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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88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4.30 17:41
조회
20,128
추천
783
글자
9쪽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1)

DUMMY

“실은 제 아버님께선 난주 관아에서 크게 명성을 떨치던 포교(捕校)이셨어요.


하지만 아버님에 의해 무너진 불한당패의 보복으로 식솔들이 모두 죽고 저만 겨우 살아남았죠.


그 일로 충격을 받으신 아버님께선 그대로 관직을 벗으시고 낙향하셨어요. 그리고 이곳에 정착하여 객잔을 차리신 거죠.”


담혁건을 바라보는 적예원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다시 살가워졌을 뿐 아니라 존경심까지도 담겨 있었다.


담혁건도 그걸 느꼈는지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것참, 딱하게 되었구나.”


“장노는 원래 적부(赤府)의 집사였는데, 본인의 강력한 희망으로 이곳까지 따라오게 되었어요.


소소랑 소호는 얼마 전에 비적들의 습격으로 일가족을 잃고 거리를 떠돌고 있었기에 이리로 데려와 점소이로 고용하게 된 거고요.”


“저마다 사연이 참으로 기구하군. 한데 아까 그놈들은 대체 왜 여기서 행패를 부린 것이냐?”


“그것도 말하자면 꽤 길어요.”


“어차피 달리 할 일도 없으니 말해보아라.”


“이게 다 와호방의 농간이에요.”


“와호방?”


“네. 군소 상방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풍산현(?産縣) 일대에서는 대부분의 상권을 틀어쥐고 유세를 부리고 있어요.”


“어딜 가나 그런 것들은 항상 있는 법이지. 그래서?”


“사실 처음 이곳에 풍운객잔을 세웠을 때만 해도 와호방에서는 저희를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어요.


비록 관직에서 물러나긴 하셨으나, 여전히 관부에 연줄이 있었으니까요. 특히 풍산현령과는 아주 막역한 사이셨죠.


나중에 전혀 면식이 없는 인물로 현령이 교체된 이후에도 와호방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어요. 아버님께서는 워낙 무공이 출중한 고수이셨기 때문이죠.”


“하면 영존께선 지금 어디 계시느냐?”


“재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와호방의 태도가 싹 달라진 건 바로 그때부터였죠. 원래부터 그들은 군침을 흘리며 저희 객잔을 노리고 있었어요.


워낙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데다 그간 관리를 잘한 덕분에 많은 수의 단골손님이 쌓여서 상당한 호황을 누리고 있었거든요.


한때는 숙수 넷을 두고 점소이도 다섯이나 거느렸을 정도였으니까요.”


“한데 지금은 어째서 파리만 날리고 있는 것이냐?”


“당연히 와호방 때문이죠.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강압적으로 풍운객잔을 빼앗으려고 했어요. 한데 장노의 무공도 고강하여 와호방의 보표들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었죠.


다행히 포기하나 싶었는데 어느새 주변의 왈패들을 고용해서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접근도 하지 못하도록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급기야 숙수들까지 거금으로 매수하여 모두 빼돌려버렸고요. 해서 결국 요 모양 요 꼴이 된 거죠.”


적예원은 넋두리를 마치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연신 담혁건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바람대로 그의 얼굴에도 연민의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입에서는 전혀 엉뚱한 말이 흘러나왔다.


“이미 놈들이 문 값도 냉큼 갖다 바쳤으니 내일까지 있을 필요도 없겠지. 아무튼 앞으로 잘해보아라.”


“자, 잠깐만요!”


“왜?”


“설마 이대로 가시게요?”


“그럼 어쩌라고?”


“이제 곧 저녁때인데 식사는 하셔야죠.”


“됐다! 또 무전취식범 취급당하기는 싫다.”


“아잉, 도사님도 참! 이제 그만 기분 푸세요. 소녀가 사과드릴게요.”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것이냐? 나, 돈 없다니까.”


“저희 대신 배상비를 받아주셨잖아요? 문 값을 제하더라도 그거면 앞으로 도사님의 보름치 숙식비로는 충분하고도 남아요.


그러니 당장 어디 급하게 가실 데 있는 게 아니라면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세요. 네?”


“정말 그래도 되겠느냐?”


“그야 당연하죠. 이제 돈 걱정은 마시고 맘 편히 지내세요.”


“뭐, 객주의 뜻이 정 그렇다면야.”


“얘들아! 뭐하니? 얼른 도사님을 최고급 객실로 안내해드리지 않고서.”


곁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소소와 소호는 기다렸다는 듯 담혁건의 좌우로 찰싹 달라붙었다.


“저희를 따라오세요.”


“이층이랍니다.”


쌍둥이 남매가 애교를 부리며 잡아 이끌자 담혁건은 헛기침을 하며 못 이기는 척 따라갔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적예원이 장노를 가까이 불러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얼마나 강한 것 같아요?”


