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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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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최근연재일 :
2024.07.03 12:10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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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13
추천수 :
999
글자수 :
322,534

작성
24.05.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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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DUMMY






당진철은 별채 문을 나섰다.


지금 당장 그곳에서 적화령을 수술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았다.


‘일단 내일 아침, 화월루로 가십시오. 루주께 제가 부탁했다고 말하면, 혼쾌히 방 하나를 내 주실 겁니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사례는 내가 꼭 해줌세.’


‘그럼 일단 지금 당장 제 부탁을 들어주시지요.’


‘암 당연히 들어줘야지. 내가 책임질테니, 자네는 자네가 해야할 일을 하게나.’


해는 지고, 날은 어느사이엔가 어둑어둑 해졌지만, 당진철은 거침없이 걸어나갔다.


‘정말 오랜만이구나. 진짜 하나도 바뀌지 않았어.’


성의 주인이 당문에서 흑독문으로 바뀌었기에, 혹시나 무언가 바뀐게 있지 않을까 걱정스런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건물의 형태며,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위치조차도 전생 때의 기억과 다른적이 없었다.


‘점령하고 나서도, 그리 크게 바꾸진 않은 모양이군.’


당문의 건물들과 성의 구조가 거의 하나의 예술작품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흑독문에서도 거의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그냥 전부 박살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너무 많이 변해 있었으면, 만화독심공의 위치를 알 수 없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당진철은 하나도 다르지 않는 거리를 걸으며, 생각하며, 당진철은 만화독심공의 위치를 찾아나섰다.


‘그래도 일단 최대한 들키지는 말아야 겠지.’


아무리 적도형이 책임져 준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수상한 행동을 하려는 당진철에 대해 추궁하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촤르르륵.


Z.O.R이 당진철의 의지를 받자, 곧바로 색을 바꿔버린다.


하얀색에서 빛 조차 반사 되지 않는 짙고 어두운 색깔로 변하자, 그제야 당진철의 모습이 어둠속에 녹아들었다.


“일단 당서고 쪽으로 먼저 가봐야겠군.”


당문의 모든 역사와 무공, 독제조법 같은 기록물이 보관된 장소.


당문에서 내려오는 온갖 지식들이 총망라해 있었기에, 당문에서도 이곳을 엄중한 관리를 했었었다.


인력을 동원해, 관리를 할 수 있었지만, 오로지 혈족만을 위시한, 당문에서는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인력 대신, 톱니와 사슬등으로 만들어진 기관진식 등을 설치해 관리했었다.


만약 흑독문이 이곳을 차지했다 하더라도, 기관만큼은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아냐, 세월이 많이 지났어, 일단 기관이 풀려 있다는 가정 또한 해봐야해.’


뭐가 어찌 됐든, 고민하는 것보단, 한번이라도 확인하는 것이 낫다.


당진철은 발걸음을 죽여, 서고를 향해 걸어갔다.


불침번인지, 화섭자를 들고 다니는 순찰병력들이 있긴 했지만, 온갖 개구멍과 지름길을 알고 있는 당진철에겐 그들을 피하는 것이 누워서 떡을 먹는 것보다 쉬웠다.


그렇게 당진철이 서고에 도착하고,


“어······?”


당진철은 저도 모르게 외마디 신음을 흘렸다는 걸 깨닫고, 입을 막았다.


‘저게 뭐야?’


당서고의 모습은, 당진철의 전생에 기억과 매우 똑같았다.


그 문이 두꺼워 보이는 철문으로 닫혀있다는 것만 빼고.


‘아니 여길 왜, 이런걸로 막아놓은거지?’


최대한 가까이가서, 철문을 살펴보았지만, 매끈매끈한 철벽에 손잡이 따윈 보이지 않는다.


하다 못해 열쇠구멍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보겠건만, 말만 문이지 이건 흡사 철로 만든 벽이나 마찬가지였다.


‘기관진식인가?’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왜, 당서고 입구에 기관을 설치했지?’


본디, 이곳 당서고는 당문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자유로운 곳이었다.


당문 직계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공간은 여기 보다 더 안쪽.


