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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99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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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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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
글자
9쪽

제9장. 내가 바로 곤륜 그 자체다!(3)

DUMMY

곁눈질로 그런 변화를 확인한 청진은 짐짓 노기가 충천한 어조로 버럭 호통했다.


“어허! 입 다물고 있지 못하겠느냐?”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소제,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을지언정 결코 그리는 못하겠습니다.”


청허는 청진이 말릴 새도 없이 다시금 담혁건에게로 시선을 던지며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투는 당연히 생사결이지, 그걸 구태여 확인하는 까닭이 무엇이냐? 긴말 필요 없다. 당장 붙어보자!”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자존심은 그저 객기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고개를 숙인다면, 한 수 가르쳐주는 선에서 그치도록 하지.”


“닥쳐라! 근본도 없는 낭인 주제에 지금 감히 누구한테 훈장질이냐?”


“나야 원래 그렇다 쳐도, 그래도 명색이 명문정파의 제자라는 자의 입이 참으로 거시기하구나. 뭐, 좋다. 정 소원이라면 상대는 해주마. 그 대신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니?”


“네 사형의 부탁도 있고 하여 목숨까지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대신 다른 것을 걸어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이거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좋다, 뭐든지 원하는 걸 말하여라. 물론 어디까지나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 한해서다.”


“네가 패배하면 앞으로 오 년간 내 옆에서 종살이를 하여라. 내가 패배하면 앞으로 십 년간 네 옆에서 종살이를 하겠다.


이만하면 너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테지. 어떠냐, 조건을 받아들이겠느냐?”


“좋다. 까짓것, 그렇게 하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


“난 후회 같은 말 따윈 모른다.”


“훗, 그렇단 말이지?”


담혁건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갔다. 그 모습에 청허는 왠지 섬뜩해지는 마음을 간신히 다잡았다.


***


청진의 지시에 따라 넷째인 청운은 즉시 공동문주인 복마진인(伏魔眞人)을 찾아갔다.


마침 그곳에서는 출타했던 단목군악이 돌아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


“사부님! 큰일입니다. 정말 큰일이 벌어졌습니다.”


청운의 다급한 보고에도 복마진인은 담담히 말을 받았다.


“참으로 별일이로구나. 늘 차분하던 청운이 네가 이렇게 호들갑을 다 떨다니……. 허허허!”


“지금 그렇게 한가한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닙니다.”


이번에는 단목군악이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그게 실은…….”


청운으로부터 전후 사정을 전해 들은 단목군악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아니, 그게 사실이냐?”


“어찌 이런 일로 농을 하겠습니까?”


느긋하기만 하던 복마진인의 표정 또한 굳어져 있었다.


“청허 그 녀석이 또 일을 친 모양이로구나.”


“이번에는 청허도 그리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담태평이라는 그자가 너무나도 무례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참는다면 우리 공동의 위신 또한 크게 깎일 것입니다.”


청운이 청허를 두둔하고 나서자 단목군악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복마진인에게 말했다.


“그자는 내가 우리 지아의 수신호위로 직접 들인 자일세. 사제한테는 참으로 면목이 없군.”


실제로 단목군악과 복마진인은 과거에 사형제지간이었다.


비록 단목군악이 완전히 공동파를 떠나 만상방주가 되었으나 여전히 두 사람은 사형제처럼 지내고 있었다.


“아닙니다. 필시 이번에도 성미가 급한 청허가 먼저 빌미를 제공했을 테지요.”


“어쨌든 일이 더 커지기 전에 가서 수습해야 하지 않겠나?”


“마땅히 그래야겠지요.”


두 사람은 청운과 더불어 지체 없이 화록담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향했다.


그들이 현장에 당도했을 때는 이미 담혁건과 청허 사이의 결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엄밀하게는 결투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린아이가 어른을 상대로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버둥대며 애를 쓰는 형국과도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같잖은 자존심은 그만 부리는 게 어떠냐? 적수공권으로 그만 좀 나대고 검을 쓰란 말이다.


공동파의 검법은 제법 쓸 만하지만 나머진 별 볼 일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으니까.”


“닥쳐라! 감히 우리 사문을 모욕하다니…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청허는 여전히 발검하지 않은 채 공동의 독문 권법과 각법, 그리고 장법으로 담혁건을 몰아치고 있었다.


일전에 겨루었던 위광호의 경우에는 무기를 쓰고 싶어도 무사도를 지키고자 자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청허가 지금 보여주는 추태는 그저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참 나! 정말 대책이 없는 놈이로군. 어지간하면 체면은 세워주려 했다만…….”


