경험만으로 독을 섞거나 약물을 만들어 냈기에, 제대로 된 레시피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화학 공식조차 제대로 세운 적이 없으니 당연한 걸지도······.’


당진철의 뇌가 급속도로 회전하며, 독의 해석 모듈을 따낸다.


‘역시 동물성과 식물성의 복합적 독이로군.’


독성이 조금 더 높긴 했지만, 사람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약을 조금 더 추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일단 제조부터······.”


-촤르르르륵.


당진철의 의지의 의해 Z.O.R이 기동한다.


나노 머신들이 일어났다. 누웠다 하며 열심히 제조 공장을 돌린다.


“진철 오라버니······.”


당소혜의 주름 진 눈이 살포시 뜨였다.


“아, 깼느냐?”


“···예. 오라버니.”


“조금만 더 자두거라. 이 오라비가 더는 아프지 않게 해주마.”


“···예.”


그 말에 말 잘듣는 아이처럼 다소곳이 눈을 감는다.


이에 당진철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독기로 인한 치매라지만, 어떻게 나를 당진철이라고 생각했을까?’


지금의 당진철은 과거의 당진철과는 확연히 다르다.


몸집도 그렇고, 목소리, 어투, 심지어 얼굴 생김새 조차 아예 다른 사람이다.


‘그냥 우연인가?’


그래도 당진철은 그녀의 오라버니라는 말에 가슴이 미어졌다.


어리거나, 늙었거나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동생이었으니까.


-촤륵.


열심히 공장을 돌리던 Z.O.R이 다되었다는 신호를 울린다.


당진철이 소매자락을 뜯자, 소맷자락이 순식간에 작은 주사기로 변했다.


이것으로 급한 불은 껐다.


이제부터 당소혜의 몸안에 있는 독기가 안정적으로 변할 때까지, 계속해서 치료를 행해야 한다.


‘전부 해독하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소혜의 몸이 독기와 함께 산지 어언 수십년.


독기가 없어지는 순간, 당소혜의 몸은 붕괴되어 순식간에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당진철은 당소혜에게 약물을 주입한 후, 가만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오랫동안 혼자서 고생 많았다. 이젠 이 오라비가 네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마.”


당진철은 그렇게 방 밖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



그 뒤의 치료는 꽤 순조롭게 진행됐다.


Z.O.R에 이미 공식이 입력되었기 때문에, 굳이 당진철이 고생하지 않아도 약은 준비되었고, 당소혜가 내뿜는 독기도 나날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작은 문제점도 있었다.


“오라버니. 이제 떠나지 않으실거죠?”


“그, 그럼 무, 물론이지. 내가 어딜 떠나겠니.”


“오라버니.”


노구가 자신에게 안겨오자, 당진철이 거부하지 않고 껴안는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당진철의 표정은 떨떠름 했다.


“흐음······.”


“험험······.”


이 모습을 같이 보던, 당소령과 추영의 안색 또한 별로 좋지 않았다.


“이, 이제 그만 놔주면 안되겠느냐? 이 오···라비가 잠시 볼일이 생겼구나.”


“빨리 다녀오세요. 오라버니. 저 이제 기다리는 거 좋아하지 않아요.”


“그, 그래 그러마······.”


당진철이 당소혜를 눕혀놓고 급히 밖으로 나가자, 이를 지켜보던 당소령과 추영 또한 당진철의 뒤를 따라 쫓아나왔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소령이 제일 먼저 당진철에게 사과부터 건넸다.


“저의 할머니께서 다른 사람은 아무도 접근조차 싫어하시는데, 의원님만 유독 따르니······.”


“괜찮다. 어차피 실지증(失志症:치매)에 걸린 환자이지 않느냐. 의원인 내가 나서서 도와야지.”


다른 이유도 있긴 했지만, 당진철은 구태여 밝히진 않았다.


어차피 말해봤자, 믿지도 않을뿐더러, 미친놈이라 손가락질 받아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딱히 이 두 사람이 그럴 것 같진 않다만······.’


하지만 지금은 당소혜를 계속해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


쓸데없는 분란은 피하고 싶은게, 현재 당진철의 마음이었다.


“그나저나 놀라운 일이군요.”


“뭘 말입니까?”


그 말에 추영이 씨익웃으면서 말했다.


“의원님께서 당씨 성이란 것과 의원님의 본적(本籍)이 이 사천에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걸 말입니다.”


“아아··· 뭐,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렇게 둘러댔었지.’


대한민국에서 쓰던 이름을 그대로 썼어도 됐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고 싶진 않았다.


‘본래라면 사천당문새끼들을 모조리 죽인뒤, 내 성을 밝혀서 아예 흑역사로서 영원히 이 곳 역사에 남길 생각이었다만······.’


이미 이놈들은 마교에 의해 명예사(名譽死) 당한지 오래.


굳이 당진철이란 이름을 쓸 필요는 없었지만,


‘이 두사람을 납득시키기 위해선 부득이하게 쓸 수 밖에 없었긴했지.’


이 세상엔 그 누구도 이유없는 친절을 베풀 이유는 없다.


그것은 나이를 지긋이 먹은 추영이나, 어리다해도, 세상물정을 알아버린 당소령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결국 당진철은 자신의 본래 이름을 알려 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치매에 걸린 당소혜가 자신의 이름만은 정확히 불러줬다는 것 또한 한몫했다.


