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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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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409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4.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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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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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제2장. 풍운객잔의 장기 투숙객(4)

DUMMY

“요즘 풍산현 일대에는 괴소문이 돌고 있다고 해요.”


“괴소문?”


“네. 무명객이라는 굉장한 고수가 나타나서는 감숙성의 지존이라 자처하며 자신 있으면 누구든지 와서 도전하라고 도발했대요. 군문 식으로 말하자면 선전포고를 한 거죠.”


“푸훗! 대체 어느 정신 나간 녀석이 그딴 미친 짓을 한… 잠깐! 그 무명객이란 자가 설마……? 에이, 아니지?”


“바로 그 설마에요.”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자 적예원은 경악했다.


“그 소문, 좀 더 자세히 말해보렴.”


“왜, 얼마 전에 귀랑수인지 뭔지 하는 할아버지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다가 우리 도사님한테 혼쭐이 났잖아요?”


“근데?”


“아무래도 그 일이 퍼지면서 덩달아 그런 소문이 난 것 같아요.


귀랑수를 단번에 제압한 무명객이 ‘감숙성에는 이렇게 인물이 없단 말이냐? 참으로 시시하군.’이라고 투덜거리면서 ‘누구든지 자신 있으면 찾아와서 다 덤벼라! 죄다 박살 내줄 테니. 아무도 안 찾아오면 모두가 나를 감숙성의 지존으로 인정하는 걸로 알겠다.’라는 식으로 말을 했다나 봐요.”


“잠깐! 찾아오라고 했는데, 어디로 찾아오라는 거지?”


“그야 당연히 여기죠. 그 무명객이 이곳 풍운객잔에 장기 투숙 중이니까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뜻이에요. 지금 그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난리가 났나 봐요.


특히 감숙성의 토박이 무인들은 제대로 화가 나서는 당장 그 건방진 놈을 없애버리고 그 망할 놈의 풍운객잔도 함께 박살 내버리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이에요.”


적예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건 헛소문일 거야.”


“아닙니다, 아가씨. 소소의 말은 진짜입니다.”


뒷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장노의 말이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소인도 우연히 그 소릴 듣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확인해봤는데 진짜였습니다. 지금 그런 소문이 풍산현을 중심으로 하여 그 주변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혈기린이나 귀면객처럼 풍산현에 적을 둔 몇몇 고수들이 격분하여 벌써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정말로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 말에 적예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대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린 거죠?”


“글쎄요.”


그때, 소호가 슬며시 끼어들었다.


“혹시 도사님께서 직접 퍼뜨리신 거 아닐까요?”


적비연과 장노는 ‘그 인간이라면 그러고 남을지도…….’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을 서로 교환했다.


***


처음에는 그래도 도사다운 언행을 약간은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적예원을 사실상 휘하로 거둔 다음부터는 담혁건은 완전히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벽력존자 시절부터 그는 격식이나 체면 따위에는 전혀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 당시 장문인이 구태여 벽력존자에게 집법원주의 자리를 맡긴 것도 스스로 계율을 지키는 습성을 키워주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었다.


제아무리 자유분방한 성품을 지닌 인물일지라도 문내 기강을 바로잡는 총책임자가 된 이상 최소한의 모범은 보여야만 했다.


오랫동안 집법원주의 직책을 수행하면서 야생마 같던 그도 제법 길들여진 준마 같은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그때 습성화된 도사로서의 풍모는 제마동에서 탈출하여 풍운객잔에 당도했을 때까지만 해도 약간은 유지가 됐었다.


그러나 새로운 몸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되자, 점점 야인과도 같은 기질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아이 참! 도사님! 얼른 일어나세요! 얼른이요!”


“한가하게 늦잠이나 주무실 때가 아니에요! 지금 바로 일어나셔야 해요!”


소소와 소호가 아무리 흔들고 소리치며 깨워도 담혁건은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송장 놀이라도 하는 것인지, 심지어 소소와 소호가 아예 침상으로 올라가서는 자기 몸을 놀이터 삼아 휘젓고 있어도 요지부동이었다.


기가 막혀 고개를 젓던 적예원은 장노와 함께 복도로 나와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원래 고수라면 아무리 깊이 잠들었어도 아주 미세한 기척에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보통은 그렇습니다.”


“한데 저 인간, 아니 저 도사님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죠? 어쩜 저리도 긴장감이 없을 수가 있냐고요?”


“너무 강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네?”


“저 정도로 긴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강하다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주변의 그 어떤 위험도 위험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지 않고서는 저렇게 긴장을 완전히 놓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 말입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긴 하지만……. 그래도 줄곧 저런 한량 같은 모습만 보여주니 그날의 일도 어쩌면 우연이 아닐까 의심이 들 때가 있어요.


지금의 저 모습도 강해서라기보다는 지나치게 무신경해서가 아닐까 싶고요. 만일 그렇다면 우린 지금 제대로 헛짚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그건 아닐 겁니다. 저분의 강함은 진짜입니다.”


“장노는 그걸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 거죠?”


“그날 소인이 저분을 만류하던 도중에 말을 멈춘 걸 기억하시죠? 그때 아가씨께서도 뭔가를 느끼시고 저분에게 한번 걸어본 것이 아닙니까?”


“그때는 그랬지만…….”


