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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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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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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5장. 곤륜파의 부활(2)

DUMMY

사실대로 말해주면 안 그래도 샘이 많은 적예원에게 시달릴 것임을 위수린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말도 안 해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이윽고 다시 입을 열었다.


“실은 말이지…….”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 봐요.”


“사부님께서 나한테 선물을 주셨어.”


“선물이라니요?”


위수린은 주머니 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어 적예원에게 펼쳐보였다.


“바로 이거야.”


“이게 뭔데요?”


“앞으로 사부님께서 내곤륜의 제자들에게 직접 사사해주실 곤륜파 독문무공들의 구체적인 목록이야.”


적예원의 얼굴에 가득하던 호기심은 금세 심드렁함으로 바뀌어버렸다.


“칫, 난 또 뭐라고.”


“표정이 왜 그래? 애당초 사부님께서 곤륜괴협의 직전제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해보라고 한 사람이 바로 너였잖니?


사부님께서 이렇게 친히 상세한 독문무공의 목록까지 적어주셨으니 더 이상은 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될 거야.”


“네, 네.”


완전히 흥미가 떨어진 듯 적예원은 건성으로 대꾸했다. 그러고는 금세 화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신장개업은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신장개업이라면, 곤륜파의 재개파식 말이니?”


“네.”


“글쎄? 그건 그냥 사부님의 의중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그간 겪어본 주공의 성정을 고려해보면, 아주 거창하고 성대하게 치르려고 하실 게 분명해요.”


“아마도 그러시겠지. 근데 그게 잘못된 거니?”


적예원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언니도 제 설명을 들어보시면 그게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쉽게 이해하실 거예요.”


“그럼 어디 한번 말해보렴.”


“곤륜파가 멸문당한 이유가 수라혈교인지 뭔지 하는 무서운 집단과의 싸움 때문이었다고 들었어요.”


“그래, 맞아. 십오 년 전쯤에 있었던 일이지.”


“근데 제가 알아본 바론 그때 만일 창천맹이 제때 지원만 해주었더라도 곤륜파가 그렇게 멸문당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렇죠?”


“그런 말들이 있기는 하지.”


“언니는 그 대목에서 수상쩍은 뭔가가 느껴지지 않나요?”


“그게 무슨 뜻이지?”


“비록 강호인은 아니지만 무림의 구석구석을 떠돌아다니는 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객주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무림에 대해 나름대로의 안목은 생긴 것 같아요.”


“서설이 너무 길지 않니? 본론부터 말해봐.”


“실은 그간 낭인들로부터 무림의 정세에 대해 이런저런 풍월을 주워들었었죠. 그 와중에 누군가가 일부러 곤륜파를 멸문으로 몰고 갔다는 소리도 있었어요.”


위수린은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나직하게 말했다.


“너, 설마 사부님께도 그런 소리를 한 거니?”


“그럴 리가요? 주공의 성정으로 볼 때, 그랬다간 무슨 일을 저지르실지 몰라요. 한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드리겠어요?”


위수린은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당부했다.


“앞으로도 사부님의 귀에 절대로 그런 말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거야.”


“그야 물론이죠. 실은 재개파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일각에서 떠도는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곤륜파가 다시 세워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개인이나 조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한데 만일 무림 전체가 떠들썩할 정도로 거창하게 신장개업을 한다면 그런 무리들을 크게 자극하지 않겠어요?”


위수린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인 것 같아. 괜스레 긁어 부스럼 만들 소지가 다분히 있겠어.”


“바로 그거예요. 장노한테 들은 바론, 아예 대놓고 나쁜 짓을 자행하는 사마외도와는 달리 정파무림 내에서는 암중에서 이런저런 권모술수가 난무한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괜스레 많은 이목을 끌어 견제를 자초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


“맞아. 비록 광망파가 풍산현 일대에서는 나름대로 위명을 떨치고 있긴 해도 중원의 명문들에 비하면 흔하디흔한 군소 분파의 하나일 뿐이야.


사부님과 오라버니를 제외하면 딱히 대단한 고수도 없는 실정이지. 아직까지 이렇게 세력이 미미한 상태에서 과도한 견제를 받으면 버티기 쉽지 않을 거야.”


“제가 걱정하는 게 바로 그 대목이에요. 우선은 조용히 출발한 다음, 외부의 그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충분한 저력부터 확보하는 게 급선무가 아니겠어요?


그러니 재개파식은 가급적 조용히 치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내 생각도 같아. 반드시 그렇게 해야 돼.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일 테니까.”


***


광망파의 산채는 내곤륜파의 임시 거점이 되었고, 와호방의 장원은 외곤륜파의 임시 거점이 되었다.


곤륜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는 차후에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광망파의 무사들 가운데 위 씨 남매와 두 명의 호법 이외에도 자질이 우수한 여덟 명이 선발되어 도합 열두 명이 일대제자로 임명되었다.


나머지 인원들 가운데 곤륜파의 무공에 적합하지 않은 스물아홉 명은 외곤륜의 보표로 배속되었다.


그밖의 인원들은 모두 내곤륜 이대제자의 지위를 부여받았다.


적예원에게는 본인의 바람대로 대제자에 상응하는 대총관이라는 직함이 부여되었다.


아울러 외곤륜은 그녀의 주관하에 차차 체계를 잡아 나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담혁건은 위수린의 건의에 따라 내곤륜의 편제를 무학부, 책사부, 호법부, 계율부로 구성했다.


그리고 위광호와 위수린, 진경명과 곽진수가 각각의 수장으로 내정되었다.


