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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95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10 18:06
조회
14,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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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글자
8쪽

제9장. 내가 바로 곤륜 그 자체다!(2)

DUMMY

담혁건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신원을 밝힐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단목군악과 직접 대면하여 사실을 털어놓고자 했으나 좀처럼 그럴 계제가 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업무로 인해 줄곧 자리를 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적당한 기회를 엿보는 동안에도 담혁건은 힘든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몸이 힘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은 파김치가 될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신호위가 된 이후로 단목연지는 그를 잠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눈을 떠서부터 눈을 감을 때까지 내내 붙어 있으면서 어울려주어야만 했다.


담혁건은 벽력존자 시절 전체보다 지난 보름 동안 여자라는 존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것도 일종의 보모로서 온갖 뒤치다꺼리까지 하며 보낸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거의 죽을 맛이었다.


이제는 그나마 약간씩 적응이 되고는 있으나 피곤하기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였다.


담혁건의 이러한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단목연지는 지금도 이러고 있었다.


“오라버니! 우리, 오늘은 화록담(花鹿潭)으로 소풍 가요.”


담혁건은 도끼눈으로 단목연지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생글거리며 그를 마주볼 따름이었다.


그러자 결국 체념한 듯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대꾸했다.


“대체 거긴 또 어디냐?”


“이름 그대로 꽃사슴들이 물을 마시며 노니는 연못이에요. 아빠, 아니 아버님께서 소녀를 위해 특별히 가산 뒤쪽에 만들어주신 또 다른 별원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거기까지 가자는 것이냐?”


“여기서 그다지 멀지 않아요. 우리, 거기서 함께 이걸 먹으며 소풍을 즐기자고요.”


그녀는 여러 가지 음식들이 담긴 바구니를 담혁건의 눈앞에 들어 보였다.


그녀가 일단 뭔가를 졸라대기 시작하면 말릴 수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경험한 터라 그는 더 이상 싫은 소리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무용지물인데 괜한 실랑이로 심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얼른 앞장이나 서거라.”


“고마워요, 오라버니!”


흡족한 표정으로 앞서서 걸어가는 단목연지의 뒤를 따르던 담혁건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대체 내가 언제까지 이 짓거리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참말로 환장할 노릇이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오늘 일과가 끝나면 만상방주가 어디에 있든지 직접 찾아가서 모든 걸 밝히고 이런 구차스러운 굴레에서 벗어나야겠구나.’


동상이몽의 두 사람이 화록담으로 향할 때였다.


도포 차림의 말쑥한 사내들 넷이 은근슬쩍 다가와서는 단목연지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었다.


그들은 공동파에서 미리 파견되었던 ‘청’ 자 항렬의 일대제자들이었다.


단목연지는 반갑기는커녕 크게 방해를 받았다는 듯 쌀쌀맞은 어조로 말을 받았다.


“말코 사인방이로군요. 나한테 무슨 용건이라도 있나요?”


청진은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단목 시주께서는 용모는 가인숙녀답게 바뀌셨으나 입심만큼은 여전하시구려. 허허허!”


단목연지도 지지 않았다.


“도사님들도 고리타분한 풍모는 작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지지 않았군요. 호호호!”


이쯤 되자, 다혈질의 청허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쳤다.


“이것 보시오! 가만히 듣자 하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소?


늘 선머슴처럼 하고 다니다가 웬일로 여자답게 꾸몄기에 뭔가 좀 바뀐 줄 알았더니 왈가닥 기질은 전혀 달라진 게 없구려.”


“뭐라고요? 지금 말 다 했어요?”


“아니, 한 마디만 더 하겠소. 그래도 명색이 단목 방주님의 영애이면서 말하는 본새가 그게 뭐요?


용모만 바꿀 게 아니라 마음씨도 바꾸시오. 제발 이제 철 좀 들란 말이오.”


단목연지의 뒤에 버티고 서 있던 담혁건은 일순간 피식했다.


자기가 해주고 싶은 말을 청허가 대신 해주자 내심 시원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청허는 그가 자신을 비웃는 것으로 오해하고 말았다.


“이보시오, 거기!”


