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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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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3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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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장. 벽력존자의 귀환(1)

DUMMY

청해성 북단의 곤륜산에는 도가무학의 발상지로서 그 어떤 무림분파보다 유서 깊은 곤륜파가 존재한다.


곤륜산에서 가장 높은 태청봉의 정상에서 북쪽을 내려다보면 무수한 소나무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송림을 한눈에 조망해볼 수 있으니, 이른바 송해(松海)다.


바로 그 송해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모옥에는 하나같이 백발에 백염을 지닌 곤륜의 장로들이 모여 은밀한 밀담을 나누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소이다. 역시 그 아이를 차기 문주로 세우는 일은 중단하는 것이 정답인 듯하오.”


“그 아이는 지난 이백 년 이상 본문의 그 누구도 익히지 못했던 건천양의신공(乾天兩儀神功)까지 대성했소이다. 더욱이 입문 이후로 무려 삼십 년 이상 문주 수업을 받아 왔소. 한데 이제 와서 어떻게 그 아이를 내칠 수 있단 말이오?”


“하나 도포와 도관만 벗겨놓으면 그 아이를 도사로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오. 단지 무공이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본문의 문주로 세울 수는 없는 일이외다.”


“그 아이가 지나치게 패도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또한 의협심이 과도해서 그런 것일 뿐이오. 심성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소이다. 언행이 거칠기는 하나 지금까지 그렇게 큰 실수를 범한 적은 없지 않소이까?”


“심성보다 더 큰 문제는 그 아이가 품고 있는 사상이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장차 자신이 장문인이 되면 곤륜을 아예 속가로 전향시키겠노라고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닌다고 하오.”


결정타였다. 장로들의 설왕설래는 이 한마디로 종결되었다.


“정녕 그 수밖에 없단 말이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만 하오.”


“하지만 순순히 문주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겠지요.”


“무공에 있어서는 사실상 본문의 지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오. 게다가 마땅한 명분도 없는데 대체 무슨 수로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이오?


설상가상으로 본문의 젊은 제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까지 얻고 있는 형편이오. 자칫하다간 엄청난 역풍을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외다.”


이렇게 화두를 연 수석장로 태허선인이 품고 있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놓자 모든 장로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오. 어찌 명문정파의 장로들인 우리가 그런 비겁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이오?”


태허선인은 비장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곤륜의 미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오. 그리고 모두가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소이다. 본인을 비롯한 몇몇만 나서면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오. 하니 정 내키지 않으면 그냥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될 것이외다.”


장로들은 침중한 표정으로 신음성을 흘렸다. 그러나 더 이상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앙다문 태허선인은 섬뜩한 안광을 번뜩였다.


‘그렇게 위험한 이단아에게 결코 곤륜의 미래를 맡길 수 없는 노릇이지. 암, 그렇고말고.’


***


올해로 백이십칠 세가 된 벽력존자는 한때 곤륜파의 중흥을 견인할 주역으로 각광받던 최고의 후기지수였다.


천생 무골인 데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노력파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대제자로 낙점되었고 차기 장문인이 되는 것 역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불꽃처럼 맹렬한 다혈질에다가 타협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고집불통이었다.


원래는 ‘금안(金雁)’이었던 그의 도호가 ‘벽력(霹靂)’으로 바뀐 것도 그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문주가 되면 곤륜파를 선봉으로 내세워 마교에 대한 선제타격을 감행하겠다는 말을 거침없이 떠들고 다녔다.


이로 인해 태허선인을 위시한 원로원의 장로들은 그의 장문인 내정을 재고하게 되었다. 자칫 곤륜파의 존립이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딱히 대제자의 자격을 박탈할 만한 큰 실책을 범한 적은 없었다.


더욱이 무공에 있어서는 이미 곤륜파의 최강자였던 만큼, 섣불리 대제자의 자격을 박탈할 수는 없었다.


고심 끝에 태허선인과 수뇌부는 그를 폐관수련장의 하나인 제마동(制魔洞) 안으로 유인한 다음, 뇌정석(雷霆石)으로 봉인했다.


원래는 감당하기 힘든 마두가 경내로 난입했을 때를 대비하여 마련된 함정이었는데 그렇게 써먹은 것이다.


그 이후, 그가 주화입마로 인한 광증에 사로잡혀 폭주하는 걸 막고자 부득이하게 제마동 안에 감금했다고 둘러댔다.


다행히 제마동 안에는 충분한 양의 벽곡단과 건량, 그리고 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옹달샘도 있었다.


그 이외에도 식용이 가능한 이끼나 벌레도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그 안에서의 생존은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뒤늦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달은 그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제마동을 탈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던 그는 드디어 깨달았다.


그곳을 탈출하려면 입구를 봉인한 뇌정석을 박살 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벽력존자는 탈출과 복수라는 맹렬한 집념에 사로잡혀 오로지 무공 수련에만 매진했다.