“솔직히 소인으로선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초식다운 초식 하나 쓰지 않고 일류무사를 뒤통수 한 방에 보내버린 사람은 본 적도 없습니다.”


적예원은 실소를 터뜨렸다.


“아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얼떨결에 지나가버렸지만, 돌이켜 보니 정말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어요. 아무튼 저 젊은 도사가 엄청난 고수란 말씀이시죠?”


“최소한 절정고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절정고수라면 왠지 대단한 것 같기는 하지만 얼마나 강한지는 여전히 감이 잘 안 잡히네요.”


“아까 일류무사 하나가 소인 같은 상위무사 열 명에 비견된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요?”


“같은 맥락으로 절정고수 하나는 일류무사 열 명과 맞먹습니다. 저 같은 무인 백 명과 동급이고요.”


적예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 정도로 강하단 말이에요?”


“그렇습니다. 절정 이상의 고수를 몇이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특정 무림분파의 입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기준이기도 하지요.


적어도 강호에서 명문이라고 불리려면 절정고수를 다섯 명 정도는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말은 곧 절정고수 다섯이면 명문이라고 불릴 수 있다는 뜻인가요?”


“무림명문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습니다. 하나 그 가운데 가장 힘든 조건이 바로 그것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닐 것입니다.


흔히 무림에서는 절정고수 하나의 가치가 천금과도 같다고들 하지요.”


“그럼 내가 그런 엄청난 사람한테 무전취식했다고 구박한 거네요?”


“그, 그러셨지요.”


일순간 모골이 송연해진 두 사람은 마주보며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그래도 다행히 저분이 꽤나 무감각하시고 의협심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계신 듯하니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하긴 단순무식, 아니 성정은 급해도 순진한 구석이 있는 도사님이긴 했죠. 한데 대체 저런 고수가 어디서 나타난 걸까요? 대체 정체가 뭘까요?”


“일단 나쁜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그건 저도 알아요. 나쁜 사람은 결코 그렇게 맑은 눈을 가질 수가 없을 테니까요.”


“솔직히 곤륜괴협의 직전제자라는 저분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지만, 어디에선가 대단한 기인으로부터 무공을 사사한 건 확실한 듯싶습니다.


아마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은거하며 무공 수련을 하다가 충분한 성취를 이루자 이제야 무림초출을 한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아직 주인이 없다는, 그런 뜻인 거죠?”


“자유분방한 언동으로 볼 때 어딘가에 소속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순간, 적예원의 얼굴에는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반드시 잡아야 해요.”


“네?”


“이건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엄청난 보배가 제 발로 굴러들어온 격이에요. 아직 주인도 정해지지 않은 보배가 말이죠. 그러니 결코 놓쳐선 안 돼요. 저 사람을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요.


저 사람만 우리 곁에 있어준다면 와호방 따윈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요. 그리되면 풍운객잔이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도 시간문제일 테죠.”


“하나 저토록 무공 실력이 대단한 고수를 대체 무슨 수로 붙잡을 수 있단 말입니까?”


“세상만사가 꼭 무력으로만 해결되는 건 아니죠. 이걸 써야죠, 이걸.”


적예원은 검지로 자기 머리를 가리켰다.


“뭔가 뾰족한 수라도 있는 겁니까?”


“아니요, 아직. 그치만 당분간은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으니 그사이에 저 사람에 대해 최대한 많은 걸 파악해야 돼요.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낸 다음, 그 부분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거예요.”


“잘 알겠습니다. 소인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저런 분만 곁에 계신다면 더 이상 아가씨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정말 고마워요, 장노!”


***


새파랗게 젊은 여자에게 무전취식범으로 몰렸다는 사실에 대한 노여움도 어느새 봄눈 녹듯 사라졌다.


지난 열흘 동안 적예원을 비롯한 객잔의 전 식솔들이 열정과 성의를 다해서 담혁건을 챙겨주었기 때문이다.


배신당한 이후 줄곧 외로움 속에 지내던 그로서는 그들의 환대가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겉으로는 툴툴대고 있으나 내심은 지금의 생활을 은근히 즐기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한 언짢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판단한 적예원은 담혁건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저, 도사님!”


“왜 그러느냐?”


“뭐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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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4) +9 14.04.30 17,179 634 11쪽
6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3) +11 14.04.30 17,658 635 9쪽
5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2) +9 14.04.30 18,921 819 9쪽
»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1) +10 14.04.30 20,129 783 9쪽
3 제1장. 벽력존자의 귀환(3) +10 14.04.30 20,949 835 11쪽
2 제1장. 벽력존자의 귀환(2) +16 14.04.30 22,418 688 11쪽
1 제1장. 벽력존자의 귀환(1) +17 14.04.30 29,809 1,08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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