굳이 당서고 입구에다가 기관을 설치할 이유따윈 없었다.


‘일단 들어가자.’


무슨 이유가 있든, 당진철의 목표는 당서고의 안, 비밀 공간.


-촤라라락.


Z.O.R로 스캔 해보니, 기관을 열 수 있는 장치가 문 바깥에 존재하고 있었다.


당진철은 별 다른 고민 없이, 장치를 조작해 문을 열었다.


-그그그긍.


무거운 소리와 함께 열리는 철문.


‘이런 미친!’


생각외로 커다란 소리에, 당진철이 근처 기둥에 바짝 몸을 숨겼다.


‘최소한 문짝에 니스라도 발라두지.’


돌 바닥과, 철문이 긁히면서 나는 소리에, 당진철이 투덜거렸다.


‘어떡한다?’


이대로 안으로 잠입한다면 들킬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찾아올 수 있을지······.’


주름 가득한 당소혜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여동생의 모습.


언제까지도 기다릴 시간 따윈 당소혜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적어도 소혜의 마지막만은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고 싶다.’


결국 당진철은 안에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뜨자.’


그런데.


당진철이 문 안으로 들어서자, 철문이 무거운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닫히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어, 잠깐, 잠깐······.”


바보같은 신음을 흘리며 문 앞에 서성거려 보지만, 무정한 철문은 그런 당진철의 바램과는 반대로 굳게 닫혀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갇힌 당진철.


다행이도 천장에 야명주가 곳곳에 박혀 있어서 사물을 분간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지만, 퇴로가 막혔다는 점에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일단 만화독심공부터 찾고나서 고민해야겠군.”


지금 당장 안되는 걸 억지로 고민해봤자, 아까운 시간만 허비한다.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헌데······.”


당진철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또 왜이래?”


주변은 당진철의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먼지 풀풀 날리며, 먹 냄새와, 오래된 종이냄새가 나야할 책장들은 모조리 사라진지 오래였고, 별빛이 들어와야 할 높은 창문 따윈 사라진지 오래였다.


존재하는 것은 그저, 문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금속 재질의 무기질적인 벽면 뿐.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니, 매끈 매끈한 철벽 위로, 자연적으로 생겼다곤 생각지도 않을, 생채기들이 이곳저곳에 나 있었다.


‘대체, 이게······.’


무언가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쉭, 쉬익.


어딘선가 들려오는 얕은 파공음.


당진철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자, 아슬 아슬하게 그의 머리 위를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탱그랑.


요란한 금속음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두 개의 물체.


그것은,


“비도?”


당진철이 저도 모르게 물건의 정체를 입에 올렸다.


그리고,


“호오, 그걸 피하다니. 도둑놈 주제에 제법이군.”


어둑 어둑한 공간의 한 구석.


그곳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그런데 훔칠 장소를 잘못 고른 걸 보면, 도둑으로선 실격이야.”


천장에 박혀 있는 야명주로 인해,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냉막한 인상을 가진 남자.


그에 비해 옷은 무척이나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어 마치, 학사나 문사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곳은 흑독문의 폐관수련장이다. 이 얼빠진 도둑놈아. 지나가는 쥐새끼도 너보단 나을 것 같군.”


폐관 수련장.


그제야 당진철은 당서고가 어째서 이딴 꼴로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무식한 새끼들이, 서적들을 모조리 치우고, 아예 수련장으로 만들어 버렸구나.’


당문의 조사들이 이 참담한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피눈물 흘릴까.


‘정말이지 상상만 해도 고소하군.’


끊임없이 당문의 전통과 역사를 가리키며, 권력투쟁이나 일삼던 장로와 당문 직계들.


만약 이들이 미래에 당문이 이런 꼴이다 될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당진철은 당문의 역사를 이렇게나마 깔끔하게 밀어버린, 흑독문에게 무척이나 감사했다.


앞의 사내가 누군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사내 또한 흑독문의 일원 일터.


당진철은 저도 모르게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뉘신지는 모르오나, 정말 감사하외다. 혹시나 다음에 나를 만날 일이 있다면, 반드시 한 번은 살려드리겠소.”


이에, 사내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뭐? 살려? 감히?”


