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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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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40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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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5,013

작성
14.05.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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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제10장. 곤륜의 정통성을 인정받다!(2)

DUMMY

그들이 도착한 곳은 돈황의 경내로 들어서는 길목에 설치된 남쪽 관문이었다.


그곳으로는 많은 상인들과 행인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줄을 서고 있던 두 여인과 일행이 통행세를 지불할 차례가 돌아왔다.


“행색을 보아하니 상인 같지는 않은데, 어디서 오셨소?”


수문장의 소임을 수행하던 경비 무사의 질문에 적예원이 공손하게 대꾸했다.


“저희는 단목 방주님의 생신을 경하드리고자 예물을 가지고 제법 먼 길을 찾아온 사절단이에요.”


“하면 무림첩도 받으신 거요?”


“그야 물론이지요.”


“사문이 어딘지 물어봐도 되겠소?”


“저희는 얼마 전에 재건된 곤륜파 소속이에요.”


이 말에 경비 무사의 두 눈이 큼지막해졌다.


“그, 그게 사실이오?”


“물론이죠. 한데 왜 그러시죠? 혹시 저희 문주님께서 또 무슨 문제라도 일으키신 건가요?”


경비무사는 기묘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문제라면 문제이지요. 그것도 아주 큰 문제이지요.”


그 순간, 두 여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번에는 위수린이 불안한 표정으로 넌지시 말했다.


“무슨 일인지 좀 더 소상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실은 말이오, 오늘 오전에 담 문주께서 공동의 일대제자를 고작 일격으로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셨소.


그 일로 인해 이제 약 한 식경 후면 공동의 장문인과 대판 붙게 되었지 뭐요? 내 꼭 두 분의 결투를 직접 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되었소이다.


댁들을 안내해준다는 명목이라면 근무를 빼먹어도 될 테니 말이오. 통행세는 대신 내드릴 테니 얼른 나를 따라오시구려. 일단은 영내의 객관까지 안내해드리리다.”


그는 잔뜩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앞장섰다. 이에 두 여인은 뜨악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한동안 얼떨떨한 표정으로 길잡이 역할을 하던 경비 무사의 뒤를 따르던 적예원은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위수린을 향해 속삭이듯 나직하게 질문을 던졌다.


“언니,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우리 문주님과 복마진인의 논무가 결정된 것 같기는 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는 나도 잘…….”


“복마진인이 공동의 장문인인가요?”


“응, 맞아.”


“어떤 분인데요? 강해요?”


“그야 이를 말이겠니? 복마진인께서는 무려 무림십존(武林十尊)의 반열에 드신 고수 중의 고수이셔.”


적예원의 얼굴에는 호기심의 빛이 가득해졌다.


“무림십존이라면 무림 전체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을 일컫는 말인가요?”


“일단 정파무림에 한해서이고, 가장 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몹시 강하다고 할 수는 있지.”


“그럼 무림십존보다 더 강한 분들도 있다는 말이네요?”


“그렇기는 해. 무림십존 위로는 무림오좌(武林五座), 또 그 위로는 무림삼성(武林三聖)이 있지. 하지만 무림삼성의 경우에는 은퇴하신 지 오래라 생사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야.


무림오존의 경우에도 다들 일선에서는 물러난 원로급이라서 강호행은 거의 하시지 않는 실정이지. 그러니 적어도 현역에서는 가장 강한 분들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럼 무림십존 밑으로도 뭔가가 있겠네요?”


“응. 무림십존만큼은 아니지만 어지간하면 결코 패배하는 법이 없는 고수들 열두 명을 십이지절(十二支絶)이라고 불러.


그 아래로는 중진팔걸(重鎭八傑)이, 또 그 아래로는 신진팔준(新進八俊)이 있지.”


“에∼에? 뭔가 되게 거창한걸요.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 이제야 복마진인께서 얼마나 강한 분인지 대충 가늠이 되는 것 같아요.


한데 그런 분과 느닷없이 결투를 벌이다니……. 우리 문주님은 정말 괜찮을까요?”


“글쎄? 우리 문주님께서 패배하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안 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상대인지라 뭐라고 장담은 못 하겠어.”


위수린의 확신 없는 대답에 적예원의 얼굴에 떠오른 조바심의 기색은 더욱 짙어졌다.


***


임동윤은 명사문주가 맡긴 의뢰를 처리하고자 본거지를 지킬 일부를 제외한 부하들 전원을 이끌고 돈황으로 침투했다.


개개인에게 적합한 임무를 부여한 그는 홀로 돈황의 저잣거리를 거닐며 전반적인 동향을 살피는 중이었다.


머리에는 방립을 쓰고 등에는 봇짐을 걸머진 모습이 영락없는 상인이었다.


그렇게 상인 행세를 하며 만상방의 장원으로 향하던 그의 시선이 문득 어딘가로 고정되었다.


‘곤륜’이라는 글귀가 수놓아진 깃발이 꽂힌 짐수레가 포함된 곤륜파의 축하 사절단을 발견한 것이었다.


‘아니,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설마 새로 생겼다는 그 곤륜파도 만상방의 이번 연회에 초청받았단 말인가?’


호기심이 잔뜩 동한 임동윤은 사절단과의 거리를 서서히 좁혀 갔다.


주위에 행인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 일행 가운데 임동윤보다 무위가 앞서는 이는 없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내기를 은폐할 수 있었다.


그는 대략 일 장가량 거리를 유지하면서 청력을 돋우었다.