기본적인 체제가 확립되자, 담혁건은 주요 무림분파에 무림첩을 돌려 곤륜파의 재개파식에 초청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만천하에 곤륜파의 재건을 천명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의기투합한 적예원과 위수린의 집요한 설득에 결국 뜻을 접었다.


두 여인의 요구대로 현판만 새로 내걸고서 가급적 조용한 가운데 재건곤륜파를 출범시켰던 것이다.


조촐한 재개파식이 끝나자 담혁건은 풍운객잔으로 수뇌부를 소집했다.

그들은 각각 위 씨 남매, 적예원과 장노, 손 씨 부자, 그리고 양대호법이었던 진경명과 곽진수였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최대한 조용하게 재개파식을 끝마쳤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착실히 내실을 다져서 모든 강호인들이 자발적으로 본문이 곤륜파의 진정한 후신임을 알아보고 존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어찌하면 좋을지, 의견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해보아라.”


담혁건이 화두를 열어주자 위광호가 먼저 나섰다.


“무림문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무공이 출중한 고수들을 다수 배출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볼 때 아직까지 본문은 여러모로 미흡한 점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런 만큼, 한동안은 대외 활동은 자제하고 문내의 모든 역량을 후진양성에만 집중시켜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이미 너희한테 가르칠 무공들을 한창 집대성하고 있는 중이다.


기본적으로 곤륜파의 독문무공에 바탕을 두되, 내가 그간 얻은 심득을 더하여 보다 탁월한 형태로 재창조하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건천벽력칠반(乾天霹靂七般)이지.”


무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적예원을 제외한 모두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건천벽력칠반이란 곤륜파의 독문무공들 가운데 공세를 취할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권법, 각법, 장법, 지법, 검법, 도법, 그리고 선법들을 각각의 유형에 따라 장점만 취합하여 하나씩의 완성형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것은 각각 건천벽력권, 건천벽력각, 건천벽력장, 건천벽력지, 건천벽력검, 건천벽력도, 건천벽력선으로 명명했다.”


그동안은 다들 문주인 담혁건이 정말 곤륜괴협의 후인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씩의 의혹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토록 구체적으로 곤륜파의 독문무공에 대해 논하자 그간의 체증이 사라지는 기분들을 느끼고 있었다.


“그 밖의 공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공이나 신법, 수법, 진법 등은 곤륜파의 독문무공들을 있는 그대로 전수해주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심법이다. 기실 이 부분이 나한테도 가장 골치 아픈 대목이기도 했다.


애당초 무공에 완전히 문외한인 아이를 대상으로 무공을 전수하는 거라면 상관없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니까.”


“하면 일단 내가심법은 접어두고 초식만 전수해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위광호의 말이었다.


“안 그래도 우선은 그렇게 할 참이다. 그래도 다행히 광호 너를 비롯한 대부분의 제자들이 기존에 연마해온 강환공의 내공이 곤륜의 독문무공과 충돌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효능이나 능률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당장 건천벽력칠반을 익히는 데는 크게 걸릴 게 없다는 뜻이지.”


“그렇다면 곤륜의 내가심법은 언제쯤부터 전수받을 수 있을는지요?”


위광호는 다른 건 몰라도 무공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담혁건은 새로운 수제자의 그러한 면모가 매우 흡족하게 느껴졌다.


“이미 너한테서 구결을 건네받은 강환공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해부 중이다. 하니 머지않아 이것에다가 곤륜의 기본공인 적양공(赤陽功)까지 접목된 새로운 내가심법을 창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되면 이후에는 능히 태청신공(太淸神功)은 물론이고 언젠가는 이 사부의 필생 심득이 담긴 건천이화접목공(乾天移花接木功)까지도 전수받을 수 있을 테지.”


이 말에 위광호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경외의 시선으로 담혁건을 응시했다.


한편, 별 관심도 없는 무공에 대한 화제만 이어지면서 소외된 기분이 들자 적예원이 얼른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네, 네. 다 좋아요. 좋은데요, 후진 양성은 세월이 아주 많이 걸리는 중장기적인 과업이잖아요?


한데 다들 거기에 집중하면 우리는 대체 무얼 먹고 살아야 하나요? 광망파 출신의 무인들이 죄다 무공 수련에만 집중하면 그간 관리해오던 상방들로부터 제대로 보호세도 거두지 못할 테죠.


그럼 대체 문파의 운영비는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요?”


적예원이 허를 찌르고 들어오자 담혁건을 위시한 모든 좌중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잠시 무공에 관심이 쏠렸던 손 씨 부자도 퍼뜩 정신을 수습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주목을 확보하자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간 대충 확인해보니 광망파 출신의 제자들은 대부분 독신이거나 홀아비들이더군요.


그 말은 장차 곤륜파의 식솔들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리되면 문파의 유지비 역시 졸지에 서너 배 이상 폭증할 거예요. 그런데도 그저 후진 양성에만 매달리고 있을 건가요?”


다들 침묵만을 지키자 적예원은 더욱 열띤 어조로 말했다.


“명문이 되기 위해서는 후진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해요.


하지만 그것이 원활하고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그만큼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할 테죠. 중장기적인 과업과 단기적인 과업은 구분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급선무는 바로 단기적인 과업을 일컫는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본문의 급선무는 수입원의 확보라고 확신해요.”


잠자코 듣고 있던 위수린도 맞장구를 쳤다.


“비록 책사부를 맡기는 했으나 소녀는 주로 무위쟁투에 있어서의 전략적인 측면에만 관심이 많았어요. 살림살이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지는 못했었죠.


방금 적 총관의 말을 들으면서 그 부분이 당면 현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았어요.”


“하면 이제 어찌하자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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