“응?”


당진철의 입장으로 선 목숨을 한 번 구해준다는 의미였으나, 앞에 사내에겐 다르게 들렸다.


“고작 도둑놈 주제에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순간 그의 길다란 소매가 펄럭인다 싶더니, 무언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날라온다.


마치 포물선을 그리듯, 기묘한 방향으로 회전하며 날라오는 암기.


‘회선표?’


이에 당진철이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가운 자락을 들어 펄럭였다.


-촤라라락.


Z.O.R이 당진철의 의지에 따라 일제히 일어난다.


날라오던 회선표가 순식간에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건방진 도둑놈 주제에, 한 수가 있었구나. 그럼 어디 이것도 한 번 받아보거라.”


사내는 보법을 밟아, 당진철의 사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시선이 미처 돌아가기도 전에 또다시 암기를 뿌린다.


이번엔 회선표와 수리검을 동시에 날리는 암기술.


직선과, 회선이 만나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각도로 당진철을 노린다.


“흥!”


하지만 당진철은 어림도 없다는 듯, 두 개의 암기를 Z.O.R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파훼했다.


“이것도 막아내?”


사내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다행이군, 네 녀석의 실력이 그리 뒤떨어지지 않아서.”


“아니, 잠깐만 나는 절대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니라······.”


“문답무용(問答無用)! 마침 내가 수련하던 것을 네놈에게 모조리 퍼부어주마!”


사내가 숨을 고른 뒤, 보법을 밟아간다.


그리고 그 뒤로 나오는 마치 비처럼 쏟아지는 바늘.


우모침이었다.


“이런, 말이 안통하는 군.”


당진철의 신형이 돌아가며, 쏟아지는 우모침을 전부 피했다.


아슬아슬 한 것 까지는 아니었건만, 거의 완벽한 움직임으로 피하자, 사내의 눈썹이 점차 역팔자로 변해갔다.


그 뒤로도 사내는 계속해서 암기를 던져 댔지만, 당진철은 그가 던지는 암기술을 피하거나, 막아내며 모조리 파훼했다.


“이이익!”


정말로 무서운 것은, 사내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암기술을 펼치나, 던지면 던질수록, 당진철의 움직임이 또한 점점 더 익숙하게 변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어디서, 어디로 날라올지 다 알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젠장할!!”


사내는 기가 찰 노릇이었으나, 당진철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사내가 펼치고 있는 암기술은 무려, 당문의 암기술과 거의 흡사한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어디 훔쳐배울게 없어서 당문의 암기술을 배우다니.’


그것도 무척 어설프게, 거리를 둬가면서 아무렇게나 암기를 막 던진다.


‘그거 그렇게 던지는 거 아닌데······.’


손재주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렇게까지 재능이 없기도 힘들텐데, 저렇게 애를 쓰며, 던지는 걸 보니 좀 안타깝기도 했다.


‘던지는 자세를 보아하니, 제대로 된 스승 하나 없이 익힌 것 같은데. 차라리 내가 시범을 보여줘?’


주변에는 사내가 날린 암기들이 널려져 있어, 암기의 수급은 충분했다.


당진철은 사내가 날린 암기를 마저 피하곤, 바닥에 떨어진 비도를 주워 들었다.


‘메스보다 조금 무거운 정도군.’


이 정도면 보여주기엔 충분해 보인다.


당진철은 자신이 배웠던 암기술에 따라 잘 파지한 뒤,


“엇차!”


그대로 손가락 근육의 힘만으로 튕기 듯 날렸다.


-촤아아악!


힘없는 그의 기합과는 다르게, 비도가 공기를 가르며 사내에게 날라갔다.


“아, 아니!!”


사내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흑빛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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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전화위복 +2 24.05.16 1,057 17 12쪽
14 만독심공으로 치료를 행하다. +2 24.05.15 1,097 17 12쪽
13 어머니가 선택 할 수 밖에 없는 것. +2 24.05.14 1,083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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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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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0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79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5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6 26 11쪽
4 당소혜 +2 24.05.09 1,564 26 12쪽
3 당가에 내려온 문둥병. +2 24.05.08 1,644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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