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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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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381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4.3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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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3장. 새로운 제자들을 거두다!(4)

DUMMY

부하들의 동요를 일거에 수습한 위광호의 시선은 다시 담혁건에게로 향했다.


“조용해졌으니 계속 말해보시오.”


“네가 만일 나한테 단 한 번의 공격이라도 적중시킬 수 있다면, 일평생 너를 주공으로 모시겠다. 물론 실패하면 그때는 정반대가 되어야겠지만.”


담혁건의 파격적인 제안에 위광호는 물론이고 휘하의 모든 부하들까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절망감에 휩싸여 있던 위수린의 얼굴에는 화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건 분명히 기회야. 저자는 지금 자기 실력을 과신한 나머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게 분명해.


더욱이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미뤄볼 때 결코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아. 그러니 만일 오라버니가 딱 일격만 성공시키면, 저 엄청난 괴물을 휘하에 둘 수 있을지도 몰라.


다만, 문제는 자존심 강한 오라버니가 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건데…….’


아니나 다를까? 위광호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버럭 소리쳤다.


“지금 나하고 장난을 치자는 것이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시오?”


담혁건도 지지 않고 태연하게 응수했다.


“내가 지금 장난치는 것으로 보이느냐? 아니면 네 실력에 그렇게도 자신이 있는 것이냐?”


위광호는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담혁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담혁건에게서 일말의 흔들림도 발견되지 않자 위광호는 비교적 차분해진 음성으로 말했다.


“정녕 후회하지 않겠소?”


“지금 누구더러 하는 말이냐?”


“그럼 본인이 반드시 후회하도록 만들어 드리겠소.”


“좋을 대로.”


***


두 사람은 서로 대치했다. 무척 긴장한 위광호와는 달리 담혁건에게서는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위광호는 좀처럼 공격을 가하지 못하고 멀찌감치 거리를 둔 상태에서 담혁건의 주변을 천천히 돌고만 있었다.


담혁건은 상대방과 등지게 되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빈틈이 너무 많아 오히려 빈틈이 아닌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너무나 수비가 허술해 보였지만 그래서 더더욱 범접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담혁건이 공격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자, 참다못한 위광호가 선제공격에 나섰다.


생각보다 아주 싱겁게 일격이 적중하는 듯했으나 어느새 담혁건은 위광호의 등 뒤에 서 있었다.


화들짝 놀란 위광호는 얼른 거리를 벌리며 물러났다.


더욱 조심스러워진 위광호가 좀처럼 공세를 재개하지 못하자 담혁건이 다시 도발에 나섰다.


“풋! 투웅이라더니, 이거 순 엉터리로군. 일단 나는 공격은 일절 하지 않을 테니 겁먹은 곰 새끼처럼 자꾸 그렇게 눈치만 살피지 말고 마음껏 한번 덤벼보아라!”


이 한마디에 노기가 충천한 위광호는 그야말로 성난 불곰처럼 포효하며 지체 없이 덤벼들었다.


이를 시작으로 광풍과도 같은 공세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을 간단하게 회피해버린 담혁건은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었다.


“풋! 이제야 좀 투웅답군. 하나 그것으론 역시 무리다. 객기 그만 부리고 무기를 뽑아 들어라. 그럼 나도 조금 더 진지하게 상대해주겠다. 물론 맨손으로.”


한바탕 거세게 몰아치면서 다소 진정된 위광호는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너무 오만한 것 아니오?”


“무슨 소리? 나는 누구보다 겸손하다.”


“겸손이라……? 여태까지 귀하가 보여준 언동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것 같소이다.”


“겸손이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른 사람을 높이는 것도 아니다. 겸손이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아는 데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겸손이란 진실을 직시하고 그 진실에 기초하여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줄곧 가벼운 모습만 보여주던 담혁건의 입에서 무게 있는 사설이 흘러나오자 위광호는 다소 어리둥절해졌다.


“그래서?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안단 말이오?”


“나는 강하다. 네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강하다. 하지만 너는 약하다. 네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약하다.”


위광호의 입에서 나직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신력만으로 밀어붙인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오만임을 깨달았다.


“좋소! 이제는 정말 사력을 다할 것이오. 그래서 반드시 일격만큼은 성공시키고야 말겠소.”


위광호는 비로소 본격적으로 내공을 운용했다. 그는 상승의 보법을 펼치며 담혁건을 향해 쇄도해 갔다. 일순간 뭔가를 직감한 그는 재빨리 제자리에서 멈추었다.


그사이, 담혁건의 발끝이 급정지한 위광호의 면상을 아슬아슬하게 비켜나 섬광처럼 비상했다.


후폭풍처럼 드리우는 파공의 바람이 콧잔등을 따갑게 때리자 위광호는 신속하게 뒷걸음질 쳤다.


방향의 결을 따라 뒤로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돈 담혁건은 처음 도약했던 자리로 사뿐히 내려앉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지금 난 내공을 한껏 끌어올린 반면, 상대는 여전히 전혀 내기를 사용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데 어떻게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지?’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위광호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단순히 방심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에 대한 존경심까지 담겨 있었다.


그렇다고 적수공권인 담혁건을 상대로 독문병기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끝까지 무기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건가?”


위광호는 두 주먹을 불끈 거머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순간, 담혁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져 갔다.


