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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바리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 신의(歸還神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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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
작품등록일 :
2024.05.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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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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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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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흑독문의 혼약식.

DUMMY




“허허, 어서오십시오.”


“오오 견 문주, 오랜만이구려.”


“예. 상단주께서도 잘 지내셨습니까.”


“장사치가 어딜 가겠소? 돈을 잘 벌면 그게 잘 지내는거지.”


적화 상단의 상단주이자, 사천의 제일가는 거부(巨富) 적도형.


긴 회색 수염을 쓰다듬으며, 흑독문의 문주 견마적의 인사를 받았다.


“아, 내 정신 좀 봐. 우리 막내 딸을 데려 왔는데··· 화령아 이리 오너라 이 분이 바로 흑독문의 문주 견마적이란다.”


그러자 적도형의 뒤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단아하고 깔끔한 붉은 궁장을 입은 한 아가씨.


병색이 완연한 하얀 피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적화령은 조심스레 적도형의 뒤에 서더니, 파리한 안색으로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제 생명의 은인이신 흑독문의 문주님께 인사올리겠습니다. 적화령이라고 합니다.”


“오오, 반갑구나, 내가 바로 견마적이다.”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견 문주님.”


“딱딱하게 견 문주님은 좀 그렇구나, 차라리 아버님이라 부르는건 어떻느냐 으하하하.”


적화령은 그런 견마적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견마적이 무서운지, 적도형의 뒤에 숨을 뿐이었다.


이런 화령을 보며 적도형은 혀를 끌끌 찼다.


“미안하네, 견문주. 자네도 알다시피, 이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숫기가 좀 없네.”


“하하하 괜찮습니다, 상단주님. 따님께서 저만치 나아졌다는 것이 기꺼울 뿐이지, 딱히 그런 것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하 이해해줘서 고맙네, 견문주. 그나저나 자네 아들들은 어디있는겐가? 도통 보이지 않는군.”


“아, 큰 아들은 현재 폐관에 들어갔고, 둘째 놈은······.”


견마적이 고개를 빼꼼이 내민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와중, 견마적은 자신의 아들을 찾아냈다.


“문기야! 거기서 뭐 하느냐! 얼른 이리오지 않고!!”


“아, 네 아버지!”


견문기는 하인과 했던 비밀 이야기를 뒤로 한 채, 견마적에게 달려왔다.


“인사드리거라, 이분은 적화 상단의 상단주이신 적도형이라고 한다.”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적 상단주님. 저는 흑독문의 견문기라고 합니다.”


견문기가 포권을 취하자, 적도형이 껄껄껄 웃으며 견문기를 반겨주었다.


“헐헐헐 아주 훤칠하게 생겼군. 견문기라고 했나? 만나서 반갑네. 내가 적도형일세.”


적도형이 견문기의 인사를 받아주며, 다가가려 했다.


그런 적도형의 눈에 순간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견문기의 이마.


묘하게 뽀얀 피부에 미처 가리지 못한 듯, 붉은 뾰루지 하나가 눈에 띄었다.


‘뭐지? 여드름인가?’


묘하게 기분 나쁜 뾰루지.


적도형의 걸음이 멈췄다.


“상단주님?”


견문기의 고개가 묘하게 꺾인다.


“아무것도 아닐세, 허허. 피부가 많이 거친 걸 보니, 평소 수련을 열심히 하나 보군. 내 선물로 피부에 좋은 분이라도 하나 줌세.”


“아, 감사합니다, 상단주님.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봄세.”


적도형은 적화령을 데리고, 다른 인사들과 이야기 하러 떠났다.


견문기는 그런 그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멀어져가는 적화령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햐, 뒷태가 정말 예술이군.’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 몸이 너무 가냘프긴 하지만,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손맛이 있을 것 같았다.


때마침 견마적이 견문기의 어깨를 짚는다. 견문기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문기야. 다행이도 상단주는 너에 대해서 잘 봐주시는 모양이구나.”


“예, 아 예.”


하지만 견마적이 손에 힘을 주자, 견문기의 눈썹이 가벼이 떨렸다.


“허나, 오늘은 중요한 네 혼약식이다. 그러니 쓸데 없는 짓을 벌였다간, 네 다리 몽둥이를 뽀아버릴 줄 알아라.”