그렇게 어언 육십 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생사현관을 타통시키는 심득과 함께 그는 다시금 환골탈태를 경험하게 되었다.


새로운 몸에 적응하기까지는 달포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드디어 탈출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뿜어낼 수 있었다.


콰아∼앙!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에 이어 뇌정석은 박살 났다. 그렇게 벽력존자는 육십 년 만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다 죽었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첫마디였다.


막상 밖으로 나와 보니, 곤륜파의 본거지는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퇴락한 지 이미 오래되어 보이는 전각들과 부서진 구조물들뿐이었다. 건천궁은 아예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벽력존자는 지체 없이 하산하여 사정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금세 충격적인 사실에 직면했다.


그랬다. 곤륜파는 멸문을 당했던 것이다. 그것도 이미 십오 년 전에.


그 당시 수라혈교의 침공으로 곤륜파와 서문세가가 멸문당했다고 한다.


벽력존자는 허탈함을 금할 수가 없었다.


“고작 이런 꼴을 보이려고 나를 가둔 것이냐? 고작 이러자고 나한테 기사멸조의 누명을 뒤집어씌운 거냔 말이다!”


벽력존자는 금세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되었다.


창천맹에서 제때 지원에만 나섰다면 곤륜파가 이렇게 허망하게 멸문당하는 일은 결코 없었으리라는 것을.


“이런, 망할 놈들!”


당장 달려가서 창천맹 총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지금의 그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제마동에 갇혀 있을 때는 몰랐지만 나와 보니 육십 년이 훌쩍 지났음을 지각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오직 복수심만으로 버텨온 터였다. 이제는 그것도 지긋지긋해졌다.


“쩝!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그래, 정파무림의 중심인 창천맹에서 설마 일부러 그러기야 했겠어?”


들끓던 마음이 진정되자, 생각의 방향이 바뀌었다.


“곤륜파는 아직 멸문된 게 아니다. 내가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으니까! 그래, 이제 내가 새 곤륜파의 개파조사다!”


***


막상 곤륜파를 재건하자니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나이는 많으나 그 가운데 절반은 제마동에 갇혀 지냈다. 밖에 있을 때도 거의 절반은 폐관수련하며 무공 수련에만 매진했다.


그 밖에는 집법전의 전주로서 제자들을 후려치며 문내의 기강을 다잡는 것 정도가 그가 해본 일의 전부였다.


어지간한 일들은 죄다 휘하의 문하생들이 알아서 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세상 물정에는 상당히 어두웠다. 하물며 그로부터 육십 년이나 지난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이거야, 원! 기껏 그 지긋지긋한 제마동에서 빠져나왔거늘 벌써 열흘째 풍찬노숙이라니……. 당장 문파를 세우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 한 몸 건사하는 게 더 시급하다.”


두리번거리던 벽력존자는 계곡물을 발견했다.


‘지금 이 몰골로는 사람들 앞에 다시 나서기도 힘드니 우선은 용모와 의관부터 깔끔하게 정제해야겠구나.’


환골탈태 당시 긴 백발과 백염은 모두 빠져버리고 새로운 머리칼과 수염이 올라왔었다. 그 빛깔은 윤기가 흐르는 잿빛이어서 흡사 은결과도 같았다.


“일단은 이발부터…….”


벽력존자는 계곡물의 수면을 거울 삼아 지니고 있던 벽력도로 머리칼을 절반 이상 삭둑 잘라냈다.


워낙 숱이 많고 부피가 커서 연못 위에 둥둥 떠나가는 모습이 짚단과도 같았다.


“후후! 머리가 한결 가벼워졌군. 이번에는…….”


머리칼과는 달리 수염은 남김없이 밀어버렸다. 그런 다음, 다시 수면에 얼굴을 비춰보던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많아 봤자 이십 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헉!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지?”


물론 환골탈태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회춘이 이루어진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환골탈태는 극강의 고수들이 경지가 올라갈 때마다 적지 않게 경험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뼈와 근육이 더욱 강인해지는 와중에 대여섯 살 정도, 많아도 열 살 정도 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그는 그전에도 이미 두 차례의 간소한 환골탈태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처럼 백 살을 훌쩍 넘긴 노인이 이십 대 청년의 모습으로 바뀐 사례는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는 것이 무림의 정설이었다.


“그러니까, 이건 말로만 듣던 반로환동……? 그러니까, 내가 다시 청년이 되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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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책 소개 : 파격적인 변혁을 꿈꾸다가 장로들에 의해 유폐당한 곤륜파의 이단아 벽력존자. 육십 년의 분투 끝에 반로환동을 경험하고 귀환했을 때는 이미 곤륜파가 마교에 의해 멸문당한 뒤였다. 이러한 절규와 더불어 복수 대신 재건의 꿈을 가슴속에 품은 벽력존자의 거침없는 행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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