그러자 적예원과 위수린이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러니까 지금 곤륜괴협의 직전제자라고 자처하는 담 문주가 어떤 이유로 복마진인과 논무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게 이제 곧 펼쳐진다는 말이로군.’


당장 맡고 있는 현안조차 잠깐 잊어버릴 정도로 임동윤은 크나큰 호기심에 휩싸였다.


‘대체 그 두 사람의 논무는 어디서 진행되는 걸까? 나도 이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고 싶은데…….’


사실 임동윤은 진작부터 담혁건이라는 인물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종남파에서 파문당한 이유는 곤륜파의 멸문과도 관련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창천맹 예하의 정보 조직인 태미원(太微院)에 소속되어 있었던 그는 곤륜파와 서문세가의 멸문과 관련하여 강호에서 떠돌고 있던 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음에도 창천맹에서 일부러 두 무림분파의 멸문을 방치했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이에 임동윤은 자신과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그 소문의 진위를 파악하고자 은밀히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포함하여 그 일에 연루된 이들 모두가 저마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서 사문에서 파문당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단 사문에서 쫓겨난 이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비명횡사를 당해야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호 전역에서 그런 소문은 일거에 사라져버렸다.


그제야 임동윤은 그 모든 상황이 곤륜파와 서문세가를 멸문으로 몰고 간 배후 세력에 의한 것임을 직감했다.


또한 그들이 창천맹의 수뇌부에 자리하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증거를 찾을 수도 없었거니와 설령 증거를 찾는다고 해도 만천하에 진실을 알릴 길은 요원했다.


아군과 적군을 전혀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증거를 찾아내어 창천맹에 알리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임동윤은 생존을 위해 아직 살해되지 않은 동료들과 함께 새외로 향했다.


그곳에서도 그는 억울하게 무림공적으로 낙인찍혀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정파인들과 속속 만나게 되었고, 급기야 암영단을 창설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곤륜괴협의 직전제자라 자칭하는 이가 나타나서 갑자기 곤륜파를 덜컥 재건해버렸다.


그러니 임동윤으로서는 담혁건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자신을 비롯한 암영단 전체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줄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기대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이번 의뢰만 처리하고 나면 광망산으로 직접 한번 찾아갈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 와중에 곤륜파의 사절단과 조우하자 당연히 그쪽으로 눈길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얼마 후, 두 여인을 필두로 축하 사절단은 만상방의 경비 무사와 함께 만상방의 장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뒤로도 아쉬운 마음에서인지 임동윤은 그 근처를 서성이며 정문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일다경쯤 지나자 그의 얼굴에는 체념의 기색이 떠올랐다.


‘역시 논무는 장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양이군. 밤이라면 몰라도 이런 백주에 저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잠입하는 건 몹시 무모한 일일 테지.


요즘 무림 전체의 관심사인 담 문주의 신위를 어떻게든 직접 보고 싶기는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가 없군. 다음 기회로 미루는 수밖에.’


임동윤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이키려는 찰나, 만상방의 장원으로부터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 때문에 임동윤의 시선도 그리로 고정되었고, 금세 그 행렬에서 복마진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논무가 만상방의 장원 밖에서 펼쳐진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 장소는 돈황의 명물인 만상관이 되겠군.


더욱이 복마진인이 계신다면 필시 저 무리의 어딘가에 담 문주도 있을 테지.’


임동윤은 방립의 갓에 뚫린 미세한 구멍을 통해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부지런히 동공을 굴렸다.


그리고 금세 담혁건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로 그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른 이들과는 기도나 풍모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저자가 바로 담 문주일 테지.’


담혁건을 향해 임동윤이 던지는 눈빛은 마치 사모하던 정인을 만난 여인의 그것과도 흡사했다.


그 일대에는 거창한 행렬을 지켜보며 덩달아 따라가는 구경꾼들이 많았다.


그 덕분에 임동윤도 그 틈에 자연스럽게 묻어갈 수 있었다.


임동윤의 예상대로 행렬의 목적지는 돈황의 도심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만상관이었다.


‘그렇다면 둘의 논무도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일 터.’


이미 만상방 행렬은 만상관 안으로 모습을 감춘 다음이었다.


곧이어 만상방의 보표로 보이는 사람의 호객하는 말소리가 이어졌다.


“이미 공표했다시피 공동의 복마진인과 얼마 전에 곤륜파를 재건하여 무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 무명객의 논무가 일식경 뒤인 신초시에 바로 이곳에서 벌어질 예정이오.


모두가 궁금해하는 바, 무명객이 정녕 곤륜괴협의 직전제자인지 아닌지도 이 자리에서 가려지게 될 것이오.


이런 극강의 고수들의 대결을 직접 견식할 기회는 일평생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니 다들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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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 문피아에서 동시 연재 중인 저의 또 다른 무협소설, 『학사무신록』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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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황궁 대학사 아버지와 황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수경. 그러나 역모에 휘말리면서 한가장은 멸문을 당하고 만다. 아버지의 안배로 화를 면한 한수경은 성장하여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가문의 비급인 학사연금서도 손에 넣게 된다. 학사연금과 무학이 결합되는 순간, 이 세상은 무신의 탄생을 목도하게 되리라. 무학의 역사를 새로 쓰는 천하무적 학사의 이야기,『학사무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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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의 3/5 지점까지는 무공수련 장면 및 독특한 설정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지루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거기까지만 넘기시고 나면 충분한 흥미를 느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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