“그렇다면 그때의 감을 믿으십시오. 소인은 그때 눈빛만으로도 죽음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만일 그런 식으로 조금만 더 저분의 시선을 받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질식사를 하고 말았을 겁니다. 정말로 숨을 쉴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소인도 무인인지라 자존심 때문에 차마 말씀을 드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특히 그때 소인을 간단히 제압했던 그 기운은 결코 살기는 아니었습니다.


뭐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것은 필시 수양이 아주 깊은 고인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선기(仙氣)였던 것 같습니다.”


“그치만 그건 등선을 목전에 둔 아주 나이 많은 노도사님들에게서 나타나는 것 아닌가요? 저렇게 새파랗게 젊은 도사가 선기를 풍긴다는 건 납득하기가 힘들어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어쩌면 저분의 나이는 아가씨가 예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혹시 반로환동이란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당연히 들어봤죠. 강호의 만담꾼들이 걸핏하면 풀어놓는 단골 소재이니까요. 그치만 그저 허구일 뿐이잖아요?”


“물론 만담꾼들의 강호야사에서처럼 노인이 정말로 어린아이가 되지는 않겠지요. 하나 무공의 경지가 극에 달하면 환골탈태를 경험하는 일은 실제로 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보통은 사오 년, 많으면 십 년에서 십오 년 정도까지 젊어지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해서 무림명문의 무공 고수들은 알려진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런 경우를 일컬어 반로환동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럼 저 도사님도 그런 경우라는 거예요?”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무슨 근거로요?”


“벌모세수를 시켜주고 온갖 영약을 먹여주는 무림명문에서 태어나거나 운 좋게 아주 큰 기연을 만나면 젊은 나이에도 엄청난 무위를 지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공 실력이 아무리 올라가도 세월이 주는 연륜을 가질 수는 없지요. 그리고 그 연륜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의 눈을 통해 드러납니다.”


“그럼 장노는 그 사람의 눈에서 연륜을 느꼈단 말인가요?”


“네. 겉으로 드러난 나이로는 도저히 가질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눈빛을, 소인은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흐음, 그래요?”


그때였다.


“뭐냐? 지금 니들 내 욕하고 있었지?”


소소와 소호의 성화에 못 이겨 마침내 일어난 담혁건이 귓구멍을 후비며 툭 던진 말이었다.


적예원과 장노는 동시에 눈길을 돌렸고, 아직도 졸린지 반쯤 감긴 멍한 눈을 하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그 모습에 적예원은 방금 전까지 느꼈던 묘한 감흥은 사그라지고 괜스레 한숨만 터져 나왔다.


“깊은 눈빛이라…….”


이렇게 중얼거리며 적예원이 자신을 쳐다보자 장노는 머쓱한 듯 뒷머리만 긁적였다. 그러자 그녀의 시선은 다시 담혁건에게로 향했다.


“공덕이 높으신 도사님이시라면 저희가 나눈 대화의 내용 정도는 간단하게 알아맞히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참 나! 내가 무슨 점쟁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


“점쟁이가 아니어도 원래 무공의 경지가 극에 달하면 백 리 밖을 내다보고 백 리 밖의 소리도 듣고…….”


“쯧쯧쯧! 젊은 처자가 어디서 주워섬긴 풍월만 많아 가지고는…….”


“뭐라고요?”


“본래 진짜 능력이란 건 누구한테 과시하려고 써먹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할 때만 발휘하면 되는 거다.”


“그, 그렇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난 주위를 의식하며 피곤하게 사는 건 딱 질색이다. 하니 니들이 뭐라고 떠들어대든 관심 없다는 거지.”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나저나, 꼭두새벽부터 웬 호들갑이냐? 어째서 나의 단잠을 깨운 거냔 말이다.”


“꼭두새벽이라니요? 벌써 해가 중천으로 향하고 있는걸요.”


“따박따박 말대꾸는. 지금은 봐주지만 정식으로 곤륜파를 개파한 다음부터는 국물도 없을 거다. 단단히 각오해두도록 해.”


담혁건의 어깃장에 움찔한 적예원은 시무룩하게 대꾸했다.


“네, 사부님!”


“한데 무슨 일이냐? 쌍둥이가 뭐라고 뭐라고 설명은 하는데 둘이 동시에 지껄여서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더구나.”


그제야 퍼뜩 용건이 생각난 적예원은 항간에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모두 설명해주었다.


“혹시 그거, 사부님께서 일부러 퍼뜨리신 거예요?”


“내가 미쳤냐? 그딴 낯간지러운 소릴 내 입으로 떠들어대게?”


“정말 안 하신 거죠?”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것이냐?”


담혁건이 버럭하자 적예원은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


“하면 대체 누가 그런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퍼뜨린 걸까요?”


“가만! 지금 터무니없는 헛소문이라고 했느냐?”


“그런데요?”


“대체 뭐가 터무니없다는 것이냐?”


“네?”


“비록 내가 퍼뜨린 건 아니다만, 그 내용만큼은 참으로 기특하지 않느냐? 내가 지존인 건 당연한 사실이거니와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놈들이 있으면 쓸 만한지 살펴서 제자로 거두면 될 테지.


안 그래도 이제 슬슬 제자를 모으러 나가볼 참이었는데 큰 수고를 덜었구나. 껄껄껄!”


흡족한 듯 너털웃음과 함께 담혁건은 두 사람의 앞을 지나쳐서는 아래로 내려갔다.


말문이 막혀 잠시 멍하니 있던 적예원의 귓전으로 담혁건의 언짢은 음성이 들려왔다.


“거기서 뭘 꾸물대는 것이냐? 얼른 내려와서 아침 밥상부터 차리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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