여태껏 청허의 공격을 받아주기만 하던 담혁건의 기세가 돌변했다.


그와 동시에 공간을 집어삼키듯 순식간에 청허의 지척까지 파고들었다.


연이어 담혁건의 손바닥이 청허의 등에 살포시 닿았다. 무인에게 있어서 등을 허락하는 것만큼 치욕스러운 일도 없으리라.


“으아악!”


처연한 비명과 함께 청허의 온몸은 격렬하게 흔들리며 경련을 일으켰다.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격공력을 머금은 벽력진기가 담혁건의 중지를 따라 체내로 침투하여 그의 전신 기혈을 진탕시키며 나타난 현상이었다.


곧이어 청허의 건장한 육체는 모래성처럼 맥없이 허물어졌다. 곧이어 담혁건의 말이 이어졌다.


“걱정 마라. 그저 혼절한 것뿐이니까. 물론 내상을 입기는 했다만, 한 열흘 정도만 요양하면 회복될 게다.”


그 무렵, 복마진인과 단목군악, 청 자 항렬의 세 제자 이외에도 그 주변으로는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단목연지만큼은 잠시 놀라는 듯했으나 금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우리 오라버니라니까. 히힛!”


담혁건을 응시하는 그녀의 두 눈에는 흐뭇함이 가득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란인가?”


근엄하게 호통한 장본인은 단목군악이었다. 그를 발견한 단목연지가 황급히 나섰다.


“아빠!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면…….”


“지아 너는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거라.”


“그치만 아빠!”


단목군악이 윗니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노려보자 단목연지는 얼른 꼬리를 내리고는 옆으로 물러났다.


단목군악이 담혁건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다시 말했다.


“자네가 한번 말해보게.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진작부터 단목군악이 다가오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던 담혁건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태연하게 대꾸했다.


“이미 보셨다시피 버르장머리 없는 후배에게 한 수 가르쳐 주었습니다.”


“대략의 사정은 이미 전해 들어 나도 알고 있네. 하나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았나?”


“저도 남의 집에서 소란을 피울 마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상대를 봐줄 수 있는 성미도 아니다 보니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방주님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린 부분은 사죄드리지요.”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복마진인이 사뭇 경직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빈도는 공동을 책임지고 있는 복마라 하네.”


담혁건은 간소하게 예를 갖추며 말을 받았다.


“공동의 복마진인이셨군요. 반갑습니다.”


담혁건의 인사말이 여기서 그치자 이번에는 청진이 노기 어린 표정으로 다그치듯 말했다.


“청허 사제야 그렇다고 쳐도, 이분은 공동파의 장문인이시오. 한데 어째서 그렇게 무례하게 구는 거요?”


“지금 내 이름을 밝히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냐?”


손아랫사람 다루듯 대뜸 하대해오는 담혁건으로 인해 청진은 일순간 말문이 막혔다.


고소를 머금고 있던 담혁건은 어조를 달리하여 마치 혼잣말처럼 말을 이어 갔다.


“아아! 안 그래도 성미에 안 맞게 위장하고 있자니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었는데 차라리 잘됐군. 이참에 내 진짜 신분을 공개하도록 하지.”


약간의 간격을 두고서 담혁건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얼마 전에 곤륜파를 재건한 담혁건이다. 다시 말해, 곤륜파의 새로운 장문인이지.”


담혁건의 느닷없는 선언에 그 주변은 적막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장본인은 단목연지였다.


“그럼 오라버니가 그 유명한 곤륜괴협의 직전제자였단 말이에요? 어쩐지 엄청 강하더라니, 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군요.


가만! 그럼 뭐야? 곤륜파의 장문인이 내 수신호위라는 소리잖아? 우와! 기분이 너무 좋은걸요?”


단목연지의 철없는 너스레에 그 주변은 또 다른 의미의 적막에 휩싸였다. 이번에는 담혁건 본인이 그 적막을 깼다.


“나의 스승이신 곤륜괴협께서는 당금의 강호에서 최고 배분의 어른이시다.


따라서 그분의 유일한 직전제자인 나의 배분은 소위 명문이라 불리는 무림분파의 총수들과 동급이다.


그러니 모를 때는 그렇다고 쳐도 이미 내 신분이 드러난 이상, 더 이상의 무례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단목연지에게 건네는 훈계 비슷한 말이었으나 실제로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특히 단목군악과 복마진인이 핵심적인 대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폭풍 전야와도 같은 적막감이 그 일대를 휘어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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