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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85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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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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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
글자
10쪽

제10장. 곤륜의 정통성을 인정받다!(1)

DUMMY

“그 말씀이 사실이라면 결례를 범한 쪽은 저희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애당초 신분을 속이고 만상방으로 위장 잠입한 담 문주님 역시 잘한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청진의 이 한 마디로 인해 분위기는 크게 환기되었다. 이제 모두의 시선은 담혁건에게로 향했다.


뭔가 할 말이 있으면 변명이라도 해보라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하지만 담혁건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떠올렸다.


“궁금하다면 말해주지. 얼마 전에 만상방주가 나한테 무림첩을 보냈다. 며칠 뒤에 있을 당신의 생일 연회에 대한 초청장이었지.


내 측근의 말로는 그게 단순한 초청장이 아니라 결연을 맺자는 의사 표시라고 하더군.”


담혁건은 슬쩍 단목군악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한데 나는 만상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해서 대체 어떤 집단인지 직접 살펴보려고 일찌감치 찾아오던 길이었다.


내 신분을 밝히면 만상방의 진면목은 보기 힘들 것 같아, 일단 담태평이라는 가명으로 낭인인 척했던 것뿐이다.”


처음보다 다소 기세가 꺾이기는 했으나 청진은 여전히 날이 선 어조로 힐난하듯 말했다.


“나름대로는 그럴듯한 이유를 대셨으나 그렇다고 하여 신분을 감춘 채로 남의 분파에 몰래 잠입하여 염탐한 것이 잘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 만상방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상당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언제 내가 잘했다고 했느냐? 하지만 크게 잘못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당초 나는 이렇게까지 깊숙이 잠입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저 돈황에 머무르며 외부에서 만상방의 평판에 대해 조용히 조사해보려고 했을 뿐이다. 한데 도중에 어쩌다 보니 저 말괄량이와 얽히게 되었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멋쩍어진 단목연지는 씩 웃으며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수신호위의 자리도 저 녀석이 통사정을 하며 매달리는 통에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만상방주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금지옥엽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다.


딱히 나쁜 의도로 접근한 것도 아니니, 그 정도의 공(功)이라면 이 정도의 과(過)를 무마할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


청진은 말문이 막혔는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복마진인이 다시 나섰다.


“소문과는 달리 상당한 달변가이구려.”


“소문이 어떤데 그러시오?”


“그건 귀하의 상상에 맞기겠소.”


“어째 본인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보이는군요. 혹여 내가 착각한 것이오?”


“착각이 아니오. 빈도는 아직 시주를 인정할 수 없소이다.”


“어떤 점에서 말이오?”


“시주의 무공이 대단하다는 것은 인정하오. 정황상 시주가 곤륜파라는 현판을 다시 내걸고 문파를 세운 장본인이라는 것도 믿어주겠소.


하나 그렇다고 하여 시주가 정말로 곤륜괴협의 직전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외다. 강호에는 무공이 출중한 무명의 기인들이 얼마든지 존재하오.


더욱이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멸문당한 곤륜파의 현판을 자기 것이라고 우길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오.”


“일리 있는 말이군요. 그럼 어찌해야 나를 곤륜괴협의 직전제자로 인정해줄 수 있겠소?”


“아까 공동의 무학을 상당히 무시하는 발언을 하던데, 공동의 문주로서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구려.”


“하면 지금 논무(論武)라도 하자는 것이오?”


“그렇소. 만일 시주가 논무 때 곤륜파의 비전절학들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곤륜괴협의 직전제자로 인정해 주리다.”


담혁건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요. 사실 여태껏 감추려고 해서 감춘 건 아니오.


다만, 강호로의 재출도 이후 곤륜의 독문무공까지 사용할 정도의 상대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오. 하나 복마진인 정도라면 상대로 나쁘지 않군요.”


언뜻 들으면 복마진인을 인정해주는 듯하나 가만히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발언이었다.


복마진인을 자신보다 아래로 여기고 있음이 자명해보였다.


이를 알아차린 청진과 청명, 그리고 청운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었다.


당사자인 복마진인 역시 비록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잠시 관망하고만 있던 단목군악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일단 수습하고자 다급히 중재에 나섰다.


“두 사람의 뜻은 잘 알았으니 일단 진정들 하고 본인의 말 좀 들어보게. 그래도 일파 문주들 사이의 논무를 저잣거리 왈패들 싸움처럼 이리도 얼렁뚱땅 치를 수는 없지 않겠나?


노부가 금일 신초시(申初時: 오후 3시)까지 격구 대회를 치르게 될 만상관(萬象館)에 정식으로 자리를 마련하겠네. 하니 그 전까지 오찬을 마치고 논무에 임할 준비들을 하게나.”


단목군악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담혁건은 망설임 없이 대꾸했다.


“나는 언제든지 상관없으니 복마진인의 의중에 따르지요.”


담혁건이 곧장 결정권을 자신에게 넘겨버리자 복마진인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릇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라고 했거늘, 자신감을 너무 과하게 드러내는 것 아니오?”


“지금 나한테 훈계하는 것이오?”


“그렇게 들렸다면 그렇겠지.”


“이래 봬도 올해로 마흔둘이오. 그렇더라도 진인보다는 한참 어린 것이 사실이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존대를 해드리고는 있으나, 강호 배분으로는 앞섰으면 앞섰지 결코 진인에게 뒤지지 않소.