그가 시선을 던지며 말을 툭 건네자 의아한 표정의 담혁건은 ‘나?’라고 반문하는 듯 검지로 자신을 가리켰다.


“거기에 그쪽 말고 또 누가 있소?”


담혁건은 어이가 없다 보니 당장 크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비교적 정중하게 말을 받았다.


“갑자기 나는 왜 찾는 거요?”


“댁은 누구요? 누군데 단목 소저 곁에 있는 것이오?”


단목연지가 대신 말을 받았다.


“이분은 나의 수신호위인 담 대협이에요.”


“대협? 참 나, 요즘은 개나 소나 다 대협이라는군.”


혼잣말을 빙자한 비아냥거림에 담혁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자 단목연지가 더욱 발끈하며 반박했다.


“이봐요! 말조심해요. 이분은 댁이 그렇게 함부로 폄하할 수 있는 분이 아니세요. 당장 사과해요, 사과하라고요!”


단목연지가 이토록 담혁건을 두둔하고 나서자 청허는 더욱 부아가 치미는 모습이었다.


“사과는 내가 아니라 바로 저자의 몫이요.”


“무슨 헛소리에요?”


“방금 전에 저자가 나를 비웃었소. 그러니 어서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시오.”


“뭐라고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요?”


이쯤 되자, 처음에는 재롱으로 봐주려 했던 담혁건으로서도 진짜로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그는 청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단목연지를 향해 건조한 어조로 말을 건넸다.


“됐으니, 넌 그만 옆으로 물러나 있어라.”


뭐라고 대꾸하려던 그녀는 금세 그에게서 풍겨오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는 두말없이 비켜섰다.


“어이, 애송이! 가만히 있는 나한테 웬 시비냐?”


“설마 지금 나한테 하는 말이오?”


“거기에 너 말고 또 누가 있냐?”


“아니, 이자가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지체 없이 출수하며 달려들 것 같은 청허의 모습에 일단 지켜보고만 있던 청진이 황급히 다가왔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진정하게, 삼사제.”


“소제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대사형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저자의 무례함을 말입니다.”


“삼사제는 그때 마침 자리에 없어서 못 들었겠지만 저자는 보통내기가 아니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청진은 청허에게 바짝 다가가서는 나직히 말했다.


“심 총관의 말로는 단목 소저의 수신호위가 된 저자가 기련삼괴를 단 이 초식 만에 없애버린 바로 그 신비 도객일세.


비록 내공은 그리 심후하지 않으나, 특이한 독문무공과 풍부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엄청난 쾌도를 구사하는 고수라고 들었네. 그러니 섣불리 도발할 상대가 아니란 말일세.”


“그렇다고 이런 치욕을 당하면서도 참아야 한단 말입니까?”


“내가 볼 때는 뭔가 오해가 있었던 듯하네. 그러니…….”


“됐습니다. 대사형께서는 워낙 마음씨가 너그러우셔서 참으실 수 있는지 몰라도 소제는 그러지 못합니다.


더욱이 이건 우리 공동의 명예가 걸린 일입니다. 저런 건방진 녀석은 이 기회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삼사제!”


청진으로부터 홱 돌아선 청허는 더욱 거칠어진 어조로 담혁건을 향해 선언하듯 말했다.


“나, 청허가 그대에게 결투를 청한다.”


담혁건의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진심이냐?”


“진심이다.”


“목숨을 내걸 각오는 되었겠지?”


“…….”


안 그래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기련삼괴를 베어버린 장본인이 아니었던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그들로서는 방금 전의 말 또한 결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청허가 잠시 머뭇하는 사이, 청진이 얼른 담혁건의 앞으로 나서면서 정중한 태도로 말문을 열었다.


“공동의 대제자인 청진이라 하오. 성미가 급한 우리 삼사제가 별생각 없이 청한 대결이니 부디 손속에 사정을 봐주었으면 하오. 이렇게 부탁드리겠소이다.”


그는 포권하며 고개까지 숙여 보였다. 그 광경에 청허는 크게 발끈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대사형! 지금 그게 무슨 짓입니까? 저런 시답잖은 낭인한테까지 그렇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다니……. 그러고도 정말 공동의 대사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시답잖은 낭인’이라는 한마디에 담혁건의 표정은 잔뜩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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