“아, 알겠습니다. 문주님.”


견마적은 견문기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어깨를 두어번 토닥거려 주고는, 곧 다른 손님을 맞기 위해 찾아갔다.


견문기는 졸렸던 어깨를 주무르며, 자리에 가 앉았다.


“젠장할······.”


견문기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축제같은 상황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혼약식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오로지 아버지.


오로지 견마적.


오직 흑독문주만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행사 하는 것이 가능했다.


견문기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그나마 적화령이 예뻐서 다행이군.’


견문기의 시선이 다시금 적화령으로 향한다.


아주 음습하고도, 노골적인 시선이었지만, 아무도 이를 제지 하진 않았다.


무려 적도형마저도 그런 견문기의 시선을 막지 않았다.


은근 슬쩍 눈치만 줄 뿐.


‘역시 이런게 좋아.’


사실 사천의 거부가 뭐가 아쉬워서 사파에게 막내 딸을 시집보내겠는가.


‘딸의 목숨줄을 우리 흑독문이 잡고 있는데, 지가 사천 제일 거부면 다야?’


아무리 힘이 세고, 권력이 높다 하더라도, 약점 하나만 제대로 잡아놓으면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얼마전 그 기생년도 나에게 그 지랄을 할려고 했었지.’


견문기는 약점에서 오는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강살부대도 보냈고, 독을 보내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여버리는 데, 온 힘을 쏟았었다.


“그래도 외모 하나 만큼은 봐줄 만한 년이었는데······.”


견문기는 짙은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약점을 찔러 들어오려는 년놈들은 일찍 선수처서 죽여 없애야 했다.


안그러면 자신이 당할 수 있으니까.


“여러분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오는 손님들은 다 받았으니, 이제는 즐기는 것만 남았다.


견마적은 손님들이 자리에 다 착석하는 것을 보고 하인에게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문 바깥에서 예기(藝妓)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곧 색색의 궁장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다.


“오오, 정말 아름답군.”


“저 아이는 적청관의 앵화가 아니더냐.”


“앗! 홍죽루의 매영도 나타났다!”


손님들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외쳤다.


견문기를 그런 손님들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저런게 뭐가 이쁘다고.’


초월이를 품어 본적 있던, 견문기는 앞서 들어오던 기녀들을 심드렁하게 보았다.


아무리 이름 난 기녀라고 해보았지만, 초월이에 빗댄다면 횃불 앞의 촛불과도 같았다.


-긁적, 긁적.


팔 안쪽이 가려워지자, 견문기는 신경질적이게 안쪽을 긁어댔다.


“아이씨 젠장 왜이리 가려워.”


견문기는 몰랐다.


그것이 매독감염의 두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예기 들로 인해 아름 다운 연주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견문기는 거기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왠지 모르게 온 몸이 근질 거렸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왜이리 가려운거지? 아까까지만 해도 이런 일 없었는데.’


그렇게 견문기가 온 몸을 긁적거리고 있을 때,


연주를 하던 예기들은 떠나가고, 곧 하인이 다른 기녀들을 불렀다.


“화월루의 루주다!”


“정말?”


기녀를 부르는 한 손님의 목소리에, 견문기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기녀 쪽으로 향했다.


“···어?”


그리고 견문기는 볼 수 있었다.


농익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화월루의 주인이자, 실세.


이화영의 얼굴을.



-----------



사천 제일 기루.


사천에 사는 사람들은 안다.


사천 제일 기루라는 단어가 어디를 뜻하는 것인지.


초월이라는 사천 최고의 기녀를 품은 곳 화월루야 말로 사천에서 제일가는 기루였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느꼈다.


화월루에는 초월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요염하게 움직이는 이화영의 움직임.


그녀가 입은 화려한 적색의 궁장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하늘하늘 거리며, 남성들의 심장을 건드린다.


“와아······.”


“하아아······.”


아름다운 곡선이 보일 듯, 말 듯 하며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이화영의 주변을 화려하게 꾸며 주던, 기녀들 또한, 아름다웠지만 중심에 서 있는 이화영만은 남성들의 뇌리에 하나 둘 꽂히고 있었다.