그러니 가벼운 조언이라면 또 모를까 그런 식으로 훈계하는 것은 사리에 어긋나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복마진인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얼굴만 붉힐 따름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나의 언동이 오만해보일지 모르겠으나 이는 허망하게 멸문당한 곤륜파의 명예를 위한 것이오.


지금은 다들 곤륜파를 의협의 표상처럼 추켜세우고 있으나 이미 망한 마당에 그게 다 무슨 소용이오?


곤륜파가 홀로 수라혈교와 장렬하게 동귀어진하는 동안 소위 명문정파라 자처하는 이들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소?”


주천의 객잔에서 공동의 제자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활용한 질책이었다.


이에 적의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던 그들조차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담혁건의 시선을 회피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나는 곤륜파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을 때까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것이오.


또한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오. 곤륜파가 사라진 지금, 바로 이 담혁건이 곧 곤륜 그 자체이기 때문이오!”


담혁건의 비장하고도 결연한 선언에 이제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게 되었다.


또한 그를 바라보던 시선 역시 적대나 경멸이 아닌 존경과 연민으로 바뀌어 있었다.


***


만상방주에게 선물할 예물을 준비한 적예원은 일단의 조촐한 축하 사절단을 꾸린 다음, 돈황을 향해 출발했다.


그 일행에는 위수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상 강호초출인 적예원이 호위 겸 자문을 위해 특별히 청하여 동행하게 된 것이다.


감숙성 전역의 지리에 매우 밝은 위수린 덕분에 일행은 예정보다 이틀이나 일찍 목적지 근방까지 이르렀다.


돈황은 광활한 사막의 내부에 자리한 만큼 그곳으로 향하는 경로의 곳곳에는 쉼터가 마련되어 있었다.


곤륜의 축하 사절단은 돈황을 목전에 둔 마지막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언니 덕분에 당초의 일정보다 훨씬 수월하게 여기까지 당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역시 언니가 최고예요.”


“이 정도 가지고 뭘.”


말은 이렇게 해도 적예원의 애교 어린 칭찬에 퍽이나 뿌듯해 하는 눈치였다.


“그나저나, 문주님께선 대체 어디에 계신 걸까요?”


“만상방의 동향을 살피러 떠나셨으니 아마도 돈황의 어딘가에 계시지 않겠니?”


“만상방의 경내로 들어가셨을 가능성은요?”


“일단은 밀정을 자처하셨고, 아직 시일도 닷새나 남아 있어. 그러니 답답한 걸 싫어하시는 문주님의 성정상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해.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또 모를까.”


“하긴 그렇겠네요. 여하간 정말 말썽꾸러기라니까요, 우리 문주님은.”


적예원이 무심코 툭 던지는 한마디에 위수린은 사뭇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마, 말썽꾸러기라니……? 그건 말이 좀 심하지 않니?”


“우리끼린데 뭐 어때요?”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지킬 건 지켜야지.”


“칫, 가만히 보면 언니도 은근히 고지식한 면이 있다니까.”


“이런 부분은 고지식한 게 아니라 상식적인 거야.”


“네, 네.”


삐친 듯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적예원을 잠시 응시하던 위수린은 어조를 달리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도 문주님을 보고 있노라면 꼭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야.”


“풋, 맞아요. 그 표현이 정말 딱이네요.”


두 여인은 마주보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근데 언니는 돈황에 가보셨어요?”


“가봤지.”


“만상방의 장원은요?”


“물론 봤지.”


“소문으론 대궐 같다면서요?”


“대궐까지는 아니지만 규모가 으리으리하기는 하지. 어차피 이제 원아 너도 직접 눈으로 보게 될 테지만.”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요?”


“그러자꾸나.”


두 여인과 일행은 마지막 걸음을 재촉했다. 한 시진쯤 지나자 드디어 돈황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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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10장. 곤륜의 정통성을 인정받다!(4) +16 14.05.16 18,663 707 11쪽
31 제10장. 곤륜의 정통성을 인정받다!(3) +17 14.05.15 15,714 708 11쪽
30 제10장. 곤륜의 정통성을 인정받다!(2) +16 14.05.14 15,828 694 10쪽
» 제10장. 곤륜의 정통성을 인정받다!(1) +10 14.05.13 15,283 644 10쪽
28 제9장. 내가 바로 곤륜 그 자체다!(3) +9 14.05.12 15,311 688 9쪽
27 제9장. 내가 바로 곤륜 그 자체다!(2) +10 14.05.10 14,779 623 8쪽
26 제9장. 내가 바로 곤륜 그 자체다!(1) +11 14.05.09 15,723 669 9쪽
25 제8장. 만상방으로의 위장 잠입(2) +12 14.05.08 14,396 647 11쪽
24 제8장. 만상방으로의 위장 잠입(1) +9 14.05.07 14,357 59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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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7장. 말괄량이 길들이기(1) +12 14.05.04 15,529 699 9쪽
20 제6장. 돈황으로 가는 여로에서(3) +9 14.05.03 15,384 675 11쪽
19 제6장. 돈황으로 가는 여로에서(2) +8 14.05.02 14,869 575 9쪽
18 제6장. 돈황으로 가는 여로에서(1) +9 14.05.01 15,189 587 10쪽
17 제5장. 곤륜파의 부활(3) +12 14.04.30 15,301 577 13쪽
16 제5장. 곤륜파의 부활(2) +5 14.04.30 15,116 58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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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4장. 재건의 기틀을 마련하다!(1) +6 14.04.30 15,965 60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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