“앞뒤 분간 못하는 다혈질인 줄로만 알았더니 제법 무사도를 아는 자로군. 좋다, 내 특별히 한 수 가르쳐주지.”


담혁건은 즉시 공세로 돌아섰다. 위광호는 움찔했지만 차분하게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이를 시작으로 한 식경 동안 두 사람의 사이에서 치열한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졌다.


광망파의 무사들은 두 사람의 수준 높은 대련에 완전히 도취되었다. 이는 위수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하는 다른 무사들과는 달리 그녀는 대련의 본질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었다.


‘저건 비무가 아니야. 그냥 눈높이에 맞춰 지도를 해주고 있을 뿐이지. 그래도 절정의 경지에 오른 오라버니를 마치 애처럼 다룰 줄이야. 대체 저 사람은 얼마나 강한 걸까?’


바로 그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토록 자존심 강한 위광호가 담혁건의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만일 귀하께서 봐주시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저 역시 앞선 다른 상대들처럼 단 일격에 꼴사납게 나가떨어졌을 테지요.

이렇게 무사답게 겨룰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발 말씀해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그렇게 강해질 수 있는 것입니까?”


“자네는 왜 강해지고자 하는가?”


자신에게 가르침을 베풀려는 선문답의 화두임을 지각한 위광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 자신을 지키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의외로 소박하면서도 정석적인 대답이로군. 그렇다면 질문을 달리하지.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면 자네는 과연 그 힘에 지배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 그건…….”


“의(義)와 협(俠)이 전제되지 않은 힘은 먼저 자신을 삼키고 그다음에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삼키며 종국에는 온 세상마저 삼켜버리는 저주일 뿐이지.”


“솔직히 소인이 이끄는 광망파가 정파라고 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사파도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최소한의 도리만큼은 반드시 지켜왔으니까요.”


“그 대목은 나도 인정한다. 자네는 상당한 다혈질임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자제력으로 그것을 다스리고 있지.


사실 바로 그것이 의와 협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의와 협은 언제나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을 상회할 정도로 충분해야 한다. 즉 의와 협의 깊이가 힘을 가질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지.”


이는 담혁건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말이기도 했다.


사실 그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수심으로 인해 힘의 주인이 아닌 힘의 노예이지 않았던가?


만일 제마동에서 탈출했을 때 곤륜파가 패망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자신을 죄인 취급하는 그들을 상대로 폭주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일단 폭주했다면 그대로 심마에 사로잡혀 희대의 살인귀로 전락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음의 평정을 완전히 되찾은 지금에 이르러 그런 점을 떠올릴 때면 아직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래서 담혁건은 스스로를 다잡고자 이런 훈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더욱 진정성이 담겨 있었고, 이는 고스란히 위광호를 필두로 광망파의 모든 무사들에게도 전해졌다.


“고명한 그 가르침,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약조한 대로, 앞으로 담 대협을 주공으로 모시겠습니다.”


“주공보다는 사부로 모실 의향은 없느냐?”


“네?”


“소개부터 하지. 나는 곤륜괴협 금운존자의 유일한 직전제자인 담혁건이다.”


곤륜괴협 금운존자라는 말에 위광호를 비롯한 광망파의 모든 사람들은 놀라움 가득한 얼굴로 담혁건을 바라보았다.


쉽게 믿기 힘든 말이었으나, 여태까지 보여준 신위 때문인지 놀라면서도 ‘역시 그랬구나!’라고 수긍하는 눈치들이었다.


그들의 반응을 살피며 담혁건은 말을 계속했다.


“다들 알다시피 곤륜파는 이미 멸문을 당했다. 하지만 나는 사부님으로부터 곤륜의 모든 무공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들을 전수해줄 제자들을 찾고 있었다. 곤륜파를 재건하기 위해서!”


다들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담혁건을 주목했다.


“위광호 그대는 이미 나의 시험에 통과했다. 하니 원하기만 한다면 기꺼이 나의 제자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어떠냐?”


잠깐의 침묵에 이어 위광호는 진중한 어조로 대꾸했다.


“먼저 소인을 높이 평가해주시고 그런 황공한 제안을 해주신 데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소인은 광망파의 형제들을 결코 저버릴 수 없습니다.”


“그런 점이 더욱 마음에 드는군. 걱정하지 마라. 제자로 거두려는 대상은 너뿐만이 아니다.


너를 비롯한 광망파의 무사들을 내 제자로 삼아 곤륜파 재건의 초석으로 삼고자 한다. 어떠냐, 이제는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느냐?”


크게 감격한 위광호는 주변에 둘러서 있던 부하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당장 사부님께 인사 올리지 않고.”


이 한마디에 위수린을 비롯한 광망파의 모든 무사들은 일제히 국궁배례하며 한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을 뵙습니다.”


위광호도 연이어 국궁배례하며 말했다.


“소생 위광호, 사부님을 뵙습니다.”


담혁건은 흡족한 얼굴로 말을 받았다.


“사제지연을 맺을 때는 삼고구배(三顧九拜)가 원칙이라곤 하나, 나는 그런 격식 따위에는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순복하는 마음이다.


나는 이미 그것을 받았으니 충분히 만족한다. 너희들은 이제 이 담혁건이 재건할 곤륜파의 당당한 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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