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의 대가(6)
재밌게 봐주십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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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듯 말하는 걸왕 진석의 목소리에서 팽현은 그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알고 있소?”
적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이런 강자들은 보지 못했다.
단신으로 호위부대를 부수고 화경의 고수인 자신의 동생마저 간단하게 쓰러뜨린 자 그리고 자신의 일격을 발 하나로 역으로 부순 저 사내까지 적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이런 자들은 처음이었다.
혼자서 부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가 둘이나 있다.
“마치...”
입안에서 맴도는 물음 하지만 그것을 꺼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모든 것을 잃고 강호를 떠난지 오래다.
아니 떠났다는 것 보다는 유폐되어 버렸다는 것이 옳으리라.
한때 지저분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던 그 사내 그 사내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고 그를 숭상하던 자들은 역으로 그를 가둬버렸다.
“뭘 묻고 싶은건가?”
“아니오. 내 잠시 생각을 하느라.”
비슷하지만
아니 확실한 것 같지만 다르다.
그가 잃어버린 것은 명예뿐이 아니니까.
무인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것을 잃었다.
팔
하지만 눈앞의 사내는 팔이 있다.
움직이고
자유로우며
자신의 의지에 따르는 팔이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생각했던 그 자는 아니리라.
그런 생각을 마치고 나자 자신의 눈앞의 사내가 들어왔다.
“당신들의 대한 대우를 오대세가의 근접하게 두겠소.”
자신들과 같은 격에 가깝게 두겠다는 말에 창을 든 백여산이 물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
“오대세가의 대우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오? 당신들을 미래를 이끌어갈 동반자로 선택한다는 것이오.”
미래라는 말에 백여산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미래... 그래 앞으로 나설 원동력은 필요하지. 이정도면 생각보다 충분하게 얻었군.”
“자네 말이 맞아. 적어도 우리가 얻을 것은 여기서 최대한 얻어내었네.”
고압적이고 무식하게 보이던 사내가 갑자기 계산적인 면모를 드러내었다.
“이정도 면 충분하네요.”
“난 모르겠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고압적인 모습조차 무언가를 더 얻어내기 위한 연기에 가까웠다는 사실에 하북팽가의 가주 팽현은 등에 살며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의 기술 하지만 두 사람은 그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했고 자신이 그 조건을 따르다 못해 뒷 일 조차 처리하지 않도록 유도해냈다.
거기다가 이런 유도된 것 조차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절대고수 둘의 존재
한씨세가 자체는 별 볼일 없으나 이 둘의 존재가 세가의 무력을 오대세가에 근접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추후 사람을 보내겠소. 그러니 우리를 이만 보내주시오.”
추후 사람을 보낸다.
그 말에 백여산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자 찍게나.”
“이.. 무슨.?”
“약속을 했으면 증거를 남겨야지.”
계약서를 찍으라는 말에 가주 팽현이 불쾌한 듯 말했다.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오?”
“네 동생하고 딸이 아가리로 약속했다가 우리가 나서는 상황이 왔다. 그런데도 믿으라고?”
“알겠소.”
그 말과 함께 계약의 내용이 적힌 종이를 보니 자신이 양보했던 사항의 대부분이 들어있었다.
마치 이미 이런 것이 정해졌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
“이미..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소? 우리가 이정도로 양보할 것이란 것도?”
“이런 결과가 나오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여의치 않았다면...”
뒷말을 삼키는 백여산에게 가주 팽현이 품에서 도장을 꺼내 가주의 직인을 찍으려 했다.
“그런데... 찍을 만한 먹이나 인주가..”
“깜빡했네요.”
“그러네.”
직인은 있으나 적실 것이 없다.
그러자 백여산이 가주의 동생 팽문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의 악연은 여기까지다.”
“무슨 말을..”
퍼억!
무슨 말인지 묻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에 주먹이 날아왔고 안면에 정확히 박혔다.
“으윽...!”
통증이 적지 않았고 코에서 피도 나고 있었다.
그런 피를 보며 백여산이 가주 팽현을 보며 말했다.
“저걸로 찍어라.”
동생의 피로 도장을 찍으라는 말에 팽현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다른 방법은 없었소?”
“그러면 네 딸이나 네가 흘려야지 그런데 네 딸에게 주먹질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느냐?”
백여산의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의외로 논리적인 말에 팽현이 도장을 찍으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좀 얌전한 방식으로 부탁하오.”
“너희들이 그리한다면 우리 또한 그러마.”
날인이 끝났다.
종이를 챙긴 백여산은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만 돌아가자.”
“재밌었네요.”
“유익했어요.”
“적어도 죽은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군.”
그 말들을 끝으로 숲으로 사라지는 그들을 보았다.
댓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이번주에 한편 정도는 쉬어갈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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