“여튼 떠돌이 의원을 하시는 것도, 어려우실 텐데, 굳이 저주받은 마을까지 와서 도와주시고 또 제 팔조차 움직일 수 있게 고쳐주시다니, 이 추모 정말이지 백골이 난망하여 이루 헤아릴수 없습니다.”


추영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다.


그에 당진철이 추영의 행동을 저어하며 오히려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야 말로 추노인께 감사를 드려야겠지요. 당가타를 잊지 않고,평생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으니, 이제야 나타난 것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어이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야 어차피 제 스승께서 당가에 적을 두고 계신 분이셔서 이렇게나마 인연을 두고 있었을진데, 스승께 입은 은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추영은 당진철에게 있어서 여러모로 고마운 사람이었다.


여동생인 당소혜를 도와준 것도 모자라, 당가의 사람들이 만드는 약을 대신 팔아주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줬다.


만약 추영이 없었다면, 이 당소혜는 물론이거니와, 이 마을 자체가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팔 하나 고친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도움의 손길을 뻗어준 이가 진정으로 자신을 생각하는 이라고 했던가.


그런 점에서 보면 추영은 무척이나 믿음이 가는 사람이었다.


“···그나저나, 의원님.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이에 추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이 마을의 문둥병을 고쳐준다는 것 말입니다.”


‘아··· 그런 약속을 했었었지.’


추영은 당소령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문둥병은 그 어느 의원도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중의 불치병이지 않습니까.”


“혹시 제가 못 고칠까봐 같아 걱정되십니까?”


“어이쿠 아닙니다. 제가 설마 의원님의 실력을 믿지 못하겠습니까. 다만······.”


추영의 시선이 마을 쪽으로 향했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황량한 마을.


다만 건물 뒤편이나, 풀숲에서 숨어서 이곳을 훔쳐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 마을에 문둥병에 걸린 자들만 십 수명이 넘습니다. 그 많은 인원들을 감당하시기엔, 아무리 의원님이라도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추영의 걱정은 당연했다.


아무리 당진철이 날고 긴다 한들, 마을 전체가 걸린 저주를 어떻게 풀것인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돌림병도 아니고, 무려 불치병 중의 불치병인 문둥병이다.


비록 당소혜 어르신의 병을 고칠정도로 어마무시한 의술실력이 있다 해도, 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치료 하려면 힘에 부칠게 자명해보였다.


게다가.


“아마, 의원님께서 병을 고칠 수 있다 하더라도 마을 아저씨들이 쉽게 믿지 못할 거에요.”


당소령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문둥병은 사람을 강제로 베타적인 성향으로 내모는 병이었다.


병으로 인한, 추악한 외모로 인해, 일반 사람들에게 기피 당하고, 차별 당하고, 멸시를 당한다.


그것은 의원의 시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되면 문둥병의 걸린 사람 대부분은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의심.


증오.


환멸.


사람의 부정적인 면만 보고 자라온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괜히 신의 벌이라는 별칭이 붙은게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소령이 너는 내가 못고칠 거라 믿고 있는거구나.”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당소령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당진철은 그런 소령을 귀엽다는 듯이 보고 있다가, 마을 전체를 한번 쓱 훑어 보았다.


생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죽은 마을.


‘그리고 소혜가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마을.’


당진철은 가슴 깊이 숨을 크게 들이 쉬고는 한마디 읊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추영과 당소령의 시선이 당진철에게 집중된다.


“저에게 다 생각이 있으니까요.”


어렵다고?


불가능하다고?


그것은 온갖 고난과 역경을 거쳐온 당진철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작은 돌부리에 지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 신의(歸還神醫)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복수의 시간. +4 24.06.02 750 14 12쪽
31 천변만화공의 위력. +3 24.06.01 748 14 13쪽
30 교재 준비 +3 24.05.31 697 17 12쪽
29 당가타 교습소의 교사. +3 24.05.30 766 16 12쪽
28 맨입으로? +2 24.05.29 768 14 12쪽
27 당가타, 그 발전의 시작 +2 24.05.28 816 19 12쪽
26 세 여인의 다짐. +2 24.05.27 828 16 14쪽
25 전극도자 절제술 +2 24.05.26 813 15 11쪽
24 저를 불효녀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3 24.05.25 845 16 13쪽
23 당신 미쳤소?! +4 24.05.24 868 17 11쪽
22 의절하다. +2 24.05.23 898 16 12쪽
21 과거로 부터 온 서신 +4 24.05.22 916 17 12쪽
20 제자가 생겨버렸다? +2 24.05.21 906 19 13쪽
19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 24.05.20 911 17 12쪽
18 WPW증후군 +3 24.05.19 934 20 12쪽
17 대호처럼 보이는 의원 +2 24.05.18 948 20 12쪽
16 흑독문의 혼약식. +3 24.05.17 1,006 20 12쪽
15 전화위복 +2 24.05.16 1,059 17 12쪽
14 만독심공으로 치료를 행하다. +2 24.05.15 1,099 17 12쪽
13 어머니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 +2 24.05.14 1,084 20 13쪽
12 저분을 하오문 총단에게는 알리지 마라. +4 24.05.13 1,079 22 12쪽
11 기녀와 매독 +2 24.05.12 1,109 22 12쪽
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8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1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80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6 24 14쪽
»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7 26 11쪽
4 당소혜 +2 24.05.09 1,564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5 2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