그것은 견문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까지만해도 적화령의 얼굴과 뒷태를 감상하던 눈빛이, 어느 사이엔가 이화영의 은근 슬쩍 드러나지 않는 곡선을 찾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래서 였을까?


견문기는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다가왔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영원과도 같았던, 황홀한 시간은 언제나 끝이 있는 법.


연주가 끝나고, 이화영의 가무가 끝이났다.


그리고,


“하아아.”


누군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여운이 남는 그 한숨에 다들 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아주 좋군. 오늘 내가 큰 개안을 했소이다.”


적도형이 일어나며, 박수를 쳤다.


그 시작으로 박수소리가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이화영이 감사의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내 화월루의 루주가 그리 가무를 잘 출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군.”


“본디 새는 자유가 있어야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법이옵니다.”


이화영이 얼굴을 가리며 말을 하자, 견마적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유명인사와, 무려 적도형이 있는 자리.


함부로 화를 낼 순 없었다.


“우리 흑독문이 화월루를 거두기엔 좀 부족했나 보군. 다음에는 좀 더 잘 다스려보겠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문주님.”


이화영은 그렇게 말하며 물러가려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았다.


“아, 그러고보니 문주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나에게?”


견마적의 짙은 눈썹이 꿈틀 댄다.


감히 어디서 기녀 따위가 자신이랑 말을 나누는가에 대한 일종의 불쾌감이었다.


이화영은 심장이 콩닥거리는 것을 애써 누르고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 문주님께서는, 견문기 공자가 병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온지요?”


“병?”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이화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예, 양매창이라고 혹시······.”


그 순간,


“감히 기녀 따위가 말을 함부로 놀리는가?!”


커다란 사자후와 함께, 견마적을 중심으로 살기가 뻗어나왔다.


“히, 힉!”


“···끅.”


내공이 약한 이들이 먼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하지만 그 살기를 일직선을 받아내고 있는 화월루의 기녀들보다 못했다.


“허어억!”


“커억.”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채, 무릎을 꿇은 화월루의 기녀들.


이화영 또한 간신히 무릎을 꿇지는 않았으나, 공포로 인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것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내 오늘 내 아들의 혼약이 있는 좋은 날이라, 웃는 낯으로 대해주려 했더니, 감히 내 아들을 비방해? 이 자리에서 화월루의 기녀들을 몽땅 쓸어버리겠다!!”


그때였다.


“무, 문주··· 그만, 그만하지 못하겠소!”


적도형의 다급한 외침.


그제야 이화영을 향해 죽일 듯이 쏘아지던 살기가 단번에 사라졌다.


“화령아, 화령아 정신 차려라. 화령아!”


“끅, 끅······.”


적도형의 딸 적화령이 새파래진 얼굴로, 자신의 목을 쥐어뜯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숨이 넘어가는 상황.


그 순간,


“칫.”


견문기 바로 옆에서 짧게 혀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얀 그림자가 곧바로 적도형에게 다가갔다.


“억?”


“뭐, 뭐야?!”


견마적이 갑작스레 내뿜었던 살기와, 적도형의 고함 때문에, 혼란스러워져 호위무사들도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하얀 그림자, 당진철은 적도형, 바로 앞에 서더니, 손에 무언가를 들었다.


단도보다 더 작은 칼날이 당진철의 손에서 반짝인다.


그리곤,


-서걱.


적도형이 채 말릴세도 없이, 당진철이 칼날을 적화령에게 휘둘렀다.


“화령아!!!”


괴로워 하던 적화령의 목이 쩍 하고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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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전극도자 절제술 +2 24.05.26 813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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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의절하다. +2 24.05.23 898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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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 앞에서 다시는 불치병이라는 말을 꺼내지마라. +3 24.05.12 1,119 20 13쪽
9 나는 독의(獨醫) 당진철이다 +3 24.05.11 1,228 21 12쪽
8 당가는 독종이다. +2 24.05.11 1,251 21 13쪽
7 이 최소한의 존심 조차 없는 인간들! +3 24.05.10 1,280 23 13쪽
6 어떠한 상황에서든, 환자를 고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3 24.05.10 1,436 24 14쪽
5 이 세상에서 내가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 +3 24.05.09 1,537 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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